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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인이 보면 좋을 물류 아닌 도서 4選

by 박대헌 기자

2017년 11월 27일

book

 

 

산업간 경계가 무너졌다고 한다. IT, 유통, 제조, 물류 등 각 분야에서 나뉘어 경쟁하던 기업들은 점점 하나의 시장에서 만나고 있다. 예전에는 ‘경쟁의 대상’이라고 생각하지도 못한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한 가지 지식’만으로는 부족하다. 요컨대, ‘경계를 넘어서는 지식’이 필요하다.

 

경계를 넘어선 지식을 어떻게 얻느냐고? 가장 쉬운 방법은 경계 너머의 사람에게 관련된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일례로 본지가 2016년부터 매해 4월 주최하고 있는 <로지스타서밋>에도 다양한 산업 분야의 청중들이 모인다. 행사에 참가한 한 물류업계 청중에게 물어보니 “물류업계 아닌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오히려 물류쪽에 인사이트가 생긴다”고 하더라.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경계를 넘어선 책을 읽는 것도 산업의 인사이트를 만드는 방법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이미 인터넷에 정보가 범람하는데 무엇 하러 돈 내고 책을 읽냐고? 그것도 맞는 말이지만, 특정 주제의 정보를 집약한 ‘밀도’ 측면에서 책은 여전히 여타 미디어 대비 큰 우위를 갖는다.

 

그래서 준비했다. 왠지 모르게 평소 많은 책을 읽을 것 같은 직군인 학계와 연구계, 기관에 책 추천을 의뢰했다. 경계를 넘어선 책을 추천받는 것이 취지기에 당연히 이종산업의 전문가들을 섞었다. 그래도 우리가 ‘물류’ 전문미디어니, “물류나 SCM 측면에서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가 녹아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붙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신기한 것은 정작 추천 받은 책중에 ‘물류, SCM’을 주제로 한 책은 하나도 없었다는 점이다. 이 또한 산업간 영역붕괴의 반증이리라. 본격적인 책 추천에 들어간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창업지원단장)의 추천도서

_ 늦어서 고마워 (토마스 프리드먼)

 

늦어서 고마워

 

“변화를 깊숙이 다루면서도 공포감을 조장하지 않는 책”

 

우리는 모두 엄청난 속도로 덮쳐오는 변화의 파도에 올라타고 있습니다. 그 변화를 견뎌내느라 파도가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물어볼 틈이 없을 정도이지요.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플랫폼이 등장하는 공급망과 물류시스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책은 그 변화의 원천을 차근차근 따져 들어갑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현기증 나는 변화의 시대를 우리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맞이할 수 있을지 생각하게 해줍니다. ‘대시장’, ‘대자연’ 그리고 기술혁신으로 요약되는 거대한 변화를 조금은 낙관적으로 맞이할 수 있게 해주는 책입니다.

 

신광섭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의 추천도서

_ 플랫폼 레볼루션 (마셜 밴 앨스타인, 상지트 폴 초더리, 제프리 파커)

 

플랫폼레볼류션

 

“플랫폼의 A to Z를 정리한 교과서에 가까운 서적. 근데 교과서처럼 지루하지 않다!”

 

어쩌면 지금 이 시점에서 플랫폼의 가치와 발전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늦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다들 플랫폼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세상에, 그것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어떻게 플랫폼으로 전환하고 가치를 만들어낼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분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만큼 플랫폼 서비스를 구현하고 성공시키는 것이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플랫폼에 관한 교과서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플랫폼이 어떻게 비즈니스 환경을 변화시키고 있고, 기존의 산업 구조를 바꿔가고 있는지 아주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물론 플랫폼을 성공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법과 절차, 전략들도 사례를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우버, 에어비앤비, 아마존 등과 같은 성공한 기업들의 전략을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하고 실패한 기업의 사례도 함께 소개하고 있습니다.

 

플랫폼의 기본적인 개념과 추진 방법, 그리고 성공전략까지 정리한 이 책은, 플랫폼이 등장하기 전보다는 플랫폼을 통해 세상이 바뀌고 있는 지금, 읽어보기 가장 적당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안세준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 스마트물류팀 과장의 추천도서

_ 제로 투 원 ZERO to ONE (피터 틸)

 

제로투원

 

“시간이 흐른다고 미래가 되진 않는 현실, 미래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창고 보관료, 포장비, 트럭운송료, 해상운임, 항공운임, 통관수수료, 터미널사용료…. 물류업의 견적서 혹은 청구 명세서를 바라보면 이런 비용들이 나열됩니다. 물류인이라면 누구나 이런 비용 항목들 중에 우리 회사의 경쟁력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인지하고, 나아가 경쟁사와의 경쟁에 중요한 무기로 활용합니다. 그리고 이런 요소들을 나름대로 구성하여 화주에게 비용을 절감했고, 물류 흐름의 가시성을 확보했으며, 리드 타임을 줄일 수 있다며 열띤 구애를 합니다.

