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천동암의 물류에세이] 물류부장 오달수 일본에 가다(6)

by 콘텐츠본부

2015년 09월 03일

 

* 해당 기사는 CLO 통권 62호(7-8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일부 발췌했습니다

 

 

물류부장 오달수 일본에 가다(6)

글. 천동암 한화큐셀 글로벌 물류담당

 

Who?

천동암

시 쓰는 물류인 천동암 씨는 한국코카콜라와 DHL코리아, 삼성전자, 삼성전자로지텍을 거쳐 현재 한화큐셀 글로벌 물류담당으로 재직 중이다. 2010년 계간 한국작가에 등단(시 부문)을 했으며, 시집 ‘오른다리’ 를 출간했다. 경영학 박사 및 CPL, CPIM, CPSM 등 국제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 물류전문가로 국제물류론, 창고하역 보관론을 집필했다.

 

 

오 부장은 나 과장과 함께 재고비와 운송비, 창고운영비를 분석하였다. 그 결과 총 물류비용이 최소화되는 물류거점은 현재 35개에서 4개 물류거점으로 집약해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하였다.

세부 데이터는 최근 3개월 동안 배송된 물량을 분석하였고 전체 배송 물량 중 77%가 4개 권역(九州, 關西, 關東, 中部) 16개 개별창고로부터 배송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배송 지역 권역을 구분하면 4개 권역을 중심으로 4개의 대형 창고로 통합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나 과장, 물류거점 적정 숫자는 4개로 결론낼 수 있지만, 각 해당 물류센터의 규모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데이터 분석이 필요한 것 같군. 오늘은 여기까지만 합시다.”

오 부장은 머리가 지끈거리고 몸에 기운이 급격히 빠졌다.

계절을 재촉하는 봄비가 사무실 창가를 두드리고 있었다. 잔뜩 구겨진 잿빛 하늘처럼 오늘 하루가 저물어져 가고 있었다. 오 부장은 지친 몸을 이끌고 호텔에 도착했다.

“오 부장, 고생이 많습니다.”

로비에는 BCG Korea 김 동석 대표가 껄껄거리면서 오 부장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었다. 김 대표를 쳐다보는 오 부장의 작은 눈이 갑자기 오백 원짜리 동전처럼 커졌다.

김 대표는 오 달수 부장을 도와서 일본법인의 물류개선 작업을 도아주고 있었다.

“아이고, 김 대표님 연락도 없이 일본에는 웬일이십니까?”

“오 부장이 고생을 많이 하고 있다는 얘기를 TF에 참여하고 있는 김필립 차장에게 듣고 부리나케 싱가포르에서 바로 일본으로 왔어요.”

김 대표는 안경 너머에 날카로운 눈빛을 번쩍거리고 있었고 말투에는 물류컨설턴트로서의 세월의 무게감이 묻어나고 나고 있었다.

“오 부장님, 제 생각에는 지금 추진하는 물류혁신과제 우선순위가 필요합니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35개의 창고실사를 하고 장부재고와 시스템재고 차이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재고차이를 시스템에 입력하여 기초재고를 신속히 정립하는 일입니다. 재고실사에 필요한 템플릿(Template)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김 대표는 가방에서 컴퓨터를 꺼내어 재고실사에 필요한 양식과 가이드라인을 보여 주면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우선적으로 고객이 재고 실사하기 이전에 물류회사는 자체적으로 재고조사를 해야 합니다. 그 이후 물류회사는 관련 실사재고 장표를 고객에게 주고 해당 기업은 실사 팀을 편성하여 창고에서 동일한 로케이션에 각각 다른 팀이 1차와 2차를 번갈아 가면서 실사 재고 조사를 실시합니다. 물류회사 자체 재고 조사결과 내용, 1차재고 조사 결과 그리고 2차 재고조사 결과를 비교 한 후 최종적으로 확정수량을 기입합니다. 확정 수량을 집계 한 후 전일 마감한 시스템 재고와 비교를 해서 실물과 시스템 재고의 차이를 파악합니다.”

오 부장은 실물재고 양식에 빼꼭히 적혀있는 내용을 살펴보면서 김 대표에게 질문을 했다.

