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스타트업이 도대체 뭐에요? 투자 등 스타트업 생태계 '물류업(業)' 이해 부족해"
"아이디어 좋지만 지방 출신 편견에 소외감,서울·판교 등 수도권 비해 IR 기회 및 정보 단절 아쉬워"
글. CLO 신승윤 기자
대한민국 제2의 도시. 전 세계 항만 물동량 6위에 빛나는 부산항이 위치한 그곳. 갈매기 우는 남쪽, 부산에서 다섯 명의 사나이들이 상경했다. 오전 4시부터 분주히 준비해 열차를 탔다는 5 인의 스타트업 대표. 이들이 찾은 곳은 생활물류 전문미디어 CLO가 위치한 강남 드림플러스였다. 가을비 추적추적 내리는 아침, 부산 남자들의 얼굴에서 묘한 긴장감 또는 비장함이 보인다.
한편 같은 시각 강남에서 또한 5 명의 ‘요원’들이 스타트업 대표들을 기다리고 있다. 물류계의 ‘어벤져스’라고 해야 하나, ‘저스티스 리그’라고 해야 하나. 저마다의 고유한 능력과 색깔로 스타트업들을 이끌어줄 5 명의 멘토가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태다. 이 역사적인 만남 가운데 당사자들도 미처 알지 못했으리라. 10월 26일, 이날이 바로 ‘한국물류유통스타트업포럼(가칭)’의 장엄한 시작이었음을.
부산 남자들의 정체
서울 강남을 찾은 부산 남자들은 물류·유통 스타트업 대표들로 패키징, 라스트마일, 콜드체인, 역물류 등 가지각색의 업종 및 관심사를 가지고 있다.
▲ 부산 스타트업 대표 5 인과 함께 전문가 강연 및 멘토링 시간을 가졌다.
꽃 정기구독 서비스와 함께 유통단계를 줄여 화훼 당일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랑(FLANC)’의 김성수 대표, 지역 맛집 음식 배달에 이어 택배와의 연계사업을 추진 중인 이륜차 B2B 물류플랫폼 ‘플리즈’의 박순호 대표, 타이어 업체들의 가격리스트 및 교체 중개서비스를 제공하는 ‘타이어비즈’의 송봉균 대표, 단기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급구’를 서비스하는 ‘니더’의 신현식 대표, 사진 한 장으로 편리하게 택배 및 반품을 보낼 수 있는 ‘리턴박스’의 윤지근 대표, 총 5 명의 스타트업 대표들이 상경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이토록 먼 길을 찾아왔을까? 각종 정보와 투자가 서울·경기에 집중되는 한국 스타트업 업계의 특성상, 채울 수 없는 갈증이 있었던 것이다. 이들이 타는 목마름으로 찾은 것은 물류 미디어 CLO였다. 그리고 CLO는 다리 역할을 수행해왔다. 이번 만남 또한 양측의 노력을 통해 만든 자리로, 업계 최고 전문가들을 멘토로 모셔 물류 시장 및 사업 전망에 대해 솔직담백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1부, 강연과 질의응답
오전 시간인 1부에서는 특별한 강연이 진행됐다. 첫 번째 강연은 물류·유통 및 이커머스 분야에서 기획과 마케팅을 수행했으며, 현재 여성 전문 쇼핑앱 브랜디에서 통합 풀필먼스 서비스 ‘헬피’를 담당하고 있는 박성의 실장이 시작했다. 스타트업 운영 전반에 관한 조언과 더불어, 서비스 소개와 함께 소비자를 사로잡는 방법에 관해 자신만의 경험과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해준 시간이었다.
▲ 첫 번째 강연을 맡은 여성 전문 쇼핑앱 브랜디의 통합 풀필먼스 서비스 ‘헬피’를 담당하는 박성의 실장
두 번째 강연은 과거 ‘마켓컬리’의 물류 책임자였으며, 현재 콜드체인 3PL 서비스 ‘팀프레시'를 창업해 일하고 있는 이성일 대표가 담당했다. 오랜 시간 물류 스타트업 가운데 일한 경험을 생생히 전달해줬으며, 그 가운데 체험한 스타트업의 성공조건에 대해 솔직하고도 현실적인 조언들을 아끼지 않았다. 각 강연 후에는 질의응답이 이어져 추가적인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 두 번째 강연을 맡은 콜드체인 3PL 서비스 ‘팀프레시'의 이성일 대표
2부, 1:1 맞춤 멘토링
함께 점심식사를 마친 뒤 오후 시간에는 1:1 맞춤 멘토링 시간을 가졌다. 2부에는 연세대학교 과학기술대학교에서 패키징학을 연구 및 교육하고 있는 이강대 교수, 스타트업들의 발굴과 육성에 힘쓰고 있는 ‘롯데액셀러레이터’의 이종훈 투자본부장, 물류를 포함한 각종 모빌리티, 테크, IT 전문가 ‘CJ미래경영연구원’의 박정훈 수석연구원이 멘토로 합류했다. 각 분야 최고전문가들의 합류로 한층 열기가 뜨거워졌다.
▲ 멘토링 시간을 가지고 있는 연세대 이강대 교수(좌)와 니더 신현식 대표(중), 리턴박스 윤지근 대표(우)
5 명의 멘토, 5 명의 스타트업 대표들은 한 명씩 짝을 지어 개별 대화시간을 가졌다. 대화를 마친 뒤에는 순서대로 또 다른 짝을 찾아 나섰다. 다양한 업종과 관심사만큼 다양한 주제와 피드백이 오갔다. 국내 시장 전망, 사업 확장, 투자 이슈, 홍보와 마케팅, IT, 해외 진출 등 물류·유통 스타트업과 관련된 대부분의 주제가 총망라됐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에 빠져든 멘토와 대표들. 시간관계상 마무리 하겠다는 공지를 몇 차례 전달한 다음에야 겨우 끝맺을 수 있었을 정도였다.
▲ 플랑 김성수 대표(좌)와 롯데액셀러레이터 이종훈 투자본부장(우)
▲ CJ미래경영원구원 박정훈 수석원구원(좌)와 플리즈 박순호 대표(우)
"물류·유통분야 스타트업끼리 뭉치자"
이번 만남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양측의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이었다. 부산 남자들의 열성적인 참여는 물론, 함께 해주신 멘토들 또한 거짓도 가식도 없는 솔직한 태도로 임했다. 서로의 진정성이 통했던 것일까. 향후 지속적인 만남과 대화를 약속할 수 있었고,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전화하라는 멘트가 오갔다. 그 표정과 눈빛으로 미뤄보아, 이는 결코 인사치레가 아님이 확실해 보인다. 서울과 부산, 부산과 서울이라는 거리적 한계는 이들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더불어 다가오는 12월, 진정한 로지스타 리그의 시작, ‘로지스타 벤처스 포럼’ 출범에 관한 논의가 오갔다. ‘로지스타 포캐스트 2019’의 출간행사와 더불어, 전국의 물류·유통 스타트업이 한 데 모이는 교류와 협력의 장이 열릴 예정이다. 부산 스타트업들과의 유익하고도 유쾌한 만남. 앞으로 서울, 부산을 넘어 전국의 물류·유통 스타트업들과 얼굴을 마주할 날이 머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