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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시대의 도래, 물류의 미래는 데이터다

신광섭 인천대 교수 인터뷰

by 엄지용 기자

2015년 12월 07일

* 해당 기사는 CLO 통권 65호(11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일부 발췌했습니다

 

빅데이터시대의 도래, 물류의 미래는 데이터다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전문대학원 신광섭 교수

글. 엄지용 기자

 

아마존은 지난 13 년 12 월 24 일 , 소비자가 구매를 결정하기 전에 상품을 미리 발송하는 ‘ 예측 수송 (Anticipatory Shipping) ’ 서비스에 대한 특허출원을 최종 승인 받았다 . 예측수송은 커머스 고객의 구매이력 , 검색기록 , 장바구니 , 클릭스트림 데이터 등 구매와 관련된 정보를 총체적으로 수집해 예측 알고리즘을 만들고 이를 분석하여 고객이 무엇을 주문할지 사전에 예측 , 발송하는 서비스다 . 가히 빅데이터 시대가 만들어낸 과학의 집결체라 할 수 있다 .


국내에서도 아마존과 같은 B2C 시장 내의 빅데이터 활용 사례는 관측되고 있다 . 가령 고객의 과거 구매 데이터를 분석하여 개인화된 추천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있는 많은 업체가 존재한다 . 그러나 기업 내부의 프로세스 운영과 관련된 빅데이터 활용 사례는 잘 눈에 띄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
 

하지만 실제로 많은 물류 , 제조기업들은 기업 내부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다 . 사물인터넷 기술의 발달은 공급망 내부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데이터에 대한 수집을 가능토록 만들었으며 , 이것은 공급망 프로세스에 즉각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선행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

 

혹자는 “ 빅데이터의 시대는 끝났다 ” 는 비판을 하고 있는 시대다 . 실제로 가트너가 매년 발표하는 ‘ 10 대 전략 기술 ’ 보고서에는 몇 년째 ‘ 빅데이터 ’ 가 빠져있는 것을 볼 수 있다 . 한창 시대를 풍미했던 빅데이터가 있던 그 자리는 ‘ 사물인터넷 ’ 과 ‘ 만물인터넷 ’ 이 들어섰다 . 그러나 이런 현상은 ‘ 데이터의 종말 ’ 이 아닌 ‘ 데이터의 상용화 ’ 로 해석될 수도 있다 .

 

빅데이터의 종말 아닌 상용화의 시대를 주장하는 신광섭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와의 대담을 통해 제조 , 물류기업의 빅데이터 활용 방안에 대해 알아보자 .

Q1. 먼저 연구 및 관심분야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


A1. 최근 관심을 갖고 보고 있는 분야는 ‘ 빅데이터 ’ 다 . 빅데이터를 연구하는 공학은 크게 산업공학 , 전산 , 어플리케이션으로 나눌 수 있는데 그 중 제가 연구하는 분야는 기술적인 부분이 아닌 실제 적용방법인 미들웨어 (Middleware) 와 관련된 것이다 .

 

원래 전공했던 분야는 공급사슬 프로세스 관리다 . 이는 제조 , 물류 등 공급사슬 프로세스를 측정 , 개선하는 것이다 . 이런 과정에서 데이터는 자연스럽게 축적된다 . 그렇게 쌓인 데이터는 ‘ 공급사슬 위험관리 (Supply Chain Risk Management) ’ 분야에서 다각도로 활용가능하며 , 그것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빅데이터가 활용될 수밖에 없다 . 결국 프로세스 혁신을 위해서는 데이터 혁신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최근 진행된 프로젝트 중에는 ‘ 스마트그리드 ’ 와 관련된 것들도 있다 . 한국전력에서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했는데 내가 맡았던 부분은 ‘ 스마트그리드 기술의 경제적 타당성 분석 ’ 이었다 . 스마트그리드는 굉장히 많은 비용을 수반하고 , 당장 기술만 가지고는 경제적 가치를 가시화하기 어렵다 . 때문에 사전 경제성 분석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 비즈니스 가치를 만들어나갈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
 

사실 스마트그리드는 전기의 움직임과 관련된 것이기에 물류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 그러나 그것의 근본에 흐르는 알고리즘은 물류와 같다고 생각한다 . 가령 발전소에서 전기가 생산되고 , 유통과정을 거쳐 일반소비자에게 전달 , 소비되는 패턴은 일반 재화의 흐름과 동일하다 . 단 공급망이 아닌 전력망이라는 것을 통해서 흘러가는 것뿐이다 . 나는 이것을 ‘ 에너지물류 ’ 라고 부르고 있다 .
 

