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블록체인보다 사물인터넷] RFID로 '아마존고' 만들기

by 정태수

2018년 08월 15일

블록체인보다 사물인터넷 <Part I>

가시성을 만드는 기반기술 ‘RFID’ 뒤집기

RFID로 아마존고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전제들

글. 정태수 고려대학교 산업경영공학부 부교수

 

Idea in Brief

물류와 공급망관리에 있어서 제품 추적 및 이력관리를 통한 가시성 확보는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입니다. 공급망 상 이력추적 및 가시성 확보를 위해서는 사물인터넷이라는 핵심기술을 빼고 이야기 할 수 없습니다. 본고에서는 사물인터넷 기술의 전신인 ‘RFID’에 대해 알아봅니다. RFID로 ‘아마존고’를 만들 수 있다고 상상해본 적이 있나요? 나아가 RFID 기술을 바탕으로 제품 이력 시스템을 구축하는 네트워크 구조를 이해함으로써 사물인터넷을 통한 공급망 가시성 확보를 위한 방안에 대해 고민해봅니다.

 

이력추적의 근간 ‘IoT’

 

온라인 매장을 통해 물건을 주문하면 배송추적 메뉴를 통해 내 물건이 현재 어디쯤 와있는지 확인이 가능합니다. 카카오택시와 같은 앱으로 택시를 호출하면 운전자 정보와 함께 호출한 택시의 위치정보가 실시간으로 지도상에 떠서 택시가 어디쯤 와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시성(Visibility)’을 확보할 수 있는 것입니다.

 

가시성 확보는 물류와 공급망에서 중요한 이슈 중 하나로 꼽힙니다. 제품 추적과 이력관리를 통한 공급망 전체의 가시성 확보와 투명성 제고는 기업 입장에서 중요한 화두이자, 난제입니다.

 

최근 들어 보다 신뢰성 있는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기반기술로 블록체인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할 점은 블록체인에 저장되는 정보 그 자체라 생각합니다. 궁극적인 제품 이력 추적 및 관리를 통한 물류의 실시간 가시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에 기반한 물류 및 공급망 전체의 인프라 구축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본 기고를 통해 사물인터넷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제품 이력 추적 및 가시성 확보를 하기 위해 기술적으로 필요한 것을 짚어보겠습니다. 사물인터넷 기술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사물인터넷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RFID 기술을 우선 살펴보겠습니다. RFID 기반의 제품이력 및 추적 시스템 구축 또한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IoT의 시작, RFID

 

사물인터넷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RFID 시스템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혹자는 이미 잘 알려진 RFID 기술을 왜 굳이 살펴보는지 궁금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사실 사물인터넷이란 개념을 처음 고안한 엔지니어가 RFID 연구기관인 MIT 오토아이디센터(Auto-ID Center; 현 Auto-ID Labs)를 설립한 케빈 애슈턴(Kevin Ashton)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P&G 브랜드 매니저로 일하면서 재고관리 시스템 효율화 방안을 고민하다가 RFID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1999년에 MIT 학자들과 함께 센터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RFID를 모든 물건에 부착하여 이들 간에 상호 소통할 수 있는 방안을 구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향후 우리들이 너무나도 익숙한 사물인터넷으로 발전하게 됐습니다.

 

RFID는 이미 우리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이고 있는 기술입니다. 간단한 예로 출퇴근 시 버스나 지하철에서 사용하는 스마트 교통카드도 RFID 기술입니다. 의류매장 도난방지태그 안에도 RFID 태그가 있어 효과적으로 재고를 확인하는데 활용됩니다. 아파트 단지의 등록 차량 입출시에도 이 RFID 기술이 활용되지요. 이처럼 RFID 기술은 우리 삶 구석구석에서 잘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 기술에 대해 좀 더 살펴볼까요?

 

RFID, 개념부터 알고가자

 

RFID는 무선인식(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의 약자로 무선 주파수를 이용하여 수 cm에서 수십 m에 떨어져 있는 사물 혹은 사람에 부착된 태그를 인식하여 태그로부터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는 기술입니다. RFID 기술은 주파수 대역에 따라 인식 성능과 응용 범위가 다르며 태그 내 배터리 유무에 따라서 수동형 및 능동형 태그로 구분합니다.

 

일단 본고에서는 MIT 오토아이디센터에서 물류·유통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주목한, 3~8m의 인식거리에 다수의 태그가 인식 가능한 UHF 대역인 860-960 MHz 주파수 대역 기반의 RFID 기술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RFID 기술은 기본적으로 사물에 부착하는 태그, 태그에 정보를 보내도록 명령하고 태그로부터 정보를 받아 이를 수신·판독하여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송신하는 리더, 리더와 연결되어 무선주파수를 이용하여 태그 정보를 읽고 쓰기위해 사용되는 안테나, 그리고 리더기로부터 전달받은 데이터를 관리하며 응용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응용 프로그램 혹은 서버 등으로 구성됩니다.

