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의 ‘본질’을 연구한다 - 똑똑한 택배와 위대한 형제들
스윗트래커 김영준 CEO와 김범수 COO
대담. 김철민 편집국장
정리. 엄지용 기자
배송 정보로 CS 개선을 깨우다
택배의 본질은 ‘감성’아닌 ‘정시성’과 ‘안전성’
스윗트래커는 지난해 7월 사모투자전문업체 보고펀드에 인수된 사실을 최근 공개했다. 스마트택배는 보고펀드 소속 에누리닷컴과 함께 이달 중 새로운 수익모델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는 스마트택배가 보유한 고객 구매 정보와 에누리닷컴의 최저가 정보 검색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광고 서비스다.
스윗트래커는 앞으로 ‘국내 택배사의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을 목표로 보다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주요 사업모델인 고객 CS 대행은 물론, 지난 3월부터 로젠택배와 제휴하에 도입한 쇼핑몰-고객 간 채팅 시스템 ‘해피톡’을 택배사 전체로 확산할 예정이다. 궁극적으로 택배기사와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고도화시키겠다고 주장하는 스윗트래커. 이 회사를 이끌고 있는 김영준 대표(CEO)와 김범수 대표(COO, 서비스기획담당)와의 대담을 통해 택배산업의 서비스 본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Q. 공식 인터뷰에 앞서 스윗트래커가 지난해 보고펀드로부터 투자를 받은 사실이 얼마 전에 알려졌습니다. 보고펀드 소속 에누리닷컴과도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는데,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A. 김범수: 에누리닷컴은 현존하는 ‘가격검색’서비스 제공 중 가장 오래된 업체입니다. 현재 점유율 측면에서는 ‘네이버 지식쇼핑’이 더 높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가격검색을 전면으로 내세우는 포탈로는 ‘다나와’와 ‘에누리닷컴’정도밖에 없고, 에누리닷컴은 다나와보다 먼저 해당 사업을 시작했기에 전통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윗트래커가 런칭을 준비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에누리닷컴의 역량과 저희의 인프라를 결합한 서비스 모델입니다. 스윗트래커는 에누리닷컴이 가지고 있는 상품 데이터베이스, 그리고 저희가 가지고 있는 고객 구매정보를 결합해서 새로운 광고모델을 만들 것입니다. 이는 고객이 구매한 상품에 대한 ‘최저가 제안’모델입니다. 물론 저희회사가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고객이 택배를 통해 주문한 상품 DB는 우리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통해 고객이 반복해서 구매했을 경우 최저가의 같은 상품을 추천해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A. 김영준: 택배사의 정보를 필요로 하는 유통,제조업체들이 많습니다. 가령 온라인 유통업체들은 모든 배송정보를 수집하여 해당 정보를 기반으로 물류, SCM등 자체 역량을 키우고자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택배사들이 자체적으로 유통화주에게 정보를 파는데 무리가 있습니다. 유통화주는 물량을 무기로 택배사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택배사의 전면에서 이런 정보를 판매하는 사업을 구체화할 계획입니다. 지난 5월부터 택배사의 정보를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형태로 만들어서 제공하고 있고, 이를 공개적으로 유포할 수 있는 사이트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유통업체뿐만 아니라 일부 스타트업들까지 저희에게 정보 제공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배송 정보를 제공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국내 택배사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국내 택배시장은 고객 대면율이 상당히 낮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결국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해결해야 됩니다. 그래서 스윗트래커의 목표는 결국 고객과 택배사간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모바일로 해결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스윗트래커가 향후 계획하고 있는 사업도 결국 이러한 부분에 맞출 생각입니다. 스윗트래커는 ‘착한택배’와 ‘커뮤니케이션 부문’에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여 택배산업 전체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합니다.
Q. 몇 차례 언론을 통해 알려진 김영준 대표와 달리 김범수 대표는 이번이 언론과의 첫 인터뷰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A. 김범수: 스마트택배 서비스에 대해서는 초기부터 기획을 하고 계속 조언도 했지만, 실제 스윗트래커에 직접 참여하게 된 것은 2013년 말입니다. 이 회사에 와서는 주로 서비스 기획부문 업무를 맡았습니다. 초기 스타트업들이 대개 그렇듯이 서비스 기획과 앱 개발 업무가 밀접하게 연결되어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술적인 부분에도 많이 관여를 하게 되더군요. 외부 활동을 할 때도 IT 분야에서는 CTO란 명칭이 두루두루 사람을 만나기 편했습니다. 작년까지는 제가 CTO란 직함을 가지고 있었지만, 앱 사용자가 많아지다 보니 대용량 서비스에 대한 경험 많은 IT 전문가가 필요해서 현재는 CTO를 따로 두고 있습니다. 어쨌든 현재 주로 하는 일은 서비스 기획 및 전략 수립 업무입니다. 굳이 직함을 달자면 COO정도 되려나요(웃음).
