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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배송, 신선배송 때문? '저온 물류센터'가 귀하신 몸 된 배경

by 임예리 기자

2019년 11월 05일

신선식품의 '온라인' 판매, 저온 물류센터 인기로 이어지다

국민연금‧행정공제회, 3500억 규모 국내 첫 물류센터 블라인드 펀드 조성

'유통센터' 역할하며 상온‧냉장 함께 갖춘 '혼합형' 센터가 대세

 

글. 임예리 기자

 

우유, 신문배달로 시작된 새벽배송이 현재는 스타트업과 전통 유통 강자들이 한데 뒤섞인 경쟁의 장이 됐다. 이런 와중에 나날이 그 위상이 높아지는 것이 있으니 바로 물류센터. 특히 그중에서도 신선식품을 온도관리를 위해 저온 물류센터의 인기가 나날이 치솟고 있다. 그렇지만 단순히 ‘낮은 온도’만이 인기의 이유가 될 수 있을까. 이제 더 이상 온라인에서 먹을거리를 사는 것이 낯설지 않게 변한 우리처럼, 저온 물류센터도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저온 물류센터 인기 원인은 온라인?

 

바야흐로 ‘신선배송 전쟁’의 시기다. 마켓컬리와 헬로네이처 등의 스타트업들이 온라인 프리미엄 신선식품을 취급하며 새벽배송에 불을 붙였고, 신세계(이마트 SSG닷컴), 현대백화점, 롯데슈퍼(롯데프레시) 등 전통 유통업체 연이어 서비스를 론칭하기 시작했다. 쿠팡(로켓프레시), 위메프(신선생, 원더배송), 티몬(슈퍼예약배송)와 같은 이커머스 사업자들* 역시 새벽배송이나 신선식품 배송을 선보였다.

* ‘신선생’과 ‘슈퍼예약배송’은 현재 서비스 중단

 

사실 새벽배송을 포함한 신선식품 온라인 배송이 이번에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인터넷이 보급되기 전엔 신문이나 우유가 오래도록 새벽배송의 단골 품목이었고, 2000년대 이후 온라인으로 이유식이나 샐러드, 도시락 등을 주문하면 배송해주는 서비스가 생겨났다.

 

다만, 당시의 주 고객층은 식품과 관련해 오프라인 구매를 선호하던 세대였고, 이는 곧 해당 서비스가 성장할 수 있는 수요를 만드는 데 한계선이 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온라인 쇼핑에 익숙한 소비자의 비율이 늘어났는데, 특히 온라인 쇼핑에서 간편함을 중시하는 1인가구와 맞벌이부부의 증가와 간편 결제의 확산 등이 신선식품의 ‘온라인 침투율’(소매시장에서 온라인 거래 비율) 역시 자연스레 올라가기 시작했다.

 

실제로 글로벌 마케팅 리서치업체 칸타월드패널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소비자들의 식품 구매에선 금액 기준으로 보면 대형마트(22%)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컸지만, 구매액 증가율 면에선 온라인 채널이 24.4% 성장률을 보이며 빠르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대형마트 구매액 성장률은 전년 동기간 대비 1.8% 감소했다.

*5000가구의 실제 구매기록을 바탕으로 최근 3년(2016년 4월~2019년 3월)간 조사

 

이에 대해 칸타월드패널 측은, 식품 시장에서 일반 대형마트의 경우 자사 브랜드의 온라인몰과 슈퍼마켓 등으로 구매가 분산되며 오프라인 매장의 영향력이 감소했지만, 반대로 온라인 채널의 경우 기존에 식품 구매 채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일반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등으로부터 골고루 구매자가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 유통채널 별 식품 구매구입 비중 변화 추이(단위:%)

 

결과적으로 물류 부동산 업계에서도 이러한 소비패턴의 변화가 이미 업계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에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특히 최근 많은 언급되는 부문이 바로 ‘저온 물류센터’다. 온라인 신선식품 판매자라는 새로운 수요자와 함께 전통 유통업체들 역시 신선식품 품목을 강화하면서 저온 물류센터를 임대하거나 확충하려는 수요가 늘었고, 임대료 역시 상온 물류센터의 2배 정도여서 이에 따라 유망한 투자처가 됐다는 것.

