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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동암의 물류에세이] 물류부장 오달수 일본에 가다 (1)

by 천동암

2015년 04월 14일

물류부장오달수 일본에가다 글. 천동암 한화그룹 솔라경영혁신실 상무



‘이른 아침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공항 비행장 밖에서 하얀 입김을 내뿜는 모습이 고단한 하루를 예고하고 있었다. 양복 안주머니에 있는 핸드폰 전화 진동소리가 요란하게 흔들렸다. 전화를 건 사람은 성 전무 비서였다. 오 부장은 순간머리가 쭈뼛거리고 손에서 땀이 났다‘. 이른시각에 웬 전화지!’ “오 부장님, 지금 성 전무님이 통화하자고 하는데 괜찮으세요?” “지금 공항 검색대 통과하려고 하는데 조금 있다 전화를 다시 드리겠습니다.”



월요일 아침 6시40분경, 오 부장은 일본으로 출국하기 위해 김포공항 검색대를 통과하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었다. 짤막하게 전화 통화를 끝낸 오 부장은 마음이 산란했다. 어제 사무실에서 일본 출장 계획을 보고 했는데 아무 얘기가 없다가 갑자기 또 이른 아침에…, 무슨 지적 질을 할까봐 마음이 산란했다. 공항 검색대를 나와서 면세점 앞에 있는 긴 의자에 걸터앉아서 성 전무 비서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저는오달수부장입니다. 성 전무님이 왜 저랑 통화 하시려고 하는지 혹시 아시나요? 그리고 지금 전무님 기상도는 어떠신지요?” 오 부장은 성 전무와 통화하기 전에 비서를 통해서 사전에 정보를 알고 싶어서 여러 가지 질문을 했다. “아, 네. 부장님 지금 조간신문을 보고 있습니다. 전무님이 왜 부장님을 찾으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 연결해도 될까요?”“네, 연결 부탁드립니다.”



오 부장은 성 전무 기분 기상도와 자기를 찾은 이유에 대해서 사전에 항상 정보를 알아야만 했다. 왜냐하면 돌발 질문을 할 때 대답을 적절하게 하지 못하면 바로 그 자리에서 엄청나게 깨지는 것이 빈번하기 때문이었다. 상사에게 일하면서 깨지지 않는 것이 바로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 이 이유 때문에 미리 성 전무 기분 상태를 아는 것이 습관이 되어가는 자신을 발견했다. 이윽고, 전화 연결이 되자 오 부장은 민첩하게 핸드폰에서 녹음버튼을 눌렀다. “오부장, 당신 일본을 가면 우선 물류업체 현황 파악하고, 계약서 전부 검토해! 그리고 일본 내에 도대체 무슨 이유로 창고가 많이 있는지 중점적으로 조사해서 보고해!”성 전무는 자기가 할 말을 일방적으로 하고나서 전화를 끊었다. ‘이런싸가지, 자기 할말만 다하고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어 버리는 사람을 언제까지 상사로 모시고 생활을 해야 하나!’오 부장은 혼자 말로 되뇌며 한숨을 쉬었다.



비행기 안에서 핸드폰에 녹음된 성 전무의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신경이 거슬리지만 그의 지시 사항을 여러 번 자세히 듣고 그가 의도한 것이 무엇인지 골똘히생각했다‘. 물류업체현황, 계약서 검토는 물류비에 적절하게 지급되는지 물류비 상세 내역을 파악해서 COPQ을 발굴하라는 지시사항이고…, 그렇다면 물류창고 숫자가 많다는 것은 무슨 말일까?’ 오부장은 비행기 안에서 성 전무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하네다 공항에 내리자 바로 물류컨설팅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김동석 사장에게 전화를 했다. “김사장님, 오랜만입니다. 키스톤통상의 오달수 부장입니다. 제가 지금 일본에 출장중인데요. 궁금한 것이 있어서 전화를 했습니다. 물류창고 숫자가 많다는 것을 보려면 어떤 내용을 우선적으로 파악해야 하나요? 구체적인 조언좀 부탁합니다.”김 사장은 오 부장 설명을 듣고나서 나지막하게 얘기를 했다. "오부장님, 참 오랜만에 전화를 주셨군요. 우선, 물류거점에 대해서는 3가지 의사결정 부문이 주요 이슈 사항입니다. 첫째, 물류 거점 숫자 적정 여부, 둘째, 물류 거점 규모, 셋째 물류 거점 위치입니다. 질문 하신 사항은 첫 번째 물류 거점 숫자가 적당한 것이냐의 문제입니다만, 앞서 말한 물류거점 규모와 위치도 같이 점검해야 하는 사안입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김 사장님, 한국에 가면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오 달수 부장은 전화를 끊고 다시 깊은 생각에 잠겼다.‘ 도대체 적정한 물류거점 숫자를 어떻게 산출해야 하나?’ 하네다 공항은 한국 겨울 날씨에 비하면 봄 날씨였다. 하늘은 청명한데 그 하늘은 오늘 유난히 오 부장의 시퍼렇게 멍든 가슴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통관 수속을 끝내고 나오자 일본법인 요시다 과장이 손을 흔들며 반갑게 맞이하고 있었다. "오상, 오히사시부리데스(오랜만이군요).”오 부장은 일본법인 사무실에 도착하자 바로 이정서 법인장에게 찾아가서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이법인장님, 객지에서 고생이 많습니다. 성 전무께서 일본법인의 물류 운영 관련하여 몇 가지 조사를 요청했습니다. 물류관련 이슈 때문에 판매하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특히, 제품 오배송 때문에 거래선 에서 강한 클레임을 제기하여 추가 오더를 받는 것이 어렵다면서요?”사실 이 법인장과 오 부장은 회사 입사 동기였다. 오 부장은 신입사원부터 생산관리 부서에서 일하다가 지금까지 물류업무를 25년 동안 하면서 지금의 물류담당부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한편 이 법인장은 현재 상무직급으로 일본지역의 현지 대표로서 일하고 있었다. 2년 전에 일본에서 건설 붐이 일어나 건설 중장비 핵심부품을 판매하는 회사는 숫제 일본에서 대박을 치고 있었다. 일본 판매량이 3년 연속 두 자리 수 이상 성장하는 공로를 인정받아 이 법인장은 작년에 임원으로 승진하였다. 입사 동기이지만 회사 내에서는 부장과 임원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회사 내에서는 존댓말을 하지만 둘이 있는 사석에서는 서로 막역한 사이였다.



