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박정훈의 로봇가라사대] 로봇 총사령관, 인공지능의 물류 적용

by 박정훈

2017년 08월 26일

로봇군단

글. 박정훈 CJ미래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필자는 그간 물류분야에서 로봇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논해왔다. 최근 2~3년 동안 물류로봇 분야에서는 창고로봇, 자율주행트럭, 외골격로봇, 운송드론, 육상드로이드 등의 로봇이 연이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이제 어엿한 ‘Rogistics(Robot+Logistics)’ 군단의 진용을 이루고 있다.

 

본격적인 진군을 앞둔 Rogistics 군단. 하지만 이 시점에서 우리가 반드시 짚고넘어가야할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인공지능’이다. 앞서 필자는 군사(軍事) 용여를 빌려, 물류로봇을 군단이라 표현했다. 인공지능은 뭐라 표현할 수 있을까. 아마 지략, 전략, 작전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물류의 숙제는, Rogistics 군단에 어떤 지능을 부여하여 최고 수준의 물류 작업을 구현할 것인가이다. 또한 이들을 유기적으로 움직이도록 해 ‘자율물류’라는 이상적인 미래를 그려가는 것이다. 과연 가능할까. 또 어떻게 하면 가능할까.

자율물류: 자율물류란 물류센터 내외의 운송 및 보관 등 모든 물류활동이 완전히 자동화되고 지능화되는 것을 의미한다.(<'자율물류' 시대, 물류로봇의 현재와 미래는> 참고)

 

이러한 의문을 풀기 위해 본고에서는 자율물류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인공지능의 정의와 그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우선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사례를 통해 그것이 물류 분야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살펴볼 것이다. 끝으로 인공지능의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해 짚으며 글을 마무리할 것이다.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한 마디 덧붙이자면, 인공지능이라는 단어는 ‘알파고’와 ‘왓슨’ 등 AI 엔진의 활약 덕분에 우리에게 꽤 친숙해졌으나, 여전히 한편으로는 매우 어렵고 복잡할 것 같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컴퓨터공학 근처에는 가보지도 못한 필자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글을 쓰기 전에 미리 양해를 구한다. 인공지능에 관해 보다 전문적이고 학술적인 이야기는 전문 매체나 전문가의 기고 혹은 강연을 통해 듣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대신 필자는 인공지능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1명의 물류인이자 인공지능 기술의 수요자로서, 다소 편하게 인공지능을 다뤄보고자 한다.

 

‘인간’지능 아니고 ‘인공’지능

 

최근 필자는 ‘인공지능의 물류 분야 적용’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 참석했다. 그 자리에 연사로 선 강사가 한 말. “사실 아직 물류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실질적으로 적용되거나 활용된 사례는 별로 없습니다만….” 정말일까. 연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개가 갸웃해졌다.

 

물론 우리가 피부로 느낄 만큼 인공지능이 물류 분야에 도입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말 그의 말대로 ‘별로 없다’고 할 만큼일까. 필자는 이러한 의문에 사로잡혀, 그날부터 인공지능 전문가들의 칼럼과 보고서를 뒤적거렸다. 그리고 그 결과 작은 깨달음 하나를 얻게 됐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그 깨달음을 공유하고자 한다. ‘인공지능은 인간(수준의)지능이 아니라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지능이다.’

 

즉 사람의 두뇌과 같은 수준에 도달해야만 인공지능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 튜링테스트를 통과해야만 인공지능인 것도 아니다.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지능적인 프로그램이나 시스템이 인간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활용된다면, 그것은 곧 인공지능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튜링테스트: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Alan Turing)이 제안한 인공지능 판별법을 말한다. 튜링은 1950년 발표한 <계산기계와 지성(Computing Machinery and Intelligence)>이라는 논문을 통해, 컴퓨터와 대화를 나누어 컴퓨터의 반응을 인간의 반응과 구별할 수 없다면 해당 컴퓨터가 사고(思考)할 수 있는 것으로 간주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두산백과 참조)

 

그동안 우리는 인공지능을 어떻게 생각해왔나. 인공지능을 떠올릴 때면 ‘언젠가 인공지능이 완벽해져 사람의 뇌 수준이 된다면’으로 시작하는 무서운 이미지가 머릿속에 펼쳐진다. 그러한 이미지는 곧 ‘인공지능의 도입이 시기상조거나 전략적 실기’라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필자는 이러한 생각이 인공지능을 엄밀하게 정의하지 못한 데서 기인하는 일종의 오해라고 본다.

 

‘인공’지능을 ‘인간’지능과 혼동하면 우리는 완벽한 인공지능이 나타날 때까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러나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인공지능이 인간의 필요에 의해,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진 지능이라고 보면 어떨까. 다양한 분야에 인공지능을 활용할 엄두가 좀 나지 않을까.

