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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자의 현장까대기] 첼로? 헬로! CJ대한통운의 "집중육성사업"

by 엄지용 기자

2016년 01월 01일

엄기자의 현장까대기 (세번째 이야기)

 

CJ대한통운은 지난달 17일 오픈마켓형 화물정보망 ´헬로´ 서비스 개시를 밝혔습니다.

그리고 한 달...

 

당시 전 헬로의 서비스 영역이 지난해 국내시장에 진입한 몇몇 물류스타트업과 겹치며,

때문에 스타트업은 대기업의 시장진입에 맞서 전사적으로 특유의 민첩함을 가지고 전면 대응해야할 것이라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스타트업은 어떻게 할 것인가..조용히 CJ대한통운에게 기업이 높은 가격에 팔리길 기다려야 할까요? 팔리지도않고 그저 새로운 대형 경쟁사가 시장을 잠식하는 것을 바라봐야만 할까요? 이제는 전면전입니다. 스타트업의 민첩함을 무기로 대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CJ대한통운은 이번 헬로 운영을 위한 TF팀을 구축했습니다. 기업이 전사적으로 달라붙는 사업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헬로는 TF팀을 중심으로 구성된 소규모 사업임을 강조한 것이었는데요.

 

이 자리를 통해 그 예측은 틀렸음을 밝힙니다.

 

최근 헬로와 관련된 CJ대한통운의 움직임을 정리합니다.

 

2016년 CJ대한통운 조직개편 및 임원인사 시행 공지

CJ대한통운은 지난 23일부로 대규모 조직개편 및 임원인사를 시행했습니다.

CJ대한통운은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국내 물류부문 개선을 위해서 수송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수송사업담당´을 신설한다" 발표했는데요. 여기에는 수송사업혁신TF를 국내부문 직속 수송사업담당으로 개편하여 전사 계약구조, PI 및 수송/주선사업 관련 전사영업과 운영을 통합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수송사업담당의 전신은 ´헬로TF팀´입니다. 헬로는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TF팀에서 국내부문 직속 수송사업담당 부서로 격상됐으며, 이에 따라 내부적으로 CJ대한통운 자체적으로 ´집중육성´하고 있는 사업이라 표현되고 있습니다. 헬로TF팀을 맡고 있던 최갑주 팀장은 수송사업담당 임원Post로 승진했습니다.

 

즉, 헬로는 CJ대한통운 내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사업입니다. 심지어 CJ대한통운 손관수 대표의 KPI 라는 소문이 돌기도 합니다.

 

CJ대한통운의 헬로는 물류산업의 본질적인 문제인 ´다단계 구조´를 혁파하고자 합니다. 정부, 기업을 포함하여 지금껏 많은 이들이 시도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는 못했던 도전... CJ대한통운은 과연 물류산업에 파괴적혁신을 만들 수 있을까요?

 

업계 안팎으로 기대와 우려가 교차되는 가운데 CJ대한통운의 헬로를 집중 해부해 보겠습니다.

 

어제의 헬로 : 탄생의 이유

(사진 : 헬로 홍보용 브로셔, CJ대한통운 제공)

 

앞서 언급했듯, CJ대한통운 헬로는 국내 화물운송시장의 다단계 구조를 혁파하는 직거래 플랫폼을 목표로 합니다. 현재 물류업계는 화주와 차주가 직접 연결되는 것이 아닌 중간에 ´화물운송주선사업자´라는 매개자가 포함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화물거래에 여러 주선사업자가 개입하여 다단계 프로세스를 만든다는 것입니다. 중간 주선사업자는 중개에 대해 일정 부분의 수수료를 가져가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차주가 받는 지급액은 최초 지급액과 큰 차이를 보이게 됩니다.

