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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예리의 야매일기] 어솨~ 무인매장은 처음이지?

by 임예리 기자

2018년 02월 02일

1년 만에 돌아온 야매일기, 편의점 무인매장을 가다

기술력 내세운 세븐일레븐, 무인 효율화 집중한 이마트24

그곳에서 팔 수 없는 것과 팔지 않는 것

편의점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무인유통

최근 유통업계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 중 하나가 ‘무인’이다. 특히 편의점 업계에선 무인판매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작년 5월, 롯데월드타워 1호점 오픈을 시작으로, 지난 1일 시그니처 2호점을 열었다. 이마트24는 완전무인매장과 새벽 시간 한정 무인매장 총 4개를 운영 중이다. CU와 GS25의 경우, 무인매장 시스템보다 키오스크나 소비자 셀프 계산 방식을 도입하여 무인보다는 업무 효율에 초점을 맞췄다.

 

무인화가 대세라는데, 실제 매장 모습은 어떠할지 궁금함이 일었다. 게다가 기자의 취재 날짜가 회사 회식일과 겹쳐 있었기에, 합법적인 회식 조퇴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주저 없이(?) 1년 만에 ‘야매일기’ 코너를 부활시키기로 했다.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매장 2곳과, 이마트24 무인매장 1곳을 방문해 봤다.

 

시그니처의 첫인상, 미래형 매장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1호점이었다. 매장에 들어가기 위해선 핸드페이를 통해 출입해야 한다. 핸드페이는 사람마다 다른 정맥 혈관의 굵기나 모양 등의 패턴을 이용해 사람을 판별하는 시스템이다. 현재는 롯데카드만 핸드페이 등록을 지원한다.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이마트24 무인매장세븐일레븐 시그니처 이마트24 무인매장

▲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1호점 입구. 핸드페이를 직접 등록해 출입구를 통과해야 한다. 그런데 기자가 매장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8시 정도로, 핸드페이 신규 등록과 관련한 안내 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시간이었다. 당황하던 찰나 입구 중 하나가 열려 있는 것이 보였다. 슬쩍 입구 사이로 발을 들이밀었는데, 별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잽싸게 들어갔다. 알고 보니 직원이 상주하고 있어 문이 개방된 상태였다. 약간 머쓱했다.

 

매장에 들어선 순간,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무인계산대와 담배 자동판매기, 전자식 가격표였다. 전체적으로 하얀 인테리어에 여러 기기들이 더해져 미래형 편의점의 분위기를 풍겼다.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이마트24 무인매장▲ 아침 출근길에서 본 일반 세븐일레븐 편의점. 세븐일레븐 시그니처가 시범 운영 매장임을 감안하더라도, 미래형 편의점에는 재고 관리나 자재 관리 역시 데이터 분석을 통해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까. 

 

특히 보통의 편의점에는 가격표가 종이 태그로 붙여져 있는데, 시그니처 내부엔 대부분 전자식 가격표를 사용하고 있었다. 다만, 아이스크림이 들어있던 냉동식품 칸과 음료를 따뜻하게 보관하는 온장고에는 전자식 가격표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전자식의 특성상 온도와 습도에 기기가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또한, 기자가 방문한 시간에는 작동하지 않는 상태였지만, 냉장 식품이 있는 부분에는 자동문도 설치되어 있었다.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이마트24 무인매장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이마트24 무인매장

▲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1호점 내부의 냉장구역과 냉동구역, 그리고 담배 자판기. 해당 자판기에서는 담배 수령만 가능하며, 결제는 무인계산기에서 해야 한다.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무인매장 이마트24

▲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안에 있는 무인계산대. 사용을 낯설어 하는 고객이 있어, 현재는 상주하는 직원이 계산을 도와주는 경우가 잦다.

세븐일레븐 무인매장 시그니처 이마트24 천장의 네 코너에는 시시티비가 설치되어 있었다. 해당 시시티비는 스마트 CCTV로 줌 기능을 포함해, 사람이 지나갈 때 그의 주동선과 보조동선을 파악하여 그 사람이 어디에 많이 머물고 있는지가 데이터 값으로 축적된다. 이에 향후에는 기획 상품 행사를 진행하고, 어떤 위치에 있을 때 가장 효과가 좋은지 파악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 세븐일레븐 측의 설명이다.

 

이리저리 둘러보다, 맥주 한 캔과 견과류 봉지를 집어 계산대로 향했다. 계산대 한 측에 상품을 하나씩 올려놓으면, 상품이 스캐너 부분을 통과하고, 기기가 바코드를 읽어 계산대 화면에 상품명과 가격이 뜬다. 이때, 주의할 점은 상품을 한꺼번에 놓는 것이 아니라 하나씩 일정 간격을 두고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자가 두 개의 상품을 아주 가까이에 놓고 스캐너에 통과시켰더니, 둘 중 하나만을 인식했다. 이후 계산대 화면을 보고 가격이 찍히지 않은 상품을 집어 다시 바코드 리더기로 상품을 찍어야 했다.