이러한 스마트그리드 안에서도 빅데이터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 전력이 흐르는 망인 ‘ 그리드 ’ 안에서도 전력의 흐름이 측정될 수 있다 .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뽑아내는 기술인 ‘ 사물인터넷 ’ 이 적용되기 쉬운 분야이기도 하다 . 결국 내가 연구하고 있는 SCM, 위험관리 , 스마트그리드와 같은 분야는 빅데이터라는 하나의 개념을 통해 연결시킬 수 있다 .
 

Q2. 기술 적용에 따라오는 문제는 비용 이다 . 많은 기업들이 비용 대비 성과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빅데이터 , 사물인터넷 등 기술 적용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 이러한 기술들을 적용시키기 전에 기업들이 고려할 요소는 무엇이 있는가 .


A2. 맞는 말씀이다 . 삼성전자나 LG 전자와 같은 대기업들이 대표적으로 성공사례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 글로벌로 보자면 아마존 (Amazon), 월마트 (Walmart), 델 (Dell) 같은 기업들이 빅데이터 및 사물인터넷 기술 적용을 굉장히 잘하고 있다 . 그런데 이 회사는 한국기업과 문화가 다르다 . 비즈니스모델 또한 독특하고 투입되는 자본의 규모 또한 엄청나다 . 이는 한국기업들이 기술도입에 있어 이런 기업을 곧이곧대로 벤치마킹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미다 .
 

때문에 위험관리 관점에서 기업들은 기업 내에서 작은 성공을 할 수 있는 프로토타입 (Prototype) 및 테스트베드를 만들어 먼저 도입시켜보는 것이 좋다 . 물론 사물인터넷 기술 적용을 위해서는 범위의 경제 , 규모의 경제가 요구되는 경우도 많다 . 그러나 그런 이론대로 도입하기에는 투자규모가 워낙 거대하다 . 때문에 기업이 자신 있는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부분에 우선 기술을 적용 , 실험한다면 투자에 대한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

 

가령 스마트그리드 기술 적용이 대표적인 예다 . 올해 초 스마트그리드 적용과 관련된 정부 예산은 8700 억 규모였다 . 그러나 이런 대규모 투자가 결정되기 이전에는 이미 소규모 실험을 통해 타당성 검토가 완료된 상태였다 .


정부는 4 년 전부터 제주도내 3 개 지역에 스마트그리드를 무상 공급하여 기술적용 시 전력소비가 얼마나 주는지 기술적 타당성을 검토한 바 있다 . 해당 지역에는 전력 고지서가 두 개 발송됐다 . 하나는 스마트그리드를 썼을 때의 고지서고 나머지는 일반 고지서였다 . 두 고지서의 비교를 통해 정부는 스마트그리드를 썼을 때 전력소비량 감축량이 도입비용보다 크다는 타당성을 얻을 수 있었다 . 제주도가 스마트그리드 사업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한 것이다 .

 

이처럼 기업도 작은 분야부터 기술을 테스트하여 위험부담을 줄이고 사전 검토 이후 기술을 전면 확장할 필요가 있다 . 그러나 아직도 대부분의 B2B 기업들에게 빅데이터 , 사물인터넷 기술은 생소하다 . 많은 기업들이 이런 기술들을 어떤 분야에 , 어떤 방식으로 사용해야 될지 고민하고 있다 .

 

Q3. 말씀 주신 것처럼 B2B 기업들에게 빅데이터는 다소 생소한 감이 있다 . 현재 빅데이터 , 사물인터넷 기술 적용을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낸 B2B 기업들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린다 . 기술적용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


A3.현대자동차는 앞서 언급한 제주도 사례처럼 작은 분야의 테스트를 통해 대단위로 기술도입을 확장했다 .
 