“김 대표님, 이 재고양식 장표에서 보면 총 3회에 걸쳐서 재고 조사를 하는군요. 1회는 물류회사, 2회와 3회는 우리 회사 그리고 마지막 최종은 내용을 확인하는 절차이군요. 근데, 최종 수량기입은 각각의 재고 숫자가 맞으면 바로 기입하면 되는데 재고가 맞지 않을 경우에는 어떻게 합니까?”

“좋은 질문입니다. 차이가 발생 할 경우를 대비하여 최종적으로 물류회사와 고객기업이 공동으로 재고 조사하여 합의된 숫자를 기입합니다. 한 가지 중요한 사항을 빠뜨렸군요. 재고 실사 이전에 시스템재고 수량을 오더마감 후 별도로 정리를 해야 합니다. 실사 재고와 전일 마감한 시스템 재고 차이를 비교하면 됩니다. 재고 실사와 시스템 재고를 집계하여 현장에서 상호 서명을 반드시 해야 합니다. 각각 서명한 자료가 법적으로 재고 부족 시 물류회사에 보상을 요구하는 근거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전에 실물 재고 조사를 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드세요.”

김 대표는 재고실사를 한 후 기초재고를 정립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강조한 내용은 기초재고가 정확히 수립되지 않으면 과잉재고인 경우 제품이 재고회전율이 낮아져 현금 유동성이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반면에 시스템이 있는 실물 재고가 없으면 제품 결품으로 이어져 고객클레임이 발생하고 매출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이었다.

 

 

오 부장은 김 대표와 재고 조사와 관련한 얘기를 한 후 오랜만에 호텔 근처“久”라는 일본식 선술집에서 자리를 같이 했다. 따뜻한 Sake(사케)는 시커멓게 타 들어간 오 부장의 마음에 온기를 불어 넣었다. 더구나 자칭 물류 농부라고 자처하는 김 대표가 있어서 마음이 포근했다. 일본 판매법인의 복잡하게 얽혀진 물류 덤불을 풀어줄 현인 같은 김 대표가 많은 해답을 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었고.......

“오 부장님, 한국 떠난 지가 얼마나 되는지요? 원래 물류는, 상류, 쉽게 말해 물건 매매가 이루어지면 세계 어느 곳이나 물류이슈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 같은 경우는 오대양 육대주 어느 곳이나 물류 문제가 있으면 보따리 싸서 이동하는 물류 유목민인 셈이죠.”

“물류 유목민 그것 말 되네요. 2월말에 여기 왔으니까 한국 떠난 지 3주째 접어드는군요. 그렇잖아도 어제 마누라가 전화 와서 언제 오냐고 넌지시 묻더군요. 목소리는 약간의 짜증이 섞이는 눈치이더군요. 솔직히 말해서 해외 출장을 오면 몸은 고달프지만 물류 문제를 해결하면서 보람도 많이 있습니다. 해외 출장 중에는 성 전무의 거시기 같은 성질도 온몸으로 안 받아도 되고 앙칼진 마누라 잔소리도 듣지 않아도 되고........”

김 대표는 안쓰럽다는 말투로 얘기를 이어나갔다.

“부인이 전화 하는 것은 오 부장이 아직 쓸 만하다는 반증 아닌가요? 재고로 얘기하면 아직 불량재고가 아니라 가용재고라는 셈이죠. 나이 오십이 넘으면 가장 큰 재테크가 무엇인지 알아요? 바로 부인과 이혼 안하고 사는 것이죠. 자식들은 지들 엄마와 시간을 많이 보내니 점차 엄마편이 되어가고, 아빠는 코에 단내 나게 돈을 바쳐야 하고, 그러다 은퇴해서 집에 있으면 불량재고 취급받기 십상이지요.”

이 말은 듣는 순간 오 부장은 지난번 친구가 보내준 시집에서 본 “아빠 아버지” 라는 시가 생각이 났다.

“김 대표님, 지금 말씀하신 내용에 맞는 싯귀가 있는데 한 번 들어 보실래요?”

오 부장은 가방에서 시집을 꺼내 나직한 목소리를 시를 읊조린다.

