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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필먼트와 라스트마일, 혁신의 연쇄작용

by 임예리 기자

2017년 06월 12일

최우정 신세계그룹 전략실 부사장, 로지스타서밋, 서밋스테이지▲ 최우정 신세계그룹 전략실 부사장

 

정리. 임예리 기자

 

지난 4월 14일 ‘Digital Knows the Flow(디지털은 알고 있다)’를 주제로 ‘로지스타 서밋 2017(LOGISTAR SUMMIT 2017)’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새로운 시대의 물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국경과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언번들링(Unbundling)이 숨 가쁘게 진행되는 지금, 물류는 어떻게 변화할까? 그리고 우리는 그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창고가 진화하고 있다. 이제까지 창고는 비싼 임대료를 만회하기 위해 최대한 많은 상품을 보관하던 곳이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창고가 대리점까지 물건을 효과적으로 보내기 위한 ‘유통 물류센터’로 발돋움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다양하고 까다로운 고객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해 로봇, 셔틀, IoT 등의 첨단기술을 활용한 풀필먼트 센터로까지 변모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창고의 진화와 함께 풀필먼트 센터에서 최종 고객에 이르는 라스트마일 배송 서비스 영역에서도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창고, 풀필먼트 센터로 진화하다

 

우선 창고의 진화 현장으로 가보자. 로지스타서밋 2017 서밋스테이지에서 최우정 신세계그룹 전략실 부사장은 “내가 어렸을 때 봐온 물류센터와 지금의 물류센터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말로 주제발표를 시작했다. 실제로 중소 규모의 셀러들에게 디지털화된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마트는 ‘온라인 장보기’에 특화된 자동화 물류센터를 구축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했다. 최근 온라인 장보기 시장은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그런데 갑작스런 수요 증가로 인해, 점포에서 온라인 주문을 처리하는 기존 방식이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피킹(Picking)과 패킹(Packing) 시간의 지연, 콜드체인의 한계, 매장 방문 고객이 겪는 불편 등의 문제였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마트는 온라인 자동화센터 네오(NE.O)를 설립했고, 현재(2017년 5월 기준) 보정센터, 김포센터 두 개를 운영하고 있다. 네오센터에서는 보통의 물류센터와 달리 작업자가 고정된 자리에 위치해 있으면, 자동 셔틀과 미니로드 등 자동화 장비가 상품을 작업자의 자리로 가져다준다. 이후 작업자가 물건을 장바구니에 내려놓으면, 상품이 장바구니에 실려 출고라인으로 이동한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이마트는 네오의 마스터 정보관리 시스템, 물류센터 관리 시스템, 자동화(로봇) 설비 조종시스템, 경로배정(Routing) 시스템 등을 모두 내재화했다. 네오센터에서는 대량 주문 정보 처리부터 상품의 분류, 상품의 차량 적재 순서 설정까지 모두 시스템의 연산에 의해 정해진다. 뿐만 아니라 머신러닝이 배송 시스템에 활용되어 경로 배정과 차량 간 주문 균등 배분을 한다.

 

이마트 네오의 사례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창고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 부사장은 “네오는 단순한 자동화 물류창고가 아니라, SCM 개념에서 출발한 것”이라며 “최근 발주 금액 기준 70%, SKU 기준으로는 87%까지 자동으로 계산해 상품을 발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이마트는 땅값이 비싸고 넓은 땅을 구하기 어려워 키바(KIVA)와 같은 설비를 활용할 수 없는 한국의 조건에 맞는 물류센터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퀵서비스로 풀필먼트 완성한다

 

이렇게 창고에서 촉발된 진화는 마침내 고객 접점(라스트마일)에서 완성된다. 원더스의 사례를 살펴보자. 이륜차 물류스타트업 원더스는 서울 전 지역에 5,000원 단일가로 퀵서비스를 제공하며 업계의 주목을 이끌었다. 직배송 방식이 일반적이었던 이륜차 업계에 ‘허브앤스포크’를 도입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원더스는 서울을 5개 권역으로 분할해, 각 권역마다 물류센터를 구축했다.

 

수거 기사는 각 권역 안에서 상품을 수거해 물류센터에 집하한다. 광역배송은 타 권역 물류센터에 물건을 직배송으로 수송한 뒤, 해당 권역 담당자가 배송을 완료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최근 원더스는 지하철과도 연계하여 늘어나는 간선 물량을 처리하고 있다.

 

김창수 원더스 대표는 라스트마일 혁신의 답을 ‘디지털화’와 ‘다양한 이륜차 배송 옵션’에서 찾는다. 지금까지 퀵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물건을 보내는 사람의 위치, 물건의 크기와 무게, 받는 사람의 주소와 전화번호 등을 퀵서비스 업체에 전화로 알려줘야 했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이젠 퀵서비스도 카카오택시를 부르는 것처럼 편해야 한다”며 “원더스는 전속 기사를 활용한 단일가 퀵서비스이므로 간단하게 이용할 수 있으며, 향후엔 콜센터 없이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창수 원더스 대표, 로지스타서밋2017, 서밋스테이지

▲ 김창수 원더스 대표

 

온라인 쇼핑은 우리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쇼핑 채널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이런 상황과는 별개로 소비자에게 주어지는 배송 옵션은 ‘2,500원짜리 1박2일 택배’가 거의 전부였다. 김 대표는 “퀵서비스가 이커머스 배송 품질을 끌어올려 다양한 고객 요구에 부응할 수 있길 기대한다”며 “물론 이를 위해서는 경로 배정, 자동 배차관리, 창고관리 시스템 등 퀵서비스 물류 시스템의 자동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퀵서비스가 이커머스 영역에서 배송의 한 축으로 활약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는 게 필수적이라 강조했다. 김 대표는 “원더스는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위해 전속 기사를 운용하고 있으며, 직원들을 대상으로 서비스 마인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이륜차 배송 서비스의 고도화가 이뤄질 때 비로소 서비스의 확장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현재 원더스는 서울 전 지역 단일가 퀵서비스 이외에도 몇몇 소호몰과 협력해 당일 주문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원더스는 향후 소비자가 집에 있는 시간에 맞춰 물건을 배송해주는 ‘온디맨드 배송 서비스’, 다른 쇼핑몰에서 구매한 여러 상품을 한 번에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 원하는 시간을 지정해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 물건을 확인하고 문제가 있으면 반품할 수 있도록 배송기사가 대기하는 ‘즉시반품 서비스’ 등을 개발해 제공할 예정이다.



임예리 기자

三人行,必有我师。 페이쓰북 / 이메일: yeri@clo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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