현대자동차가 개발하고 있는 전기차에 들어가는 부품 중에는 ‘ 제어기 ’ 가 있다 . 제어기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나니까 몇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 설계오류가 존재하고 , 버그도 나타나는데 이와 같은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한 것이었다 . 이런 문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 원인예측 시스템 ’ 개발이 필요했던 것이다 .
 

현대자동차는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데이터가 축적되는 아주 작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우선적으로 시작했다 . 본격적인 데이터 활용에 앞서 테스트베드를 만든 것이다 . 분석 결과 예측정확도가 꽤 높았다 . 현대자동차는 이러한 사전 테스트를 기반으로 분석툴을 제어기 전체로 확장할 수 있는 타당성을 확보한 것이다 . 현재는 전체 최적화를 위한 준비를 마치고 시스템을 실제로 도입 , 분석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한국지역난방공사 또한 재밌는 성공사례다 . 아파트 단지에 열에너지를 공급하는 한국지역난방공사는 ‘ 수요예측 ’ 이 굉장히 중요하다 . 전기 , 수도와 마찬가지로 난방 또한 한번 생산해서 공급하면 회수가 불가능하다 . 사전 수요예측을 통해 필요 이상의 난방공급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한 부분인 것이다 .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작년 초부터 올해 초까지 열에너지에 대한 소비패턴 데이터를 분석 , 예측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 그 결과 에너지 소비량을 2% 줄일 수 있었다 . 국가단위의 기간산업에서 2% 라는 수치는 상당한 것이다 .
 

물류기업 측면에서도 빅데이터 활용 사례는 여러 가지 있다 . 물류센터 내에 작업자 및 장비의 움직임을 분석하여 레이아웃 변경에 활용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 가령 현대글로비스 같은 경우 현대자동차 생산라인에 부품을 공급해주기 전에 생산라인과 물류센터에 대한 데이터분석을 선행하여 센터 레이아웃을 개발한다 . 생산계획을 고려하여 입고되는 부품들은 조립순서의 역순으로 랙에 입고된다 .
 

이것을 공장으로 그대로 가져가면 ‘ 스마트팩토리 ’ 라는 개념이 나온다 . 올해 산업통상자원부 내에는 스마트공장 관리부서가 신설되었다 . 이는 스마트팩토리 공장 내부에서 사물인터넷을 통해 생성되는 데이터를 통해 라인의 밸런스 변경 , 시장 수요와 결합한 생산계획 및 저장위치 변경 등을 실행하는 부서다 .

 

Q4. 사물인터넷은 사실 빅데이터와 불가분의 관계를 갖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 사물인터넷을 통해 빅데이터 활용의 원료인 정보를 공급받을 수 있다 는 이야기가 그것이다 .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는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는가 .


A4. 사람이 만드는 데이터는 기본적으로 ‘ 비정형데이터 ’ 다 . 가령 사람이 작성하는 ‘ 블로그 ’ 는 작성자의 주관이 들어가는 데이터다 . 데이터에 주관이 들어가면 필연적으로 왜곡이 발생한다 . 신뢰할 수 없는 데이터가 생기게 되고 당연 이것에 대한 반문 또한 나온다 . 대표적인 사례가 ‘ 맛집 블로그 ’ 다 . 많은 사람들이 맛집 블로그를 통해 방문한 음식점에 실망한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 이는 ‘ 음식의 맛 ’ 이 작성자의 주관과 결합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
 

이러한 주관의 장벽을 무너뜨린 것이 사물인터넷이다 . 사람이 아닌 사물이 데이터를 생성하기 때문에 왜곡이 들어갈 가능성은 상당량 감소한다 . 데이터는 결국 무결점이어야 진정한 가치가 빛난다 . 사물인터넷은 기존의 비정형데이터를 정형데이터로 치환해주는 , 즉 데이터의 가치를 정형화시키는 기술인 것이다 .
 