Q. 택배업계와 달리 스윗트래커(스마트택배)가 생소한 일반 독자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회사에 대한 설명과 창업 배경 등이 궁금합니다.
A. 김영준: 택배업계 관계자들과 이야기 할 때, 실시간 택배 정보를 SMS(문자메시지)로 보내야하나, 말아야하냐는 이야기를 가끔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SMS를 보냄으로써 고객의 CS콜이 더욱 많이 유입돼 힘들어진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사실은 다릅니다. 실제로 고객에게 택배 위치 정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 CS콜이 30% 가량 줄어들었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결국 CS의 원칙은‘고객이 말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야 고객 CS가 늘어나지 않습니다. 점진적으로 늘어나다 어느 순간 급증하는 것이 CS의 특성입니다. 고객은 어떤 형식으로라도 연락하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고객의 전화를 차단해보자”는 마음으로 ‘스마트택배’를 만들었습니다. 당시 화주에 대한 고려는 없었습니다. 그저 CS가 줄어들면 그만큼 배송효율이 높아지고 친절한 배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A. 김범수: SMS 1통을 전송할 때 비용이 대략 10원입니다. 택배사들이 보통 건당 50원의 영업이익이 나는데 SMS 1통에 10원은 곧 영업이익의 20%에 달하는 매우 부담스러운 비용입니다. 고객에게 미리 알려주는 SMS는 좋은 취지이나 기술적인 문제, 비용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SMS 서비스는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CS콜 때문에 기사 업무에 과부하가 걸리기 때문입니다. 택배사 입장에서는 딜레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우체국택배는 연간 SMS 비용이 30억에 달하지만 예산을 조달할 수 있으니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민간 택배사는 예산 문제로 이런 부분을 해결하기 매우 힘듭니다. 스마트 택배는 그런 택배사의 딜레마를 해결해주기 위해 탄생했습니다.
Q. 그렇다면 스마트택배는‘택배사의 CS 딜레마’를 해결해주기 위해 탄생한 앱이라 정의할 수 있겠군요. 현재 대부분의 택배업체들이 고객접점의 CS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소셜커머스 쿠팡도 최근 ‘감성배송’서비스로 시장에 회자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의견이 궁금합니다.
A. 김범수: 최근 언론에 노출된 택배사의 CS 개선 노력은 사실 오래전부터 시행하고 있던 것들입니다. 쿠팡의 경우도 마케팅을 잘하고 있지만, 실상 중요한 포인트는 다른 곳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국내 택배 소비자의 택배 대면 수령 비율은 18% 정도에 불과합니다. 대부분 대리수령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이는 배송시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물품을 받았다는 ‘정보’가 중요하다는 것을 뜻합니다. 대부분의 고객들은 실물보다 실물의 도착여부를 중요시합니다. 결국 택배업계는 잘못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물건을 빨리 배송하는 것, 고객 접점에서 ‘친절한 기사’를 육성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고객에게 물건의 배송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 입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고객은 화물을 직접 수령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는 요즘처럼 모바일이 활성화된 시대에 더욱 중요합니다. 고객은 모바일 기기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배송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데 실물에 대한 정보가 없을 경우 CS콜을 통해 묻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배송원들의 노동 강도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모바일시대의 택배는 고객만족 측면에서 실물의 전달보다 정보의 전달이 더욱 중요합니다.
Q. 쿠팡의 감성배송(로켓배송)에 대한 평가가 애매한 것 같습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A. 김범수: 쿠팡은 고객 실물 접점을 만족시키기 전에, 이미 기본적인 ‘정보의 전달’을 잘 처리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고객은 더욱 큰 감동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일반 택배사들은 “배송완료”와 같은 형식적인 SMS를 전송하는 반면 쿠팡맨은 “고객님, 제가 고객님 거주지역 담당하는 배송기사인데 몇 번을 와도 고객님을 뵙지 못하고 가네요. 다음에는 꼭 뵙고 싶습니다”와 같이 스토리가 있는 문자를 전송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이 기존 택배산업이 놓치고 있었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고객이 받고 싶었던 것은 물건뿐 아니라 전달 받는 물건에 대한 스토리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택배산업은 실물의 배송에만 집착했던 것 같습니다. 뒤집어 생각해보자면, 현재 택배업체들이 쿠팡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냐는 질문을 한다면 그것도 아닙니다. 만약에 기존 택배업계가 생각을 바꿔서 건당 50원 정도의 추가 비용을 들인다면 현재 쿠팡이 시행하고 있는 로켓배송의 90% 정도의 서비스는 충분히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기존 업체들은 정보는 이미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고객에게 전달하지 않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왜 공개를 하지 않을까요? 이에 대해 기존 업체들은 “정보를 공개했다가 고객의 클레임이 더욱 많이 들어올 수도 있다”라고 대답합니다. 그러나 만약에 문자 메시지를 보내서 고객 클레임이 더 커졌다면, 현재 쇼핑몰들이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이유는 설명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Q. 스마트택배를 통해 CS가 실제로 감소한 사례가 있다면 소개 부탁합니다.
