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게 가장 중요한 것, 매출·인적·브랜드의 성장성
물류는 고난이도 ‘종합예술’, 오퍼레이션부터 자금공급까지 ‘철저하게’
물류 스타트업, 기술 통해 현 물류시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스타트업의 성장은 보통 벤처캐피탈(Venture Capital, VC)의 투자와 함께 이뤄진다. 본엔젤스파트너스(이하 본엔젤스)는 2007년 설립된 VC로, 창업을 위한 팀이 구성되고, 제품 혹은 서비스 프로토타입이 구현된 상태의 초기단계(Early Stage) 스타트업을 투자 대상으로 한다. 투자금액은 3~7억 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전태연 본엔젤스 소속 파트너는 “스타트업은 반드시 성장해야 하고, 그 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해선 초기 기업에 최적화된 투자 프레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전 파트너와의 인터뷰를 통해 스타트업의 기회와 과제, 나아가 물류·유통 시장에 대한 전망을 살펴본다. 다음은 전태연 본엔젤스 파트너와의 일문일답.
▲ 전태연 본엔젤스파트너스 파트너
Q1. 본엔젤스파트너스(이하 본엔젤스)는 초기기업 투자 전문 벤처캐피털로 알려져 있다. 특별히 초기 기업 투자 분야에 집중한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
A1. 한국에서 닷컴버블(Dot-com Bubble)이 일어난 이후, 많은 기업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지만 많은 창업가들이 자금 수급이라는 데스밸리(Death Valley)를 만나면서 다음 단계로 성장하는 못하는 일들이 발생했다. 초기 기업과 후기 기업을 바라보는 프레임의 차이가 그 배경이었다. 기업을 평가할 때는 성장 단계마다 평가의 잣대가 달라져야 한다. 하지만 자본 중심의 관점이 일반적인 한국의 경우, 이를 반영하기 힘들다.
자본을 중심으로 회사를 평가하게 되면 매출이나 순이익과 같은 부분이 중요한 투자 기준이 된다. 하지만 초기 기업은 이를 충족하기 어렵다. 그리고 스타트업의 성장은 비정형적이다. 따라서 초기 스타트업 투자에 있어서는 새로운 관점이 필요했다. 본엔젤스의 파트너는 모두 창업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고, 우리가 겪은 시행착오와 경험을 통해 스타트업의 성장을 평가하는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고자 했다.
Q2. 본엔젤스가 기업 투자를 결정함에 있어 눈여겨보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A2. 스타트업의 핵심 요소는 사람과 돈이다. 본엔젤스의 경우 공동창업자로 구성된 팀을 선호한다. 한 사람이 회사의 모든 핵심역량을 갖출 순 없기 때문이다. 서로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각자의 강점을 발휘하고 약점이 보완되는, 즉 팀플레이가 잘 되는 팀의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만이 가장 중요한 평가의 대상이 아니다.
스타트업의 본질은 성장성 그 자체에 있다. 성장성이란 매출의 성장, 인재가 모이는 인적 성장, 브랜드 인지도 성장이 모두 아울러진 것을 뜻한다. 본엔젤스는 성장할 것 같은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은 방법으로 사업을 전개해나가는 팀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또한, 개인적으로 B2B보다 B2C 영역에 관심을 두는 편이다. B2C는 B2B보다 더 역동적인 고객 수요를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영역을 불문하고, 한국에서 B2B 시장은 세일즈 기반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내가 이미 영업망을 구축했다 할지라도, 누군가 나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다면, 설사 그의 기술 경쟁력이 나에 못 미친다고 할지라도 고객은 경쟁사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B2B는 경쟁이 치열하고, 독점적 사업자를 찾기 쉽지 않은 시장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시장 환경은 높은 성장성을 보증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한편, 파트너들의 경험만으로 스타트업의 성장성을 쉽게 가늠하기 힘든 경우도 있다. 이때는 해당 업체가 보유한 기술 경쟁력이 성장 요소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기술이 가미된 비즈니스 모델이라면 비교적 빠르고, 높은 성장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성장성은 사업적 영향력의 동의어다. 즉, 짧은 시간에 시장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모바일이나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이 투자 업계에서 각광을 받는 이유다.
