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경력자'들이 법조계, 대기업을 떠나 '스타트업'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by 장영화

2019년 12월 13일

안정적인 터를 떠나, 경력자로서 스타트업 이직을 선택한 이유는?

실제 사례를 통해 알아보는 스타트업만이 가진 고유한 가치들

'꿈동산이 아니다' 스타트업 탑승 전 숙지해야 할 3가지 요소

 

글. 장영화 조인스타트업 대표

 

 

자기 터를 버리고 전쟁터로 향하는 이들이 있다. 대기업, 로펌 등을 박차고 나와 ‘나답게 사는 삶’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경력자들. 물론 인생을 살아가며 이 같은 고민 한 번 안 해본 이 누가 있으리. 그러나 앞으로 소개할 이들은 결정을 통해 자신만의 고유한 길을 개척하고 있으며, 지난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거듭 도전을 이어가는 중이다. 도대체 그들은 왜 스타트업을 선택했을까? 그리고 왜 스타트업 합류에 있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라 신신당부하는 것일까? 장영화 조인스타트업 대표를 통해 스타트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 그리고 스타트업을 선택하기 전 준비해야 하는 것들을 알아본다. 장 대표와 더불어 실제 스타트업 시장 내에서 활약하고 있는 인물들의 사례 덕분에 결코 지루할 틈이 없을 것이다.

 

그들은 왜 스타트업을 선택했을까?

 

‘그들’의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필자의 선택에 대해 이야기 해본다. 본인 또한 소위 말하는 안정적인 커리어를 벗어나 스타트업을 선택했기에. 필자는 스타트업 생태계에 합류하기 전 변호사로 일했다. 아직도 당시의 기억이 선명하다. 변호사로서 첫 발을 내딛었던 날, 서류가방을 들고 법정으로 향하던 날의 설렘을. 하지만 그 설렘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과는 달리 법조계의 시계는 더디게 흘러갔다. 이는 법조시장이라는 특수한 환경뿐만 아니라 법률 자체가 갖고 있는 고유한 속성이기도 했다.

▲ 장영화 조인스타트업 대표

 

그렇게 법조계의 시계와 함께 천천히 움직이던 나는 이와 반대로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바깥세상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나는 늘 제자리인 것 같다’는 조바심과 함께 말이다. 결국 나는 따뜻한 월급봉투를 뒤로한 채 모험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 첫 시작은 ‘법조계 탈출'이 아닌 ‘조금 다른 변호사'였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법률서비스의 문턱을 낮추겠다며 호기롭게 ‘법률사무소 겸 북카페'를 열었다. 카페라는 열린 공간을 통해 법률서비스의 문턱을 낮추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나의 시도는 주위 사람들에게 신선한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월급 받던 변호사에서 월급 주는 창업가로 변신해 마주하게 된 세상은 상상 이상으로 험난했다. 그렇게 스스로의 경솔함을 후회하며 로펌으로 돌아가기도 했지만, 끝내 ’스타트업‘ 세계를 만나 창업할 수 있었다(www.oeclab.com).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은 짧은 시간 동안 폭풍 성장해 수익을 얻는 유니콘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필자의 경우 ‘나답게 살기’ 위해 몸부림치다 보니 닿게 된 곳이 스타트업이었다. 심장이 뛰는 일을 하며 살고 싶었고, 같은 목표를 가진 동료들을 만나 일하고 싶었다. 10년 전만해도 스타트업이란 단어는 대중들에게 생소한 단어였다. 하지만 이제 스타트업은 우리 사회 가운데 ‘다소 불안하지만 미래를 만들어내는 힘을 가진 조직’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이 같은 인식에 따라 스타트업에 합류하는 사람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음을 직접 확인하고 있다. 그래서 살펴보려 한다. ‘도대체 그들은 왜 안정적인 직장을 떠나 스타트업을 선택했을까?’

