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물류산업은 스타트업의 불모지였다. 대중에게 친숙하지 않은 B2B 물류산업은 말할 것도 없었고, B2C 택배사업과 같은 경우도 배송기사, 차량 센터 같은 거대한 비용의 인프라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런 물류산업에서 최근 배달 사업을 중심으로 스타트업 플랫폼들이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다. 새로 등장한 스타트업 플랫폼은 대중에게 친숙한 ‘배달 사업’에 IT 플랫폼을 입힌 형태를 하고 있다.
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은 니즈, 더 편하게 일을 처리하고 싶은 고객의 니즈를 겨냥한 온디맨드 공급 중심이 아닌 수요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사업 온디펜드(On-demand) 스타트업이 대세다. 그것은 단순히 음식점을 IT 플랫폼에 입점하는 초보적 형태가 아닌 음식이 아닌 서비스 배달, 심지어 B2B 배송까지 확장됐다. 스타트업의 불모지 물류산업에 한 줄기 빗줄기가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대해 스타트업 컨설팅 업체인 앰플러스파트너스 김진상 대표는 “온디맨드 회사의 목표는 감성을 고객의 뼛속까지 심어놓는 것”이라며“결국 고객의 정신적 준거점이 되는 부분, 즉 물류에 마케팅을 도입하는 것이 큰 이슈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물류에 감성이 들어가면 시장이 달라질 것이며 때문에 새로 태동하는 물류 스타트업들도 사람의 심리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런 물류 스타트업의 태동은 전통 물류산업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올 수 있다. 스타트업의 에너지는 변화에 인색한 물류산업에 새로운 시사점을 던져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대학교 창업지원단 김도현 단장(경영학부 교수)은 “B2C 비즈와 달리 잘 알려져 있지 않은 B2B 물류산업과 관련된 고민들이 스타트업 창업가들에게 노출될 경우 거대한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덧붙여 “전통 물류시장이 가지고 있는 오랜 고민들을 새로운 아이템에 대한 갈증으로 충만한 스타트업 예비창업가들에게 공개한다면 예기치 못한 곳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라 전했다.
한 대학생이 비즈니스 모델을 제출하라는 과제를 받았다. 그는 허브에 화물을 모았다 다시 전국적으로 배송하는 방식의 비즈니스 모델을 제출하였다. 지도교수는 “개념이 재밌고 리포트의 구성은 좋지만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부족하여 C학점 이상은 줄 수 없다”고 평했다. 학생은 훗날 그 보고서를 바탕으로 회사를 설립했다. 회사의 이름은 페덱스(FedEx)다. 지금 전통 물류업계가 새로운 물류 스타트업을 바라보는 시각도 이와 같아야 되지 않을까. 그것이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될지 시장에 바람을 불어오는 혁신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만 기억하자. 세계적인 운송회사 페덱스는 한 대학생의 C학점에 불과한 아이디어에서 탄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