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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억 건의 데이터... 해운업계를 '스마트'하게 바꾸는 방법

글로벌 물류스타트업백서㉖ 플릿몬(FleetMon)

by 김정현 기자

2017년 10월 24일

글로벌 물류스타트업백서㉖ 플릿몬(FleetMon)

AIS에서 수집하는 하루 3억 건의 데이터... 어떻게 활용되나

선박 트래킹부터 환경 정보까지, 데이터가 만드는 해운판의 변화

 

플릿몬 사무실 전경(사진제공= 플릿몬)

 

글. 김정현 기자

 

‘빅데이터’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진지는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디지털시대라는 말은 너무 많이 들어 지겹기까지 하다.

 

어찌됐든 지금 이 순간에도 인터넷과 모바일이 만드는 수많은 정보와 데이터가 생산돼 쌓이고 있다. 데이터의 규모는 점점 방대해지고, 그 생산주기 역시 짧아지고 있다. 데이터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가 빅데이터로 바뀌는 시점은 언제일까. 이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보통은 5테라바이트(TB) 정도의 이동식 디스크에 데이터가 다 들어가지 않을 때라고 말한다.

 

가령 전 세계에 퍼져 있는 도서 정보는 확실히 빅데이터라고 할 수 있다. 양으로 따지면 어마어마할 것이다. 저자, 제목, 출판사, 평점 등이 모두 도서에 관한 정보에 속한다. 제 아무리 구글이라도 전 세계 모든 도서의 정보를 카탈로그화 하고 색인을 붙여 정리하기는 힘들 거다.

 

그러나 산업 곳곳에서는 이처럼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정리하고 분석하려는 움직임이 관측된다. 왜일까. 우리가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연구하는 이유는 빅데이터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거나 보다 전문적인 지식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류에서도 빅데이터는 중요하다. 특히 국제물류 물동량의 90% 가량을 차지하는 해상운송 분야에서는 하루에도 수십만 건의 데이터가 쏟아진다. 어떻게 이 데이터를 유의미한 정보로 만들 것인지가 관건이다. 특히 해상운송은 항공운송에 비해 화물의 지연이나 연착 등의 변수가 많다. 해운업계가 수개월 혹은 수년에 걸쳐 데이터 수집에 힘을 쏟는 이유는 해상운송 업계에서 발생하는 이와 같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해운판의 데이터를 끌어모아

 

플릿몬(서비스명: FleetMon, 사명: JAKOTA Cruise Systems GmbH)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해운업계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2007년 독일에서 설립한 업체다. 플릿몬은 전 세계의 공공 선박, 개별 회사 선박, 항만 등으로부터 각종 데이터를 수집하고 기업이 보다 나은 물류 프로세스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다.

 

플릿몬은 전 세계를 떠다니는 모든 선박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모아 하나의 플랫폼에 담아냈다. 플릿몬은 전 세계 5,125개 항구, 1,200개의 AIS(선박 자동식별 장치) 스테이션 등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플릿몬 서비스에 등록된 선박은 46만 척 이상, 서비스에 등록된 사용자는 약 32만 1,000명이다.

선박 자동식별 장치(AIS)란?

Auto Identification System의 약자다. 선박 자동식별 장치(AIS)는 선박의 위치, 침로, 속력 등 항해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첨단 장치로서 해상에서 선박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쓰인다. 국제해사기구(IMO)는 해당 장치를 배에 반드시 탑재할 것을 의무 사항으로 두고 있다. 선박 자동식별 장치가 있으면 주위의 선박을 육안으로 인식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다른 선박의 존재와 진행 경로 등을 파악할 수 있다. 2002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선박 자동식별 장치가 선박에 단계적으로 탑재되고 있는 상황이며, 이에 따라 모든 여객선, 국제 항해에 쓰이는 300톤 이상의 모든 선박, 국제 항해에 쓰이지 않는 500톤 이상의 화물선에 선박 자동식별 장치가 탑재되고 있다.

 

스스로를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와 같은(Wiki-like) 해운 정보의 아카이브(Archive)라고 설명하는 플릿몬의 라스 브란스태터(Lars Brandstädter) 대표와 나눈 대화를 통해 플릿몬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도록 하자.

라스 브란스태터(Lars Brandstädter) 플릿몬 대표

 

데이터를 끌어모으는 이유

 

본 기자에게 라스 대표가 스크린 화면을 보여줬다. 스크린에는 수많은 점이 표시돼 있었다. 그 점들은 현재 바다를 항해하고 있는 선박의 운송 상황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인천과 부산에도 많은 점이 모여 있었다.