 

업무, 성장, 보상 등 모든 것에서 느낄 수 있는 '속도'

 

2017년, 최경희(마켓디자이너스)님은 모바일기반 1:1 영어회화 튜터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에 합류했다. 튜터링은 창업 3년 만에 연간 매출 200억 원을 올리는 회사로 성장했다. 최경희님은 시스템이라고는 존재하지 않던 조직에 합류해 회계서류 정리부터 채용, 강연에 이르기까지 회사 운영에 필요한 모든 일들을 도맡아했고, 이후 회사는 마켓디자이너스와의 합병 이후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 최경희 마켓디자이너스 CCO(최고문화책임자)

 

최경희님은 3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동안 그간 체험하지 못한 깊은 ‘몰입’의 시간을 가졌다. 이를 통해 일반적인 직장으로서는 얻을 수 없는 금전적 수익은 물론 어떤 상황에서는 맡은 일을 해내고, 문제를 해결해 살아남을 수 있는 역량을 쌓을 수 있었다. 스타트업은 이처럼 단기간에 폭발적인 성장과 함께 성공의 결실을 얻을 수 있기에 주도적인 성공을 이루고 싶은 이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다.

 

본질에 집중하기에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다

 

백종화님(블랭크)은 15년 동안 일했던 대기업을 떠나 스타트업의 인사팀에 합류했다. 스타트업은 어느 정도 성장 및 규모를 이루기 전까지는 서비스를 만들고, 수익을 내는 일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다. 목표가 명확한 사람들이 모여 확실한 동기를 가지고 일하는 곳이다 보니 대기업처럼 인사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그리 급박하지 않기 때문이다.

▲ 백종화 블랭크코퍼레이션 피플 유닛 PRO

 

백종화님은 블랭크에 합류해 구성원들이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인사업무를 천직이라고 생각하던 백종화님에게 스타트업에서의 일상은 흥미로운 날들의 연속이다. 성장에 목마른 인재들은 지치는 법이 없고, 자신의 역할과 맡은 바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이들의 ‘향상심’을 현실로 만들어주기 위해 백종화님 역시 숨 가쁘게 달리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이전에 느낄 수 없었던 보람과 가치를 얻고 있다.

 

블랭크를 비롯해 ‘토스’, ‘배달의민족’ 등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은 성장이라는 본질에 집중하는 조직이며, 같은 목표를 바라보는 주도적 인재들을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사내정치에 치이고, 보고서 작성에 날 새고, 기나긴 보고라인에 까이는 일상에 지친 인재들이라면, 스타트업에서 경험하게 되는 일상이 단비처럼 느껴질 것이다.

 

남다른 커리어패스를 밟아 성장할 수 있다

 

천세희(클래스101)님의 경험은 스타트업에 합류해 본인 커리어를 폭발적으로 성장시킨 사례에 해당한다. 2000년 대우증권에서 일하던 그녀는 신생 벤처 기업 ‘네이버’(이들에게도 유년기가 있었다)의 러브콜을 받게 되었다. 당시 네이버는 고속 성장을 거듭하면서 서비스 분야별로 오너십 Ownership 을 부여하고 있었다. 높은 성장세에 오너십이 부여되니 구성원들은 스스로 대한민국 최고의 전문가라는 자부심 속에 일했다.

▲ 천세희 클래스101 부대표

 

천세희님은 30명 이던 오퍼레이션팀이 300명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인터넷기업에서의 경력을 쌓을 수 있었다. 이후 선택한 커리어는 ‘맥도날드’를 거쳐, 배달의민족 운영팀 임원이었다. 네이버에서 인터넷비즈니스 운영 경험을 쌓은 그녀에게 모바일 시장에서의 도전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배달의민족에 합류해서는 서비스 세팅과 운영에 혼신의 힘을 다해 일했다.

 

그렇게 5년의 시간을 보낸 뒤, 또 다른 기회가 찾아왔다. 20년의 조직생활을 마감하고 휴식의 시간을 갖으려던 그녀의 계획은 다시금 스타트업 합류로 무산됐다. 이번에는 열정과 패기 넘치는 스타트업 클래스101 창업팀을 만나 부대표로 합류하게 된 것이다. 이렇듯 천세희님의 커리어는 로켓탑승을 통해 폭발적으로 성장한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창업 준비에 필요한 역량을 쌓을 수 있다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창업가 유형이 있다. 바로 폭발적으로 성장한 스타트업의 초기 멤버로서 경험을 쌓은 이들이다. 보통은 직장생활 가운데 충분히 경력을 쌓았다고 느끼거나, 조직 내에서 더 이상의 승진이 불가능한 상황 가운데 나만의 사업을 꿈꾸게 된다. 그러나 ‘회사 안은 전쟁터지만, 회사 밖은 지옥’이라는 말처럼 준비 없는 창업은 재앙과 다름없다.

