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적 수요 증가 따른 물류 인프라 투자, 물류 비효율 높여
수요-공급의 유연한 동기화에 달린 물류산업의 성패, “어떻게 동기화하나”
글. 송상화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
지난 6월, 미국 최대의 택배회사 UPS가 피크 시즌 동안 할증 요금제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11월과 12월의 블랙프라이데이(Black Friday), 사이버먼데이(Cyber Monday), 크리스마스 시즌 등 온라인 쇼핑 물량이 급격히 늘어나는 시기에 택배비용에 할증료를 붙이겠다고 한 것입니다. 이와 함께 UPS가 규정한 크기보다 큰 대형패키지에 대해 상시적으로 추가 비용을 부가한다는 계획도 발표됐습니다.(UPS Pressroom)
아마존(Amazon)이 풀필먼트 서비스와 함께 자체 택배서비스를 테스트하게 된 계기가 2014~2015년 피크 시즌 동안 UPS와 페덱스(FedEx)의 정시 배달률이 급감해 서비스 품질에 대한 고객의 불만이 높아진 것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UPS는 물량이 급증하는 쇼핑 피크 시즌에 어떤 식으로든 대비해야 했을 것입니다.
UPS의 발표에 따르면, 2016년 11~12월 피크시즌 동안 UPS가 처리한 물량은 일평균 3천만 개를 넘어섰습니다. 반면 오프피크 시즌 동안의 하루 평균 처리 물량은 그 2/3인 1,900만 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UPS는 2016년 피크 시즌을 대비하여 총 9만5천 명의 임시직원을 고용함에 따라 엄청난 비용을 추가적으로 지불해야 했다고도 밝혔습니다.
투자는 느는데, 수익은 안 난다?
온라인 시장이 성장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연계된 온디맨드 비즈니스가 등장함에 따라 더욱 빠르고, 더욱 좋은 물류서비스를 요구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많은 유통기업이 물류서비스를 기업의 핵심 역량으로 꼽고 있습니다. 이처럼 물량의 급격한 증가와 높아진 서비스 요구 수준은 물류기업으로 하여금 더 많은 돈을 물류 네트워크에 투자하도록 부추기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물류기업은 늘어나는 투자 수요만큼의 수익성을 확보하고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소비자와 유통기업이 요금 인상에 부정적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17년 1월 30일 UPS의 주가는 (UPS의 매출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네트워크 인프라 확대를 위한 투자 문제로 117.03달러에서 109.13달러까지 떨어지며, 최근 2년 사이에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습니다.(마켓워치)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투자를 고려할 때 온디맨드 비즈니스에 진출한 대부분의 기업도 ‘서비스 먼저, 이익은 나중에’ 식의 전략을 밀어붙이기 힘든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인구구조의 변화로 배송인력 확보가 어려운 일본에선 서비스를 축소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http://www.huffingtonpost.kr/2017/06/20/story_n_17218878.html) 일본 최대 택배사인 야마토운수가 대표적입니다. 야마토운수는 정오부터 오후 2시까지는 배달 시간대 지정이 불가능하도록 택배 배달 지정 시간대를 변경했습니다. 또한 재배송 물량이 전체 물량의 20%에 이른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고객이 부재중일 때 무료로 재배송하는 서비스를 선택하지 않으면 택배 요금을 할인해주는 정책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서비스를 축소해 네트워크 부하를 낮추려는 노력을 시작한 것입니다. 인력 운영방식도 주 4일 근무, 주 3일 근무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습니다. 최근 야마토운수는 전자상거래 업체들과 서비스 요금 인상을 놓고 협상에 돌입하기도 했습니다.
야마토운수의 이러한 노력은 물류업의 특성에 기인합니다. 페이스북이나 구글 같은 IT 기반의 서비스 기업은 소프트웨어 구조를 변경하거나 서버를 추가함으로써 수요 증가에 비교적 쉽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반면 수요가 증가하면 네트워크 및 설비 투자를 늘려야 하는 물류서비스 업체는 수요와 공급을 동기화하는 과정에서 비효율성이 급증하는 현상을 맞닥뜨리게 됩니다.
더욱이 네트워크 인프라 투자는 고정비의 성격이 강합니다. 이에 반해 수요는 가변적이고 유동적입니다. 결국 피크/오프피크 시즌 간 수요 변동은 물류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가령 UPS가 피크 시즌에 대비해 대규모 터미널을 신축하고 자동화 설비에 투자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전체 용량은 피크 시즌의 물량을 감안해 설계될 것이고, 이에 따라 오프피크 시즌 동안에는 유휴용량이 급증할 것입니다.
