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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예리의 야매일기] 여기에도 물류는 있다, 물류로 ‘그랑블루’ 다시 보기

by 임예리 기자

2019년 08월 01일

방송 제작에도 물류는 있다, <그랑블루> 속 이동 이야기는 

'지프니', '방카'가 뭐죠? 현지서만 볼 수 있는 이색 이동수단 

야매일기, 그랑블루, 방송, 예능

 

개인적으로 저는 비 오는 날을 좋아합니다. 물론 신발이 젖거나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축축한 우산이 몸에 닿는 등의 조그마한 단점은 있지만, 적당히 흐릿한 빛 아래 내리는 빗줄기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평온해지곤 합니다. 그래도 무엇이든 ‘적당한 게 제일 좋다’라는 말이 있듯이, 요즘처럼 덥고 습한 날씨가 계속되니 이젠 비가 조금 지겹게 느껴집니다. 며칠간 해를 못 봤더니 여름의 파란 하늘이 그립기도 하고요.

 

여름의 청명함을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곳이 바다가 아닐까 싶습니다. 얼마 전 우연히 SBS 예능프로그램 <그랑블루>를 보고 나니 더욱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그랑블루>는 바다를 배경으로 하여 수중 생태를 지키자는 취지에서 연예인들이 필리핀 바다로 가 스쿠버다이빙을 하며 수중 공원을 만드는 과정을 그린 프로그램입니다.

그랑블루 물류 야매일기 ▲ <그랑블루> 화면 갈무리 

 

재미있는 점은, <그랑블루>를 보고 있자면 그 과정에서 사람과 사물의 이동이 꽤나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것이었습니다.(감히 이런 것도 직업병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연예인부터 스태프, 현지 다이버 등 사람의 이동엔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지프니’가 등장하기도 하고, 수중 공원의 장식물로 쓰일 소품들은 필리핀 전통 배 ‘방카’에 실려 옮겨집니다.

 

그런데 정말 어떻게 된 행운인지 얼마 전 <그랑블루>의 제작사 NS커뮤니케이션즈와 만날 기회가 생겼습니다. 이동 부분에 관한 기자의 질문에 실제로 필리핀 올 로케이션 촬영으로 인해 스튜디오 촬영이나 국내에서 진행되는 야외 촬영시보다 더 많은 인력과 화물의 이동이 발생했다는 것이 제작사 측의 설명이었습니다.

 

위 대답을 듣는 순간, ‘이건 야매일기로 써야 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류는 어디에나 있고, 방송 제작도 예외일 순 없으니까요. 여름맞이 야매일기, ‘그랑블루’팀과의 인터뷰를 통해 방송 제작 과정에서 일어나는 이동을 ‘물류스럽게’ 살펴봅니다.

그랑블루 이벤트 물류 야매일기 ▲ <그랑블루> 화면 갈무리. 아름다운 바다 풍경은 <그랑블루>를 보는 또 다른 재미였습니다. 

 

<그랑블루>에 등장한 물류, 육해공 모두 주인공

 

<그랑블루>가 제작되는 과정에선 항공운송, 육상운송, 해상운송이 모두 등장합니다. 먼저 한국에서 필리핀을 가려면 비행기를 타야 합니다. 하나의 방송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기까지 연출팀, 촬영팀, 연기자, 작가팀, 소품팀, 지원팀 등이 독립적으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서로 소통합니다. 사전촬영이 아닌 본 촬영이 시작되면 70여 명의 전체 스태프들이 각자 맡은 임무에 필요한 화물(짐과 촬영장비)이 인천공항에서 집결합니다. 이후 비행기를 타고 필리핀 세부의 막탄공항에 도착하고 난 이후엔 촬영지인 카모테스 섬까지 배와 차량을 타고 2시간 정도 이동합니다.