인터페이스에는 현재 선박 위치가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보통 트래킹 사이트에서 실시간 현황을 확인하기 위해 화면을 ‘새로고침’해야 한다면, 플릿몬의 시스템에서는 데이터를 리로드하지 않고도 실시간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플릿몬의 가장 대표적인 서비스는 ‘트래킹(Tracking) 서비스’다. 플릿몬을 이용하는 고객은 항해 중인 모든 선박과 항구 데이터 등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플릿몬은 개별 선박 단위로 해양 교통 정보를 실시간 제공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고객은 전 세계 화물의 움직임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플릿몬이 이러한 서비스를 만든 배경엔 무엇이 있을까. 해상운송에는 여전히 많은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 화물 지연이 대표적이다. 화물 지연은 대개 출발항이나 환적항의 적체(積滯)로 인해 발생한다. 항구에서 처리 가능한 물량보다 항구로 들어오는 물량이 많다거나, 기상 이변으로 하역 프로세스가 늦어지면 적체가 발생하고, 이는 곧 화물 지연이라는 비효율로 이어진다. 가령 항만에서 조업이 며칠 늦어지면 회사는 물동량에 비례해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해상 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분석할 수 있다면 어떨까. 해상운송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플릿몬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한 항구에 입항하는 선박이 너무 많아 물류 프로세스가 지연되고 있다는 사실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면,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인근의 항만을 찾아 뱃머리를 돌릴 수 있다.

 

또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선박 운행의 효율성을 높일 수도 있다. 가령 해운사는 데이터를 활용해 운항에 투입되는 비용과 석유 소비량(Fuel Consumption)을 줄이고 정박 시간(Lay Time)을 단축할 수 있다. 플릿몬이 빅데이터를 무기로 해운업계에 뛰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법

 

플릿몬은 어떻게 그러한 데이터를 모을까. 플릿몬은 여러 가지 신호(Signal) 채널에서 데이터를 모아 신뢰성 있는 자료를 제공한다. 특히 플릿몬의 위성 트래킹 하드웨어는 각각 다른 선박에서 발생하는 정보를 하나로 솔루션으로 모아 제공한다.

플릿몬 사용자가 지역 및 선박을 설정하면 선박 출발 및 도착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메일이나 문자로 발송한다.

 

플릿몬은 울트라모던 위성 AIS, 지상파 AIS(Terrestrial AIS), 현존하는 인말새트(INMARSAT: International Maritime Satellite Organization) C장비, 플릿몬 자체의 자율 S1 위성 트랜스폰더 등의 하드웨어 장비를 사용해 데이터 수집에 활용한다.

 

플릿몬은 위성과 지상파 AIS를 모두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위성 AIS의 경우, 대기시간이 길고 데이터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특정 선박의 위치를 보고하는 빈도가 낮다. 게다가 위성 AIS는 실시간 선박 진행 상황은 알려주지만, 고급 경보(Alert) 기능은 제공하지 않는다. 플릿몬이 위성 AIS와 함께 지상파 AIS를 이용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지상파 AIS를 활용하면 거의 실시간으로 선박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지상파 AIS는 항만 등 해안과 가까운 곳에서 작업할 때 활용된다. 실제로 플릿몬은 지상파 AIS를 활용하는 데 특화돼 있다. 플릿몬은 매년 꾸준히 지상파 AIS 수집 가능 지역을 넓혀가고 있으며, 이를 활용해 현재 약 164개 국가의 고객에게 실시간으로 선박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플릿몬은 자체 위성 장치도 개발했다. S1 위성 트랜스폰더(Transponder)가 바로 그것이다. S1 위성 트랜스폰더는 주파수를 사용해 선박의 위치를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한다. 해당 장치가 위성과 다른 점은 선박이 통제 밖을 벗어났을 때도 선박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플릿몬의 위성 트랜스폰더(Transponder), 선박의 현 위치를 파악한다.

