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확실히 무너진 산업간 경계, 아마존·구글·우버가 한 자리에서 만나다
- PwC가 제시한 공급망의 미래,네트워크 공유-스타트업 혁신-복잡한 경쟁구도-규모의 경제
- 격랑의 시대, 물류업계의 미래 경쟁력은 '대담한 협력'에서 나올 것
글. 송상화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 / 편집. 엄지용 기자
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전에 없던 새로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물류산업의 경쟁 구도 역시 크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류 네트워크 및 인프라 구축, 전에 없던 새로운 경쟁자와의 경쟁, 고객의 높아진 요구수준은 결국 기업간 대담한 협력을 이끌어내는 역량에 달려있다. PwC의 미래 물류산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물류산업의 미래를 조망해보고 혁신의 핵심 열쇠에 대해 고민해보자.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제조 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의 공급망이 대량 생산체제에서 고객 맞춤형 비즈니스모델로 바뀌고 있습니다. 잠깐 한 눈 판 사이 옴니채널 유통의 태동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의 경계가 허물어지더니, 이제는 O2O 온디맨드 비즈니스로 그 범위가 더욱 확장되고 있기도 합니다.
아디다스는 24년만에 독일로 공장을 이전하여 로봇을 활용한 고객 맞춤형 신발 생산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소규모 테스트를 거쳐 연간 수백만 켤레를 고객들이 주문한 스펙에 맞춰 맞춤형으로 하나하나 생산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한 것입니다. ‘스피드 팩토리(Speed Factory)’라고 이름 붙여진 아디다스의 스마트 공장에서는 소비자가 직접 운동화 밑창에서 가죽, 색상 등 자신만의 개성에 어울리는 제품을 선택하고, 그것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생산할 계획입니다.
사진= 아디다스가 독일에 구축한 스마트 공장 ‘스피드팩토리’
향후 아디다스는 독일을 넘어 미국과 유럽 각국에 이와 유사한 로봇 공장을 설치한다고 합니다. 오프라인 유통 매장에서 표준화된 제품을 테스트해본 후 구매하던 쇼핑 패턴이 주문생산 형태로 바뀌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과거 소비자가 제조기업과 만나는 접점은 유통 채널이었지만, 이제 제조기업과 소비자가 직접 연결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2016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포드는 자동차 기업이 아닌 ‘모빌리티 기업’이 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우버(UBER)와 같은 공유경제형 교통 스타트업, 미국의 집카(Zipcar)나 한국의 쏘카와 같은 차량 공유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자동차를 소유하려는 수요가 감소하고 필요할 때 필요한 차량을 빌려 쓰는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GM 역시 우버의 경쟁사인 리프트(Lyft)에 지분투자 후 2016년 8월에는 6조원에 인수를 추진했다가 거절당한 바 있습니다. 제조기업이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를 판매하는 시대로 변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마존·구글·우버, 길목에서 만나다
아마존(Amazon)은 대시(Dash), 대시버튼(Dash Button), 에코(Echo Speaker)를 잇달아 내놓으며 사람들이 상품을 검색하는 방식에서 구글을 건너뛰고 바로 아마존에서 검색할 수 있도록 IT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 반대편에서 구글은 구글익스프레스(Google Express)라는 유통 물류 플랫폼을 만들어 아마존과 경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상품 정보 검색에 있어서는 구글 검색 트래픽의 20~30%가 아마존으로 넘어왔다는 분석도 있었습니다. 유통기업과 IT기업이 소비자와 만나는 접점을 놓고 경쟁을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구글은 지난 13년 우버에 2억 6천만 달러를 투자한 후 우버의 이사회에도 참여해 왔지만, 2013년 인수한 네비게이션앱 웨이즈(Waze)를 통해 카풀 서비스를 개시했습니다. 우버와 경쟁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네비게이션의 안내에 따라 목적지로 이동하다 필요하면 다른 사람을 태워서 비용도 절약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구글과 우버의 직접적인 경쟁도 머지않았습니다.
그 반대편에서 우버는 구글에서 자율주행기술을 개발하던 개발자들이 창업한 자율주행트럭 개발 스타트업 오토(Otto)를 인수하여 자율주행트럭 시장에 진출하고자 합니다. 스타트업과 IT 기업들이 전략적 협력과 경쟁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제 제조-유통-IT-물류기업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고객을 위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모든 기업이 뛰어들며 업종 구분이라는 말 자체가 구시대의 유물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속에 물류산업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궁금해집니다.