 

우정하 JLL코리아 물류/산업 자산서비스팀 이사는 "체감상 최근 1년 간 문의 중 절반 이상이 저온 물류센터를 찾고자 하는 고객이었다"며 "공급보다 수요의 속도가 더 빠른 추세"라고 전했다. 특히 요즘과 같은 여름엔 아이스크림과 같은 계절성 상품의 수요 증가로 보관형 저온 물류센터의 수요가 늘어나는 분위기다.

▲ 우정하 JLL코리아 물류/산업 자산서비스팀 이사

 

물론 상온 물류센터를 포함한 물류센터 자체도 안정적인 수익성을 장점으로 이미 국내외 자산운용사나 투자자들에게 주목받는 추세에 있었다. 특히 2015년 이후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은 비교적 공격적인 투자 전략을 펼쳤다는 평가다. 가령, 지난 2010년 한국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철수했던 모건스탠리가 2016년 자산운용사들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복귀했을 때, 물류센터 인수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4월엔 블랙스톤이 이지스자산운용과 함께 경인 아라뱃길 인천터미널에 위치한 물류센터를 1300억 원 정도에 인수했다.

 

비교적 보수적으로 투자한다는 평가를 받는 국내 투자자들도 뒤늦게 물류센터 투자에 나선 모습이다. 지난해 9월 국민연금과 행정공제회는 3500억 규모로 국내 첫 물류센터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했다.

 

투자처로서 물류센터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거래 방식도 변했다는 것이 노종수 메이트플러스 물류사업부 이사의 설명이다. 노 이사는 "물류센터 투자 초기에는 우량임차인과 장기간계약 된 물류센터를 매입하다 시장에 이와 같은 물량이 소진되자 마스터 리스(Master Lease)* 방식으로 거래로 투자하다가, 현재는 부동산 펀드와 리츠(REITs)** 운용사가 직접 개발 단계부터 뛰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 통임대 후 재임대. 부동산 개발업체가 건물을 통째로 임대, 관리하는 사업방식으로, 업체는 건물을 장기임대 하고 재임대해 수익을 얻는다.
** 부동산투자신탁. 소액투자자들의 자금을 가지고 부동산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뮤추얼펀드.

 

'유통형'·'혼합형' 센터의 '대형화'가 대세

 

온라인 신선식품 유통이 활발해지기 전 전통적인 냉장·냉동 물류센터는 ‘저장’을 위한 용도가 대부분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항만에 위치하면서 수입 육류나 생선류, 채소류 등을 보관하기 위해 세워진 보관형 물류센터다. 동원이나 사조, 유진 등의 전문업체가 물류센터를 설립하면, 고객이 자신의 물건을 맡기는 3PL 방식의 ‘위수탁’ 거래가 주를 이뤘다.

 

박우람 이지스자산운용 물류팀장은 "개발부터 운영까지 10년 이상의 계획 아래 전문업체가 저온 물류센터가 공급됐기에 최근 갑자기 늘어난 가정간편식(HMR), 신선식품 유통 수요에 대응하기엔 당장은 부족했던 것"이라며 "특히 지역적 분포를 보면 저온 물류센터는 부산항이 전체의 절반 정도, 나머지가 인천항, 용인, 수지 등에 위치해 있는데 온라인 신선식품 수요는 서울 경기도에서 주로 발생하기에 더욱 수요 공급의 격차가 벌어졌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최근 새로 설립되거나 주목받는 저온 물류센터를 보면, 저장보다는 ‘유통센터’의 역할을 하면서 상온과 냉장 기능을 함께 갖춘 물류센터가 환영받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유통센터의 역할을 하는 물류센터에선 무엇보다 배송 업무가 수월하게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 가령 최근 설립되는 저온 물류센터가 중요시하는 시설 중에 도크(Dock)가 있다. 도크는 배송차량과 물류센터를 연결해주는 접안 시설로, 상품이 상온에 노출되는 것을 막아준다. 온라인에서 나오는 다수의 주문을 잘 수행하기 위해 배송차량이 하루에 여러 번 배송을 수행해야 할 경우 물류센터가 한 번에 접안하는 차량이 많을수록 배송에 유리하다.