 

CJ대한통운의 헬로는 ´물류플랫폼´을 통해 화주와 차주가 직거래할 수 있는 장터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사실 CJ대한통운 이러한 물류플랫폼 사업을 꽤나 오래전부터 구상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오랫동안 사업을 준비하던 CJ대한통운이 지금에야 서비스를 론칭했을까요. 그 이유는 물류플랫폼이 우후죽순 탄생하고 있는 현상황이 설명해줍니다. 최근 삼성SDS의 첼로스퀘어를 포함한 수많은 국내 물류플랫폼 스타트업이 탄생했으니까요. CJ대한통운 또한 그러한 점을 염두에 뒀을 것이라는 사견입니다.

 

이유가 뭐가 됐든 CJ대한통운이 그리고 있는 그림은 아름답습니다. 국내 물류생태계의 본질적인 문제인 ´다단계 구조´를 혁파하고자 하니까요. 그런데 재밌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CJ대한통운 헬로가 모집하고 있는 것은 ´화주´, ´차주´뿐만 아니라 ´주선업자´ 또한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사진 : 헬로 가맹사업자용 계약서 中)

 

오늘의 헬로 : 건강한 물류생태계 구성에 대한 의혹

화주와 차주 간 직거래 플랫폼을 지향하는 헬로가 ´주선사업자´를 모집한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CJ대한통운을 중심으로 한 또 다른 다단계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존재합니다. 이에 대한 최갑주 헬로담당 팀장의 답변을 들어보겠습니다.

 

최갑주 팀장 : 국내 물류산업의 구조상 주선사업자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국내에서는 화주와 직접 계약하고 있는 주선사업자가 많이 있으며, 그런 사람들 또한 차주와의 연결을 도와주고 있다. 헬로가 운송 주선사 또한 플랫폼 안에 품고자 하는 이유다. 이를 통해 기존 2~3단계 이상 나오는 다단계를 주선사 ‘하나’로 줄이더라도 충분히 물류산업의 혁파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 본다. 헬로는 직거래 플랫폼을 지향하지만, 그 안에 하나 정도의 주선사가 들어가는 것 또한 고려하고 있다 .

 

즉 헬로는 완전한 ´직거래플랫폼´을 목표로 하지 않습니다. 하나의 주선사업자는 포함될 수 있는 물류플랫폼을 목표로 하는 것이지요. 물론 기존 2~3 단계 이상 나오는 다단계를 주선사 하나로 줄이는 것 또한 충분한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는 헬로에 대한 차주의 ´불신´입니다. 이미 국내에는 헬로 이전에도 대기업이 유사한 물류플랫폼을 구축했던 사례가 있습니다. 한 물류업체 관계자의 말을 인용합니다.

 

물류업체 관계자 A : 국내 모그룹 계열 물류업체 H사 또한 헬로와 비슷한 방식의 화물중개 플랫폼을 구축한 사례가 있다. 해당기업은 차주와 가맹점들에게 자신의 플랫폼에 가입하지 않으면 화물을 빼버리겠다는 식으로 겁박했다. 플랫폼 가입에는 당연히 그에 따른 수수료가 따른다.

 

2000명의 차주가 가입되어 있으며, 그들에게 만약 월 수수료를 1만원씩만 받더라도 물류플랫폼 기업은 2000만원의 부가매출을 얻을 수 있습니다. 돈 벌기 참 쉽죠?

 

이미 기존 일부 기업에서 물류플랫폼을 통한 ´양아치짓´을 해온 전례가 있기 때문에 차주나 주선사는 헬로를 쉽게 믿지 않습니다.

 

CJ대한통운 내부에서도 고민이 많습니다. 헬로는 론칭 이후 한달동안 CJ대한통운이 가지고 있는 물량 50억개를 플랫폼에 뿌렸습니다. 그러나 수시로 올라오는 외부화물은 아직 2300건에 불과합니다. 헬로에 등록된 외부차량의 숫자는 2200대로, CJ대한통운 차량 3000대에 비해서는 적은 숫자입니다. 때문에 헬로는 향후 내부에 더 많은 외부 화물, 차량을 유입하기 위해 노력할 전망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헬로 서비스를 부정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이 억울하다는 것이 CJ대한통운의 입장입니다.