 

이마트24의 하이브리드, 유인과 무인의 결합

 

시그니처 1호점에서 나와 이마트24로 향했다. 필자가 방문한 이마트24의 경우 낮 시간엔 사람이 운영하고, 저녁 11시부터 다음날 아침 6시까진 무인으로 운영되는 매장이었다. 서울 성수동에 위치했는데, 대로변은 아니지만 일반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었다. 사람이 입구에 가까이 서면, 카드 단말가 자동으로 안내 멘트를 내보낸다. 카드 단말기에 신용카드를 대면 문이 열린다.(체크카드도 가능하다)

이마트24 무인매장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이마트24 무인매장

▲ 이마트24 성수백영점. 사실 처음엔 성수백영점이 아니라 24시간 무인으로 운영되는 조선호텔점에 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마트24 조선호텔점은 사무동에 위치하고 있어 밤 시간(오후 11시~익일 오전 6시)엔 외부인의 출입이 불가능하다. 운전면허가 없는 기자를 위해 차가 있는 지인이 취재에 함께 동행했는데, 이 사실을 말하는 순간 어쩐지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현재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1, 2호점이 각각 롯데월드타워, 롯데손해보험빌딩 안 인오피스(In-office) 형태로 입점한 것과 달리 이마트24는 상권 타입별로 비교적 다양하게 입점해 있다. 5개의 무인매장(부분 운영 포함)은 직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사무실이 밀집한 상가, 대학교 안, 완전한 인오피스 등 각기 다른 형태의 상권을 가지고 있다.

 

이마트24 측에 따르면, 이마트24는 앞으로도 다양한 상권에 무인 매장을 열 계획이다. 한편, 세븐일레븐 측 관계자는 “무인계산대 등 소비자에게 익숙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 민간 전면 개방을 선택하지 않았다”며 “당분간 계속 인오피스 형태로 출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마트24 매장 내부는 기존의 편의점과 큰 차이점이 없다. 세븐일레븐처럼 이전에 편의점에서 보지 못했던 기기도 없다. 셀프 계산대 역시 일반적인 대형마트에 있는 셀프 계산대와 크게 다를 바가 없는 형태로, 고객이 직접 상품의 바코드를 찍고 결제를 진행해야 한다.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무인매장 이마트24세븐일레븐 시그니처 무인매장 이마트24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무인매장 이마트24

▲ 이마트24 성수백영점 내부. 매장 한켠에는 노브랜드 상품 전용 구역도 있다.

 

세븐일레븐이 자동화 기기와 기술을 통한 무인매장 운영을 지향한다면, 이마트24는 유인 운영과 무인 운영의 결합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유인 운영에서 무인 운영으로 넘어가는 시간의 매장 작업자가 해야 할 일이 추가된다. 가령, 사람이 없는 시간 동안 유통기한이 지난 편의점 음식을 팔 수 없으므로, 상품의 유통기한을 확인하고 처리해야 한다. 실제로 기자가 방문한 성수백영점의 도시락 코너에 있는 삼각김밥이나 도시락 등의 유통기한을 살펴보았는데, 모두 유통기한이 다음날 오전 11시 까지였다. 미리 유통기한에 따른 진열 작업이 끝난 상태였다.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이마트24 무인매장

▲ 셀프 계산대를 이용하는 모습. 매장의 카운터엔 무인 운영 전 오후 근무자가 해야할 일이 체크사항으로 적혀 있다. 그중에는 △폐기음식물 바코드 처리하기  △주류·담배 블라인드 내리기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반면,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에는 직원이 상주하고 있어, 폐기 음식물과 관련된 처리는 아직까지 사람이 관리한다.

 

물론 근무자가 완벽하게 일을 처리해 놓고 퇴근을 한다고 해도, 현장에서는 돌발 상황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급하게 직원 호출이 필요할 시, 고객은 매장 내 유선전화와 마이크를 이용해 본사와 연결된 24시간 헬프데스크에 문의할 수 있다. 헬프데스크에는 상주 직원이 있고, 모든 무인매장의 CCTV 화면을 볼 수 있어 실시간 고객응대가 가능하다. 또한, 무인매장 모두 현재 직영점이긴 하지만, 해당 매장 인근에 있는 일반 이마트24의 점장이 앱을 통해 무인매장의 상황을 확인할 수도 있다.

 

팔 수 없는 술·담배, 팔지 않는 콘돔·택배 서비스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의 무인매장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팔 수 없는 것’과 ‘팔지 않는 것’ 이 있다. 전자는 술과 담배고, 후자는 콘돔과 택배 서비스다. 