사물인터넷은 크게 3 가지 측면에서 데이터수집에 기여를 한다 . 첫째는 사물을 통한 정형화된 데이터 수집이다 . 둘째는 사물이 사람을 대체함으로 발생하는 비약적인 데이터 입력시간 단축이다 . 마지막은 실시간 데이터 갱신이다 . 즉 , 사물인터넷은 거대한 양의 데이터를 정형화하여 , 실시간으로 , 빠르게 수집하는 것을 가능케 만든 기술인 것이다 .
 

물론 사물인터넷을 활용하더라도 완벽한 정형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 사물인터넷에 들어가는 데이터수집 프로세스를 설계하는 것 또한 결국 사람이기 때문이다 . 그러나 이러한 설계과정이 비정형데이터의 양을 줄여주는 것은 분명하고 , 굳이 그것이 아니더라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 , 분석할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충분한 의미를 갖는다 . 결국 사물인터넷은 빅데이터 개념을 증폭시킨 개념이라 볼 수 있다 .

 

Q5. 빅데이터 기술이 대두되면서 개인정보 보안 문제도 함께 물망에 오르고 있다 . 빅데이터와 개인정보 보호는 양립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타나고 있는데 , 정보보호와 빅데이터 활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전부 잡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


A5. 최근 ‘ 카카오톡 검열 ’ 이 이슈가 되고 있다 . 카카오톡과 같은 B2C 빅데이터 마켓이라면 개인정보가 필요할 수 있다 . 그러나 기업내부의 데이터 활용이라면 빅데이터 분석에 개인정보가 왜 굳이 필요한 것인지 반대로 질문하고 싶다 .

 

두 가지 질문이 있다 . 첫 번째는 “ 기업이 고객에 대해 어느 범위까지 알아야 되는가 ” 이다 . 기업이 빅데이터 분석에 대한 명확한 목적을 세우지 않고 그저 거대한 데이터를 끌어 모은다면 필요 없는 데이터까지 마구잡이로 딸려올 수밖에 없다 . 가령 커머스 사이트에 가입하는데 왜 ‘ 주민등록번호 ’ 를 입력해야 되는가 . 이름 , 나이 , 전화번호 , 주소 정도만 있어도 충분히 원하는 데이터 분석이 가능하지 않을까 . 고객의 정보가 왜 필요한가에 대한 질문을 기업 자체적으로 던져봐야 되는 이유다 .
 

두 번째는 “ 얼마나 자세하게 데이터를 수집해야 하는가 ” 이다 . 앞서 언급했듯 불필요하게 방대한 정보 수집은 데이터 분석에 오히려 방해가 된다 . 이와 마찬가지로 불필요하게 자세한 정보 또한 데이터 분석의 방해 (Noise) 가 될 수 있다 . 빅데이터는 수없이 많은 표본의 데이터를 수집한다 . 거대한 데이터는 이러한 표본을 의미하는 것이지 정보의 깊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
 

특히나 기업운영과 관련된 빅데이터 활용 측면에서 바라보자면 개인정보는 무의미한 정보가 되는 경우가 많다 . 개별고객 데이터가 아닌 현상 데이터를 바라보고 분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 물론 B2C 마켓 안에서는 분명 기업이 우선적으로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 빅데이터 분석의 목적 ’ 을 명확히 인지하는 것이다 .
 

Q6. 국내 몇몇 기업들은 물류산업 내에서 빅데이터 활용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 물류산업 내에서 빅데이터 전략을 활용하고자 고민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조언 부탁한다 .


A6. CJ 대한통운 , 현대로지스틱스 등 3PL 업체들은 기업 내부의 수많은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 자차의 운영패턴 , 물류센터 내 작업자의 움직임 등이 대표적이다 . 그런데 이런 기업들이 너무 내부 운영 데이터 수집에 매몰되고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 가령 아마존은 내부 운영뿐만 아니라 고객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한 노력도 함께하고 있다 . 사물인터넷을 통해 고객의 상품구매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아마존 대시 (Dash) 가 대표적인 예다 .
 

