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 세탁~ 니치버스터를 외치다
수거에서 배달까지… 동네 세탁소를 안방 서비스로
합리적 가격과 세탁물 추적 시스템이 곧 경쟁력
지난해부터 실리콘밸리를 떠도는 신조어 중에‘우버화(Uberization)’라는 말이 있다. 이는 공유경제 스타트업 우버의 성공을 계기로 모든 분야에서 우버와 같은 온디맨드(On-Demand) 스타트업이 등장하고 있는 현상을 말한다. 우버는 지난해 11월 기업가치 400억 달러를 돌파했다.
모든 산업이 우버화되고 있다. 마사지, 차량 정비,아기 돌보기, 세탁, 집수리, 반려동물 돌보기, 장보기,꽃 배달 등 분야도 다양하다. 설립한지 불과 5년도 채 되지 않는 온디맨드 스타트업들은 적게는 수백만 달러, 많게는 수천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재밌는 것은 이러한 현상이 비단 바다 건너 미국의이야기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국내에도 미국과 같이다양한 분야에서 온디맨드 스타트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국내업체 허니비즈는 온디맨드 배달 서비스를 표방하며, 단순 음식 배달뿐 아니라 심부름과 같은 서비스까지 배달하고 있다. 다섯시삼십분은 사용자 니즈에 맞춘 1인 가구 이사 솔루션‘짐카’를 이달 중 정식 런칭한다. 마찬가지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인스타워시는 강남권을 시작으로 고객의 요구에 맞춘 출장세차 서비스를 제공해줄 예정이다.
이들이 아직까지‘우버’와 같은 대중을 활용한 공유경제 모델을 구축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소비자의 니즈에 맞춘 기존보다 더욱 편한 온디맨드 서비스를 제공해준다는 측면에서 미국에서 태동하고 있는 업체들과 공통점이 있다.
지난해 9월 서비스를 런칭한‘크린바스켓(개발사 :워시앱코리아)’은 온디맨드 세탁물수거 배달 서비스다. 앱 상으로 고객이 세탁수거를 원하는 날짜와 시간을 설정하면 크린바스켓의 PD(배송기사를 일컫는말)가 해당하는 시간에 고객을 직접 찾아가 세탁물을 수거한다. 고객이 맡긴 세탁물은 크린바스켓 물류센터를 거쳐 전문세탁업체로 인계되며 세탁이 끝난 세탁물은 마찬가지로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고객에게 전달된다. 대형호텔에서 사용하는 프리미엄 세탁서비스 제공을 강조하는 크린바스켓의 세탁요금은 동네세탁소와 비교하더라도 그렇게 큰 차이가 없다.
크린바스켓 서비스 범위는 지난해 9월 강남구, 서초구를 시작으로 마포구/용산구/성동구 (14년 11월),광진구/송파구/동작구/관악구(15년 1월)로 확대됐다. 지난 2월에는 인천 일부지역까지 프랜차이즈 형태로 서비스를 확장했다. 워시앱코리아 김우진 대표 의 말을 인용하자면 크린바스켓은‘물류를 기똥차게잘 해야 되는 서비스업’이다. 실제로 크린바스켓의마진은 물류 효율성에서 나타나고 있다.
프리미엄 세탁, 품질에 감동을 입히다
크린바스켓이 제공하고 있는‘세탁물 배달’서비스는 사실 기존에 없었던 서비스가 아니다. 대표적으로 국내 최대 세탁 프렌차이즈‘크린토피아’는 저렴한 가격에 세탁물 수거·배달 서비스를 제공해주고있으며, 일부 동네 세탁소 역시 점주의 자율에 따라 세탁물 배달 서비스를 제공해준다.
크린바스켓이 그들에 비해 차별화할 수 있는 것은무엇일까. 크린바스켓은 그것으로 호텔수준의 세탁서비스를 강조한다. 크린바스켓이 현재 제휴하고 있는 세탁업체는 총 3군데로, 각각 호텔에 외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장비 및 기술력이 검증된 업체다.