 

문제는,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인공지능으로 볼 수 있는가이다. 가령 대학 학부수업 시간에 배웠던, 수송계획법을 응용한 알고리즘에 기반해 수집된 차량운행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최적의 수송경로를 찾아주는 TMS(Transportation Management System)는 인공지능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필자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TMS라는 S/W가 인간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보다 나은 해, 혹은 지능이라고 불릴 만한 무언가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공지능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을 ‘약한 인공지능(Weak AI)’와 ‘강한 인공지능(Strong AI)’으로 구분하며, 이에 따르면 알고리즘에 따라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S/W 프로그램은 약한 인공지능에 속한다. 물론 이러한 구분은 이분법적인 것은 아니며, 두 개념 사이에 다양한 형태의 인공지능이 위치해 있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다.

강한인공지능, 약한인공지능

▲ 강인공지능과 약인공지능 비교

 

그렇게 보면 인공지능은 과거부터 꾸준히 발전해서 우리 삶 곳곳에서 활용돼 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인공지능이 더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최근 머신러닝, 딥러닝, 빅데이터 등 인공지능의 사고능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켜주는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인공지능의 성능이 급격히 고도화됐기 때문이다. 둘째, 로봇이 다양한 영역으로 확산됨에 따라 ‘로봇의 뇌’에 대한 니즈가 점차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요약하자면 최근 인공지능이 구가하는 인기는 관련 기술의 발전과, 로봇 도입으로 인한 수요 증가에 기인한다.

 

필자가 본지에서 인공지능을 다루는 것도 이러한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 물류에서의 로봇 활용은 인간의 일을 로봇에게 대신 시키는 것에서 로봇이 스스로 작업방식을 개선하고 사람과의 협업 경험을 활용해 보다 효율적인 작업을 수행하도록 하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최근 Rogitics의 트렌드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바로 인공지능이다.

 

우리의 목적은 인공지능의 범주를 확장하는 것이었기에, 인공지능의 개념에 대한 논의는 이쯤에서 마무리하고자 한다. 앞서 언급한 연사의 말을 다음과 같이 수정하며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사실 아직 물류 분야에서 ‘강한’ 인공지능이 실질적으로 적용되거나 활용된 사례는 별로 없습니다만….”

 

인공지능, 왜 물류일까

 

인공지능 적용의 선두에 선 대표 산업으로는 제조, 유통, 헬스케어, 미디어, 자동차 등을 들 수 있다. 물론 물류 역시 로봇과 함께 인공지능을 선도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산업 중 하나다. 물류는 제조나 유통의 공급사슬 흐름을 담당하는 ‘키플레이어’로서, 그러한 산업과 동반 고도화되는 과정에서 로봇과 인공지능을 빠르게 도입·적용했다고 할 수 있겠다. 보다 정확한 이해를 위해 물류 영역에서 인공지능의 활용이 왜 주목받고 있는지 몇 가지 이유를 들어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공급사슬전략, 인공지능▲ 자료: SCM World Future of Supply Chain Report 2015

 

한편 물류 영역에서 인공지능의 적용을 촉진하는 촉매제(드라이버)는 다음의 6가지로 정리할 수 있겠다. 이 중에서도 1)센서(Sensorization), 2)데이터애널리틱스(Real-time Information-Data Analysis), 3)로보틱스(Robotics)는 특히 중요한 촉매제라고 볼 수 있다.

물류분야에서 인공지능 사용 촉매▲ 자료: Frost & Sullivan
 

우선 1)센서를 살펴보자. 센서는 기계 대 기계(Machine-to-machine) 간 통신을 가능케 함으로써 현실에서 발생하는 각종 정보를 인공지능이 받아들이고 분석하여 학습하는 기반을 제공한다. 트럭과 지게차를 포함하여 무수히 많은 장비가 사용되는 물류산업에서도 IoT(사물인터넷)가 확산됨에 따라 수많은 종류의 데이터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의 축적은 인공지능 고도화의 잠재기반을 강화한다. 물류가 인공지능 전문가나 기업이 (자체 AI 엔진의 학습이나 테스트베드로서)탐낼 수밖에 없는 첫 번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다음 중요한 촉매제는 2)데이터애널리틱스다. 최근 수집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인간의 의사결정을 돕는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특히 데이터애널리틱스 기술의 성능이 빠른 속도로 높아지면서, IT기업뿐 아니라 많은 스타트업에게 유효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여기서도 역시 물류가 인공지능의 관심의 대상이 되는 이유를 발견할 수 있다. 물류산업은 기업 물류에서부터 소비자 물류, 내수 물류, 글로벌 물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며 방대한 데이터를 생산해내고 있다. 즉 물류산업은 데이터애널리틱스의 적용 적합성 및 분석결과의 실무 적용가능성이 높다.

