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주행시스템의 개념이 바뀌다, 새로운 장소에서 사용되는 물류로봇
물류센터로 들어온 드론, 월마트와 빙고의 재고조사/운반 드론
로봇으로 변신한 무인차, 스타십, 디스패치, 도미노의 도전
글. 박정훈 CJ미래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 편집. 김정현 기자
Idea in Brief 무인비행장치, 무인자동차, 무인육상배송로봇, 무인선박. 이 모든 단어를 포괄할 수 있는 단어가 있다. 바로 무인주행시스템(Unmanned Vehicle Systems)이다. 이제 자동차, 비행기, 선박 운용에 운전자가 필요 없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무인주행시스템은 먼 시대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3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무인주행시스템은 거듭 발전하고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크게 공중과 육상으로 나눠 무인주행시스템의 발전 과정과 현재를 살펴보자. |
무인주행시스템(Unmanned Vehicle Systems)은 기본적으로 로봇에 속하는 무인화 주행장치를 총칭하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무인화 주행장치와 더불어 구동에 사용되는 조작시스템을 포괄하여 무인주행시스템으로 분류한다. 즉, 무인주행시스템은 ´무인비행장치(Unmanned aerial vehicle)´, ´무인자동차(Unmanned ground vehicle)´, ´무인육상배송로봇(Unmanned ground delivery robot)´, ´무인선박(Unmanned surface vehicle)´ 등을 포괄하는 용어라고 이해할 수 있다. 무인주행시스템은 사람 없이 자율 주행한다는 의미에서 ‘자동 차량 시스템(Autonomous Vehicle Systems)’이라 불리기도 한다.
드론부터 무인차까지, UVS가 몰려온다
2013년 겨울 아마존은 드론을 이용한 화물운송 계획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후 무인주행시스템은 본격적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사실 아마존이 프라임에어(Prime Air) 프로젝트를 공표하기 직전에만 해도 드론은 대중에게 외신에서나 가끔 등장하는 폭격용 군사용 드론과 동의어 수준으로 이해되고 있었다. 그러나 아마존이 운송드론 조종사 구인광고를 내고 연이어 2014년 하반기에는 구글이 프로젝트윙(Project Wing)이라는 드론을 이용한 택배 서비스 계획을 발표하면서 무인비행장치 산업은 세간의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되었다.
드론뿐만 아니라 무인 자동차에 대한 관심도 증가했다. 독일 다임러AG가 제작한 세계 최초의 무인 상용차 ‘프라이트라이너 인스피레이션(Freightliner Inspiration)’이 지난해 5월 미국 네바다 주에서 주행 라이센스를 취득했다. 사상 최초로 무인 자동차가 일반 도로를 달릴 수 있는 운행 면허를 취득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음은 물론이다. 최근에는 육상 자율주행 로봇이 미국과 영국 등에서 상용화 준비 단계를 밟으면서 육상배송로봇 또한 무인주행장치의 한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
사진= 독일 다임러의 무인 상용차 ´프라이트라이너 인스피레이션´
불과 3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무인주행시스템은 거듭 발전했고 그 영역은 넓어졌다. 재작년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유투브에 올라온 운송 드론 동영상을 보면서 그 상용 가능성에 대해 고개를 흔들며 의문을 표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야기가 다르다. 우리나라 상공에서는 이미 운송 드론 시험운항 사업이 전개되고 있고, 르완다 등 일부 미개발국가에서는 이미 운송 드론이 상용되고 있는 모습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무인주행시스템은 크게 두 가지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하늘을 대표하는 ‘드론’이며, 둘은 육상을 대표하는 ‘무인차’다. 하지만 이 영역의 대표주자 역시 점차 세분화되기 시작한 것이 최근 추세다. 주로 개방된 공간에서 활용돼 왔던 드론은 물류센터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으며, 육상에서는 무인차를 넘어선 물류로봇의 활용 가능성이 제기된다. 각각의 변화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겠다.
하늘의 무인주행, 운송드론 상용화의 숙제
현재까지 물류산업에서 드론 개발 및 상용화와 관련된 내용은 90% 이상 운송드론과 관련되어 있다. 그만큼 물류산업에서 드론은 물품운송 분야에 집중되어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간 필자가 연재를 통해 소개한 ‘아마존 프라임에어’, ‘구글 프로젝트윙’, ‘DHL 파셀콥터’, ‘대한통운 스카이도어’, 스타트업 기업인 메터넷, 플러티, 지프라인의 드론들은 모두 우리에게 익숙해진 운송드론이다.