이처럼 국내기업들 또한 내부의 데이터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 외부 데이터와의 융합 , 개방이 필요하지 않을까 . 이는 기업들이 플랫폼에 투자해야할 필요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 데이터는 곧 플랫폼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
 

삼성 SDS 가 B2B 물류플랫폼 ‘ 첼로스퀘어 ’ 를 무상 배포하는 것도 같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 폐쇄된 망 안에서 데이터를 수집 , 배포하는 것은 결국 한계에 부딪친다 . 자사의 프로세스에 매몰되는 것이다 . 그러나 공개된 플랫폼 안에서 데이터를 공유한다면 , 자사뿐만 아니라 타사의 데이터까지 융합시키며 데이터의 신뢰도를 더욱 증폭시킬 수 있는 것이다 .

결국 국내 기업들은 ‘ 개방성에 대한 도전 ’ 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 개방하지 않는 기업은 자기만의 데이터를 수집하는데 머무를 것이고 , 그 기업은 결국 닫혀있는 세계의 환상에 빠지게 될 것이다 . 머지않은 시기에 모든 것이 개방되는 시기가 온다면 결국 데이터를 더욱 많이 가진 기업들이 승자의 미소를 짓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
 

아직 빅데이터 도입을 고민하고 있는 기업들에게는 ‘ 부담감 ’ 을 덜라는 조언을 하고 싶다 . 사실 우리는 한참 전부터 우리에게 익숙한 ERP, SCM 솔루션을 통해 데이터를 쌓고 있었다 . 빅데이터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 아닌 단순히 그런 데이터가 굉장히 많아진 것을 의미한다 .
 

때문에 새롭고 멋진 것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덜 필요가 있다 . 모든 물류 , 유통회사가 아마존이 돼야하는 것은 아니다 . 아주 작은 부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빅데이터 전략부터 도입 , 사용해보는 용기가 필요할 때다 .
 

Q7. 업계 일각에선 빅데이터 무용론 이 등장하고 있다 . 빅데이터 분석이 예전부터 해왔던 데이터마이닝 과 무엇이 다르냐는 등의 의견이 그것이다 .


A7. 빅데이터 관련 용어의 변천사를 살펴보는 것은 굉장히 재밌다 . 최초에는 머신러닝 (Machine learning) 이었다 . 기계가 스스로 학습한다는 뜻의 이 용어는 투박하고 멋지지도 않았다 .
 

그 다음 나온 키워드가 인공지능 (AI) 이다 . 생각하는 로봇 , 슈퍼컴퓨터와 같은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 기계가 스스로 학습하기 시작했으니 이제는 인공지능을 가진 기계가 나온다는 개념으로 발전한 것이다 . 당시 인공지능 관련 회사들은 연구 펀딩을 통해 엄청난 자금을 유치했다 . 그것이 70~80 년대다 . 그런데 아직도 우리는 생각하는 로봇을 만들지 못했다 .

 

머신러닝과 인공지능 트렌드가 사그라지고 나타난 새로운 용어가 데이터마이닝 (Data mining) 이다 . 데이터베이스 , 데이터 웨어하우스 , 데이터마켓이라는 용어가 나타나며 이러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방법론이 대두된 것이다 .
 

데이터마이닝 이후에 나타난 개념이 지금의 빅데이터다 . 사실 빅데이터와 데이터마이닝은 조금 다른 개념으로 봐야 된다 . 빅데이터는 ‘ 현상 ’ 이다 .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시대의 흐름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 그리고 이러한 현상에서 무엇을 찾아낼 것인가 고민하고 실제로 그것을 찾아내는 기술이 데이터마이닝이다 . 이 두 가지 개념이 결합된 것을 ‘ 데이터분석학 ’ 이라 부른다 .
 

그리고 지금 말씀주신 것처럼 한창 세간에서 화두가 되던 빅데이터라는 용어 또한 시들해지기 시작했다 . 이런 추세로 인해 ‘ 데이터무용론 ’ 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라 파악된다 . 최근 가트너가 발표한 2016 10 대 혁신기술 리포트에도 빅데이터는 빠져있다 . “ 빅데이터는 더 이상 가치가 없어진 것 아니냐 ” 는 질문이 당연 나올 수밖에 없다 .
 

