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퀵서비스가 택배와 경쟁해야 하는 이유

by 엄지용 기자

2018년 10월 24일

B2B 물량 정조준 한 퀵서비스 스타트업의 출사표

'체인로지스'의 탄생, 그들은 왜 '택배'를 건드리는가?
 

글. 엄지용 기자

 

Idea in Brief

 

이륜차 물류업계에 새로운 도전자가 나타났다. 이 업체는 퀵서비스나 배달대행과 같은 기존 이륜차 중심으로 형성된 물류시장이 아닌 사륜차 중심의 ‘택배’ 시장 파이를 차지하고자 한다. 4,000원 대의 가격과 4시간 이내 확실한 정시성을 보장하는 서비스를 강조하는 것 또한 택배시장과 경쟁하기 위한 배경이라고 한다. 이 업체의 도전을 바라보면 과거 5,000원 퀵서비스를 제공했던 또 다른 업체의 도전이 떠오른다. 닮았지만 다른 그들의 사연, 체인로지스가 택배와 경쟁하게 된 그 이유에 대해 들어봤다.

 

“우리는 더 좋은 퀵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아닙니다. 택배를 대체하는 퀵서비스를 만들고자 합니다. 하루 수천 건의 물량을 다루는 것을 넘어서 10만 건 이상의 물량을 처리하고자 합니다. 기존 서울에서 택배로 움직이는 물량을 흡수하는 것이 저희 목표입니다. 그렇게 본다면 하루 10만 건은 많은 숫자가 아닙니다”

 

4,900원에 4시간 이내 배송 서비스를 제공해준다고 하는 퀵서비스 업체가 있다. 업체의 이름은 체인로지스. 이 업체의 당찬 목표는 ‘택배’ 시장을 대체하는 것이다. 더 좋은 운영과 시스템으로 기존 퀵서비스 업계의 파이를 차지하는 것 정도로는 유의미한 시장을 창출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전국퀵서비스라이더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퀵서비스 시장 규모는 4조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해당 수치와 실제 현장을 뛰고 있는 업계 사이의 온도차는 크다. 한 퀵서비스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퀵서비스 시장 규모를 서울에서만 8,000억 원 정도로 추산되며, 이 또한 수많은 경쟁업체들로 포화된 상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퀵서비스 시장은 약 4,000억 원 규모로 집계됐다.

 

참고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지난 6월 발표에 따르면 퀵서비스 시장 점유율 70~80% 이상이라 평가되는 프로그램업체인 인성데이타의 연매출은 138억 5,900만 원(2016년 기준, 거래상대방 수 2,053개 퀵서비스업체) 수준이다. 인성데이타가 기사들에게 받는 수수료는 월 1만 6,500원인데, 이것으로 추산하더라도 4조 원이라는 시장 규모는 다소 과도한 평가라는데 무게추가 쏠린다.


반면, 택배업체의 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 연 5조 원이 넘었다.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과 맞물려 성장하는 택배시장 특성상 매년 10% 이상의 고성장을 보일 분야로 예측되는 시장이기도 하다. 퀵서비스는 택배가 하지 못하는 ‘당일배송’을 제공하는 보완재로 의미는 있지만, 2,500원이 안 되는 단가에 익일배송이 보장되는 택배의 고효율과 비교하기에는 단가 측면에서 경쟁열위에 놓여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한 이륜차 물류스타트업 관계자는 “국내 이륜차 물류스타트업 성장의 가장 큰 장애물은 너무나 잘 돼 있는 택배 시스템”이라며 “5,000원도 안 되는 파괴적인 단가로 영업을 나가더라도 화주들은 ‘더 싸게’를 외친다. 비교 대상은 1,000원 대의 가격에 익일배송을 제공하는 택배인데, 당일배송만으로 그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정말 어렵다”고 밝혔다.

 

때문인지 이륜차 물류업계의 혁신도 답보 상태를 보인다. 수백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업체들도 아직 손익분기점(BEP)을 넘기지 못하는 모습이다. 최근 서울지역에서 5,000원 단일가 퀵서비스를 제공하던 한 업체는 관련 서비스를 중단했다. 과연 체인로지스는 업계에 새로운 혁신을 불러올 수 있을까. 어떻게 퀵서비스로 택배시장의 파이를 흡수할 것인가. 구체적인 방법론이 궁금해졌다.

 

체인로지스의 탄생, 전산과 운영의 만남

체인로지스는 전산과 운영, 각 분야에 특화된 두 업체가 합병하면서 만들어졌다. 하나는 퀵서비스 업체 핫라인퀵(대표 김동현)이고, 둘은 편의점택배와 소비자를 중개하는 시스템 개발업체 세컨플랜(대표 전일현)이다. 핫라인퀵은 8년 전부터 단일가 정기배송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세컨플랜은 편의점 택배와 고객을 연결해주는 중개앱 ‘바로택배’를 개발했다.

