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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의 스타트업(?)

by 엄지용 기자

2015년 11월 17일

 

오늘 아침 CJ대한통운이 재밌는 보도자료를 보냈습니다.

오픈마켓형 화물정보망 ´헬로´ 서비스를 개시한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우선 해당 보도자료 메일의 일부를 참조합니다.

 

"CJ대한통운이 화물주와 화물차주 간 직거래를 위한 물류 플랫폼 서비스를 개시합니다.

오픈마켓 형태로, 인터넷 사이트와 스마트폰 앱을 통해 화물운송을 원하는 화물주와 운송물량을 원하는

화물차주가 서로 희망하는 대상을 선택해 직거래함으로써 보다 빠르고 투명한 거래가 가능해집니다"

 

내용을 보자마자 순식간에 여러 업체들이 머릿속을 스쳐갔습니다.

바로 화물운송주선 스타트업입니다.

국내에는 고고밴(화물차 전반), 메쉬코리아(이륜차)가 대표적입니다.

 

이거 난리날 법한 일인데...?

 

그도 그럴 것이 CJ대한통운의 신사업 ´헬로´는 이들 업체가 기존 제공해주던 서비스와 너무도 같습니다. 심지어 ´직거래를 통한 보다 빠르고 투명한 거래시장 구축´이라는 목적도 똑같습니다. CJ대한통운은 심지어 오늘 보도자료에 ´고고밴´을 직접 거론하기도 했는데요.

 

홍콩을 기반으로 하는 스타트업 기업 고고밴은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화물주와 차주를 연계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현재 홍콩, 싱가폴 등 4개국 12개 도시에서 2만여대의 차량이 등록돼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보도자료를 통해 고고밴 본사를 띄워줬지만 , 해당 기사를 보고 있을 고고밴코리아 입장에서는 환장할 노릇일 것이 자명합니다 .

 

CJ대한통운의 무기는?

 

CJ대한통운은 이미 시장에 진입한 스타트업과 같은 어플리케이션 기반 화물운송주선 서비스를 운영하더라도 특유의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미 확보한 인프라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초기 시장진입과 함께 공급자풀(배송기사), 소비자풀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해야하는 스타트업과는 달리 이미 충분히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죠. CJ대한통운의 헬로는 이러한 인프라를 기반으로 어떠한 경우라도 화물차를 구할 수 있는 ´책임 배차´ 시스템을 구현했습니다. 공급자 풀이 부족한 업체는 감히 시도할 수 없는 일입니다.

 

왜 진출하는가?

 

그렇다면 CJ대한통운이 물류 플랫폼 사업에 진출한 이유는 무엇일까?

 

CJ대한통운은 "장비와 자체 인프라 확대 등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기존 운송사업의 비효율적인 구조를 개선하고 세계적인 사용자 중심 사업모델 확산이라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 진출에 대한 이유를 밝혔습니다.

 

화물운송사업의 비효율적인 구조의 대표적인 부분이 ´다단계 운송´입니다

 

다단계 운송이 무엇이냐?

 

가령 어떤 화주의 화물운송을 주선하는 운송주선업체가 있다고 합시다.

가장 아름다운 그림은 운송주선업체가 화물기사에게 바로 화물을 주선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부족한 인프라, 네트워크 부족은 운송주선업체가 화물기사에게 직접 화물을 주선하는 것이 아닌 또 다른 ´운송중선업체´에게 화물을 중개하는 일을 발생시킵니다.

 

즉 A화주의 화물이 C라는 화물기사에게 전달되기까지 B라는 운송주선업체, B´라는 운송주선업체, 심하면 B´´라는 운송주선업체까지 다단계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죠. 이들은 모두 일정 부분의 수수료를 가지고 가기 때문에 C라는 화물기사가 받는 실수령액은 단계가 길어질수록 떨어지게 됩니다.

 

그러나 만약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하나의 거대한 네트워크로 A화주의 화물을 C에게 바로 연결할 수 있다면요?

B´, B´´, B´´´라는 다단계 네트워크를 없애고 화주의 화물이 기사에게 바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 수 있겠죠!

 

이 다단계운송 문제는 것이 물류판에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꽤나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정부 또한 최근 화물운송실적신고제 등 이 부분을 혁파하고자 많은 정책을 냈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까지도 암암리에 행행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때문에 CJ대한통운이 그리는 그림은 아름답습니다. 명분도 존재하죠.


그렇다면 스타트업은 ?

국내에도 지사를 오픈한 화물운송주선스타트업 고고밴 스티븐램 CEO

 

문제는 기존에 시장에 진입했던 스타트업 또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수많은 화물운송주선업체를 통합해서 하나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모든 화물을 운송주선하려고 했던 시도를 한것이죠.

 

그렇지만 앞서 언급한대로 스타트업들은 대규모의 물류 인프라를 구축할 자본이 없습니다. 이들 업체들이 IT플랫폼을 통한 화물운송주선 시스템 고도화에 집중한 이유입니다. 반면 CJ대한통운이 가지고 있는 인프라는 어마어마하죠.

 

본격적으로 CJ대한통운의 헬로가 퍼지기 시작한다면, 기존 스타트업들은 살아남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마치 카카오택시가 콜택시 주선시장을 평정했던 것 처럼요.

 

어찌합니까.. 어떻게 할까요?

 

그렇다면 스타트업은 어떻게 할 것인가...

 

조용히 CJ대한통운에게 기업이 높은 가격에 팔리길 기다려야 할까요?

팔리지도않고 그저 새로운 대형 경쟁사가 시장을 잠식하는 것을 바라봐야만 할까요?

 

이제는 전면전입니다.

 

스타트업의 민첩함을 무기로 대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CJ대한통운은 이번 헬로 운영을 위한 TF팀을 구축했습니다.

 

기업이 전사적으로 달라붙는 사업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이미 기존에 시장에 진입했었던 스타트업은 전부인 이 사업에 사활을 걸어야겠지요.

 

CJ대한통운의 오픈마켓형 플랫폼 ´헬로´와 유사한 대기업 삼성SDS의 B2B 개방형 플랫폼 ´첼로스퀘어´는 서비스 론칭 3개월이 지난 현 시점 다운로드 수 1000건을 못 넘긴 상태입니다. 대기업이 모바일 플랫폼 영역에 넘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지는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아름다움을 무기로 경쟁할 수 없습니다.

 

보이는 양상으로는 CJ대한통운도, 스타트업도 모두 아름답기 때문이죠.

 

기존 화물운송주선시장을 ´전화´로 평정한 매개자 ´24시콜´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사람은 누가 될까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제는 전면전입니다.

 



엄지용 기자

흐름과 문화를 고민합니다. [기사제보= press@clomag.co.kr] (큐레이션 블로그 : 물류로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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