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화되는 단가경쟁, ‘소싱 역량’ 반드시 확보해야
한국과는 다른 글로벌 바이어, 성향 맞춘 마케팅 전략은?
최대 물류 난제 ‘반품’, 폐기 혹은 재판매 사이에서
Idea in Brief
인터넷만 있으면 무엇이든 팔 수 있는 시대다. 심지어 한국뿐만 아니라 외국에도 어렵지 않게 상품을 팔 수 있다. 한국에선 ‘모바일 쇼핑’의 확산으로 해당 환경에 맞는 상품 추천기능과 묶음판매(딜) 방식이 자리잡았다. 미국에선 카카오톡이 아닌 페이스북으로 상품 홍보를 한다. 중국에서는 ‘진품 인증’을 해야 상품이 잘 팔린다. 온라인 판매라고 ‘싼 것’이 잘 팔리는 것이 아니다. 각각의 전략이 있다. 그 셀러들이 살아가는 방법. 한국부터 북미, 중국까지. 한 번에 살펴본다.
국내 오픈마켓 업계에선 대체로 한국에선 셀러들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고 보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셀러들 간에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보다 훨씬 큰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거대한 시장을 가진 국가의 마켓플레이스에 입점해 성공의 기회를 꿈꾸는 글로벌셀러(Global Seller)들이다.
▲ 온라인 ▲ 해외 직접판매액(역직구)과 해외 직접구매액(직구) 추이(자료: 통계청)
글로벌셀링(Global Selling)을 하고자 하는 셀러는 먼저 판매하고자 하는 국가와, 마켓플레이스를 결정하고 판매할 상품의 가격대를 설정한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입점할 해외 마켓플레이스의 정책을 숙지하는 것이다.
가령 아마존의 경우, 몸에 바르거나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화장품, 유아용품 등의 카테고리에 대해서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비교적 관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년차 아마존 셀러로 활동하고 있는 박지운 씨는 “진입장벽이 높으면 경쟁자가 적고, 진입장벽이 낮으면 경쟁자가 많다”며 “막 진입한 초보 셀러라면 이런 플랫폼 상황을 고려하면서, 써드파트툴(Third Party Tool)을 활용해 경쟁 판매자의 수와, 상품 종류와 가격, 리뷰 수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상품선정 및 가격 설정에 참고하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품목에 따라서는 판매 이후 과정을 고려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김범수 마케팅트라이브 대표는 “전자제품의 경우 1년간 A/S 보증을 해주어야 하는데, 셀러가 과도하게 판매에만 집중하여 이를 챙기지 못하면 실제 고객 A/S 요청이 발생하고 난 뒤 해결이 어려워지는 경우도 있다”며 “셀러의 A/S에 문제가 생긴다면, 고객 최우선주의를 지향하는 마켓플레이스에선 비교적 엄격한 제제를 당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고가의 제품, 구매조건이 까다로운 제품일수록 고객의 문의가 비교적 많이 일어나기도 하니, 해당 상품을 판매할 경우 ‘고객 서비스’도 충분히 신경쓸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글로벌도 ‘경쟁’ 시장으로
한국 글로벌셀러들은 대부분 글로벌 마켓플레이스에 없는 상품을 국내 혹은 기타 국가에서 공급받아 대량으로 판매하는 방식을 애용해 왔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셀링 시장이 커지면서 한국 셀러들 사이의 판매상품이 중복되는 경우가 다발하기 시작했다. A셀러가 미국 아마존에 올린 희귀상품이 잘 팔리는 것을 본 B셀러가 똑같은 상품을 소싱하며 더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식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셀링 시장도 국내와 마찬가지로 단가 경쟁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특히 낮은 가격일수록 검색 상위에 노출을 보장하는 정책을 가진 마켓플레이스라면 셀러들의 단가 경쟁은 더 격렬하게 발생한다는 관계자의 증언이다.
이에 상품 소싱에 대한 ‘구매력’이 자연히 경쟁력으로 자리 잡게 됐다. 희귀한 상품을 가지고 오는 것뿐만 아니라, ‘규모’와 ‘네트워크’를 가진 셀러들이 경쟁의 우위에 서게 된 것이다.
한편, 정상적인 판권을 소유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해외 온라인 판매를 하는 경우가 문제가 되기도 한다. 가령, 중국에서 이미 총판을 통해 판매되고 있는 특정 브랜드의 한국 화장품을 한국에서 구매하여 글로벌셀링으로 판매할 경우,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주방용품을 만드는 한 업체의 경우, 특정 셀러가 판권 계약을 맺지 않고 해외 판매를 진행한 것이 확인되면 해당 셀러 뿐만 아니라 제품 공급상(도매상)에게도 패널티를 적용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라 전했다.
트래픽을 ‘구매’로 바꾸려면
글로벌 마켓플레이스는 그들이 이미 그들이 보유한 현지 소비자들을 입점 셀러에게 유입시켜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현지 자사몰을 구축하고 직접 운영하는 것에 비해 강점이 있다. 셀러들에게 있어 숙제가 있다면 그렇게 들어온 트래픽을 ‘구매’로 전환시키는 마케팅의 영역이다.
