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폐쇄 이후 입주기업 근황
개성공단 재가동 되도 고민은 있어... '경협보험금 변제'와 '북측 근로자 임금 협상'이 당면 과제
최근 남북 정부간 경제 협력에 대한 논의가 한창입니다. 이에 따라 개성공단 운영 재개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들려옵니다.
개성공단은 지난 2016년 2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이후 박근혜 정부의 통보로 문을 닫았습니다. 2004년 조성된 개성공단은 2016년 폐쇄되기 전까지 124개의 기업이 입주해 있었는데요. 이들은 개성공단 폐쇄와 함께 막대한 경제적인 손실을 부담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북한에 있는 고정자산 투자를 회수하지 못함은 물론, 생산시설 또한 가동하지 못하게 됐으니까요.
물론 현재 정권은 바뀌었습니다. 남북 정상이 함께 판문점에서 옥류관 냉면을 먹는 시대지요. 하지만 아직도 개성으로 가는 길목은 굳게 닫혀 있습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고민도 여전합니다.
입주 초기인 2005년부터 개성공단에서 공장을 운영해왔던 제조기업 조민P&P의 조광순 대표를 만나봤습니다. 조 대표는 남북관계 개선에 따른 공단 재가동을 기대하면서도, 몇 가지 고민은 있다고 합니다.
1.경협보험금을 전부 뱉어야 된다고?
조 대표는 입주기업의 고민으로 가장 먼저 '경협보험금 변제' 문제를 꼽았습니다. 조 대표에 따르면 개성공단이 우리 정부의 일방적인 통보로 갑자기 폐쇄되면서 개성공단에 있는 고정자산은 물론 유동자산의 상당 부분을 북측에 두고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특히 기계와 같이 부피와 무게가 큰 설비는 트럭으로 단시간에 옮길 수 없었다고요.
물론 통일부는 개성공단 폐쇄 이후 입주기업의 고정자산 피해에 대해 '경협보험금'을 지급했습니다. 이 경협보험금은 개성공단이 재가동되면 전액 정부에 변제해야 되는데요. 고정자산을 다시 이용할 수 있게 됐으니, 이제 보험금은 반납하라는 취지입니다.
입주업체들은 경협보험금 변제에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니까, 경협보험금 전액 변제 조건에는 공단 폐쇄에 따른 업체의 운영 손실비가 고려돼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조 대표의 말은 이렇습니다.
2. 공장기계는 누가 보수해주나
고정 설비의 개보수에 대한 고민도 있습니다. 기계는 꾸준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당연히 개성공단에 있는 기계설비들은 30개월 이상 방치되면서 그 상태가 말이 아니겠지요? 기계의 수리비와 수리조차 안되는 기계의 재구매 비용이 얼마나 부담될지 모른다는 게 입주업체들의 고민입니다.
더욱이 개성공단 폐쇄 이후 북한이 설비를 어떻게 처분했을지 모르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막상 개성공단을 재개한다고 해서 가보니, 허허벌판만 남아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지요.
정부는 경협보험금 등 입주업체들의 고민에 대해서 명확한 답변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지침은 정해진 바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통일부 이홍렬 사무관은 "규정상으로는 보험금을 반납하는 게 맞다"면서 지난 2013년 6개월 동안 개성공단이 폐쇄되었을 때도 그렇게 했다고 대답했습니다. 이 사무관은 "하지만 그는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향후 개성공단 재가동의 윤곽이 나왔을 때 검토해서 정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임진각에 세워진 철도 표지판. 임진각에서 개성까지의 거리는 22km에 불과하다.
3.북한은 얼마의 임금을 요구할까
한편, 개성공단이 재가동이 되더라도 고민은 있습니다. 업체들의 가장 화제가 되는 고민은 인건비라고 합니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의 약 70%가 위탁가공무역업체인데 기존에는 저렴한 북측 노동자의 인건비가 생산성을 보장해줬다고 합니다. 조 대표에 따르면 개성공단이 문을 닫을 때까지 북한 노동자의 임금은 남북 임금협정 기준에 따라 법적으로 주 48시간 기준 월 75불 50센트였다고 합니다.
문제는 지금입니다. 지난번 개성공단이 우리 정부의 일방적인 통보로 폐쇄되었고, 2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흐른 만큼 개성공단 재가동으로 인한 임금 협상이 다시 진행됐을 때 북측이 노동자 임금으로 얼마를 요구할지 모릅니다. 또 다른 개성공단 입주업체 관계자는 인건비 상승에 대한 우려를 이렇게 털어놓았습니다.
한편, 인건비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희건 경기개성공단 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개성공단이 재가동되면 북측에서 기존보다 높은 인건비를 요구하겠지만, 통일부와 북측 간 협의 하에 적정 인건비가 정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는데요. 북측에서 입주기업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임금을 요구한다고 무조건 들어줄 수도 없는 만큼 합리적으로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의견입니다.
그럼에도 개성공단은 다시 열려야
조광순 대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이 신속하게 재가동되기를 바란다"고 말합니다. 입주기업과 정부가 머리를 맞대어 입주기업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생존 위기에 직면한 입주기업들이 하루 빨리 정상화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조 대표는 개성공단 재입주 의사에 대해 '100%'라며 "최근 남북간 철도, 산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회담이 열리고 있는 만큼 하루 빨리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한 논의도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