 

한편 플릿몬이 1초당 처리하는 AIS 데이터 보고는 약 3,500건에 이르며, 이를 일 단위로 환산하면 하루 약 3억 건에 해당한다. 플릿몬이 이처럼 다양한 신호로부터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기 때문에 고객은 플릿몬 브라우저에서 실시간으로 선박을 트래킹할 수 있다. 플릿몬의 트래킹 시스템은 선박의 현재 진행 상황뿐 아니라 과거 경로 및 선박의 이력도 보여준다. 고객은 플릿몬 브라우저에서 과거 3년 간 저장된 AIS 보고서를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선박의 운항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스케줄링할 수 있으며, 교통 환경을 연구 및 분석하는 도구로도 플릿몬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

트래킹이 전부가 아니다

 

플릿몬의 고객사는 트래킹뿐 아니라 위성지도와 탐색 차트를 포함해 여러 가지 유형으로 원하는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현재 플릿몬의 데이터베이스에는 수십만 대의 선박에 대한 항구 도착 및 정박 정보가 쌓여 있다. 심지어 플릿몬은 선박의 크기 정보도 제공한다. 고객은 항구와 수로의 이미지를 확대해서 볼 수 있으며, 플릿몬은 주변 환경과 선박의 크기를 비교할 수 있도록 주변 환경 대비 선박의 크기 비율을 화면에 표시해준다.

주변 시설과 비교해 선박의 크기를 나타내준다.

 

또한 플릿몬은 로컬 및 글로벌 운항로(Shipping Lane)를 시각화해 보여주고, 선박의 종류(가령 바다를 항해하는 선박은 여객선, 화물선, 탱크선, 어선, 터그선 등으로 분류된다.)와 선박 신호에 따라 경로를 필터링해준다.

 

플릿몬은 2016년 1월부터 운수밀도(Traffic Density)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도 시작했다. 또한 고객이 스크린에 표시되는 작은 화살표 위에 마우스 포인트를 가져가면 현재 선박의 속도 데이터(Speed Over Ground(SOG))와 경로 데이터(Course Over Ground(COG))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플릿몬은 운항로(Shipping Lane)를 시각화해, 운수밀도를 보여준다.

 

플릿몬은 선박 데이터 외에 항만 자료도 제공한다. 가령 선박이 위치한 근해 항만 정보, 항만에 입항 가능한 선박의 크기, 조수간만의 차이, 수로의 깊이 등이 이에 해당한다. 뿐만 아니라 플릿몬은 날씨, 풍량, 파고 등 외부 환경 정보도 제공한다. 해운이 다른 어떤 운송수단보다 기상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풍량, 파고 등 환경 정보 또한 플릿몬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정보를 통해 플릿몬을 이용하는 고객사는 1차적인 데이터를 파악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선박이 항해하는 이동거리, 예측 소요시간, 지연 가능성 등을 알 수 있다. 나아가 목적지별 경로를 비교하여 최적의 항로를 선택할 수도 있다.

플릿몬 대시보드에 노출된 부산항의 정보. 플릿몬은 항만 사용량, 농산물 데이터, 조수, 날씨 등 다양한 자료를 제공한다.

 

플릿몬 고객사는 플릿몬의 선박 정보 및 외부 환경 정보를 자신의 응용프로그램에 쉽게 연동할 수 있다. 즉 플릿몬의 솔루션을 기존 IT 시스템 및 물류 솔루션과 통합해 사용할 수 있다. 게다가 플릿몬은 고객이 자체 솔루션을 구축할 수 있도록 API 연동 서비스도 제공한다.

 

플릿몬은 더 정확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확보하여 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해 올해 7월 이그젝트어스(ExactEarth)와 올해 제휴를 맺었다. 이그젝트어스는 세계 최초로 실시간(Real-time) AIS 위성을 쏘아 올린 기업으로, 플릿몬과 같은 해양 선박 데이터 공급업체다. 플릿몬은 상대적으로 위성 AIS에 특화된 이그젝트어스와 지상파 AIS에 특화된 플릿몬의 서비스가 합쳐지면 더욱 광범위한 트래킹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라스 대표는 “플릿몬은 현재 항해 중인 선박의 위치 데이터뿐 아니라 해운업과 관련된 각종 데이터를 수집해 제공하고 있다. 간단히 말해 우리는 빅데이터를 연구하는 기업”이라며 “우리가 제공하는 데이터가 해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등대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고대 로마 철학자인 루키우스 세네카(Lucius Annaeus Seneca)는 “어느 항구를 향해 갈 것인지를 생각하지 않고 노를 저으면 바람조차 도와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래에는 무수히 많은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는가가 기업의 방향을 결정짓는 등대의 불빛이 되지 않을까 싶다.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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