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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by 천동암

2014년 11월 12일

글. 천동암 한화그룹 솔라경영혁신실 상무

제목 없음

100대 명산을 정하고 산행을 시작한지가 9개월이 되었다. 지금까지 22개의 산을 오르게 되었으니 지인들은 내가 산악인이 되었다고 너스레를 떤다. 산행을 시작하기 하게 된 것은 작년 12월에 다니던 회사에서 갑자기 자회사로 발령을 받으면서 울적한 마음에 한라산 등반을 하면서 온 세상을 하얗게 덮은 설산에 매료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 그 이후 100대 명산을 다니면서 정말 많은 고생을 하였다. 더구나 나는 오른다리가 소아마비라 보통사람들이 5시간에 다녀오는 산을 10시간 정도 시간이 걸렸다. 이 경우 등산 시간이 길어져 예상치 못하게 야간 산행으로 이어졌다. 명지산에서는 한때 조난되어 간신히 길을 다시 찾아 새벽 1시에 하산 한 적도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은 산행은 고등학교 1학년인 아들과 지리산 산행을 한 것이다. 5박6일 여름휴가 기간 동안 아버지와 아들이 더구나 10대인 아들과 장기간 여행을 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았다. 운전 중, 내가 무슨 말을 아들에게 하고 있으면 그는 항상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있었다. 아무런 반응이 없어 아들 어깨를 툭 치면 한쪽에 귀에 있는 이어폰을 빼고 할 말이 있으면 하라는 눈짓을 보낸다. 내 얘기가 끝나면 다시 나에게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고 다시 이어폰을 귀에 꽂아 넣었다. 이때 마다 나는 화가 나서 속이 부글부글 끊고 있지만 여행을 망치고 싶지 않은 심정으로 다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이어가고 마음속에 참을‘忍’자를 새기고 있었다.


이 휴가 기간 동안의 하이라이트는 1박2일 동안 지리산 산행이었다. 산행 첫날에는 정상인 천왕봉을 오른 후 세석대피소로 이동하는 약 15km 정도 되는 긴 거리였다. 세석 대피소 2km을 앞두고 지리산에는 순식간에 짙은 어둠이 내렸다. 몸도 마음도 지쳐서 산행 속도는 점점 줄어들고 피로감이 온 몸을 휘감고 정말 쓰러질 것 같았다. 이 때 아들이 내 상태의 심각성을 알았는지 황급히 다가와서 말했다. “아빠, 가지고 있는짐을 나에게 덜어줘, 내가 앞장서서 갈 테니 그대로 따라 오세요. 조심해야 돼요!”아들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다니, 처음으로 아들에게 이런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뭉클해지고 나는 지친몸을그에게의존하게되었다‘. 허허참, 이런날이올줄이야’나는 혼자 되뇌며 믿음직스러운 아들 표정을 보면서 빙그레 웃었다. 사방이 캄캄한 지리산에는 아들과 나, 둘만의 발자국 소리가 고요한 정적을 깨고 가끔 내가 뿜은 거친 숨소리는 구름에 젖은 나뭇가지를 놀라게 했다. 하산하는 길에 마주앉은 지리산 한신계곡은 여러 개의 폭포로 이루어지는 장관이었다.



바위에 걸터앉아 눈을 감고 오감을 열고 소리를 들었다. 계곡에 흐르는 물소리, 새 소리, 나뭇가지에서 풍기는 향기가 내 몸속에 흐르고 있었다. 산에서 생물과 무생물이 만들어 내는청아한 소리는 내 몸에 공명음을 만들어 내고 있었고, 다시 그 소리는 계곡의 폭포를 타고 산으로 올라가 산아래로 울려퍼졌다. 내육신은지리산에분명이있는데나는없었다.‘ 누가인간이 만물의 영장이고 이 세상을 정복하라고 했는가?’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기보다는 산이라는 거대한 집에 다른 생물 그리고 무생물과 같이 셋방살이하는 평등한 관계가 아닌가?’ ‘그러나 나의 몸쓸 자아는 그들과의 평등관계를 무효화 시키고 이기심으로 산을 정복의 대상으로 대하는 것이 아닌가?’

산행을 통하여 아들과의 믿음을 회복을 할 수 있었고 산과 내 육신이 하나가 되는 산아일체의 경험을 하게 되었다.그래서 산 정상을 오르고 무사히 내려올 때 마다 나를 무사히 보내준 산에게 늘 감사한다.

Being Humble to the Mountain.

산아! 정말 고맙다.



천동암

시와 소설을 쓰는 물류인 천동암 박사는 한국코카콜라와, 삼성전자, 한화큐셀에서 근무했던 물류 전문가입니다. 2010년 계간 한국작가에 등단(시)하여 시집으로 <오른다리>, <천가박가> 소설은 <아버지의 유산>, <물류 부장 오달수의 하루-일본편>을 출간 했다. 경영학 박사학위와 국제자격증인 CPL, CPIM 및 CPSM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문서적으로는 국제물류론, 창고하역론을 집필했다. 물류와 문학을 융합시켜 4차 산업혁명 속에서도 인간이 창의적으로 할 수 있는 영역을 개척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경동대학교(경기도 양주 캠퍼스)에서 물류와 SCM 및 물류정보시스템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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