산업간 영역 붕괴, 물류산업을 둘러싼 4가지 변화
컨설팅 기업 PwC는 최근 ‘물류산업의 미래(Future of Logistics Industry)’라는 미래전망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산업 생태계가 전반적으로 대변혁을 겪고 있는 이 시점, 물류산업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전망을 살펴보는 것은 경쟁의 첫 번째 조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PwC는 어떻게 미래 물류산업 변화 시나리오를 바라보고 있을까요?
PwC 미래물류 보고서는 먼저 물류산업을 둘러싼 4가지 변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첫째, 소비자 요구 수준이 변하고 있습니다(Changing Customer Expectations). 제품 자체의 변화는 크지 않지만, 대량생산체제가 저물고 맞춤형 비즈니스 시대가 오며 B2B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물류 역시 대량 수송에서 맞춤형 배송으로 포커스가 이동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유통 산업의 옴니채널화 및 O2O 비즈니스 성장은 이러한 변화를 더욱 가속화할 것입니다. 이에 따라 완성품 제조업체와 대규모 유통 체인들의 변화는 기대했던 것보다 더 빠를 것으로 예상되며, 물류산업에 더욱 큰 변화의 압력으로 작용하게 될 것입니다.
둘째, 기술 혁신(Technological Breakthroughs)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디지털 기술과 하드웨어 기술의 발전은 상상 이상의 속도로 다가오고 있지만, 물류산업은 이를 받아들이는데 매우 보수적이고 변화가 느리다고 진단되었습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제조 및 유통산업이 변화하는 속도보다 물류산업이 변화하고 기술을 채용하는 속도가 더 느린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습니다.
셋째, 새로운 경쟁자가 출현하기 시작합니다(New Entrants to the Industry).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무장한 스타트업들이 물류산업에 뛰어들고, 제조·유통·IT 기업들이 물류 기능을 강화함에 따라 물류산업에 전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경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알리바바와 아마존 같은 이미 물류 혁신에 뛰어든 유통기업뿐만 아니라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산업에서 새로운 경쟁자가 물류산업으로 뛰어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넷째, 새로운 차원의 협력(Redefining Collaboration)이 이뤄집니다. 라스트마일 물류와 같이 기존 물류기업들에게도 도전이 되는 분야에서는 기업간 전략적 협력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물류기업들은 전체 프로세스를 기능별로 쪼개어 분업화하는데 익숙했습니다. 그러나 고객 수요에 따라 동적으로 기업간 협력이 이루어지는 단계까지는 아직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제 기업간 협력을 통해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필수인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물류 세상이 뒤바뀐다
물류산업을 둘러싼 변화들은 결과적으로 향후 5년에서 10년 뒤 물류산업의 전반적 경쟁 구도 및 생태계를 큰 폭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됩니다. PwC는 미래물류산업 보고서를 통해 단기간에 걸쳐 다가올 물류산업의 변화 시나리오를 크게 4가지로 분류하였습니다.
PwC가 제시한 미래물류를 바꿀 핵심기술(자료= Pwc)
시나리오 1. 물류 네트워크 공유(Sharing the Physical Internets)
첫 번째 시나리오로는 물류기업들이 표준화 과정을 거쳐 물류 네트워크를 손쉽게 공유할 수 있도록 협력하는 모델입니다. 가령 국가간 전자상거래와 같이 작은 박스 하나를 운송하는 경우 이를 지금의 EMS나 국제특송으로 보낼 때 그 비용은 제품 판매가격 대비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하지만 알리바바와 같은 기업은 다양한 기업들을 생태계에 참여시켜 협력하도록 하면서 물량을 바탕으로 원가경쟁력을 확보하였습니다. 결국 물류 네트워크의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에 대한 표준화 압력이 거세질 것이며, 블록체인이나 클라우드 컴퓨팅과 같이 정보를 공유하고 거래하는 과정에서의 혁신이 더욱 필요해질 전망입니다. 물류기업들이 노력한다면 새로운 경쟁자보다는 기존 물류기업에 더 기회가 있을 수 있다고 전망됩니다. 변화를 적극 수용한다는 전제하에 말입니다.