Q3. 스타트업 투자가 결정되기까지의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
A3. VC의 투자는 일반적으로 스타트업과의 사전 교류단계에서 심사담당 파트너가 투자 필요성을 느끼는 것부터 시작된다. 이후 파트너와 스타트업은 서로 사업계획과 투자 계획을 조율한다. 창업자는 이 VC가 좋은 VC인지 살피고, 파트너는 스타트업이 보강해야할 부분이 있는지 살피는 과정이다. 파트너 체계에서는 라운드 테이블을 통해 스타트업의 투자자설명회(IR) 피칭이 진행된다. 이후 파트너 간의 투자심의와 투표가 진행된다. 자사의 경우, 4인의 파트너가 모이면 투표를 진행하고, 만장일치가 되면 투자가 결정된다.
본격적으로 투자가 진행되면, 본엔젤스는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과정의 각 단계에서 기준점을 제공해 성장을 독려하고자 한다. 소속 파트너가 모두 창업 경험이 있는 이들인 만큼, 피투자 업체의 성장 템포를 조절하고, 해당 업체가 속한 시장의 속성을 고려해 다음 전략을 함께 고민하기도 한다. 특히 공동창업을 하게 되면 한 사안에 대해 의견이 대립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때도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
Q4. IT기업 네이버가 물류스타트업 메쉬코리아에 투자했고, 카카오는 모빌리티 사업부문을 분사해 교통·운송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한 온라인 커머스 사업 확대 전략도 눈에 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A4. 카카오톡이 처음 나왔을 때를 생각해보자. 카카오톡의 무료 메신저 기능이 혁신적인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단체 채팅방이 생기고, 스마트폰을 모르는 사람들까지 카카오톡을 사용하게 됐다. 카카오톡은 무료 메신저로 초기 수용 계층을 확보했고, 이어 협업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계층을 끌어들이는 플랫폼으로까지 성장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네이버와 카카오의 행보는 자사의 플랫폼에 거래 참여자를 끌어들이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와 카카오 사례가 아니더라도, 내비게이션이나 지도에 기술회사들이 투자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을 끌어올 수 있는 기반기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류시장은 기존의 참여자 간 사업적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있어 곳곳에 비효율이 존재한다. 그러면서 새로운 변화에 대한 수용도가 낮다. 스타트업이 파고들 수 있는 틈새를 포착하기 어렵다. 하지만 플랫폼에겐 이 이해관계자를 끌어올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이 개인적인 의견이다. 물류시장에선 일반적으로 한 회사가 전 물류업무를 처리하지 않는다. 발주하는 이와 수주하는 이가 있을 것이고, 둘은 협업하게 된다. 하나의 플랫폼이 연결된 두 대상을 자신의 안으로 편입시킬 수 있는 포인트가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Q5. 본엔젤스가 바라보는 유통·물류 시장이 궁금하다.
A5. 모바일을 예로 들어보자. 모바일 플랫폼이 등장하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수많은 앱(App)들 역시 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은 원천기술 자체로 큰 변화를 이끌어내기보다는 원천기술 위에 응용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특화된 회사들이 많다. 이런 응용 프로그램 중에는 트렌드에 영향을 받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그런데 트렌드에 관계없이 항상 ‘핫’한 부분이 있는데, 바로 커머스 영역이다.
사람들이 물건을 쓰는 패턴이나 유행은 변한다.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하는 플랫폼 역시 변한다는 뜻이다. 한때 라거(Lager) 맥주 위주였던 우리나라 맥주 시장에서 어느 순간 에일(Ale) 맥주가 뜬 것처럼, 커머스 영역에서는 일정 기간이 지나고 나면 기존의 것은 옛것이 되는 특성이 있다. 새로운 것의 등장과 퇴장이 쉽게 일어나는 것이다.