A. 김영준: NS홈쇼핑의 경우 스마트택배를 설치한 고객과 설치하지 않은 고객의 클레임 유입비율을 실제로 비교한 결과가 있습니다. 고객 클레임 빈도는 약 75배 정도 차이가 났습니다. 이는 마트택배 사용 효과가 나타난 것을 반증합니다. 그 이유는 고객이 전화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알람이 오지 않아 불만인 고객은 있어도 알람이 온다고 해서 불만을 표하 는 고객은 없습니다. 결제를 한 물건은 그 시점에서 이미 고객의 물건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물건이 어디있는지 모르는 것은 고객 입장에서는 매우 답답한 일이고, 필연적으로 CS 빈도 증가를 야기합니다. 앞서 쿠팡 이야기를 잠깐 했는데요, 요즘은 IT기술의 발달로 고객에게 ‘감성문자’를 전달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가령 비가 오는 날에 고객에게 “오늘은 비가 오는 관계로 배송이 조금 늦어질 수도 있으니 양해바랍니다”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낼 경우 단순히 “오후 6시 배송예정”이라고 보내는 것보다 고객이 느끼는 감정에 엄청난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이 때문에 쿠팡에 아쉬운 것은 IT기술 및 빅데이터 활용과 메시지 전송으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더욱 많은 비용을 들여가면서 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쿠팡은 현재 배송기사들이 직접 문자를 입력,전송하는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배송원이 직접 메시지를 전송한다면 감성적인 부분에서 효과를 누릴 수 있겠으나 이는 100원으로 가능한 서비스를 만원을 들여서 하는 것과 같습니다.
Q. 이쯤에서 회사의 지속가능한 수익모델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A. 김범수: 스윗트래커는 현재 ‘광고’와 ‘택배 정보 판매’를 통해 수익모델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현재 택배와 관련된 정보들을 독점적으로 제3자에게 공급하는 계약을 맺고 있습니다. 비슷한 예로 ‘굿즈 플로어’라는 업체가 있는데, 이 회사는 택배사의 배송정보를 가져와 쇼핑업체에 공급하면서 건당 50원의 수수료를 받은 사례입니다. 모바일 시대를 맞아 트래픽은 이전보다 훨씬 늘어났고, 택배업체들의 전산부하는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G마켓이나 옥션 같은 오픈마켓들은 트래픽을 모으기 위해 배송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소비자의 앱 유입은 당연히 증가합니다. 결국 오픈마켓은 배송정보를 마케팅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택배사가 피해를 보고 있는 현실이 말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이 때문에 택배사들에게 배송정보를 제공받고, 저희가 쇼핑몰에 정보를 제공해주는 사업모델을 구축했습니다. 정보 판매를 통해 나오는 수익은 택배사와 나누고자 했습니다. 이에 택배사들이 동의했고 8개 택배사와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습니다. 스윗트래커는 유통업체들에게 단순한 배송정보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몇 차례 가공된 더욱 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가령 배송원 도착예정 시간이나 데이터 파편을 모아 분석한 정보 등을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A. 김영준: 우리가 진행하는 광고도 사실 고객이 등록한 운송장을 조회할 때 나옵니다. 해당 광고에서 나오는 수익은 택배업체와 함께 나누고 있습니다. 택배사는 초기 우리에게 CS를 대행하는 대신 비용을 지불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비용을 데이터판매수익, 광고수익을 통해 다시 나눔으로써 택배사의 비용을 상쇄하는 구조를 만들고자 합니다. 앞으로 스마트택배 앱에서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할 일이 많습니다. 궁극적인 목적은 고객이 콜센터에 CS콜을 걸지 않아도 고객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하고, 나아가 쿠팡과 같은 감동적인 메시지를 받을 수 있게끔 하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시스템적인 분석을 통해 쿠팡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90% 수준까지는 가능할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