온라인에서 가장 처음 노출되는 상품 사진을 오프라인 상점의 ‘간판’에 비유하자면, 상세 설명 페이지는 상점의 ‘디스플레이’와 같다. 직접 만지고 느낄 수 없는 온라인 판매 특성상, 상세 페이지는 고객의 구매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특히 사진의 경우, 밋밋한 상품 사진보다 자연스러운 착용 사진 등으로 상품을 부각시키는 추세라는 것이 복수 셀러의 의견이다. 이 또한 마켓플레이스마다 정책이 다르기에 사전에 알아둘 필요가 있다. 가령 아마존의 경우, 개인 셀러는 상세 페이지에 동영상을 넣을 수 없고 사진 개수 역시 제한되어 있다.
마케팅 채널로는 ‘이메일’을 통한 DM(Direct Message)이 해외에서는 비교적 강력한 소구수단이 된다는 셀러들의 의견이다. 김범수 대표는 “북미고객 100명 에게 홍보 메일을 보내면 그중 15~20% 정도가 해당 메일을 보게 되는데, 이는 국내(약 10%)보다 높다”고 전했다.
이메일보다 강력한 마케팅 채널로는 ‘페이스북’이 각광받는다. 이메일의 열람률이 최대 20%라면, 페이스북 메신저 열람률은 80%까지 올라간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SNS 역시 하나의 판매채널이 되기도 한다. 의사결정 속도가 빠른 개인이나 소규모 셀러라면 SNS를 통해 소비자와 소통하고, 상품 후기 이벤트, 체험단 모집 등 고객 친화적인 마케팅을 진행하며 마켓플레이스로 트래픽을 유입시키고 있다.
한 글로벌 셀러는 “아마존 셀러들 사이에선 외부 트래픽을 아마존 내부로 끌어오면 상품 랭킹에 긍정적으로 반영된다는 것은 공공연한 상식”이라 전했다.
▲ 인스타그램을 통해 상품을 파는 아마존 셀러. 상품을 포스팅하면서 아마존 판매 페이지 링크를 첨부한다.
난감한 반품은 여전히 숙제
글로벌셀러 대부분은 1인 혹은 소수로 판매를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업에 비해 자금도, 인력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런 글로벌셀러들에게 ‘물류’는 그렇게 큰 고민이 아니다. 무엇보다 잘 팔리는 것이 먼저다.
물류의 고민은 주문이 급격하게 늘어날 때부터 시작된다.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포장부터 출고, CS업무의 부담이 전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에 따라 아마존의 FBA(Fulfillment By Amazon)를 비롯해 중국의 양마토우(洋码头)나 동남아의 대형 전자상거래 플랫폼 라자다(Lazada) 등은 셀러가 제품을 자사 창고에 보낸 뒤엔 직접 소비자에게 배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김범수 대표는 “아마존 등 플랫폼들은 입점 셀러들의 악성재고가 쌓이는 것을 막기 위해 물류센터에 장기간 보관된 상품의 창고비용을 높이는 것과 같은 정책을 활용하고 있다”며 “위탁 물류를 진행할 때, 해당 상품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는지 마케팅 전략에 맞춰 소싱과 입출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렇게 대형 플랫폼에 입점한 셀러들을 중심으로 배송에 대한 부담은 줄고 있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반품의 경우, 여전히 셀러들에게 민감한 사안이다. 반품한 상품을 다시 한국으로 받아보는 데 물류비가 클 뿐만 아니라, 창고에 쌓아둔다고 할지라도 검수하지 않으면 되팔 수 없기에 고스란히 비용으로 부담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통 역직구 플랫폼에서 반품이 발생하고 나면, 셀러는 직접 상품을 받아보거나 폐기할 수 있다”며 “개인적으로 상품의 단가가 20~70달러로 비교적 낮을 경우 폐기하는 편이다. 반품 상품을 검수하고, 재포장 처리해주는 업체도 있지만, 이 역시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기 때문에, 수익구조를 염두에 두고 폐기를 결정한다”고 전했다.
특히 소비자 위주의 정책을 시행하는 플랫폼에 입점한 셀러는 더욱 민감해진다. 가령 아마존은 셀러가 판매하는 상품의 반품률이 10%대를 넘어가면 셀러에게 경고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의 한 셀러는 “최근 고객이 반품을 신청하면 아마존이 먼저 고객에게 환불이나 교환을 해주고, 해당 비용을 차후 셀러에게 과금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며 “셀러 입장에서는 상품 발송 이후 이메일로 팔로우업을 하거나,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고객이 반품을 신청을 하기 전에 먼저 고객과 소통해 해결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1. [국내편] 모바일 쇼핑 시대의 ‘딜 판매’
2. [해외편①] 글로벌 미개척지를 찾아나선 이들
3. [해외편②] 대륙의 사정, 판매로 이어지는 ‘정품 인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