그러나 이것은 빅데이터가 상상속의 기술이 돼 사라진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 생활에 녹아내린 생활기술이 된 것이라 생각한다 . 앞서 언급했듯 사물인터넷 또한 빅데이터를 대체한 개념이 아니다 . 빅데이터는 이미 비즈니스 , 일상생활에 깔려있고 이제 그 근저 위에서 무엇을 할 것이냐에 대한 질문이 중요해진 것이다 .

 

가트너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사물인터넷 (IoT, Internet of Things) 이 아닌 만물인터넷 (IoE, Internet of Everything) 의 시대가 왔다고 전했다 . 이제 ‘ 어떤 것 (Things) ’ 이 아닌 ´ 모든 것 (Everything)´ 의 네트워크 시대가 온 것이다 . 그리고 그 안에서 빅데이터는 끊임없이 형성되고 있고 , 사업에 응용되고 있다 .

 

처음으로 돌아가서 이제는 빅데이터를 넘어서 ‘ 진보된 머신러닝 (Advanced Machine Learning) ’ 이라는 개념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기술이 스스로 학습을 하고 새로운 무엇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개념이다 . 때문에 빅데이터는 무용화가 아닌 ‘ 상용화 ’ 의 개념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

Q8. IT, 유통 , 제조 , 물류 등 산업의 경계가 무너지고 서로 융합되고 있다 . 이제 유통기업 혹은 IT 기업이 물류 를 하는 것은 더 이상 이상한 현상이 아니게 된 것 같다 . 이런 상황에서 역으로 물류기업이 타 산업군을 품고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


A8. 말씀하신 것처럼 물류 , 유통기업이 제조업까지 장악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 그러나 굳이 물류업체가 ‘ 제조 ’ 산업에 진입하여 그 부분을 장악할 필요가 있는가 생각해 본다 .
 

작년에 나온 개념 중 ‘ 옴니채널 ’ 이라는 말이 있다 . 온라인 , 오프라인을 결합한 서비스 제공이 그것이다 . 이제 고객과 가장 근접한 유통채널이 구매력 (Bargaining Power) 을 갖는 시대가 왔다 . 과거 제조업체가 유통업체를 휘둘렀다면 , 이제 유통업체가 채널을 통해 제조업체를 장악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

 

이처럼 제조업을 직접 장악하지 않더라도 , 유통 , 물류기업이 가지고 있는 네트워크 채널을 통해 마치 제조업을 내 것인 냥 통제할 수 있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 그리고 앞서 언급한 사물인터넷 , 빅데이터 기술은 물류 , 유통기업이 네트워크 채널을 통합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
 

결국 제조업이 아닌 유통 , 물류가 돈을 많이 벌고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세상이다 . 대표적인 것이 미국의 아마존이다 .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유력한 후보가 쿠팡이 아닐까 생각한다 .


기술은 융합되기도 하지만 해체되기도 한다 . 산업도 마찬가지다 . 전부 다 합쳐질 것 같이 보이는 세상이지만 , 사실 유통기업은 자기가 잘하는 유통만 잘하고 있다 . 제조업체도 제조만 잘하기는 마찬가지다 . 결국 ‘ 네트워크 ’ 가 이런 서로 다른 기업들을 묶어나가고 있다 .


물류도 마찬가지다 . 물류업체가 꼭 다른 업종을 직접 장악해야 될까 . 그저 자신이 잘하는 ‘ 물류 ’ 의 효율성을 더 높인다면 경쟁력은 저절로 생기고 ,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게 되지 않을까 . 물류업체가 자신이 가진 고유의 경쟁력에 집중한다면 이는 자연스럽게 네트워크상에서 가지는 구매력으로 이어질 것이다 . 그리고 네트워크가 연결하는 세상을 만드는 핵심은 결국 데이터가 될 것이다 .

 



엄지용 기자

흐름과 문화를 고민합니다. [기사제보= press@clomag.co.kr] (큐레이션 블로그 : 물류로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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