 

저는 이것이 물류업이라고 생각해왔었습니다. 이 책의 관점에서 본다면 물류업은 수평적 진보에만 너무 열을 올리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지겨울 정도로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졌다는 말을 사용하지만, 물류업계는 '제로'에서 '원'이 되기 위해 게임의 규칙(Rule)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합니다. 그보다는 더 효율적인 WMS, 더 효율적인 TMS, 더 효율적인 국제운송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서울-부산 컨테이너 운송은 A사, 부산-롱비치 해상운송은 B사, 캘리포니아 창고운영은 C사가 각각의 분야에서 선도기업으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는 것은 물류산업의 필드에서는 매우 중요한 가치입니다.

 

그러나 제조, 유통, 금융, 무역 등 실제로 물류의 흐름을 만드는 산업 전체로 시각의 범위를 넓혀보면 위의 기업들이 공급사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작은 부분입니다. 이 확장된 전체의 공급사슬망 혹은 그 일부분에서의 독점적 기업으로써의 지위를 확보하려면 어떤 시각으로 현상을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더해주는 게 <제로 투 원>입니다.

 

이 책의 필자가 창업한 페이팔은 전자상거래의 양식을 바꿨습니다.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경쟁사 대비 더 예쁜 탬플릿, 편리한 UI, 더 많은 상품구성, 더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는 게 아니었습니다. 기존 불편했던 신용카드, 수표전달체계를 이메일 기반의 결제시스템이 대신하게 하였고, 이것이 곧 전자상거래시장의 기축통화로 기능하며 온라인상의 국경을 허물었습니다. 이에 따라 더 많은 국제특송화물 수요창출, 국가 간 특송화물에 대한 관세 변경, 수많은 전자상거래 관련 기업들의 창업과 시장 진입을 이끌어 냈습니다. '제로'에서 '원'이 만들어지면서 산업자체의 게임 체인저로 기능했고 페이팔은 독점적 지위를 누리며 많은 돈을 벌고 있습니다.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수직적 진보에 대한 시각의 차이를 제시해주는 한 권 <제로 투 원>을 추천드립니다.

 

박정훈​ CJ미래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의 추천 도서 

_ 일의 언어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일의언어 별점

일의언어

 

“우리가 공급망을 통하여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 그 본질은 무엇인가. 그 답을 찾을 수 있는 책. 혁신의 방향은 먼 곳에 있지 않다”

 

<일의 언어>는 세계적 경영학자인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가 1997년 자신이 발표한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 이론의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저술한 책입니다. 그가 새롭게 제안하는 ‘할 일 이론(Theory of Jobs to Be Done)’을 기업의 실사례를 들면서 설명하는 내용입니다.

 

어찌 보면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매우 당연한 기업경영의 원칙인 “소비자에게 필요한 가치를 제공하라”라는 메시지가 주가 되지요. 조금 더 나아가, 다양한 기업 혹은 서비스 제공주체들이 어떻게 이 기본 원칙을 간과하고 있는지, 또 이로 인하여 혁신의 방향타를 잘못잡고 불필요한 에너지를 쏟고 있는지에 대해 풀기도 합니다.

 

저자는 ‘소비자는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일의 완수를 위하여 그것을 고용하는 것’이라는 점을 주창합니다. 때문에 기업들은 소비자의 ‘해야 할 일(Jobs to Be Done)’에 대한 파악을 통해 새로운 혁신을 통한 지속 성장을 할 수 있습니다.

 

물류와 유통의 경계 붕괴, 더 나아가 산업의 모든 경계가 점점 희미해지고 새로운 융합 가치사슬이 등장하는 세상입니다. 그렇다면 물류산업의 고객인 화주기업은 어떤 ‘할 일’을 완수하기 위하여 물류가 필요한 것일까요? 그 ‘할 일’을 잘 지원하기 위한 물류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이 책은 그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자그마한 열쇠를 제시해줄 것입니다.

 

 

 



박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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