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섭과 융합’ 제조·유통·물류 업종간 벽 허문다.
민정웅 인하대학교 아태물류학부 교수
대담. 김철민 기자|정리. 이지영 기자|사진. 선규민 객원기자
'무인택배' 전쟁이 시작됐다.
지난해 연말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최고경영자(CEO)가 드론(Drone·무인기)을 띄워 물건을 배송하겠다며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더니, 이튿날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 업체 구글과 세계적인 물류회사인 DHL도 마치 기다렸다듯이 무인택배 전쟁에 뛰어들었다고 앞다퉈 발표했다.
구글은 이미 앞서 로봇 회사 8개를 인수했고, 아마존은 드론에 이어 키바시스템 인수를 통해 물류센터에서 일할 사람을 대신할 로봇을 공개한 바 있다. DHL도 독일 본사에서 라인강을 건너 의약품 등 긴급물자를 배송할 드론을 선보였다.
영화 속 미래가 머지않았다. ‘더 빠르고’, ‘더 정확하고’, ‘더 안전하게’ 무인택배의 상상이 로봇전쟁의 현실화 되면서 ‘물류발 제3산업혁명’이 급물살을 탈 기세다.
지난해 12월 1일, 미국 CBS 방송사의 프로그램 60분(60 MINUTES).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CEO는 "8개의 프로펠러를 가진 무인기 '옥토콥터'를 이용해 구매 직후 30분 안에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반경 16km 내에 있는 구매자 주소지를 날아가 배송을 완료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자 DHL은 독일 본사에서 라인강 건너편으로 드론 '파켓콥터(Paketkopter)'를 이용해 의약품을 옮기는 배달 테스트에 성공했다고 언론에 밝혔다. DHL 관계자는 "무선으로 조종되는 드론은 5Okm 상공에서 비행해 1km를 단 2분 만에 날아갈 수 있다"며 아마존의 드론 상용화 계획에 바로 응수한 것이다.
구글은 이보다 앞서 아예 물건이 공장에서 출하되는 시점부터 구매자 문앞까지 배송하는 과정을 모두 무인화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명 ‘로봇 자동화 프로젝트’로 불리는 이 계획은 스마트폰 안드로이드운영체제를 개발한 앤리 루빈 수석 부사장이 추진하고 있다. “로봇을 이용해 인간을 반복된 노동에서 해방시키겠다”며 구글은 몇년 전부터 개발 중인 '무인 주행 자동차'도 이 로봇 프로젝트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단 물류전문가들은 아마존보다 구글의 무인 자동차 택배가 더 빨리 상용화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구글은 이미 네바다주와 플로리다 등에서 무인자동차 운행 허가를 받았다. 미 연방항공청(FAA)은 2015년까지 상업용 무인기 관련 규정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변화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나 나올듯한 이야기들이 이제 뉴스가 되어 현실화되고 있다. 아무리 뛰어난 학자나 기업가라도 미래를 100% 내다볼 수 없다. 하지만 현재 진행형으로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현상들을 분석하고 다시 종합해 본다면 향후 어떠한 흐름이 지배적이게 될지 알게 될 것이다.
SCM(Supply Chain Management)과 물류는 기업 활동과 소비자생활, 하이테크 기술, 글로벌 경제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이 분야에서 감지되는 변화상을 파악하면 다가오는 미래를 한 발짝 가까이서 내다볼 수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물류와 SCM은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가. 인하대학교 아태물류학부 민정웅 교수(사진) 교수와 만나 미래 물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2014년 2월, 민 교수와 기자의 공식인터뷰는 두 번째다. 기막히게도 첫 번째 인터뷰는 2년 전 바로 이맘때쯤 일이다.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기막힌 타이밍이었을까. 2012년 2월, 민 교수는 아마존이 로봇 자동화 설비업체인 키바시스템(KIVA SYSTEMS)을 인수한 사례에 대해 흥미로운 분석(“UPS vs. 아마존, 서로 다른 M&A;가 주는 교훈”…본지 2012년 3월 기사 중에서)에 대해 대담을 나눈 적이 있다.