그러나 이러한 운송드론이 상용화되기에는 아직까지 몇 가지 숙제가 존재한다. 물품적재/낙하, 운항시간, 관제방식 등 기술적인 부분의 연구가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많은 기업과 연구원들이 이와 같은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많은 투자금을 쏟아 일정 수준 안정화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러나 여전히 운송드론 상용화를 둘러싼 안전 문제에 대한 논의는 지속되고 있다. 현재는 안전 문제로 인해 드론의 ‘원거리 자율주행’은 법적으로 허용되고 있지 않으며, 이 때문에 본격적인 상용화까지는 2~3년의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운송드론 상용화가 다소 지체되는 와중 또 다른 용도의 물류드론 개발이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바로 실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작업관제용 드론’과 물류창고 내에서 활용 가능한 ‘실내용 드론’이다. 작업 관제용 드론은 이미 개발된 중소형 드론에 카메라를 장착해서 항만이나 야적장에서 활용하는 방향으로 검토되고 있다. 작업 관제용 드론은 상대적으로 운영모델 및 기체를 새로 개발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많아 현업에서 활용은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물류창고 내에 상용될 수 있는 실내용 드론은 보다 다양한 응용모델의 개발 및 기술적 개선이 요구된다. 때문에 현재 여러 기업과 연구소에서 상용화를 위한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실내용 드론은 용도에 따라 ‘재고조사용’과 ‘운반용’, 2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재고조사용 드론은 대규모 창고 내에서 재고실사를 하기 위한 용도로 개발되고 있다. 창고 내부를 비행해야 하기 때문에 좁은 틈을 오랜 시간 비행하기에 적합한 소형 내지는 초소형 드론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실내로 들어온 드론① 월마트의 재고조사용 드론
월마트(Walmart)는 지난 6월 재고관리용 드론을 개발하여 테스트중이라 발표했다. 월마트의 발표에 따르면 재고관리용 드론을 통해 물류센터 내부를 비행하면서 적재단에 물품이 비었거나 잘못된 위치에 적재된 화물을 파악할 수 있다. 월마트는 드론을 통해 이런 특이 사항을 촬영해 시스템으로 전송하는 방식으로 재고 정확도를 향상시키고자 한다.
월마트는 더불어 재고실사에 드론 활용 계획을 추진중이라 밝혔다. 기존 사람이 수동으로 조사하던 재고실사를 드론이 창고 내부를 비행하며 상품들을 스캔하기 때문에 작업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는 것이 월마트의 설명이다. 기존 수개월마다 이루어지던 재고실사를 드론을 활용해 일일단위로 진행할 수 있게된 것이다. 월마트는 드론을 이용한 재고관리 모델을 내년까지 물류센터에 실전 배치할 계획임을 밝혔다.
월마트의 예시처럼 재고관리용 드론은 실시간으로 재고현황을 실사하며, WMS(Warehouse management system: 창고관리시스템)에 무선데이터 전송을 통하여 재고현황을 업데이트하는 용도로 사용 가능하다. 단, 아직까지는 안전상의 문제로 사람이 작업하는 시간중에 비행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어 사람이 없는 휴식시간에 한정된 재고실사 작업만 가능하다는 한계는 존재한다.
사진= 재고조사용 소형 드론의 예시
실내로 들어온 드론② 빙고의 실내운반 드론
또 다른 실내드론인 ‘운반용 드론’은 아직 아이디어 수준의 개발만 진행된 단계로 현장에 도입할만한 제품이 개발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실내용 드론은 실외에서 사용되는 운송드론과 비교해 제도 측면의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하다. 때문에 일단 적정 수준의 성능을 가진 기체가 개발된다면 현장 적용성이나 시장 확대 측면에서 급속도로 확산될 것이라 기대된다.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에가 제안하는 빙고(Bin:Go) 드론시스템은 현재 소개된 운반용 드론 응용모델중 가장 대표적이다. 빙고 드론은 서류, 샘플, 소형부품 등과 같은 경량물품 운송을 위한 소형 드론이다. 빙고 드론은 외부가 ‘짐볼’ 형태로 설계되어 있어 안정성을 높였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둥근 몸체를 이용해 바닥면을 구르면서 이동이 가능하다. 빙고는 그 특이한 외형부터 실내에서 활용하는 것을 고려하여 만들어진 드론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빙고 드론은 현재 프로토타입이 완성된 상황이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상용화를 앞두고 파트너사를 구하고 있다. 빙고 드론은 나선형 경사로를 통한 이동도 가능하여 향후 물류창고뿐 아니라 병원, 유통매장 등 다양한 시설 내부에서 활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의 실내 운반용 드론 빙고(Bin:Go)