▲ 마켓컬리 장지동 물류센터에 설치된 도크

 

우정하 이사는 "전통적인 물류센터의 경우 접안 도크가 없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리모델링을 통해 설치하려면 부지 개발을 해야 하는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며 "이런 의미에서 보면 ’저온 물류센터 공급 부족’은 기존의 물류센터가 갖추지 못한 기능을 필요로 하는 수요가 늘어났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최근 국내외 자본의 활발한 투자로 신설되거나 건설 예정인 저온 물류센터의 경우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형화 추세에 있다. 유통형 물류센터의 경우 배송 거점의 역할도 수반하기에 고객 니즈에 빠르게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 신세계 온라인 전용 배송센터 네오(NE.O)002. 네오는 002의경우 전체 1만 3000평 규모다.(출처: 신세계그룹 홈페이지)

 

한편, 물류산업이 고도화되면서 온라인 신선식품 판매 업체뿐 아니라 물류업체들 등도 효율화 개선을 위해 대형 물류센터를 선호한다는 의견도 있다. 작은 물류 센터를 여러 개 운영하게 되면 인력이나 차량 운영에 투입되는 재원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표준물류화 설비나 자동화시스템 도입과 같은 탄력적인 운영이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올해 말 경기도 광주시에 상온과 저온 물류센터가 통합된 연면적 1만 9520㎡(약 6000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세울 예정으로, 이에 대해 회사 측은 배송 경쟁력 강화를 통한 물류 작업 효율 제고에 대한 기대감을 비쳤다.

 

이에 따라 유통형의 대형 저온 물류센터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개발 혹은 거래가 계속 이뤄질 전망이다. 기본적으로 신선도 유지가 관건인 식품 특성상 신선도 유지를 위해선 소비시장과의 거리가 짧을수록 좋기 때문이다. 메이트플러스의 ‘물류부동산 시장 분석’ 자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1만평 이상 대형 물류센터는 수도권에 80.7% 정도로 집중되어 있다.*

* 보통 업계에서는 단일 건물 기준 1만평 이상의 물류센터를 대형 물류센터로 보고, 3~5만평 이상을 초대형 물류센터로 보는 분위기다.

 

노종수 이사는 "기업의 물류 전략은 중장기 전략에 해당하고 기업마다 물류거점 구축 전략이 다르기에 확신할 수 없지만, 소비층이 서울이나 수도권에 집중된 업체라면 시장과의 접근성이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노 이사는 "현재는 수요가 공급보다 많은 것으로 보이지만, 물류센터 공급이 지속되는 있기에 저온 물류센터에 대한 수요를 고려해 저온 물류센터나 복합형 물류센터를 개발하는 것이 향후 공실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물류센터 설립 과정에서 해소해야 할 문제들도 있다. 주민 반대가 대표적이다. 물류센터가 개발된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교통체증과 환경오염을 우려하는 민원이 제기되면서 지자체들이 물류센터 설립 인허가를 쉽게 내주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되곤 하기 때문이다.

▲ 작년 미사지구에 걸렸던 ‘신세계 물류센터 반대’ 현수막

 

실제로 지난해 신세계가 하남시 미사지구에 온라인 전문센터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주민 반대로 사업이 무산됐다. 최근엔 동탄2신도시 유통3부지 활용 방향을 두고 부지에 복합물류센터가 들어설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지역 주민들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익명의 업계 관계자는 "물류센터 신규 인허가가 반대에 부딪혀 진행되지 못하는 상황은 자연스레 기존 물류센터 수요로 이어지고 다시 기존 물류센터 임대료 상승효과로 이어지기도 한다"라고 전했다.



임예리 기자

三人行,必有我师。 페이쓰북 / 이메일: yeri@clo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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