“아이들이 / 내 키보다 크기 시작할 때 / 교육비가

월급에서 많이 / 빠져나가 / 친구와 소주한잔 마시고

싶지만 / 새끼들 학원비 생각나 / 전화로만 안부를 전한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 두 놈이 한꺼번에 ‘아빠’ 소리 지르며

달려들어 / 내 팔에 매달리며 / 볼에 볼을 문지르고

노란 유채꽃 향기/달콤했던 아득한 추억들 지금 퇴근하고 집에 왔는데

아이들은 / 더 이상 / 재잘거리지 않고

방에서 나오지 않고 / 가슴만 쓸어 내리며 / 매번 헛기침만 한다

추수하고 남은 쭉정이처럼 / 아빠는 가고 / 아버지만 남는다”

시 낭독이 끝나자 강철 같은 김 대표도 눈시울이 뻘게지면서 얼굴을 벽면으로 돌려 연신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김 대표님, 제가 괜히 침울한 분위기를 만들었군요. 죄송합니다.”

오 부장은 서둘러 술과 안주를 더 주문하고 화장실에 다녀왔다.

“조금 전에 들려준 시가 제 가슴을 팍팍 찌르네요. 사실 지난달에 아내와 합의 이혼을 했어요. 두 놈 다 엄마와 살겠다고 하더라고요, 지금까지 전 세계를 돌면 정말 발이 땀이 나도록 뼈 빠지게 돈 벌어서....... 바쳤는데, 씨빨, 자식새끼들은 내 편이 아니더라고.”

땀과 눈물이 범벅이 된 김 대표는 아까 본 혈기왕성한 중년이 아니었다. 안경을 벗은 눈매는 탱탱한 거시기에 무엇이 빠져나간 모양처럼 초췌하게 쭈그러져 있었다.

다음 날 아침 김 대표는 방콕에 미팅이 있어 일찍 일본을 떠났다.

‘참 바쁜 사람이군. 이혼 사유를 알고 싶었지만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내가 아직 가용재고라고.......’ 오부장은 피식 웃으며 사무실로 향했다.

오 부장은 김 필립 차장에게 재고실사 가이드라인과 실사인력 팀 구성을 일본법인과 협의하여 계획안을 만들도록 얘기 했다.

김 차장이 일본법인과 협의 한 결과 3월 30일과 31일 이틀 동안 재고 실사를 하기로 했다. 창고가 전국에 산재되어 있어 실사 인력이 생각 보다 많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요시다 과장은 35개 창고를 전량 실사 재고 조사하는 것 보다 제품이 많이 보관된 24개 창고만 집중적으로 재고실사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왜냐하면 24개의 창고 재고는 전체 재고의 90%를 보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 차장은 재고 실사 가이드라인을 관련자에게 배포를 했다. 실물 재고 조사일이 성큼 다가왔다. 재고 세부 일정과 방문 창고 및 인력 구성을 했고 이를 근거로 재고 실사계획과 일정을 확인하고 관련자들을 소집하여 실무회의를 했다.

이 법인장 입장에서는 2일 동안 영업을 하지 않고 재고 조사를 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크게 보였다. 그러나 본사 경영진의 질책이 있어 영업을 하는 지점인력과 영업지원팀을 전부 동원하였다. 처음으로 전수재고 조사하여 정확한 기초재고를 수립하는 것이 급한 사안이라고 직원들을 다독거리며 물류TF팀에게 힘을 실어 주었다.

시나브로 실물재고 조사일이 하루 남았다.

지역적으로 원거리에 있는 지역은 하루 먼저 이동을 했다. 오 부장은 큐슈지방의 하카다 지역 물류창고 실사를 자원했다. 동경에서 하카다 까지 비행기로 이동을 위해 비행기 발권을 하면서 깜짝 놀랐다. 동경에서 하카다 까지 비행기로 2시간이나 걸리기 때문이었다.

비행기로 2시간! 이 비행시간이 의미하는 것은 한 국과 비교하여 일본 국내 내수시장이 크다는 것과 이로 인한 고용유발이 많고 물류시장과 규모도 한국보다 2배 크다는 것이었다. 이론적으로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 공부를 했지만 비행거리 시간으로 인한 차이는 온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비행기 안에서 오 부장은 과연 이번 재고 실사로 인하여 재고차이가 얼마나 생길 것인지 두려움과 설렘이 교차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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