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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에서 성장한 기업

by 김철민 편집장

2014년 10월 01일

글. 김철민 편집장

'창고(倉庫)'는 건축학적으로 볼 때, 중요한 장소가 아니다. 하지만 실리콘 밸리에서는 이야기가 좀 다르다. 미국을 대표하는 IT기업들에게 창고는 태생적 의미를 지닌 상징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명한 IT기업들이나 수많은 위대한 실리콘 밸리 기술회사들이 대부분은 창고에서 탄생했거나 육성됐다. 이는 1990년대 닷컴(.com) 붐이 일던 때의 단순한 유행이 아니었다. 이보다 50년 더 전인 1939년, 세계 경제가 아직 대공황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때에 캘리포니아 팔로 알토에 있는 데이브 휴렛의 창고에서 휴렛팩커드(HP)가 탄생했다.

이로부터 수십 년 후인 1976년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위즈니악은 그야말로 전설적인‘애플’컴퓨터를 세우고, 캘리포니아 로스 앨터스에 있는 잡스의 창고에서 운영했다. 물론 애플은 엄밀히 말해 창고에서 태어난 것은 아니다. 잡스와 워즈니악의 침실에서 시작됐지만, 곧 작업 공간이 부족했고 창고로 옮겨져 성장했다.

사실 휴렛팩커드나 애플의 창업 이야기보다 더 주목할 만한 것은 온라인 검색왕 구글과 유통왕 아마존의 출범 이야기다. 구글은 주식회사가 된 1998년 9월, 캘리포니아 멘로 파크에 있는 창고에서 운영됐다.

이때 구글은 이미 1년 이상 웹 검색 서비스를 운영 중이었다. 처음에는 두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다니던 스탠퍼드대학교 서버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서비스가 점차 인기를 얻어 학교 서버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대역폭 요구 조건이 커지자, 두 사람은 멘로 파크 창고로 사업장을 이전했다.

온라인 유통왕에서 이젠 드론(Drone)과 무인 로봇을 이용한‘배달(물류)왕’을 꿈꾸는 아마존도 1994년 워싱톤에 있는 현 CEO인 제프 베조스(아마존 CEO)의 창고에서 시작했다.

미국을 대표하는 IT기업인 아마존과 구글. 이들의 공통점은 최근 물류기업 보다 더 뛰어난 물류기술과 운영능력을 확보하는데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아마존이나 구글의 비즈니스 전략 방향을 살펴보면 미래의 수익모델을 물류로 집중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터넷 상거래나 검색시장 등이 어느 정도 성숙해짐에 따라 향후에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더 이상의 폭발적인 성장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아마존과 구글이 물류라는 새로운 아이템을 통해 차별화된 전략적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으로부터 촉발된 당일배송 전쟁이 월마트는 물론 구글까지도 당일배송 경쟁에 뛰어들게 했다.

이른바 물류발 제3의 산업혁명은 통섭 및 융합을 통한 제조, 유통, 물류 간 업종경계의 붕괴에 있다. 구글, 아마존 등 미국 IT업계의 대표적 총아들이 무인택배 등 로봇 전쟁에 나선 배경은 그들의 비즈니스 모델의 최종 승부처가 물류에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철민 편집장

Beyond me(dia), Beyond logis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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