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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대중무역 "문제는 사드만이 아냐"

by 임예리 기자

2017년 03월 07일

한한령 바람에 흔들리는 우리 무역업체들

해결책은 사드 바깥을 살펴보는 데서

중국무역
글. 임예리 기자

 

전 세계 패권을 두고 벌이는 미국과 중국의 한판 싸움에 한국이 새우등 터지고 있다. 국제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주변국을 중재하고 조율해야 하는 정부의 외교적 역량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드 배치와 관련해 최근 불거지고 있는 이슈는 그 단적인 사례다.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추정되는 이른바 ‘한한령(限韓令)’ 바람에 우리 기업이 피해를 보고 있다. 중국 내 마트에서 한국산 물건이 빠지고, 대중 수출에 적용되는 통관절차는 갈수록 엄격해지고 있다. 어딜 가든 중국인의 목소리가 들리던 한국 관광지에서도 중국인 관광객(유커)의 수가 줄었다며 볼 멘 소리를 하고 있다. 정부는 WTO에 제소를 고려하는 중이라지만, WTO가 한국 손을 들어주면 상황은 나아지는 것일까? 혹은 다음 대선 후에는 좀 괜찮아질까? 사드 문제가 어떻게든 해결될 때까지 기다려야만 하는 것일까?

 

정말 사드만이 문제일까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우리 무역업체로서는 손을 들고 기다리고 있을 여유가 없다. 그렇다고 사드문제에 직접 관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다만 대중 무역의 문제를 다른 곳에서 발견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현 상황에 대응할 수는 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한한령’에 의한 우리 기업들의 피해가 ‘일각의 의견’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함께 나오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의 ‘2016년 수출기업 경쟁력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수출 주요 이슈에 대해 응답한 회원사 중 의약품(29%), 화장품(31.6%), 자동차(20%) 수출업체가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꼽았다. 보고서는 북핵, 사드배치 등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의 경우, 대중국 수출기업이 일부 관심(7.9%)을 표했으나, 여타 이슈보다 그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주요이슈

한국무역협회 물류협력실 관계자 역시 “사드 배치 이후 이와 관련한 화주사나 물류업체들의 민원 혹은 제보는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최근 상해나 청도 지역에서 통관이 하루 이틀 정도 지연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지만, 사드 배치 결정으로 인한 보복 조치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실제로 사드 배치 결정이 중국 내 물류 서비스 진행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중국 내 내륙운송과 수출입 통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물류업체 에코비스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 수입통관은 조건이 자주 바뀌는 편이라 사전 확인 작업에 어려움을 느낀다”면서도 “현지 동종업계 동향을 보면 화장품, 의류, 가공식품 등을 유통하는 업체들에게는 영향이 있는 분위기이지만, 우리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또한 “다만 화주들에게는 정확한 규정에 따라 서류를 구비해야 한다는 가이드는 제공하고 있다”며 “사실 이전부터 중국시장이라 하면 왠지 대충 대비하거나 단순히 인맥으로 풀어갈 수 있었을 것처럼 보였지만, 이제 그러한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실제로 이전까지 중국 수출 과정에 있어서 관세 부과를 피하고자 고의로 수출신고를 누락하거나, 따이공(代工) 등을 활용한 불법 수출이 암암리에 자행됐다는 것이 업계 복수 관계자의 설명이다. 따이공은 간단히 말해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상품을 비교적 소규모로 밀거래하는 보따리상으로, 엄밀히 말하면 밀수에 속한다.

 

따이공을 통해 중국으로 물건을 보내는 한 업체 관계자는 “특히 영세 업체에겐 정식 수출절차를 밟아 물류가 진행될 때 부과되는 관세가 부담스러운 것이 현실”이라며, “최근 중국의 규제 강화로 인해 따이공을 통한 통관이 어려워지지 동남아 지역을 거쳐 들어가는 움직임도 있다”고 전했다.