RFID로 ‘아마존고’를 만든다고?

 

위 그림(RFID 기술구성)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제품에 RFID 태그를 부착하게 되면 무선으로 태그 내에 저장된 데이터를 인식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인식거리가 늘어날 수 있으면 다양한 응용 서비스가 가능해집니다. 예를 들어, MIT 오토아이디센터에서 상상했던 서비스는 최근 들어서 주목을 받고 있은 아마존고와 같은 스마트 식료품점에서 시도하고 있는 내용과 비슷했습니다. 여러분이 식료품 매장에 가서 RFID 태그가 부착된 물품들을 쇼핑카트에 담고 계산대에 줄을 설 필요도 없이 RFID 안테나를 통과하게 되면 내가 구매한 물품 목록과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 자동적으로 계산되어 점원 없는 매장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보았습니다.

 

물론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에서야 RFID가 아닌 다른 기술들을 활용한 아마존고가 등장한 것을 보면 RFID 기술이 성공하지 못했으니 그러했겠죠?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몇 가지 꼽아보자면 RFID가 아날로그 기술이라는 태생적인 문제로 인해 100% 인식을 보장하지 못하는 기술적 한계, 모든 제품에 태그가 부착되어야 하여 발생한 태그 가격에 관한 문제 등 앞선 시나리오를 현실화하는데 있어서 많은 장벽이 존재했습니다.

 

RFID로 아마존고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

 

본고에서 RFID 기술이 활성화되지 못했던 이유를 살펴보고자 함은 아닙니다. 앞선 <RFID로 아마존고 만들기> 시나리오를 구현하기 위해서 과연 어떠한 것들이 전제되어야 할 것인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첫 번째로는 RFID 태그 내에 제한적인 정보만 담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봐야합니다. 때문에, 수집된 데이터를 처리하여 적절한 응용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서버 측으로 수집된 데이터를 전송해야 합니다. 이는 서버 단에서 목적에 맞는 응용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태그에 부착된 물품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저장·관리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두 번째로는 쇼핑카트에 동일한 물품을 2개 이상 넣었을 때 해당 물품을 몇 개 구입했는지까지 알아내야 합니다. 때문에 물품별로 동일한 코드가 부여되어 있는 기존 바코드 체계로는 불가능하며, 개별 물품별로 (적어도 매장 내에서는) 유일한 식별자가 부여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즉, 나와 너를 구분할 수 있는 식별자 체계가 필요하며, 그렇게 되면 우리는 각 물품들이 무엇이며 한번 인식을 통해 몇 개의 물품들이 인식되어 있는지 알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RFID 태그에는 최소한의 식별자 데이터만을 부여하고 RFID 안테나 및 리더기를 통해 태그정보(식별자 데이터)를 자동 인식하여 서버 단에 전송하면 서버에서는 식별자 정보를 활용하여 물품에 대한 정보를 취득 후 물품목록, 지불금액 계산 등과 같은 응용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상의 개념들은 사물인터넷에서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사물인터넷이 부착된 사물별로 유일 식별자가 부여되어 있어야 하며, 인터넷 서버상에 사물에 대한 정보를 저장하고 있는 데이터베이스가 있어 이러한 정보를 취합하여 사물인터넷 기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됩니다.

 

RFID로 가시성 만들기

 

그렇다면 RFID 기반 추적 시스템은 어떻게 구축할까요? 추적 및 이력관리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언제, 누가, 어디에 있는가?’에 대한 정보를 기록해야 합니다. 여기서 ‘누구(who)’에 대한 정보는 RFID 태그 내에 저장되어 있는 식별자가 될 것입니다. ‘어디(where)’에 대한 정보는 RFID 태그를 읽게 되는 RFID 안테나 및 리더가 설치된 장소가 됩니다. ‘언제(when)’에 대한 정보는 RFID 태그 정보를 리더기가 인식한 시점일 것입니다.

 

즉, RFID 태그를 부착한 물품이 RFID 안테나가 설치된 장소를 지나게 되면 RFID 리더는 RFID 태그 정보를 인식하여 ‘태그 식별자, 리더기 혹은 안테나 위치, 인식 시각’과 같은 하나의 레코드를 만들어 저장합니다. 그리고 물품이 RFID 리더기가 설치된 장소들을 이동할 때마다 동일한 형태의 레코드들을 만들어 이들을 하나의 데이터 저장장소에 기록을 하게 되면 바로 추적 시스템이 구축되는 것입니다. 단순히 태그만 물품에 부착시켜 놓으면 이력추적이 문제없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면 안 됩니다.