그러나 아직까지 실내용 드론은 기술적인 측면에서 몇 가지 한계가 있다. 먼저 실내용 드론은 GPS신호 사용이 어렵다. 때문에 자율주행을 위해서 GPS가 아닌 다른 형태로 위치정보를 받을 수 있는 신호장치가 필요하다. 이러한 한계와 함께 실내 곳곳에 있는 랙과 장비 등 다수 장애물을 회피하면서 비행하기 위해 보다 정교한 수준의 운항시스템이 필요하다. 향후 이와 같은 한계를 해결할 수 있는 드론 동체 및 운영시스템 개발이 급선무인 시점이다. 때문에 기술 개선속도에 따라 실내용 드론의 상용화 시점은 다소 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육상의 무인주행, 무인차에서 로봇으로
과거 육상 무인주행 분야의 주인공은 무인 자동차의 것이었다. 그러나 현재 육상에서, 적어도 물류영역에서만큼은 무인배송로봇이 기존 무인차의 자리를 대체하는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사실 지난해 5월 프라이트라이너 인스피레이션이 주행 허가 번호판을 받았을 때만 해도, 수년내에 적어도 고속도로에서는 무인트럭이 실제로 운행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조성된 분위기였다. 이는 무인 자동차가 육상 무인주행시스템의 대표 주자로 떠오른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불과 몇 개월 후인 지난해 11월 에스토니아 스타트업인 스타십테크놀로지스(Starship Technlogies)에서 무인주행 배송로봇 ‘스타십(Starship)’을 발표(관련기사= 생활에 침투한 물류로봇, 병원·호텔·매장까지)했다. 이에 무인트럭에 쏠렸던 세간의 이목은 이 작은 무인배송로봇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반면에 간간이 들려오는 무인 자동차 사고 뉴스에 무인차의 상용화 소식은 다시금 잠잠해지고 있는 국면이다.
사진= 지난해 11월 공개된 육상배송로봇 스타십
스타십이 차세대 무인주행시스템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기술이나 성능 측면을 떼놓고 바라보더라도 상용화가 가능한 안전수준을 갖췄다는 점 때문이다. 스타십은 만에 하나 사람과 충돌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작은 부상에 그칠 외관을 가지고 있다. 구동속도도 그렇게 빠르지 않기에 다른 무인주행로봇보다 위험하지 않다. 이는 실상용화 측면에서 무인주행장치가 갖는 근본적인 위험인 ‘대인충돌 사고’에 대한 우려를 상당 부분 경감해주는 부분이다. 이러한 긍정적인 인식과 더불어 스타십은 택배나 근거리 배달에 사용되는 생활물류 영역에서 활용성이 높다고 평가되고 있다. 이에 스타십을 시작으로 육상배송로봇은 상용화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급속도로 발전하는 추세다.
스타십은 올해 유럽과 미국에서 식료품 시험 배송을 시작했으며, 지난 7월부터는 본격적인 상용화 계획을 발표했다. 스타십 상용화 계획에는 유럽의 음식주문서비스 저스트잇(Just Eat), 독일 택배사 헤르메스(Hermes)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상용화 지역은 런던, 뒤셀도르프, 본, 베를린, 함부르크 등 5개의 도시로 명확히 제시되어 있어 그 실현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크다.
사진= 디스패치 로보틱스(Dispatch Robotics)의 케리(Carry)
스타십 뿐만 아니라, 디스패치로보틱스(Dispatch Robotics)사의 캐리(Carry)라는 배송로봇도 대학 캠퍼스를 대상으로 시험운행 중이다. 또한 도미노피자 역시 피자 10판과 콜라 적재가 가능한 냉온장 기능이 있는 드루(DRU)라는 배송로봇을 자체 개발하여 발표하였으며 2016년 내 뉴질랜드에서 상용화할 것임을 밝혔다.
사진= 도미노 로보틱스 유닛(Domino Robotics unit)의 드루(DRU)
물류기업 역시 육상배송로봇이 실제로 활용될 수 있도록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DHL은 최근 육상배송로봇을 공동 개발하여 발표했으며, 스위스우체국은 지난달부터 스타십 육상배송로봇을 스위스 베른 등 인근지역에서 시험운행을 시작하고 3년내 공식서비스를 론칭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렇듯 육상배송로봇은 물류분야 무인주행시스템을 통틀어 가까운 미래에 가장 먼저 사용될 수 있는 기술로 평가된다. 스타십 테크놀로지스사의 자료에 따르면 스타십 로봇의 배송 건당 수수료는 3천원 미만이며 로봇 자체 가격도 250만원 수준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때문에 도로 주행을 위한 법제도가 마련되면 가까운 미래에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로봇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