그 날 저녁 이 법인장과 오 부장은 회사 근처 술집에서 저녁을 같이 하고 있었다. “오 부장, 아직도 성 전무 여전히 까다롭고 힘드냐? 너 벌써 5년째 모시고 있잖아?”이 법인장은 두꺼운 안경을 내려놓고 측은한 눈빛으로 오 부장을 바로 보면서 얘기를 하고 있었다. “이상무, 진짜 죽을 맛이다. 목구멍 이포도청이라 어쩔 수 없이 견디고 있다네. 이번에 큰 아이도 대학에 들어가고 돈 들어 갈 일이 많고 나이는 들어가고…,”오 부장은 말끝을 흐렸다.



오부장은 요시다 물류과장을 불렀다. “요시다 과장, 물류업체 현황을 파악하고자 하니 계약서와 물류 요율 표를 챙겨서 바로 주세요. 그리고 현재 창고위치와 규모, 각 창고에 재고현황을 가지고 오세요. 이 세윤 주임 제 말을 통역해주세요.”이 세윤 주임은 교포 3세로 조총련 출신이었다. 하얀 피부에 앞머리로 이마를 가리고 있는 것은 내면에 깊은 비밀을 숨기고 있는 것 같았다. 말을 하고나서 하얀 이빨을 드러내 보이며 미소를 짓는 모습이 연어가 햇빛 속에 꼬리치며 물 밖으로 교태를 내 뿜는 하얀 뭉게구름이었다. 요시다 물류과장은 오 부장이 요구하는 내용을 듣고 “이 자료를 준비하려면 1주일 이상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순간 오 부장은 자신도 모르게 화가 나서 한국말로 욕을 하고 말았다. ‘이런씨벌’ 출장 기간을 1주일 정하고 왔는데 자료가 오기 전에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는 얘기였다. ‘이런 젠장, 일본 직원들이 일을 이렇게 늦게 처리하는 것을 이해 할 수 없군. ’다급한 마음에 오 부장은 왜 그렇게 시간이 많이 걸리는지 요시다 물류과장에게 다짜고짜 따지고 몰아세우자 그는 ‘에~도’라는 말을 하며 점점 말을 다듬다듬하면서 울상이 되었다.



“오 부장님, 여기 일본 사람들을 그렇게 몰아세우면 안 돼요! 왜 그런 자료가 필요한지 세부적인 배경과 그 자료를 통해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를 명확하게 해 주어야 합니다. ”이 세윤 주임이 상기된 얼굴을 하고 큰 눈을 뜨고 또박또박 논리적으로 얘기를 했다. 오 부장은 이 법인 장을 찾아가 관련 내용에 대한 협조 요청을 했다. 이 법인 장은 관련 인력들을 회의실에 소집하고 본사 물류팀에서 왜 일본을 방문하여 물류관련 진단을 하는지 배경을 설명했고 협조를 당부했다. 그러자 일본법인 사무실은 협력 분위기로 급선회했다. 우선 관련자료는 요시다 물류팀과 재무 그리고 법무 팀에서 같이 자료를 만들어서 3일 안에 제공하는 것으로 했다. ‘1주일 안에 내용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겠네. 일본인 현지 인력들은 매우 느리고 다급하지 않은데 이런 비협조적인 분위기를 어떻게 바꾸지!’오 부장은 성 전무가 지시한 녹음 내용을 다시 들으며 걱정이 앞섰다.

 

 

 



천동암

시와 소설을 쓰는 물류인 천동암 박사는 한국코카콜라와, 삼성전자, 한화큐셀에서 근무했던 물류 전문가입니다. 2010년 계간 한국작가에 등단(시)하여 시집으로 <오른다리>, <천가박가> 소설은 <아버지의 유산>, <물류 부장 오달수의 하루-일본편>을 출간 했다. 경영학 박사학위와 국제자격증인 CPL, CPIM 및 CPSM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문서적으로는 국제물류론, 창고하역론을 집필했다. 물류와 문학을 융합시켜 4차 산업혁명 속에서도 인간이 창의적으로 할 수 있는 영역을 개척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경동대학교(경기도 양주 캠퍼스)에서 물류와 SCM 및 물류정보시스템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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