그림(물류창고내 RFID기반 이력 추적)은 한 물류창고에 물품이 입고하고 출고할 때까지의 이력추적이 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각 안테나별로도 식별자를 부여하게 되면 물품이 각 안테나 설치지역을 통과할 때, ‘태그 식별자, 안테나 위치정보, 인식 시간’ 등과 같은 정보를 서버에 전송하여 이력정보 데이터베이스에 해당 이력을 기록하게 됩니다. 이 이력정보 데이터베이스를 보면 특정 물품이 언제 입고되어 얼마간 창고에 머물렀으며 언제 출고가 되었는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RFID로 다자간 네트워크 추적하기

 

하나의 조직 내에서 RFID 기반 이력추척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앞서 살펴본 시스템 구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공급망 상에서 이러한 이력추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해봅시다. 공급망 상에는 다수의 조직이 연관되어 있으며 서로 독립적인 조직 간의 추적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앞서 살펴본 구축방식을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단순하지만 어려운 방법(방법1)은 모든 공급망 상에 있는 회사들이 사용하는 하나의 제품 추적 및 이력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공급망은 복잡한 네트워크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상호 경쟁적인 공급망 상에서 모든 회사들이 하나의 추적시스템을 사용하고, 이력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을 만든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절대 아닐 것입니다.

 

그럼 다른 방법(방법2)을 생각해봅시다. 예를 들어, 공급망 상의 각 회사별로 각자 제품 정보 관리 및 이력추적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가정합시다. 이때 제조사-유통사-소매상으로 이어지는 공급망 상에서 만약 소매상이 특정 제품에 대한 이력 정보를 검색하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만약 소매상이 해당 제품이 어떠한 제조사와 유통사를 거쳤는지 사전에 알고 있으며 각각의 이력정보 시스템 서버 정보를 알고 있다면 해당 서버들에 접속하여 물품 이력정보를 검색하여 가져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 소매상은 각 물품별로 제조사와 유통사에 대한 정보 및 이의 정보시스템 접속주소를 담고 있는 또 하나의 정보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이에 MIT 오토아이디센터에서는 아래 그림<EPC 네트워크 구조(a)와 제품 이력정보 추적방법(b)>과 같이 글로벌 제품 추적 시스템을 위해 ‘EPC 네트워크’라는 개념(방법3)을 제시하였습니다. 각 회사별로 개별 제품에 대한 제품관련 정보 및 이력정보를 등록, 저장 및 유지관리를 위한 정보 저장소인 ‘EPC 정보시스템 (EPC Information System; EPCIS)’을 운영합니다. 또한 각 태그 식별자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는 EPCIS 목록을 저장·관리하는 ‘ONS(Object Naming Service)’라는 시스템이 있어서 특정 태그 정보가 인식이 되면 각 EPCIS는 자신의 정보를 태그 식별자와 함께 ONS에 등록합니다.

이러한 시스템 구조상에서 소매상이 특정 제품에 대한 이력 정보를 검색하고자 할 때에는 그림의 제품 이력정보 추적방법(b)에서 보는 바와 같이 먼저 ONS에 질의하여 해당 태그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EPCIS 리스트를 받아야 합니다. 그 후 각 EPCIS에 접속하여 태그가 부착된 물품에 관한 이력정보를 가져오게 됩니다. 이러한 동작방식은 우리가 웹브라우저에서 URL을 입력하게 되었을 때 이를 IP주소로 변환하여 웹브라우저로 하여금 URL에 해당하는 서버에 접속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DNS(Domian Name System) 서버와 비슷한 동작방식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이러한 분산형 데이터베이스를 구성함으로써 공급망 전체에 걸친 제품 이력추적을 가능하게 설계를 하였던 것입니다.

 

최근 몇 년간 사물인터넷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많은 기업들은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다양한 응용 서비스 구축방법들에 대해 고민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본고에서는 사물인터넷 기술 중 하나인 RFID 기술을 기반으로 공급망 상에서 제품 추적 및 이력관리를 가능케 하기 위한 방법 및 프레임워크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사물인터넷 기반으로 공급망 가시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품 이력관리 시스템은 본고에서 소개한 방식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기업 내 사물의 흐름에 대한 가시성 확보는 현재 운영상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으며 동시에 운영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IoT 플랫폼이란 이름으로 IoT 디바이스 관리부터 IoT로부터 생성되는 데이터를 저장, 처리, 분석 및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제품 이력관리 또한 지원하고 있어 IoT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분석도구들을 통해 앞서 언급한 운영효율성 개선에 크게 기여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음 기고(Part II)에서는 사물인터넷 기술에 대해 스마트 센서부터 IoT 플랫폼에 이르기까지 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계속)



정태수

싱가포르국립대학(NUS) 산업시스템공학과 조교수와 The Logistics Institute-Asia Pacific (TLI-AP) 자문교수를 거쳐 현재 고려대학교 산업경영공학부 부교수로 재직중이다. 물류, SCM 및 스마트 제조분야에서 머신러닝 및 수리최적화 등을 기반으로 운영최적화를 연구 중에 있다. 현재 관심 분야로는 스마트 제조환경에서의 경영기법, 온디맨드 물류 및 강화학습 기반 수리최적화 기법 연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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