2012년 3월 18일, 전 세계 2위 물류기업인 UPS가 세계 4위 규모이자 유럽시장점유율 1위 물류업체인 TNT를 인수하겠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인 19일에는 UPS의 TNT 인수라는 메가톤급 소식에 밀려 비교적 세간의 관심을 덜 받은 인수합병(M&A;) 소식이 한건 더 전해졌다. 바로 세아마존(AMAZON)이 물류센터 운영의 무인로봇 자동화 설비를 생산하는 '키바시스템즈(KIVA SYSTEMS)'를 인수한 것이다.
이때 민 교수는 “불과 하루 차이로 발표된 서로 다른 두 건의 인수합병 소식을 놓고, 서로 다른 이들의 M&A; 소식은 과연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그리고 우리는 왜 UPS보다 아마존의 키바 인수에 대해 더 주목해야 하는 것일까?”라는 화두를 업계에 던진 바 있다.
어떤 이유에서였을까? 민 교수는 UPS의 경우, 단순히 시장을 확대하는 전통적인 인수합병인 반면에 아마존은 새로운 인수합병이라는 점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날카롭게 꼬집었다. 그는 나아가 아마존의 키바 인수가 수직적 통합 관점에서 유통 혹은 제조기업의 사업 다각화가 물류분야를 통해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 교수는 또 다른 관점에서 “아마존의 키바 인수는 창고의 자동화에 대한 환경변화, 바로 무인 로봇의 등장에 방점을 찍었다”고 평가했다.
매우 복잡한 환경에서도 로봇은 특유의 높은 기동성과 네비게이팅 능력을 발휘하여 물품을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까지 나른다. 또한 창고의 효율적인 레이아웃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신속한 입고 및 출고 작업이 가능하다. 따라서 로봇을 이용하면 사람이 직접 개입하는 것 보다 시간 및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오류를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물류센터와 택배 현장에 투입될 로봇의 등장을 점쳤던 것이다.
이에 대해 민 교수는 “오늘날 기술은 우리의 능력이나 조직력 보다 앞서나가고 있다”며 “그래서 이러한 현상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토론하고, 인간과 기술이 상생할 수 있는 전략을 찾아봐야 한다” 고 조언했다.
사실 물류와 SCM 분야에 등장할 로봇들의 변화들은 무수히 많다. ‘시리(Siri)’라고 불리는 음성인식 기술은 운송관리시스템(TMS), 창고관리시스템(WMS) 등에 활용될 수 있다. 예를 들면 “OO제품의 3일 분 재고가 부족한 상점이 어디였지?"라고 물으면 즉각 답을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또한 3PL(3자물류), 기술제공자, 컨설턴트의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있다. 과거 몇 년 동안 소프트웨어 벤더들은 시스템 솔루션을, 3PL은 종합 관리 서비스를, 컨설턴트들은 프로젝트 단위로 실행 지침을 주는 식이었다.
하지만 최근 성공적인 3PL들은 운영관리자인 동시에 컨설팅 업무를 수행하고, 관련 기술까지도 한번에 제공하고 있다. 물론 소프트웨어 벤더나 컨설턴트의 역할도 이러한 흐름을 받아들이고 있다. 즉, 문제는 누가 더욱 특화된 역량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개발할 것인가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물류발 제3의 산업혁명은 통섭 및 융합을 통한 제조, 유통, 물류 간 업종경계의 붕괴에 있다. 구글, 아마존 등 미국 IT업계의 대표적 총아들이 무인택배 등 로봇 전쟁에 나선 배경은 그들의 비즈니스 모델의 최종 승부처가 물류에 있기 때문이다.”
물류발 산업혁명의 신호탄은 이미 쏘아 올려졌다는 민 교수. 다음은 그와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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