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당 기사는 CLO 통권 63호(9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일부 발췌했습니다
알면‘보물’모르면‘고물’
자원재활용 수거 플랫폼‘수거왕’
글. 이영재 기자
Idea in Brief
과거 고철, 폐자재, 의류 등의 수거는 보통 영세 자원사(고물상)의 몫이었다. 그러나 지난 7월 서비스를 시작한 자원재활용 수거 서비스 플랫폼 ‘수거왕’ 이 등장하면서 고물상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 회사를 눈여겨볼만한 대목은 ‘폐기물 빅데이터’ 에 있다. 시중에는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왜 사는지에 대한 유통 데이터는 많지만 반대로 폐기하는 행위에 대한 데이터는 찾기 힘들다. 이런 데이터를 활용할 경우, 제조사는 물론 대형마트, 이커머스 등에 효율적인 수요예측에 반영할 수 있다. 고물이 자원재활용을 통해 보물로 다시 태어나듯 ‘폐기 빅데이터’ 가 공급망 시장의 새로운 수요예측 도구가 되는 것이다.
위버스(수거왕 개발사) 박중현 대표는 지난해부터 자원재활용 플랫폼 ‘수거왕(www.sugoking.com)’ 서비스를 준비했다. 인터넷에서 접하기 쉬운 헌옷 수거카페와 블로그 등의 정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비즈니스 모델을 고안해낸 것이다. 수거왕 개발동기에 대한 박 대표의 설명은 이렇다.
“폐자원 수거분야는 업자 간 정보 공유도 부족하고 다른 분야에 비해 낙후되고 영세한 분야로 대중들에게 인식되었다. 수거왕을 통해 자원수거시장의 이미지를 개선하면서 배출자가 필요 없는 물품을 버리기 전에 다시 한 번 생각하는 문화를 만들고 싶었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학교, 캠페인을 통해 함부로 물건을 버리지 말라고 교육받았다. 그러나 이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실천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런 사람들에게 비록 적은 액수지만 현금과 같은 이익을 실제로 쥐어준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수거왕 서비스를 구상한 것이다.”
‘너에겐 고물, 나에겐 보물’
수거왕은 직접 차량이나 창고를 운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자원사와 고객 사이를 이어주는 플랫폼의 역할을 수행한다. 장소, 품목 등 고객 수요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면 자원사들이 직접 고객의 저택으로 수거차량과 수거기사를 파견하는 방식이다.
앞서 박 대표가 언급한 온라인 카페의 최대 단점은 회원을 모으지 않으면 마케팅비용, 홈페이지 운영비용 등 고정비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반면에 수거왕 플랫폼의 브랜딩을 강조해 회원 수를 늘린 후 수거기사가 방문하는 지역의 고객 밀도를 높이면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자원을 수거할 수 있다. 기존에는 수거상이 주거단지를 돌아다니면서 수요를 찾았다면, 수거왕은 명확히 어디서 어떤 물건이 폐기될 예정이라는 정보를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물론 주민들도 현금, 포인트와 같은 이익을 직접 챙길 수 있다.
“고물상이라 부르지마오”
박 대표는 “부정적 편견이 수거시장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 생각한다. 이 때문에 수거왕을 처음 오픈할 때부터 웹페이지 디자인과 캐릭터 등 시각적 디자인에 큰 공을 들였다” 고 언급했다. 실제로 수거왕 홈페이지를 보면 친근한 캐릭터와 아기자기한 디자인이 눈에 띈다.
박 대표는 시각적 디자인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에 대해 “사람들은 보통 자원사에 대해 대하기 어렵고 억센 고물상 이미지가 있어 접근하기 힘들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물건을 버리고 싶을 때 부담 없이 연락할 수 있는 서비스로 고객에게 다가가고 싶었다. 이를 위해 고객이 부담없이 연락하기 위해서는 SNS홍보와 어플 제공, 시각적 디자인, 그리고 통일된 브랜드가 필요할 것” 이라 설명했다.
수거왕의 이미지를 브랜드화해 믿음직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자원사와 수거왕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 수거왕은 자체적으로 배송 및 수거차량을 운영하지는 않는다. 고객이 수거왕에 수거서비스를 요청하면 수거왕이 해당 지역의 자원사에 수요정보를 제공하고, 자원사가 자체 차량과 수거기사를 통해 고객에게 수거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이다. 일종의 ‘자원 수거판 카카오택시’ 라 할 수 있다.