 

창업을 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급성장하는 스타트업에서 일해 보는 것’이다. 장영석님은(업스테어스) 대기업을 떠나 모바일 중고장터 ‘번개장터’에 합류했다. 공동창업자들과 서비스를 만들고, 운영하며 혹독한 5년여의 시간을 보냈다. 이를 통해 일반 직장인으로서는 모으기 어려운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고, 창업가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맷집 또한 키웠다.

 

박성환(꿀리뷰)님 역시 유사한 사례에 해당한다. 박성환님은 카카오를 떠나 모바일 패션플랫폼 서비스 ‘스타일쉐어’에 합류했다. 카카오에서 일하면서 카카오톡 내 커머스 서비스를 론칭한 경험이 있던 그는 스타일쉐어의 커뮤니티에 커머스 기능을 붙이는 역할을 수행해냈다. 3년여 시간 동안 무에서 유를 만드는 과정을 경험한 그는 올해 스타일쉐어를 퇴사, 리뷰 기반 전자제품 가격 비교 서비스 ‘꿀리뷰’를 창업했다.

▲ 카카오에서의 커머스 경험은 새로운 경력, 이어 창업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나만의 사업을 일궈내고 싶은 인재들에게 스타트업은 고유한 비즈니스 아이템을 찾으면서 창업에 필요한 근육을 단련시킬 수 있는, 동시에 급여를 받으면서 다닐 수 있는 훌륭한 학교라고 할 수 있다.

 

스타트업 탑승 전 알아두어야 할 것들

 

① 스타트업은 꿈동산이 아니다

 

스타트업은 허약하다. 규제로 인해 한창 성장하고 있던 사업을 접어야 하거나, 급변하는 시장상황에 심히 흔들리기도 한다. 사람도, 자본도 부족한 스타트업은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버텨야 하는 허약한 조직이다. 스타트업에서는 고액연봉도(물론 투자 유치로 대기업 이상의 연봉을 개런티하는 스타트업도 있다) 승진의 기회도 거의 없다. 3년 내외의 시간을 온전히 투자할 수 있는지, 시장의 치열함 속에서 주도적으로 결과물을 만들어낼 자신이 있는지, 그 과정을 이겨내며 남다른 성장과 성공을 얻고 싶다는 자기 확신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어본 뒤 결정하기 바란다.

 

② 스타트업답게 일할 수 있어야 한다

 

스타트업은 ‘스타트업답게’ 일할 수 있는 사람을 필요로 한다. 모르는 것은 스스로 찾아서 해결하고, 혼자 보다 함께의 힘으로 일하고, 수평적이면서 개방적인 마음가짐으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스타트업에 어울린다. 또한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장 상황을 꾸준히 관찰하고, 예리한 촉으로 분석 및 예측하며, 이를 업무에 반영하고, 각종 IT툴을 활용해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꼰대’스럽게 행동하거나, 대우나 대접을 바래서는 안 된다는 점! 목표와 본질에 집중하는 자세가 최우선이다.

 

③ 내게 맞는 스타트업을 만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스타트업은 시시각각 조직 상황이 변화한다. 작은 조직이기 때문에 한 구성원이 들어오고, 나가는 일에도 큰 영향을 받을 때가 많다. 또한 대기업에 비해 관련 정보를 얻기도 힘들다. 특별한 이슈가 없다면 언론 등에 잘 노출되지 않을뿐더러, 주변인들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도 한정적이다. 때문에 평소 꾸준한 준비를 통해 내게 맞는 스타트업을 잘 골라야 할 필요가 있다.

 

먼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스타트업이 있다면 해당 스타트업 및 관련 시장에 관한 정보를 꾸준히 찾아보아야 한다. 지인이 해당 스타트업의 구성원이라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동일 업종이나 관련 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지인들을 통해 정보를 모아야 한다. 인맥이 부족하다면 직접 연락을 시도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들이 어떤 사람을 원하는지, 나의 기대와 부합하는지 잘 살펴보아야 하며, 가능하다면 해당 스타트업과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서로가 잘 맞는지 확인해 보는 방식으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앞에서 소개한 ‘스타트업 탑승의 이유’를 살펴보니 망설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 그리고 ‘스타트업 탑승 체크리스크’를 살펴보니 부족한 게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 이제 여러분이 탑승할 차례다. 모두, 건투하시길!



장영화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기업가들의 열정에 반해 변호사 생활을 그만두고 '오이씨'를 창업하게 되었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갖고 있는 가능성의 씨앗을 발견해 키워주는 역할을 하고파 '씨앗보부상'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https://www.oec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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