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대행 서비스, 플랫폼과 대행사의 서로 다른 ‘상생’
메쉬코리아 ‘부릉’이 추구한 상생은 어떻게, 왜 변했나?
글. 신승윤 기자
Idea in Brief
상생이란 이름아래 같은 곳을 바라보던 이들이 있다. 배달대행 플랫폼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와 플랫폼의 주 사용자인 배달대행사가 그들이다. 지금도 플랫폼 제공자와 사용자로서 계약관계에 있는 그들. 허나 배달대행사 가운데서 메쉬코리아를 향한 날선 비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메쉬코리아가 애초에 이야기 하던 상생과는 거리가 먼, ‘갑질’에 ‘시장파괴’를 자행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도대체 어떤 일로 인해 두 조직의 신뢰에 금이 간 것일까. 그리고 이들이 각자 생각하는 상생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생’이란 무엇일까? 사전적 의미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미디어 속에서 흔히 보는 상생이란 과연 실체가 있는 것인가 싶습니다. 대기업과 협력사간 상생 프로그램이 보도되는 한편, 협력사 ‘갑질’ 논란 또한 꾸준히 일어납니다. 스타트업 상생구조를 마련한다는 가운데 지난 8일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스타트업을 범법자 취급하지마라’는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어쩌면 이들이 생각하는 상생은 전혀 다른 의미가 아닐까요?
여기 상생을 이야기하는 또 하나의 물류 업체가 있습니다. 배달대행 플랫폼 ‘부릉(VROONG)'을 운영하고 있는 IT 기반 물류 스타트업 ’메쉬코리아‘입니다. 최근 현대자동차 등으로부터 275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은 메쉬코리아는 누적 투자 유치금 1,000억 원이 넘는 물류스타트업계의 강자입니다. 이런 메쉬코리아가 추구하는 대표적 가치 또한 배달기사와의 상생입니다.
▲ 메쉬코리아가 추구하는 상생과 그 요소(메쉬코리아 홈페이지 캡쳐)
메쉬코리아가 이야기하는 대표적 상생요소는 위와 같습니다. 그러나 부릉 배달기사로 일했거나, 부릉 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한 배달대행사 중 생각이 정반대인 이들이 있습니다. 오히려 메쉬코리아에 대해 ‘갑질’, ‘시장파괴’ 등의 과격한 표현을 사용하며 비판합니다. 대체 이들 사이에선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이들이 각자 생각하고 있는 상생은 어떤 의미일까요?
배달대행 전문 업체의 등장
라스트마일 배송 분야에 플랫폼 서비스가 들어서기도 전, 배달기사들은 각자 지역별 배달대행사 소속으로 일해 왔습니다. 지역 내 자영업 상점주와의 관계형성에 힘써가며 말입니다. 상점주들과의 협업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배달기사들에게 시장개척임과 동시에 영업 비밀이었습니다. 어디서, 어떤 메뉴를 취급하는 상점주가 배달대행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지 파악한 뒤, 이들이 꾸준히 해당 배달대행사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관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20여년 경력의 배달기사 A씨는 “과거 상점주와 배달대행사의 관계는 상생에 가까웠다”고 이야기합니다. 상점주의 경우 배달인력을 직원으로서 고용했을 때 매우 부담이 큽니다. 배달 수와 상관없이 지급하는 급여, 오토바이 제공 및 관리, 보험등록 등 비용부담이 상당하죠. 때문에 배달 업무를 외주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주문량에 따라 유동적으로 배달만을 담당해주는 배달대행사를 필요로 한 것이죠.
A씨는 이로써 상점주와 배달기사 모두에게 득이 됐다 말합니다. “상점주들은 배달 관련 비용을 줄였고, 배달기사들은 오히려 수익이 늘었다. 고정 급여에 머무는 것이 아닌, 여러 건의 배달수수료를, 일한 만큼 가져갈 수 있게 됐기 때문”이라 말했습니다. 또한 소속 배달대행사에서 주문을 모아 기사별로 할당해줬으며, 오토바이를 비롯한 각종 장비 관리, 사고나 분쟁 관련 책임 소재를 담당하면서 역할을 분담했습니다
나아가 배달대행사간 영업영역 또한 구분돼 있습니다. 각자 오토바이를 효율적으로 운영해 이윤을 낼 수 있는 영역까지만 감당하며,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관례가 존재한다 합니다. 이로써 불필요한 영업과 소모적인 경쟁을 줄여 지역 내 배달대행 서비스 시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었다는 주장입니다. 배달대행 플랫폼 서비스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말이죠.
플랫폼과의 만남, 그리고 갈등
그 가운데 등장한 배달대행 플랫폼 서비스는 배달대행사에게 매우 유용한 서비스였습니다. 배달대행을 필요로 하는 곳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음은 물론, 정확한 위치정보, 편리한 UI를 바탕으로 효율적인 동선확보를 가능케 했습니다. 더불어 기존에 발로 뛰며 얻은 영업 정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면서, 그 외 배달대행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새로운 매장 정보 또한 제공받을 수 있었습니다.
메쉬코리아의 ‘부릉’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상점주와 배달대행사 사이에 자리 잡아 양측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모아 전달하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았습니다. 배달기사들 사이에서도 부릉이 매우 유용한 플랫폼 서비스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다만 그 운영을 담당하는 메쉬코리아가 더 이상 상생이 아닌, 그 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주장합니다.