비록 수거왕이 직접 고객에게 물품을 수거하지는 않지만 고객은 자원사를 수거왕 직원이라 생각할 수 있다. 왜냐하면 수거왕에 연락해서 서비스를 제공받기 때문이다. 때문에 수거왕은 제휴를 맺은 자원사를 상대로 서비스 교육과 유니폼 및 차량 디자인, 영수증 양식 등을 획일화시킬 계획도 가지고 있다. 수거왕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지역의 고객들에게 프랜차이즈 업체처럼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마음 가짐이다.
박 대표는 향후 자원수거업의 핵심 역량으로 ‘양질의 서비스’ 를 꼽았다. 기존의 낙후된 자원수거업, ‘고물상’ 이미지에서 벗어나 믿을 수 있고 규격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택배기사는 경비실, 무인택배함과 같은 대리수령처가 있고 직접 배송하더라도 고객을 응대하는 시간이 짧다. 하지만 수거기사는 고객과 수거물품확인과 무게측정, 현금지급까지 직접 소통하면서 업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서비스교육과 서비스의 질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이다.
재활용품 수거부터 배달까지
서울시 안에는 자원사가 거의 없다. 지가가 워낙 비싸기 때문이다. 서울을 둘러싸는 하남, 의정부, 남양주, 일산, 파주, 시흥 등 위성도시들에는 자원사가 꽤 있는 편이다. 때문에 서울시 외곽에 소재한 자원사와 제휴를 맺어 서울 전 지역에 대한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다행인 것은 현재 수거왕과 제휴를 맺은 자원사들의 반응이 좋다는 것이다. 심지어 제주도에 소재한 모 자원사에서 먼저 제휴를 맺고 싶다고 연락이 올 정도로 호응도가 좋은 편이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자원사들에게 수요정보를 공급하는 플랫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원사 입장에서는 일일이 인터넷 수거카페를 조회하지 않아도 되고, 고객과 직거래를 통해 현금확보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수거왕은 어떤 지역에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에 해당 지역의 인구밀도와 주민들의 아파트 거주비율 등 여러 사항을 고려한다. 수수료를 정할 때 가장 크게 고민하는 부분이 인구밀도와 아파트 거주비율이기 때문이다. 가령 연립주택지역은 협소한 도로 등으로 인해 트럭이 왕래하기 힘들다. 또한 엘리베이터가 없는 곳도 많아 수거기사님들이 최소 4~50kg의 무거운 짐을 나르기 힘들다. 예를 들어 서울 안에서도 산지가 많고 연립주택이 많은 지역과 아파트가 많은 지역의 수수료구조는 확연히 다르다.
폐기물 빅데이터가 수요예측 도구로
수거왕의 계획 중 하나는 일정 규모 이상의 서비스 지역과 고객 수가 확보된 후 ‘폐기 빅데이터‘ 를 구축하는 것이다. 기존 수거서비스 이용고객의 연령별, 성별 등 고객을 분석, 정리한 데이터가 없기 때문이다. 시중에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왜 사는지에 대한 데이터는 많다. 하지만 반대로 폐기하는 행위에 대한 데이터는 찾기 힘들다. 이러한 정보를 취합하면 판매하는 업체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까? 예를 들어 9월에 송파구에서 후라이팬이 2000개 폐기되었다면, 그만큼 후라이팬에 대한 수요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데이터를 활용한다면 해당지역의 마트, 백화점에 여분의 재고를 미리 확보해 효율적인 수요에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폐기 빅데이터‘가 수요예측의 도구가 되는 것이다.
현재 수거왕은 한 가정에서 평균적으로 60kg정도를 수거하는데, 대부분의 고객들은 보통 연 1,2회 정도 수거 서비스를 이용한다. 때문에 당장 홍보를 크게 한다고 해서 일정 규모 이상의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수거왕은 당장 거대한 데이터를 구축하기보다 수거왕을 홍보하고 수거왕의 가치를 알리는 브랜딩에 집중하고 있다.
