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불결제 보다 500원~2000원 추가요구
업계 "반송부담 등 비용증가 따른 조치"
[이코노미세계] 택배를 받는 사람이 요금을 계산하는 착불(후지급)거래가 보낼 때 먼저 지불하는 선불(선지급)방식에 비해 가격이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은 선불과 착불택배 모두 똑같은 운송방식인데 결제방식이 틀리다는 이유로 택배사가 요금을 더 받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추석과 본격적인 농산물 수확기를 앞두고 국민들의 택배이용이 증가되면서 우체국과 민간택배사를 향한 요금체계정비를 요구하는 볼멘소리가 높아질 전망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식경제부 산하 우정사업본부의 우체국택배는 동일지역에 같은 중량의 물건을 보낼 때에도 불구하고 착불이 선불보다 500원 더 비싼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우체국 소포사업팀 관계자는 “착불은 선불과 달리 수취인이 반송할 확률이 높은데다 일선 직원들의 수금업무가 늘어나 비용을 더 책정한 것이다. 민간택배사들도 상황이 비슷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소비자 김OO 씨는 “착불이나 선불이나 운송비용이 똑같다면 동일한 요금을 적용해야 되는 것 아니냐. 또 수취인이 반송하면 그때 추가요금을 받으면 될 일인데 먼저 받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질 않는다. 우체국의 서비스가 국민편의를 도모하는 것이라면 수익성 이전에 착불과 같은 불합리한 요금체계부터 개선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대한통운, 한진, CJ GLS, 현대로지엠 등 대형업체들과 로젠, KGB, 옐로우캡 등 중소택배사들도 착불요금이 비싼 건 마찬가지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민간택배사들도 동일지역에 똑같은 물품을 의뢰해 본 결과, 선불에 비해 착불이 최소 500원에서 최고 2000원 이상을 더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택배사 한 관계자는 “본사가 정한 택배요금체계에 착불과 선불을 분류하는 기준은 없다. 다만 일선영업소와 상황에 따라 착불에 대한 추가운임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한발짝 물러섰다.
또 다른 회사의 관계자도는 “착불의 경우, 수취인을 꼭 만나야 요금을 받을 수 있는 구조라서 배송사원들의 통화료와 방문횟수 증가에 따른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어 그 만큼을 더 보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소비자 최OO 씨는 “배송 전 직원들이 일일이 수취인의 유무를 전화로 확인하고 있어 수취인 부재와 물품이 반송될 확률은 높지 않다. 여기다 착불요금이 일정한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고무줄인 게 더 문제다. 택배요금을 잘 모르는 소비자의 경우 배송사원이 부르는 대로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 측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동일지역에 똑같은 물건을 보내는 데 결제방식(착불, 선불)에 따라 택배요금을 차등 적용하는 건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다”며 “착불 시 택배사가 수취인에게 정확한 택배비를 먼저 고지해 사전에 요금을 인식시켜야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소비자와 택배사들은 택배요금의 합리화를 위해서라도 정부가 나서줄 것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택배요금은 시장자율에 맡길 문제”라고 말을 아낀 뒤 “택배법 입안 추진 과정 중에 운임허가제 등을 논의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김철민 기자 olle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