 

국내 주류법상 술은 대면을 통한 판매만이 가능하다. 현재 직원이 상주하고 있는 세븐일레븐의 경우, 술을 계산대에 통과시키면  ‘관리자의 확인이 필요한 상품’이라는 문구가 뜬다. 따라서 직원의 승인이 있어야 술을 구매할 수 있다. 자판기로 판매되는 담배의 경우엔 보건복지부에서 롯데카드 핸드페이 시스템을 성인 확인 방법으로 인정해 무인계산대를 통해 살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사람이 아예 없는 이마트24에선 술과 담배 모두 살 수 없다.

 

이처럼 술이나 담배를 무인매장에서 팔기까지는 관련법의 개정이 필요해 판매 가능 시점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콘돔의 경우 그와 달리 청소년에게 팔아도 불법이 아니다.* 그런데도 콘돔이 있는 매장은 볼 수 없었다. 또한, 일반 편의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택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기기가 있는 매장도 없었다.

*다만,  '요철식 특수콘돔'과 '약물주입 콘돔'(사정 지연 콘돔)과 같은 특수형 콘돔은 청소년유해물건으로 분류되어 청소년에게 판매하는 것이 불법이다.(2011년 4월 28일 여성가족부 청소년보호위원회 고시 규정)

 

이에 대해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 측 관계자 모두 무인점포에 최적화된 상품을 구성하고, 시범 운영하는 과정에서 제외된 것이라고 전했다. 편의점은 가맹점 매장에서 상품을 판매하여 발생한 매출이익에서 본사가 가맹수수료를 가져가는 구조다. 따라서 가맹점이 많을수록, 점포에서 매출이 많이 날수록 본사에게 유리하다. 이에 따라 양사 모두 상품 구성을 포함해 택배, 카페, 즉석조리 서비스 등 무인점포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시범 운행 중이다.

세븐일레븐시그니처 이마트24 무인매장세븐일레븐시그니처 이마트24 무인매장

▲지난 1일 문을 연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2호점. 1호점엔 일반 편의점과 같이 커피 기계와 온수기, 전자렌지 등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2호점에는 즉석라면, 군고구마 등을 제공하는 푸드 스테이션과 함께 헬스케어 제품이 전시된 구역도 있다.

 

한편,  ‘열 사람이 지켜도 도둑 한 명 막지 못한다’는 말이 있듯이 무인매장의 가장 큰 우려로 지적되는 보안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는 상태다. 편의점 측에 알리지 않고 현장을 방문했기에 실제로 물건을 훔쳐서 나오는 실험은 감히 하지 못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여러 상황을 가정할 순 있었다.

 

기본적으로, 물건을 옷이나 천으로 꽁꽁 감싸고 나온다거나 도난카드, 훔친 카드로 결제를 하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또한,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매장의 경우 지하철 개찰구 형태의 입구이므로 그 위를 뛰어넘는 다던가, 무인계산대 위에 여러 개의 물건을 하나씩 놓지 않고 한꺼번에 통과시켜 누락되는 것을 임의로 취할 수도 있다. 이마트24의 경우 역시 임의로 결제 물건을 누락시켜 취하는 경우와 본인과 신분이 다른 카드를 이용해 출입, 결제할 수 있다.

 

무인 매장에는기존 편의점보다 많은 대수의 CCTV가 설치되어 있어 그에 따라 사후 추적이 용이해 불법행위가 일어나더라도 빠르게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는 것이 편의점 측의 입장이다. 이와 더불어 시범사업 중 지속적으로 도난 등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 힘쓰겠다고 전했다. 특히 이마트 관계자는 "앞서 언급된 스마트CCTV 외에, 무인매장이 정식으로 상용화되고 매장의 개인정보 수집 범위가 확대되면, 다양한 사전 예방책들이 나올 수 있다”고 전했다.

 

기술의 발전과 비대면을 선호하는 언택트(Untact) 트렌드가 맞물리며 무인매장이 등장했다. 미국에선 아마존고, 중국에선 빙고박스 등이 소비의 자동화를 외치며 상용화 수준에 다다랐지만, 국내는 이제 겨우 시범단계에 들어섰다. 소비자 입장에선 아직 낯선 부분도, 오히려 이전보다 불편한 부분도 존재한다. 안정성과 수익성 측면에서, 편의점 점주 입장에서도 선뜻 도입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인유통 경쟁은 시작됐고, 한 번 시작된 이상 이전으로 돌아가긴 힘든 것이 사실이다. 무인매장의 무한경쟁 시대가 온다면, 그렇다면 그때의 물류는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을까.



임예리 기자

三人行,必有我师。 페이쓰북 / 이메일: yeri@clo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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