고철, 비철, 헌옷 등 수거시장 승승장구
수거시장은 품목마다 다르지만 낙후, 영세한 자원사의 이미지와는 달리 꽤 큰 규모의 시장을 가지고 있다. 고철의 경우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제철회사에서 매입가격을 공시할 정도로 매우 활성화되어 있으며, 헌옷시장의 경우 그 규모는 연간 천 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헌옷은 동남아시아, 남미, 중앙아시아 등지의 개도국에 전문적으로 수출하는 업체 들이 있다.
고철, 비철의 경우 포스코, 현대제철 등 대형 제철소를 운영하는 회사들이 영세한 자원사들을 일일이 상대하기 어렵다. 대형 제철사에서 필요로 하는 원자재의 양은 영세한 자원사가 커버할 수준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현재는 소규모 자원사들의 수거자원을 집화해야하기 때문에 중간규모의 자원사, 중개상 등 3~4단계의 중간유통과정이 끼어있는 형국이다.
예를 들어 비철스크랩의 경우는 제철소나 대기업들이 10t 트럭 단위로 수거하는데, 2~3개의 업체만으로는 제철회사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렵다. 영세한 자원사들의 경우 보통 1개월에 2~3t 정도를 수거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간상인들이 이를 집화하는 과정에서 가격에 왜곡이 생기고 영세 상인은 충분한 이익을 챙기지 못하게 된다. 수거왕은 영세 자원사들을 매칭해 물량을 확보한 후 제철회사에 직거래 수준으로 납품하는 자원유통구조의 단순화를 구상하고 있다. 컨테이너 화물에 비유하자면 LCL화물을 FCL화물로 만드는 과정과 비슷하다 할 수 있다. 수요정보의 유통으로 대형 제철회사의 수요를 충족시키면서도 자원사들이 최대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유통구조가 탄생하는 것이다.
수거왕 팬덤 ‘엄마부대’
수거왕은 30~40대 전업주부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홈페이지에서 편리한 회원등록은 물론 다른 고객의 후기도 열람할 수 있고, 어플 2015.8.6 현재 수거왕 안드로이드 어플이 제공되고 있다.
다운도 가능해 편리하게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주부들에게 인기가 많은 가장 큰 이유는 편리함과 현금수령이다. 수거절차가 완료된 후 소정의 금액을 수령할 때 주부의 기분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한다. 그냥 버리는 것보단 얼마 되지 않는 돈이라도 받고 버리는 편이 훨씬 이득이기 때문이다. 고정수입이 없는 주부로서는 자신이 만들어낸 수입으로 낮에 자녀와 맛있는 간식을 사먹을 수도 있고, 저녁에 가족끼리 외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수거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주부들은 연 1,2회 이용하는 수거서비스를 ‘포인트’ 개념으로 받아들인다고 볼 수 있다. 오랜 기간 적립했다가 현금으로 환금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거운 짐을 수거기사, 수거장비를 이용해 수거하기 때문에 주말에 온 가족이 시간을 비워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다.
박 대표는 처음 서비스를 론칭할 때 서비스의 이름 을 ‘헌옷수거왕’ 이라 할지 ‘수거왕’ 이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헌옷수거왕은 취급품목의 범주가 너무 좁은 느낌이고, 수거왕은 취급품목을 정하기 애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헌옷뿐만 아니라 침구류, 잡화류, 식기류, 고철, 비철을 가리지 않는 수거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종적으로 수거왕이라는 서비스명이 낙점되었다. 그리고 현재 서울, 경기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새로운 방식의 수거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수거왕은 아직까지 가정에서 수거되는 의류 비중이 크지만 향후 가정에서 배출되는 것은 모두 수거하는 것을 목표로 시장조사를 거쳐 폐유, 음식물쓰레기, 폐차, 가전 등으로 취급품목을 늘릴 계획이다. 또한 가구, 가전제품처럼 부피가 큰 물품의 경우에는 수거왕에 요금을 지불하고 폐기하는 서비스도 개발할 전망이다.
수거왕의 자체 빅데이터를 구축은 유통업계와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할 수 있다. 또한 수거왕은 자원사와 가정을 매개하는 동시에 자원사와 제철회사, 중고의류 수출상 사이를 연결시킴으로써 B2B, B2C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고자 한다. ‘종합수거플랫폼‘ 을 지향하는 수거왕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