시나리오 2. 스타트업의 시장 혁신(Start-up, Shake-up)
높아진 고객 요구수준을 맞춰주기 위해서는 전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 및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합니다. 스타트업들이 이 부분에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류 서비스에 개방형 플랫폼을 도입하고, 고객 눈높이에 맞춘 어플과 IT 기술을 적극 활용하며,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완전히 재해석하는 것은 기존의 물류기업에게 더욱 큰 도전이 될 것입니다. 결국 물류기업과 스타트업 간의 전략적 제휴가 필수적이지만, 스타트업들의 규모가 커진 다음의 주도권은 누구에게 갈지 알 수 없습니다. 지분 투자를 통한 협력 모델 구축이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시나리오 3. 복잡한 경쟁 구도(Complex Competition)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제조 및 유통, IT 대기업들의 시장 진출은 경쟁 구도를 매우 복잡하게 만들어버립니다. 자신들의 강점을 적극 활용하여 물류에 진출한 유통 및 IT 분야 대기업, 미국의 아마존이나 구글, 중국의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 징동 등이 물류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처음에는 내부 수요 만족에 초점을 맞추겠지만, 네트워크가 구축됨에 따라 서서히 물류산업 전반으로 서비스 영역을 확장하게 될 것입니다. 물량을 확보한 상태에서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고 네트워크까지 확보하게 된다면 물류기업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면, 복잡한 경쟁 구도가 전반적인 물류 인프라 고도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어, 로봇과 같은 첨단기술을 활용한 물류센터, 자율주행기술을 적극 활용한 운송수단, 친환경 전기 자동차의 적극 채용 등 물류와 관련된 전반적 인프라가 고도화되고 발전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결국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한 기업이 성공할 확률이 높습니다.
시나리오 4. 여전히 중요한 규모의 경제(Scale Matters).
어떤 기업이 뛰어들더라도 물류는 역시 인프라가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과거에도 물류산업은 대규모 M&A가 활발히 이루어져 왔습니다. 소규모 네트워크보다는 대규모 네트워크가, 소규모 물류센터보다는 대규모 물류센터의 생산성이 높기 때문에 원가 경쟁력 및 서비스 품질 역시 경쟁 우위 확보에 도움이 됩니다. 결국 적절한 타이밍의 M&A가 성패를 좌우할 것입니다. 물류산업 내부에서 금융 및 투자 분석 역량, 미래 비즈니스 모델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역량을 갖춘 가장 적합한 M&A 파트너를 찾아내는 혜안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상 살펴본 4가지 시나리오 모두 변화에 맞서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기업에게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그것이 물류기업이 될지 아니면 전에 없던 새로운 물류산업 외부 기업이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2016년 10월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유통, 제조, 금융, 기술, 자원의 5대 변혁이 세계를 천지개벽하고, 전자상거래라는 말은 빠른 속도로 사라질 것이다”라고 선언했습니다. 전자상거래는 단지 이쪽 연안에서 저쪽 연안으로 이동할 때 사용하는 배일뿐이며, 세상이 변화해가고 있다고 덧붙였죠. 마윈 회장은 온라인 및 오프라인 유통, 물류가 합쳐져 신유통이 되고, 신제조, 신금융, 신기술, 신자원 등 기존의 산업이 새롭게 융복합되며 세상이 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대기업을 위한 정책을 버리고, 전에 없던 새로운 경쟁의 시대를 준비하라고 조언하기도 했습니다. 마윈 회장의 말처럼 이제 특정 업종에 안주하며 고객을 기다리던 시대가 저물고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격랑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결국 미래 물류산업 혁신의 핵심 열쇠는 민첩한 대응력과 대담한 협력 역량이 될 것입니다. 보수적이기 보다는 더욱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하고,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야 합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혼자서 모든 것을 다 진행하려는 기존 기업 성장 전략, 자신만의 네트워크를 통해 경쟁을 벌이는 폐쇄적 성장 전략이 아닌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협력하고 보다 과감하게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는 대담한 협력 역량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물류산업의 표준화를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하고, 투명한 거래 관행, 갑-을이 아닌 수평적 파트너십 관계 정립, 기업의 성장이 아닌 플랫폼 및 생태계의 성장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변화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한국지역난방공사, 홈플러스그룹, POSCO, CJ대한통운, 현대엠앤소프트 등 제조, 유통, 물류 분야의 기업들과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다수 수행하였고, 삼성전자, LG전자, CJ제일제당, 한국능률협회컨설팅, 한국생산성본부, 국군수송사령부 등과 함께 SCM 및 물류혁신 관련 교육을 진행하였다. Marquis Who's Who, IBC 등 인명사전 등재 및 논문상을 수상하였으며, 현재 관심분야는 SCM 최적화, 물류 및 유통 혁신, 위치 기반 서비스 및 네비게이션 최적화 등이 있다.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