① 배달 건당 수수료 감소
메쉬코리아에 따르면 배달 건별 배달기사가 가져가는 수수료는 꾸준히 증가했다 합니다. 이는 배달기사들과의 상생구조에 기여함과 동시에 타 배달대행 플랫폼들 사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배달대행사의 입장은 다릅니다. 배달기사와 달리 대행사들이 가져가는 건당 수수료 단가는 오히려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배달대행사를 운영하며 과거 부릉 플랫폼을 사용했던 B씨는 “메쉬코리아가 상생의 조건으로 맥도날드, 롯데리아 등 대형 프렌차이즈의 배달대행 물량을 제시했다. 배달대행사로서는 계약할 수 없는 기업 간 계약을 성사시켜준 것이며 고맙기까지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배달대행사에 제공하는 건당 단가는 초기 800원에서 200원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말했습니다.
② 플랫폼 사용 조건 변경
B씨는 건당 수수료 감소뿐만 아니라 이후 메쉬코리아가 부릉의 사용 조건을 변경하며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패널티를 부여했다 말합니다. 부릉 외에 다른 플랫폼 서비스도 함께 사용하고 있었던 B씨는 “메쉬코리아가 배달대행사 및 소속 배달기사들이 오직 부릉 플랫폼만 사용하도록 전환을 요구했다”며 “이에 응하지 않거나 계약 종료를 원할 경우 조끼 등 제공했던 배달용품들에 대한 반환을 요구했으며, 모자라는 수량은 금액으로 청구했다”고 합니다.
B씨는 “이 같은 요구는 갑작스러웠으나 어느 정도 납득 가능했다. 정말 문제된 것은 오토바이 구매”라며 “오토바이 구매비용과 관련해 1년 무이자 및 무보증 지원 정책을 통해 매번 할부금을 지급했다. 부릉 계약 종료와 함께 할부금까지 모두 완납한 상태였다. 그러나 오토바이 소유 관련 서류를 요청한지 다섯 달이 지나서야 겨우 받을 수 있었다. 그동안 보험가입이 불가능해 오토바이 운영이 일절 불가능했다. 이는 명백한 갑질”이라며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③ 배달대행 직영점의 등장
모 배달대행사에 속해 배달기사로 일하고 있는 C씨는 몇 차례 동료들을 떠나보냈습니다. 그들이 행한 곳은 메쉬코리아의 배달대행 직영점이었습니다. C씨 본인이 속한 배달대행사가 과거 부릉 플랫폼을 사용하다 계약을 종료했는데, 이후 주변 지역에 메쉬코리아 직영점이 생기며 배달기사들이 이탈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C씨는 “메쉬코리아는 부릉 플랫폼을 통해 배달기사들의 정보까지 모두 가져간다”며 “그 중 배달처리량이 많고, 성실하게 일하는 배달기사들에게 개별 연락을 취한다. 기존 배달대행사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직영점 계약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는 배달대행사가 제공하는 소속 배달기사 정보를 역으로 이용한 명백한 ‘빼가기’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메쉬코리아 측은 “배달기사에게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함으로서 영입을 시도하는 것은 모든 관련 업계의 일상적 활동”이라며 “업무 환경과 보수에 대해 선택은 배달기사 스스로가 하는 것이지 강제로 영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메쉬코리아는 지역 상점주와 기사님들의 가치를 지향하면서 지역 배달대행 사업주들과 경쟁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시장경쟁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배달대행사 대표 B씨를 비롯한 여러 사업주들은 “과거 메쉬코리아 측이 말하길, 본인들은 프랜차이즈 등 기업물류 계약을 담당할 테니 우리 같은 배달대행사들은 지역 상권을 담당하라 했다”며 “이 같은 역할분담이 곧 상생의 길이란 것이다. 이에 감동해 부릉 플랫폼 계약을 하고나니 지역별 영업정보, 배달기사 정보를 가져가 이제는 직영점까지 차려 경쟁하자고 한다. 이것이 어떻게 상생이며, 과연 정상적인 시장경쟁이 맞는가”라고 반문했습니다.
상생, 그 멀고도 험난한 길
상생이란 이름으로 손잡은 메쉬코리아와 배달대행사들. 그 둘은 플랫폼 제공자와 사용자라는 계약관계이자 협력관계에서 어느새 경쟁관계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공동의 상생을 목표로 만난 두 조직은 이제 각자의 상생을 외치며 서로간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 합니다.
메쉬코리아는 이제 배달대행사가 아닌 배달대행기사와의 상생을 전면에 내세웁니다. 배달을 위한 충분한 물량확보와 건별 단가 보장, 배송기사 보호를 위한 고객센터 운영, 안전교육, 캠페인 등 배달대행사가 수행하던 역할을 자체적으로 수행할 역량을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직영점 확장과 더불어 적극적인 배달기사 영입 또한 그 과정 중 하나일 것입니다.
▲ 메쉬코리아는 배달기사들을 대상으로 각종 캠페인, 프로모션을 거듭하고 있다.
반면 배달대행사들은 지역별 상점주 및 지역 내 배달기사들 간의 상생에 집중합니다. 프랜차이즈 등 기업 배달물량으로 인해 점차 후순위로 밀려나는 소규모 상점주들과 적극적인 소통 및 관계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상대적으로 배달물량이 부족해 플랫폼 직영점이 들어서지 않는 지역의 배달 건을 꾸준히 확보하는 한편, 지역 내 배달기사들을 영입해 함께 일하면서 상생의 길을 찾고 있습니다.
IT업체이자 물류스타트업 메쉬코리아는 플랫폼을 활용해 기존의 배달대행시장을 깨고 지역별 사업주와 배달기사를 직접 연결하려 합니다. 반면 배달대행사들은 플랫폼이 오직 플랫폼으로서의 역할만 하기 바랄 뿐, 기존 시장 질서를 어지럽혀서는 안 된다 주장합니다. 상생으로 만나, 다시 상생으로 나뉜 두 조직. 과연 앞으로 어떤 관계를 이어나갈지 지켜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