 

때문에 헬로는 향후 1년 동안 화주, 차주에게 전면무료로 개방됩니다. 시장 상황을 고려하여 무료 기간이 연장될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기존 선례처럼 강제가입 방식으로 플랫폼을 성장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CJ대한통운의 입장입니다. 무료정책과 차주, 화주를 대상으로 한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최대한 많은 외부물량, 차량을 유입시키고 시스템의 안정화를 도모하겠다는 것이 헬로의 단기적 목적입니다.

 

내일의 헬로 : 글로벌 플랫폼으로 경쟁하라

그렇다면 미래의 헬로는 어떻게 운영될까요?

헬로는 처음부터 글로벌을 염두에 두고 개발된 플랫폼입니다.

아무래도 CJ대한통운이 국내에서 택배만 하는 기업이 아닌데 글로벌 물류기업으로써의 역량을 버리기엔 아쉽죠!

 

CJ대한통운은 중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장을 중심으로 해외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으며, 해당지역에 대한 물류 경쟁력도 가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헬로가 해당 부분에 대한 글로벌 플랫폼으로 확장되는 것은 당연히 예정된 수순입니다. 다만 현재는 CJ대한통운 외부 물량 확보 및 국내 테스트베드를 통해 글로벌 사업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경주하고 있을 따름입니다.

(사진 : 첼로스퀘어 리스크 모니터링 구동화면, 삼성SDS 제공)

 

여기서 재밌는 그림이 하나 만들어지는데요. 삼성SDS가 지난 8월 27일 론칭한 ´첼로스퀘어´는 수출입 및 국제물류를 대상으로 한 개방형 물류플랫폼입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헬로가 첼로스퀘어의 영역에 들어가서 경쟁할 것이 예상되는 순간입니다.

 

그렇다면 처음으로 돌아가서 현재 국내에서 열심히 사업을 일궈나가고 있는 스타트업은 어떻게 할까요? 압도적인 기업물량을 가지고 있는 CJ대한통운에게 굴복할 수 밖에 없을까요? 혹 CJ대한통운과 협력할 수 있는 길은 없을까요? 이에 대한 최갑주 팀장의 답변을 인용합니다.

 

사실 스타트업을 포함한 여타 플랫폼 업체와 협업은 고민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물류플랫폼 사업자들은 수수료, 혹은 월 사용료를 받는 수익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그런 분들과 협업해서 저희가 얻는 이점이 무엇이 있겠는가. 그저 단계만 늘어나는 것뿐이다. 또한 헬로는 기본적으로 대량화물 운송 플랫폼이다. 5톤 이상의 일반화물자동차가 주 타겟이라는 이야기다. B2B물량, B2C화물이더라도 대량물량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기존 소규모 B2C 영역까지 포괄하고 있는 물류플랫폼과는 차이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설령 시장이 겹친다고 하더라도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서로 경쟁해야 되는 부분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륜차를 중심으로 한 국내 스타트업들과 거리두기가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헬로는 5톤 이상의 일반화물자동차가 주타겟이기 때문에 애초에 스타트업과는 타겟 시장이 다릅니다. 물론 일부 겹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지요. 그렇지만 그러한 부분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마땅히 경쟁해야되는 부분입니다.

 

해법을 제시할 수 없는 시장입니다. 혹자는 레몬마켓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 염려하고 있는 물류플랫폼 시장은 2015년 국내에 우후죽순 탄생하기 시작했습니다. 스타트업과 물류대기업, IT대기업이 얽혀있는 기묘한 이 시장. 결국 기존 파편화된 시장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한 목표는 같습니다. 다만 최후의 승자가 누가 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겠지요. 결국 경쟁시장입니다.

 

 

 



엄지용 기자

흐름과 문화를 고민합니다. [기사제보= press@clomag.co.kr] (큐레이션 블로그 : 물류로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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