 

국경을 기준으로 위 과정을 보면 크게 국제물류와 지역 내 운송으로 나뉩니다. 카메라나 다이빙장비 같은 전문 장비의 경우엔 한국에서 필리핀까지 국경을 넘어 이송되지만, 현지에서 공수된 목재와 석재 등은 필리핀 내에서만 이동합니다. <그랑블루> 제작사인 NS커뮤니케이션스의 송대준 대표는 “전문 분야인 촬영과 다이빙의 경우 기술자들이 익숙한 장비를 사용해야 하기에 중요도를 고려해 카메라와 다이빙 수트 등과 같이 한국에서 가져갈 장비와 렌탈 혹은 구매할 수 있는 장비를 구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지에서의 이동 수단은 보통 본 촬영이 시작되기 전 진행되는 준비과정 혹은 사전답사 때 이미 결정됩니다. 보통의 경우, 원활한 촬영을 위해 현지 여행사나 에이전시를 통해 이동 수단이나 현지 인력을 섭외하고 자재를 조달합니다. 이번 <그랑블루> 현지 촬영에 투입된 차량은 12대 정도로, 출연진과 스태프가 타는 차량이 10대, 촬영 장비 운송용으로 쓰인 차량이 2대였습니다. 차량 렌트의 경우, 상황과 계약 관계에 따라 임금 산정 방식이 차량 기사마다 달라지기도 하여 촬영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현지 상황을 잘 아는 곳과 협력했다는 것이 제작사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앞서 언급된 것처럼 필리핀 내에서 활용된 이동수단이 꽤나 다양하다는 점입니다. 가령 그랑블루를 보면 출연자들이 이동할 때는 보통 지프차를 개조해 만든 ‘지프니’를 탑니다. 수중 공원을 조성하기 위해 바다로 나갈 땐 필리핀의 전통 배 ‘방카’를 타고 이동합니다. 송 대표는  “촬영을 위해선 방카에 스태프 뿐만 아니라 장비, 소품을 많이 실어야 해서 보통보다 큰 방카가 필요했는데, 원하는 사이즈의 방카를 구할 수 없어 방카 두 대를 나란히 붙이는 모양으로 개조하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지프니 그랑블루 물류 방송그랑블루 이벤트 물류 방송 ▲ <그랑블루> 중 등장한 지프니. 지프니엔 창문이 없습니다. 필리핀에 가면 한 번 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랑블루 물류 방카 방송 예능▲ <그랑블루>팀이 사용했던 방카. 방카 역시 크기에 따라 다양한 모습이라고 합니다. 

 

그랑블루팀의 수중 공원이 만들어진 곳은 세부에서 배로 2시간 정도 떨어진 카모테스 섬이었습니다. 그리고 수중 공원은 카모테스 섬에서도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죠. 즉, 카모테스 섬이 그랑블루팀의 ‘베이스 캠프’이 되어 그곳을 중심으로 필요한 물자가 오고 나갔습니다.

 

그렇다 보니 수중 공원을 만드는 과정에서 건축자재와 사람의 꽤나 자주 이동해 동선 정리 작업이 생기기도 했다는 것이 제작사 측의 설명입니다.

 

가령, 스쿠버 다이빙에 필요한 공기통과 공기통에 공기를 주입하는 컴프레서는 현지 다이빙 샵에서 공수해야 합니다. 공기통 하나론 40분 정도의 다이빙이 가능한데, 당시 출연진과 스태프, 현지 다이버들의 수와 촬영시간을 생각하면 최대한 많은 공기통이 필요했습니다. 이에 제작팀은 여러 다이버 샵에서 공기통과 컴프레서 구하고 이를 차량과 배를 이용해 카모테스 섬의 베이스 캠프로 옮긴 뒤 산소를 주입하고, 주입이 완료된 산소통을 다시 수중 공원 건설지점까지 옮겼습니다.

 

제작팀 관계자는 “공기통의 수가 모자라 때로는 세부 섬에서까지 공기통을 구해 가져오기도 했다”며 “사전 답사에서 현지 여행사와 함께 동선과 진행 계획을 세웠는데, 해외 촬영 특성 상 현장에서 발생하는, 운송 이슈와 관련된 돌발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습니다.

 

3회로 기획됐던 그랑블루 필리핀 편은 지난달 종영되었습니다. ‘물류스러운’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송 대표는 다른 나라에서 계속 제작될 그랑블루 후속편들을 기획하며 물류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고 답했습니다. 송 대표는 “촬영의 목적은 콘텐츠를 만드는 데 있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류적 이슈가 콘텐츠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것이 놀라웠던 경험”이라며  “해외 촬영 특성 상 장비 및 재고의 보관부터 사람의 이동까지 전 과정에서 물류적 이슈가 발생하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제작사 입장에서 비용과 효율을 모두 고려하며 가장 합리적인 운용 방식에 생각하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임예리 기자

三人行,必有我师。 페이쓰북 / 이메일: yeri@clo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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