 

끝으로 3)로보틱스를 살펴보자. 최근 환경을 인지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다시 말해 지능화된 로봇의 도입이 공장과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우선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물류 분야의 인공지능 활용 니즈를 높이고 있다. 지능을 활용해 스스로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의 보급이 확산됨에 따라 높은 수준의 인공지능에 대한 니즈도 높아지고 있으며, 동시에 인공지능에 의해 로봇의 운영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외에도 컴퓨팅 기능 향상, 웨어러블 기기 확산, 3D프린팅과 같은 첨단 제조시스템의 발달 등이 인공지능의 물류 분야 활용을 촉진하고 있다. 예컨대 웨어러블 기기는 다른 곳보다 먼저 물류센터에서 상용화(최근 사용성이 개선된 구글글래스가 산업에 적용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 그 대상이 물류센터라고 한다)가 이뤄지고 있다.

 

물류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나

물류, 인공지능

구글에서 ‘물류+인공지능’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다음과 같은 헤드라인의 기사를 발견할 수 있다.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 물류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적용될 수 있는 영역은 운송, 고객대응, 항만관리, 물류리스크 예방 등으로 매우 광범위하며, 그 적용 방식도 최적화 프로그램, 챗봇, 자율주행, 음성대화 등으로 다양하다.

 

인공지능이 어떻게 물류에 적용될 수 있을지는 위의 사례를 조사하고 분석함으로써 파악할 수 있겠으나, 보다 나은 이해를 위해서는 인공지능이 기술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응용되는지를 먼저 살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인공지능 하면 보통 컴퓨터로 구현된 최적화 알고리즘이나 인간과 대화를 수행하면서 정보나 지식을 제공하는 로봇의 모습을 많이 떠올린다. 그러나 이렇게만 생각하면 인공지능을 너무 단편적으로만 보는 것이다. 사실 인공지능은 사고와 추론 같은 지능 활동 외에도 시각, 청각 등 인간의 감각기관이나 발화기관과 같은 형태의 로보틱스 기술에 접목되어 기능을 발휘하기도 하고, 물리적 형태의 로봇을 자율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종합 ‘컨트롤타워’의 기능을 수행하기도 한다.

 

다음의 그림에서 볼 수 있듯, 인공지능은 1)정보수집/처리의 자동화, 2)지식노동의 자동화, 3)육체노동의 자동화라는 ‘3대 자동화’에 공히 적용될 수 있으며, 구체적 적용 형태는 각각 언어/영상인식, 음성대화, 인간수준 또는 그 이상의 추론이나 지식정보 제공, 로봇 및 자동차 등 기기의 자율작동 지원 등이 될 수 있다.

인공지능 주요 기술분야▲ 자료: IITP

 

먼저 1)정보수집/처리의 자동화와 2)지식노동의 자동화 부분을 살펴보자. 하버드비즈니스리뷰 (Dan Wellers et al, ‘8 Ways Machine Learning Is Improving Companies Work Processes’, HBR, May, 2017)는 인공지능이 기업경영에 부가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8가지 대표적 분야를 제안한 바 있다. 그 가운데는 물류와 관련된 항목이 2가지(‘예방적 장비관리’와 ‘공급체인 흐름 원활화’)나 포함돼 있었다. 해당 보고서에서 언급된 2가지 내용은 모두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머신러닝을 통해 예외적 사고 리스크를 낮춤으로써 물류 운영 수준을 제고할 수 있는 방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인공지능, 박스기사

보고서가 제안한 2가지 방안은 모두 정보수집/처리 및 지식의 자동화와 관련해 인공지능이 활용될 수 있는 사례라 볼 수 있다.

 

다음으로 3)육체노동의 자동화에 인공지능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도 살펴보자. 로봇에 인공지능이 결합하여 탄생하는 보다 고도화된 ‘자율물류’는 로봇을 단순 도입한 ‘자동화’보다 더욱 높은 효율을 제공할 수 있다. 프로스트앤설리반(Frost & Sullivan)에 따르면, 쿠카(KUKA)의 협업로봇시스템 ‘쿠카 플렉스펠로우(Kuka flexFellow)’를 도입한 작업장을 대상으로 실증분석을 실시한 결과 생산성이 도입 전보다 약 30% 증가했다. 이는, 일반적인 물류로봇도 생산성을 제고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주변의 환경이나 작업 상황 변화에 따라 로봇을 집합제어하는 인공지능이 더해진다면 한 단계 높은 생산성 향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쿠카▲ Frost & Sullivan, 2016

 

지금까지 인공지능이 물류 분야에서 왜 중요한지, 그리고 어떤 방향에서 활용될 수 있을지에 대해 개괄적으로 살펴보았다. 다음 기고에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 인공지능이 물류 분에서 실제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사례를 통해 각 적용 기술 영역별로 알아보고, 향후 전망에 대해 논하도록 하겠다.



박정훈

CJ미래경영연구원 SCM/Robotics 연구분야 수석. 가차없이 다가오는 Rogistics(Robotics+Logistics) 시대를 대비합니다.




다음 읽을거리
추천 기사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