 

핫라인퀵, 세컨플랜, 두 업체는 의기투합하여 2018년 4월 ‘체인로지스’를 창업했다. 두 업체의 니즈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핫라인퀵은 16년 가까이 오프라인 퀵서비스 물류망을 운영한 경험이 있지만, 전산 역량이 부족했다. 반면, 세컨플랜은 ‘실단 물류’ 경험이 부족했다. 바로택배의 수령 거점은 편의점이었고, 배송은 택배업체가 맡고 있었다. 만약 세컨플랜과 계약돼있는 편의점이 마음을 바꾼다면, 언제든지 서비스 전체가 뒤집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안정성. 두 업체가 합병해 체인로지스를 설립한 이유다. 실단물류는 김동현 공동대표가, 전산은 전일현 공동대표가 맡았다.

 

전일현 체인로지스 공동대표는 “바로택배에서 나오는 물량이 꽤 되기 때문에 특별한 이슈가 아니라면 편의점 운영사들이 계약을 지속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항상 그렇듯 계약관계라는 것은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것”이라며 “자체적으로 안정적인 물류 서비스를 붙여야 된다는 생각을 하던 와중, 김동현 대표를 만났고 공동창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왜 ‘택배’를 건드리는가

체인로지스가 서비스를 론칭하게 된 배경에는 ‘퀵서비스 기사’의 열악한 환경이 있다. 이륜차 물류업계를 혁신하고자 시장에 진입한 수많은 물류스타트업이 언급해온 그것과 같다. 수많은 업체들이 등장한 지금이라고 달라졌을까. 실상은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 대한 불만들이 업체 이름만 바뀌어서 언급되는 실정이다. 혁신은 쉽지 않았다.

 

김동현 체인로지스 대표는 그 이유를 퀵서비스 시장 구조에서 찾았다. 지금껏 퀵서비스 시장은 퀵서비스 업체와 퀵서비스 기사의 편의를 만들기 위한 방식으로 진화해 왔다는 게 김 대표의 의견이다. 거기에 ‘고객’은 없었다. 고객에게 친숙하고, 고객을 위해 발전해온 택배와는 달리, 퀵서비스는 아직도 불편하고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많은 서비스로 인식된다는 설명이다. 이 때 퀵서비스 역시 ‘고객’에게 집중한다면 더 빠른 시장 성장을 가지고 올 것이고, 그에 따른 이익을 퀵서비스 기사에게도 배분할 수 있다는 게 체인로지스의 계획이다.

 

체인로지스가 집중하는 분야는 기업물류 서비스인 ‘인타임퀵’이다. 정기배송으로 특정 시간 안에는 반드시 들어가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인타임’이라는 이름을 썼다고 한다. 택배비용과 가까운 선인 4,900원을 기준가로 4시간 이내 당일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게 그 골자다. 화주의 화물의 특성과 물량에 따라 실제 단가는 달라질 수 있다. 가령, 이륜차 배송 특성상 무게보다는 ‘부피’가 단가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한 차량에 실을 수 있는 화물이 많으면 많을수록 당연히 단가는 더 저렴해질 수 있으며, 반대의 경우에는 단가는 올라간다.

 

체인로지스가 집중 영업하고자 하는 것은 ‘기업물류’다. 기업간물류(B2B)와 기업과 고객간 물류(B2C), 그러니까 정기적으로 일정 물량이 나오는 기업을 다량 유치하고자 하는 것이다. 불특정다수의 고객이 산발적으로 다른 누군가에게 배송 서비스를 보낼 때 이용하는 C2C는 체인로지스의 또 다른 서비스 ‘바로택배’에서 들어오는 주문 외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는 산발적인 C2C 물량까지 다루는 기존 퀵서비스 업계의 방식과는 다르다는 게 체인로지스의 설명이다.

▲ 체인로지스가 제공하는 서비스들. 특화 분야는 기업물류 서비스인 ‘인타임퀵’이다.