 

판매대행 업체 에픽트레이드 김태경 대표는 “이제 규모가 작은 판매자(Seller)라 할지라도 당연히 합법적인 수출신고와 물류 대행사를 통해 수출을 진행해야 한다”며 “동시에 정부 측에서도 이와 관련된 절차 개선, 특히 B2C 직거래 수출신고를 간편화하는 등의 방식으로 기업을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에 대해 에코비스 관계자는 “보여주기 식이 아닌 실질적인 지원이 절실하다”며, “코트라나 중소기업청과 같이 중국 현지에 주재하는 기관들이 수출 관련 업체들과의 간담회, 한중 FTA 적용사례 설명회, 사례 상담 등 작지만 실효성 있는 지원 방안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중국수출, 더 꼼꼼하게

 

한국의 대중국 수출 비중이 작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은 한국의 전체 수출량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 국가별 수출 추이

한국무역협회의 ‘대한(對韓) 수입규제 월간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중국이 한국을 대상으로 한 반덤핑, 반덤핑·상계관세, 세이프가드를 합한 수입규제 수는 월평균 약 11개였다. 올 해 1월 기준 13개까지 늘어났지만, 사드 배치 결정이 난 이후에도 관세를 이용한 직접적 압박이라고 하긴 힘든 것으로 해석된다.

 

오히려 중국 수출에 있어 올해 관세 혜택을 볼 수 있는 요소도 있다. 중국 국무원 과세세칙위원회(国务院关税税则委员会)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7년도 관세율 조정 방안(2017年关税调整方案)’에 따르면, 올해 중국이 적용하게 될 수출입 세율 품목수는 총 8547개로 지난해 대비 253개 증가했다. 또한, 올해 상반기 수입관세가 잠정적으로 인하되는 품목은 상반기 822개, 하반기 805개로 파악된다.

중국 연도별 수입 잠정 관세율

*잠정관셰율: 특정화물에 대해 일정기간 기본세율 대신 적용되는 세율(두산백과)

 

특히 올해는 한중 FTA가 정식 발표 3년차를 맞는 해로, 관세율이 더욱 인하돼 대중국 수출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질 전망이다. 또한 2015년 제10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서 ITA(컴퓨터, 반도체 등의 교역 자유화를 위해 해당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국가가 무관세를 목적으로 맺은 정보기술협정) 확대 협상이 마무리되어 작년 7월부터 IT제품의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되기 시작했다. 올해 적용 예정인 ITA 최혜국 관세 품목(총 484개) 중 프린터, 디지털카메라, 게임기 등을 포함한 186개 품목이 0%의 관세를 적용받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무역협회는 ‘2017년 중국의 수입 관세율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수입 관세율은 정책적인 요인에 의해 매년 변동되고, 어떤 관세율을 적용받느냐에 따라 각각의 절차와 구비서류도 달라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하면서 “가령 한중 FTA는 원산지 증명서를 첨부하고 반드시 특혜관세 적용 신청을 해야 하지만, 잠정세율과 ITA 세율은 원산지 증명서 등이 필요하지 않아 자동으로 적용된다”고 전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향후 업계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경청하여 중국 수출 과정에서의 피해 사례가 관찰된다면, 실태조사와 함께 그에 대한 대응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라 전했다.

 

위기를 기회로

 

사드만 문제라면 길이 안 보이지만, 사드 말고도 문제가 있다면 오히려 길이 보이지 않는가. 물론 가는 길이 밝지만은 않을 것이다.

 

세계경제 불황과, 중국 경제 성장 둔화로 인해 향후 대중국 전체 수출 규모는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며, 비관세장벽에 대한 우려 역시 상존하고 있다. 국가미래연구원은 ‘2017년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성장세 둔화와 한국의 수출 경쟁력 저하, 보호무역주의의 강화 등으로 올해 수출 증가율이 전년 대비 0.3%p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정치 불안이 확산되고 있는 유로존의 수입 수요 둔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함께 중국의 사드 배치에 대한 반발과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비관세장벽 확대 등이 이러한 전망의 배경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는 극복하면 기회로 바꿀 수 있는 것들이 더러 존재한다. 한한령 바람에 얼어붙은, 앞으로 쉽지 않을 길을 걷게 될 우리 기업들이 위기 가운데서 기회를 발견하기를 고대해 본다. 



임예리 기자

三人行,必有我师。 페이쓰북 / 이메일: yeri@clo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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