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소확행’, 물류에겐 확실한 불행?

by 박찬재

2018년 07월 04일

소비자 수요 다양해질수록 물류는 복잡해져 

소확행 트렌드, 궁극적으론 물류현장 전문성 높이는 데 기여

전자상거래 소확행 풀필먼트 이커머스 물류센터

글. 박찬재 두손컴퍼니 대표 

 

취미 정기구독 서비스가 있다는 걸 아시는가. ‘하비풀’이라는 업체는 매월 다양한 취미키트를 구독자에게 배송해주며 이익을 만들어내고 있다. 요란하고 화려한 취미를 제공하는 것도 아니다. ‘가죽공예’나 ‘뜨개질’ 등 손쉽게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취미를 상품화해 소비자에게 제공함으로써 구독자들의 행복도와 매출을 함께 높인다는 복안이다.

 

기성 시장의 제품을 소확행이라는 관점에서 재해석한 곳도 등장했다. ‘알디프’라는 업체는 개인 취향에 맞춰 차(茶)를 블렌딩 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양산된 방식의 저렴한 차가 아니라 고객 개개인의 취향과 선호를 충족시키는 데 집중하는 유통전략을 사용한 것이다.

 

기부 문화를 독특한 방식으로 이끌고 있는 ‘크래프트링크’도 눈여겨 볼만하다. 이 업체는 남미의 수공예 팔찌를 공정한 가격으로 직수입해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소비자는 40종류가 넘는 다양한 남미 풍 수제 팔찌를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기부 또한 개인의 취향에 맞춰 진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소확행 이커머스 전자상거래 풀필먼트 ▲ 취미 정기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 하비풀은 ‘뜨개질’, ‘가죽공예’ 등 다양한 형태의 취미키트를 구독자에게 제공한다.

 

소확행은 물류를 힘들게 한다

 

그렇다면 유통업체와 소비자에게 소확행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물류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애석하게도 ‘소확행’ 트렌드는 물류 현장의 난이도를 ‘극대화’ 시킨다. 다양한 고객 수요를 충족시킨다는 것은 제품 품목(SKU : Stock Keeping Units)의 숫자가 많아짐을 뜻하기 때문이다.

 

우선 ‘아소트’(물론 업체마다 사용하는 용어는 다를 수 있다)라는 개념을 살펴보자. 아소트란 가장 작은 단위로 쪼개진 분류 단위를 지칭한다. 같은 디자인의 제품이라도 사이즈나 색상에 따라 제품이 세분화되면 물류에서는 ‘다른 제품’처럼 다뤄야한다. 소비자들의 수요가 다양화될수록 아소트의 수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자. 소확행 트렌드의 확산에 따라 늘어나는 SKU로 인해 보관 설비나 관리, 보관비 산정, 입고 등 다양한 영역에서 물류 프로세스가 복잡해질 수 있다. 일례로 진열의 경우 같은 의류라 하더라도 동절기 의류는 하절기 의류에 비해 약 1.4배 부피를 많이 차지한다. 즉, 로케이션당 진열재고의 개수가 적어진다는 뜻이다.

 

입고 과정이나 보관비 산정도 마찬가지다. 공산품의 경우 팔레트화(Palletizing)된 채 입고되고, 보관도 팔레트 단위로 이뤄지기 때문에 전반적인 작업과정이 비교적 쉽다. 하지만 의류, 잡화와 같은 제품은 생산처에서 ‘대형 봉지’나 ‘쓰던 박스’를 활용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에 입고작업 시 사람이 일일이 그 숫자를 세어줘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또한 보관‧진열을 할 때 행거를 자주 사용하고, 단프라를 활용하더라도 높은 적재가 힘들 수 있다.

 

제조사들의 ‘임가공’ 수요도 많아진다. ‘임가공’이란 상표나 바코드 스티커를 붙이는 ‘유통가공’은 물론이거니와,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브랜드 경험을 높이기 위한 커스터마이징 포장까지를 포함한다. 소확행 트렌드를 공략하고자 하는 업체들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소비자들의 생활습관이나 소비행태에 자리 잡기를 원한다. 때문에 브랜드 경험을 높이기 위한 소소하면서도 특색 있는 제품 임가공을 원한다.

 

사용하는 부자재의 종류도 급증한다. 제품의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물류에서 사용되는 박스의 숫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보통은 부자재 관리의 중요성을 간과하기 쉽지만 부자재 정책을 제대로 수립하지 않은 상태에서 소확행 물류를 맞닥뜨릴 경우 물류 프로세스 전반에서 부자재로 인한 ‘병목 현상(Bottle Neck)’을 경험하게 된다.

 

소확행에 맞는 브랜드와 제품을 제공하는 업체일수록 ‘이커머스’에 집중할 확률이 크다는 점도 물류 영역에서의 난제로 작용한다. 자사 브랜드를 공고히 하기 위해 각 업체들은 다양한 종류의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러한 콘텐츠를 배포하기 위한 주 통로로 온라인을 삼고 있다.

 

소확행이 물류를 ‘춤추게’ 한다면

 

결론을 내자면 소확행 트렌드는 확실히 물류를 힘들게 한다. 하지만 바꿔 표현하면 소확행은 물류현장의 전문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단가 경쟁’에만 치우쳐 있던 물류영역의 경쟁양상에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해주고 있는 것이다.

 

소확행 트렌드의 확산과 높아진 물류 난이도로 인해 인건비가 저렴한 아르바이트생보다는 노련한 물류인력이 더욱 많이 필요해질 것이고, 넓은 물류센터 대신에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마이크로 센터가 각광받을 수도 있다. 질적인 변화는 곧 물류를 바라보는 인식과 참여자들의 자부심을 높이게 된다.

 

궁극적으로 소확행은 우리 물류인들에게 위기이자 기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이 같은 시대적 흐름 속에서 기회를 잡는 게 작금의 물류인에게 필요한 혁신적 자세가 아닐까 싶다.



박찬재

성균관대학교에서 무역 및 외국어를 전공하였으며, 2012년부터 두손컴퍼니의 대표이사로 근무하고 있다. 2015년 풀필먼트 서비스 '품고(poomgo)'를 런칭하여, 지금까지 100곳 이상의 이커머스 셀러들, 15,000종 이상의 제품들에 대한 물류를 수행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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