 

김동현 체인로지스 공동대표는 “4,000원 대라는 가격을 설정한 이유는 일반인들이 택배를 부칠 때 설정된 가격을 고려한 것”이라며 “C2C는 효율이 안 나오기 때문에 편의점 거점을 활용하는 일부 방식을 제외하고는 B2B와 B2C에 집중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기업물류에 최적화된 물류망

체인로지스가 바라는 물류망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물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현재 체인로지스의 물류망은 이렇다. 픽업과 배송거점으로 사용되는 용산구 한남동 물류센터가 하나 있다. 체인로지스 배송기사는 한 명당 1~2개의 구를 픽업 및 배송지역으로 할당 받는다. 배송기사는 해당 지역에 대해서만 픽업과 배송을 맡는다. 그러니까 배송기사가 서울 각 지역에 있는 담당 픽업 지역에서 물량을 수거하고, 물류센터에 모인 화물이 지역별로 분류돼 재차 지역 담당 배송기사가 최종 배송하는 방식이다. 서울의 중앙인 용산구에 위치한 체인로지스 물류센터에서는 서울 어느 지역을 배송하더라도 길어야 30~40분 정도면 배송을 끝마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한 퀵서비스 기사가 한 번에 ‘하나’의 화물만 배송하면 안 된다. 여러 개의 화물을 모아서 한 번에 이동하기 때문에 효율은 만들어 진다. 이렇게 체인로지스의 한 기사가 하루 처리하는 물량은 지난 8월 기준 35~40개 정도. 물량 영업이 더 진행된다면 하루 최대 70~80개의 물량을 처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게 체인로지스의 주장이다.

 

이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픽업거점과 배송거점에서 일정 규모(하루 5~10건) 이상의 물량 규모가 나올 필요가 있었다. 한 달에 몇 건, 1년에 몇 건식으로 이용하는 C2C 물량이 아닌, 고정 물량이 나오는 기업고객 영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체인로지스는 배송기사의 적절한 지역 분배를 위해서 최소 하루 3,000건의 물량은 넘어야 된다고 보고 영업에 집중하고 있다. 일괄 픽업 가능한 물량을 줄 수 있는 업종인 소호(SOHO)를 포함한 온라인 쇼핑몰이 체인로지스의 주력 영업대상이다.

 

‘시스템’도 기업물류에 맞춰서

체인로지스의 물류 시스템 또한 배송기사가 기업물류를 처리하는데 원활하게, 그러니까 할당된 지역에서 하루 70~80개의 물량을 다룰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춰 개발되고 있다. 체인로지스의 배차는 기본적으로 100% 자동배차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특정 지역에서 나타나는 픽업, 배송건을 배송기사들에게 노출시키고, 이후 지역내 구체적인 라우팅은 배송기사의 자율에 맡긴다. 기사들이 곧 해당 지역의 물류 전문가라 믿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기본적으로 오토바이가 가는 길과 차가 가는 길은 다르다. 오토바이 배송을 하는 기사님들마다 운전 방식도 전부 다르다”며 “그것을 시스템으로 규칙화하면 오히려 업무 효율이 떨어질 것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배송기사가 수동으로 처리하던 것을 최대한 ‘자동화’하도록 만드는 게 체인로지스의 시스템 개발 지침이다. 예컨대 체인로지스는 기존 퀵서비스 시스템에서 텍스트 기반으로 노출되던 주문 정보들을 지도상에 한 눈에 표기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이렇게 정량화하지 못했던 퀵서비스 시장을 데이터화하여 전산화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전 대표는 “배송기사가 다른 것을 신경 쓰지 않고, 앱만 보고 주문을 처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최적화를 하고 있다”며 “우리 시스템의 목표는 하루 수천 건 수준이 아닌 택배와 같은 하루 10만 건 이상의 대단위 주문이다.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업체는 대한민국에도 그렇게 많지 않다고 생각되고, 추후 독보적인 역량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상생의 길, 열 수 있을까

체인로지스는 현재 고정급여로 배송기사를 전속 계약하여 운영하고 있다. 기존 건당 수수료를 받는 퀵서비스 라이더들의 구조와는 다른 방식이다. 그렇기에 체인로지스가 더 많은 물량을 영업하면 영업할수록 회사에 남는 수익은 많아진다.

 

체인로지스가 고정급여제를 채택하는 또 다른 이유는 배송기사들에게 ‘안정적’인 환경을 선물해주고 싶어서라고 한다. 김 대표는 “(16년 동안 퀵서비스 업체를 운영하면서) 오랫동안 배송기사들과 동고동락했다. 그러면서 배송하는 분들이 건당 수수료제가 안정적이지 못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많이 봤다”며 “그런 환경을 조금이라도 바꿔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체인로지스는 현시점 하루 1,000 건 이상의 물량을 처리하고 있다. 본격적인 기업물류 영업을 통해 연말에는 BEP를 넘기는 구간까지 도달할 수 있는 성장세를 보일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궁극적으로 서울시뿐만 아니라 인접한 11개 위성도시의 5개 이상을 공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엄지용 기자

흐름과 문화를 고민합니다. [기사제보= press@clomag.co.kr] (큐레이션 블로그 : 물류로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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