호텔 수준의 세탁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해서 부담스러운 요율을 유지하고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김 대표는 “크린바스켓의 가장 큰 경쟁력은 동네에서 쉽게 찾기 힘든 높은 수준의 세탁 서 비스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것이다”라며“크린바스켓의 가격은 동네 세탁소보다 싸고, 세탁 프렌차이즈 크린토피아보다는 약간 비싼 선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품질 외적인 측면에서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는‘온디맨드 서비스’라는 점도 기존 세탁업체에 비해크린바스켓이 갖는 큰 강점이다. 크린바스켓의 수거및 배달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2시까지다. 이는 늦은 시간에 퇴근을 하더라도 세탁물을 수거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김 대표는“크린바스켓에 합류하기 전에 여의도에서 IT를 담당하는 애널리스트업무를 했었다”며“잘 아시겠지만 금융권은 늦은 시간에 퇴근하는 일이 허다하다. 크린바스켓은 늦은 시간에 퇴근하더라도 세탁 서비스를 원활히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고 설명했다. 크린바스켓은 지난달 25일 여의도 지역까지 서비스 지역을 확장했다. 대표의경력을 활용하여 여의도 지역은 B2B 중심으로 마케팅을 기획할 전망이다.
기존 서비스를 보완하는 새로운 프리미엄 서비스의 등장에 대한 고객 반응도 뜨겁다. ‘서초 엄마들의 모임’네이버 카페의 크린바스켓을 이용했다고 밝힌 한 회원은“크린바스켓 서비스가 너무 편하고 좋다”며 “원하는 시간에 수거하고 배달해주는 것은 물론 드라 이세탁, 물세탁 모두 만족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크린바스켓의 재사용률은 48%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9월달 7만 6천원의 매출은 가까운 시일 내에 1000만원 돌파가 예상되고 있다. 크린바스켓의 누적 매출은 2550만원(4월 기준)이며, 월평균 성장률은 104%에 달한다.
크린바스켓에게 물류란 무엇인가
크린바스켓은 현재 최소 2시간 내 세탁물 수거, 48시간 이내 배달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있다. 지난 12년 창립한 동종의 미국 온디맨드 세탁 서비스 와시오(Washio)가 30분 내 세탁물 수거, 당일배송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것에 비하면 아직 초라할 수 있다. 김 대표 는“와시오 또한 초기 2시간 수거시간을 가지고 시작해 현재 30분까지 축소했다”며“사업 볼륨이 커지면서 고객 수요가 늘어나고 그에 따라 PD가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수거, 배송시간은 줄어들 것이다”고 설명했다. 크린바스켓의 물류는 수거 후 배달이라는 측면에서 ‘역물류’와‘정방향 물류’를 포괄한다. 크린바스켓이고객의 세탁물을 수거하고 배달하기까지 과정을 대략적으로 살펴보자.
크린바스켓 수거 서비스는 사륜차 수거가 일반적이나 단거리 수거는 이륜차를 활용하기도 한다. 사용비율은 대략 9:1 정도이다. 크린바스켓이 가지고 있는 사륜차는 특별 개조한 사륜차다. 옷을 걸어둘 수 있는 파이프를 차량 내부에 설치하여 운송 과정 중 세탁물이 구 겨지는 것과 같은 손상을 방지했다. 세탁품질이 손상되지 않도록 차량을 정형화시키는 작업은 계속되고 있다. 수거 프로세스 같은 경우는 확정된‘배송 프로세스’ 와는 달리 수요예측이 매우 어렵다. 때문에 배송기사들은 수거 피크시간인 오후 8시부터는 항시 대기 상태에들어간다. 언제 어디서 고객의 주문이 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만약 고객주문이 많이 들어올 경우에는‘소카’나‘그린카’같은 공유경제 차량 플랫폼 또한 배달차량으로 이용한다”며“추후 와시오와 같은 완연한 공유경제 배달 모델도 염두에 두고있다”고 밝 혔다.