가격정책이 수요-공급 간 균형 만든다
요컨대 물류산업의 성패는 수요와 공급을 얼마나 유연하게 동기화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물류기업은 두 가지 선택지를 쥐고 있습니다. 수요를 평준화하거나, 공급을 유연하게 하거나. 지금까지 택배서비스는 실시간으로 변동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공급을 늘리고 유연화하는 전략에 초점을 맞춰왔습니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대로 수요에 따라 네트워크 인프라를 그때그때 바꾸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른 산업의 사례를 살펴봅시다. 전력산업은 수요의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설비를 투자하는 동시에 시간대별 요금을 차별화함으로써 수요 변동성을 낮추고 수요 증가 자체를 억제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항공산업도 비슷합니다. 항공사는 같은 항공편을 이용하는 고객들에게도 항공요금을 전략적으로 차별화하는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가격 정책의 변화(Pricing)’가 수요와 공급의 동기화에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택배시장은 매우 단순한 형태의 표준화된 요금제도로 운영돼 왔습니다. 국내에서는 거리 및 무게에 관계없이 단일 요금제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권역별 표준 요금이 활용됩니다. 개별 서비스의 원가가 거리와 무게, 서비스 요구 수준에 따라 천차만별임에도 이처럼 가격 체계를 표준화하고 단순화한 까닭은 무엇일까요.
첫째, 복잡한 요금 체계로 인해 프로세스가 복잡해지는 것이 물류서비스 시장이 성장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둘째, 특히 특송시장의 경우 거리와 무게에 따른 원가의 차이보다 패키지별 고정 처리비용이 더 높은 현실을 감안해서입니다. 실제로 서비스 요금이 하나로 통일되면, 택배서비스를 이용할 때 요금을 산정하기 위해 무게를 측정하거나 거리를 계산하는 등의 복잡한 프로세스를 거칠 필요가 없고, 고객은 서비스 요금을 사전에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이는 시장 확대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하지만 최근의 물량 급증과 수요 변동성 확대는 표준화된 단일 요금제에 근본적인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경제학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점에서 가격이 형성되고, 가격에 따라 수요와 공급이 자연스레 균형을 이룬다는 것입니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 사이에 불균형이 발생했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전달하여 수요가 변화하게 하고, 이를 통해 공급을 변화시켜 둘 사이에 균형을 만들어냅니다.
우버와 국내 택시 호출 서비스를 비교해보면, 가격에 따른 수요-공급 간 균형에 대해 좀 더 이해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우버는 거리와 운행 시간에 따른 기본적인 서비스 요금과 더불어 수요-공급 균형을 고려한 할증 요금 제도를 적극 도입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가령 특정 지역의 택시 공급이 낮으면 해당 지역의 할증률을 높여 다른 지역의 택시를 유도하는 것입니다. 우버는 이러한 ‘실시간 할증 요금제도(Dynamic Surcharge Pricing)’를 통해 (비록 순간적으로 요금은 조금 오를지라도)공급의 유연한 변화를 유도하여 수요와 공급이 동기화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국내 택시 호출 서비스의 경우 법적으로 정해져 있는 심야시간대의 할증과 지역 간 할증을 제외하면 수요-공급 간 불균형에 따른 할증은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그 결과 표준화된 단일 요금제로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는 있지만, 택시 공급이 부족한 시간대나 지역에서는 택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어려워지고 말았습니다.
이처럼 ‘가격’은 수요와 공급 균형에 아주 중요한 영향을 끼칩니다. 수요와 공급 간 균형을 맞추고 서비스 기업의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편으로 실시간 할증 요금제가 적극 도입되면, 수요가 상당 부분 평준화돼, 수요 변동성이 낮아지고, 수익성이 낮은 수요는 시장에서 이탈하여, 적정 수익성 확보 및 추가적인 인프라 투자가 가능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또 이는 곧 산업 전체가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제로 UPS는 피크 시즌에 할증 요금제를 도입하는 것이 고객 서비스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특정 서비스나 시간대에 할증 요금제를 도입함으로써 해당 서비스에 대한 유휴용량을 사전에 확보하면, 이것이 곧 서비스 품질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데이터, 진화의 촉매제
다만 서비스 요금을 다양화하는 전략을 구사하려면, 서비스 프로세스의 복잡성을 높이고 최적의 요금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분석 역량의 고도화가 선행돼야 합니다. 즉, 새로운 서비스 요구가 생길 때마다 적정 서비스 요금을 산출하고 고객과 협상할 수 있는 프로세스가 마련돼야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보다 많은 데이터가 축적될 필요가 있습니다. 고객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해야만 수요를 예측하고 이에 대비하는 데 필요한 투자 및 운영 프로세스를 유연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기업과 기업이, 소비자와 유통 및 물류기업이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초연결의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택배를 비롯한 온디맨드 비즈니스 모델이 ‘연결’에서 파생되는 실시간 데이터를 확보하고, 고도화된 분석 역량을 바탕으로 이를 분석해 보다 정교한 비즈니스 모델로 진화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입니다. UPS의 할증 요금 도입이 그 진화의 촉매제가 되기를 희망해봅니다.
한국지역난방공사, 홈플러스그룹, POSCO, CJ대한통운, 현대엠앤소프트 등 제조, 유통, 물류 분야의 기업들과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다수 수행하였고, 삼성전자, LG전자, CJ제일제당, 한국능률협회컨설팅, 한국생산성본부, 국군수송사령부 등과 함께 SCM 및 물류혁신 관련 교육을 진행하였다. Marquis Who's Who, IBC 등 인명사전 등재 및 논문상을 수상하였으며, 현재 관심분야는 SCM 최적화, 물류 및 유통 혁신, 위치 기반 서비스 및 네비게이션 최적화 등이 있다.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