따라서 커머스 스타트업의 중요한 과제는 상품이 ‘잘 팔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많은 상품이 잘 판매되도록 운영 단계에서 데이터 분석과 같은 기술이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즉, 기술만으로는 투자자의 마음을 움직이기 어렵다. 특히 서비스 시작 초기엔 고도의 기술보다 오퍼레이션(Operation)이 얼마나 잘 수행되는지가 중요하다. 스타트업이 가진 사업적 영향력, 기술 경쟁력이 자본과 만나면 더욱 빠른 성장이 가능해진다.
한편, 물류는 종합예술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가령 B2C 배송 스타트업이라면 필요 기술을 탑재하여 배송 로직(Logic)을 잘 짜고, 실제 오퍼레이션을 잘 수행해야 한다. 그리고 실제 현장에선 제대로 된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인사 관련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여기에 성장 단계에 맞춰 배송료, 인건비 등 필요한 자금이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자금 계획도 마련되어야 한다. 소위 ‘잘 하는’ 스타트업이 나타나기 힘들 수밖에 없다.
외부 위협 요인도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B2B 시장의 한계뿐만 아니라, 기간산업인 물류산업 특성상 누군가 잘 구축된 네트워크를 꾸려 더 높은 수준의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면, 그에 잠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류는 많은 혁신이 필요한 영역이다. 그런데 제품을 잘 만드는 것을 혁신이라고 보기 힘들다. 개인적으로 화물중개 플랫폼을 내세운 다양한 스타트업으로부터 콜드 메일*을 받았다. 그런데 그중에선 이렇다 할 스타트업이 눈에 띄지 않았던 것이 솔직한 소감이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당면 과제는 닭과 달걀의 딜레마를 해결하면서 임계점에 도달해야 하는데 이를 혁신적으로 풀어낸 이를 찾기 어렵다. 거래 참여자 간 사업적 이해를 뛰어넘어 기술을 통해 화물운송 시장의 핵심 페인포인트(Pain Point)를 혁신적으로 풀어낼 수 있어야 한다.
Q6. 해마다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금액은 늘어나고, 정부의 정책적 지원(모태펀드 확대, 창업지원법 등)도 확대되는 추세다. 투자를 받고자 하는 스타트업과 좋은 스타트업을 발굴하고자 하는 VC의 움직임도 활발해질 것 같다.
A6. 나라가 나서서 사회적인 변화를 이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진행 과정 중에서 잡음이 따랐지만,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물질적 지원이나 정부의 규제 혁신에 대한 의지는 시장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스타트업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다만, 스타트업이 사업의 본질이 아닌 정부의 지원이나 투자에 과도하게 집중하게 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보통 정부의 지원 사업을 받으려면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그것에 초점을 맞추면 의례적인 사업계획이나 피칭에만 최적화될 수밖에 없다. 정부 지원금은 실적이나 성장의 바로미터라고 보기 힘들다.
스타트업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성장에 있다. 물론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지점을 찾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자연스레 명확한 성장성을 가진 곳에 투자하는 VC로서 투자를 하는 것도 어려워진다. VC의 목표는 투자금 회수고, 그것이 이뤄져야 다시 유망한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즉, 좋은 스타트업을 찾으려는 VC와 VC의 투자를 받고자 하는 스타트업 사이의 간극은 유지되어야 한다.
앞서 언급된 것처럼, 올해 스타트업 투자 자금이 민간에 많이 풀리는 만큼 스타트업의 활동도 활발해져 다이나믹(Dynamic)한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태어나는 것이 있다면 반대로 사라지는 것도 생기기 마련이다. 초기단계(Early Stage)에서 투자를 받았다고 할지라도, M&A까지 성공하는 업체는 100개 중 1개라고 할 만큼 어렵다. 게다가 VC업계에 자금이 풀리는 만큼 엑싯(Exit) 마켓이 커지진 것도 아니다. 많은 투자금을 받았음에도 M&A가 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년에 당장 폐업하는 스타트업이 쏟아진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폐업과 실패를 두려워하는 경향이 크다. 이에 대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