수거된 세탁물은 크린바스켓 물류센터로 운송된다. 크린바스켓은 강남, 강북에 각각 한 개씩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강남센터는 사업시작과 함께 오픈했고, 강북센터는 지난 4월 말 오픈한 센터다. 물류센터에서는 상품의 검수 및 색인 작업을 진행한다. 수거된 상품 의 품질을 확인하고 혹 세탁 전에 하자가 발견되면 고객에게 연락을 하여 고객 클레임을 사전 방지한다. 두번째 색인 작업은 태깅을 통해 고객의 세탁물을 명확화하는 작업이다. 제휴 세탁업체에 전달하기 전 고객이세탁물에 대해서 특별히 요청한 부분이 있다면 해당 메 모도 함께 세탁물에 전달된다.
색인 작업까지 완료된 세탁물은 제휴 세탁업체로 배송된다. 앞서 언급했듯 프리미엄 세탁 서비스를 제공하는 엄선된 제휴업체는 크린바스켓이 가장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색인 작업에 따라 세탁이 완료된세탁물은 다시금 크린바스켓 PD에 의해 고객이 원하 는 시간에 원하는 곳으로 배달된다. 여러 채널을 거치기 때문에 현재 고객이 크린바스켓에게 요구할 수 있는 배달요청 가능 시간은 최소 48시간이다. 현재 배달직원 은 강북 2명, 강남 2명 총 4명이며 파트타임 직원을 포함할 경우 총 8명이다. B2C를 무기로, B2B로 나아가다 크린바스켓의 마진은 충분한 수요를 기반으로 한 물류 효율성에서 나온다. 한 명의 배달원이 유휴시간 없이 충분히 많은 물량을 수거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초기 크린바스켓은 수요가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시장을 확장했다. 만약 충분한 수요가 나오지않는다면 해당 사업장을 일시적으로 폐쇄하고, 한 번 더 물류효율성을 검증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확충했다. 향후 현재 서비스 지역을 넘어 강북구, 은평구, 노원 구로 서비스 지역을 확장하고자 하는 고민도 하고 있지만 현재 크린바스켓은 판교, 분당을 중심으로 추후 서비스 지역을 오픈하고자 한다. 김 대표는“판교, 분당은 새로운 서비스와 앱에 개방적인 소비자들이 몰려있는 곳이다”며“특히 그곳에 있는 기업고객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결국 크린바스켓의 B2C 채널은 시장의 가치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만들어놓은 미끼다. B2B 시장은 대량의 기업고객을 한 번에 확보하여 대물량을 유치할 수 있는시장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B2C 대중화는 아직까지 쉽지 않은 부분이 많아 B2B 시장에 초점을 맞춰 서 비스를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다”며“연애는 B2C와 하되, 결혼은 B2B와 하는 느낌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크린바스켓이 가야할 길은 멀다. 6개월 동안 시장에 서비스를 알렸지만, 이미 전통적인 세탁소를 사용하는데 길들여진 고객의 습관을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렵 기 때문이다. 수요는 확실히 존재하지만, 그것을 알리고 그 수요를 실질적인 사용자로 변환시키기는 더욱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렇지만 크린바스켓은 잘 드러나지 않은 수많은 니치고객들에게 시장을 알리고 이들을 모을 수 있다면, 그것은 분명 큰 수익으로 이어질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수많은 니치 시장을 결합하여 롱테일을 구축하고자하는 크린바스켓이 B2C 채널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큰규모의 고객을 한 번에 유치할 수 있는 B2B 채널을 공략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이다. 기존 시장에 있던 개념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고 있는 온디맨드 세탁수거배 달 서비스‘크린바스켓’은 모든 산업이 우버화되고 있는 시대의 니치버스터(Niche Buster)를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