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사드(THAAD) 배치, 대중 수출입업계 타격 줄까
중국 소비자 및 수출입업계 반응 “글쎄...”
경제 제재 우려가 기우가 되길 바라며
글. 임예리 기자
Idea in Brief 류제승 국방부 국방정책실장과 토머스 밴달 주한 미군사령부 참모장은 7월 8일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의 한반도 배치 결정을 발표했다. 양국은 내년 말까지 사드 배치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와 관영 매체들은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반응을 표출하고 있다. 이에 중국 대상의 사업을 하고 있는 국내 콘텐츠 및 수출입업계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드에 대한 매체의 부정적 반응이 실제 중국내 소비행태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실제 중국 현지 소비자, 중국 수출입 및 유통업계의 반응은 어떨까.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현장 속으로 들어가 봤다. |
오늘(13일) 또 다시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 수출 산업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보도자료가 배포됐습니다. 화장품 산업의 중국 수출 의존도가 2013년 22%에서 2015년 41%로 급증한 가운데,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 정부가 경제 제재에 나서면 화장품 산업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는데요. (관련기사= 화장품산업 중국 수출의존도 41%…“사드배치 따른 경제 제재 우려”, 뉴스토마토)
동보도자료에서 보건산업진흥원은 사드 배치와 관련해 중국의 무역제재 가능성과 대응전략을 묻는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의 질문에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으로 인한 중국 정부의 경제 보복 및 중국내 반한 감정 확산이 우려된다”며 “중국 정부가 강한 반대 의사를 표방함에 따라 이로 인한 중국 정부의 직·간접적 경제 제재 가능성이 증대됐다”고 밝혔습니다. 사드배치가 정말 대중국 수출업에 큰 타격을 줄까요?
정부의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발표 이후 약 세 달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앞선 사례 이외에도 사드 배치를 둘러싼 중국 정부의 보복조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의 극렬한 반응과 중국 매체들의 부정적인 보도가 중국 소비자의 한국 상품 소비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문화콘텐츠 부문과 대중국 수출입업체 등의 피해사례가 국내매체에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중국의 ‘보복 조치가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과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삼성증권에서 8월 8일 발표한 ‘사드쇼크 1개월, 투자전략의 재구성’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사드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 정부의 부정적인 정책 대응으로 주식 시장에서는 시가 총액 11.2조 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고서는 사드배치 후폭풍에 대한 과도한 비관론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중요한 것은 어찌됐든 중국 소비자의 선택이기 때문입니다. 동보고서는 현재 중국에서 한국 상품을 대체할 상품이나 대안시장을 찾기가 어렵고, 한국 상품과 비교해 중국 상품이 단기간에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을 그 이유로 밝혔습니다.
중국 소비자, 첨예한 반응 속으로
그렇다면 사드 배치에 대한 실제 중국 대중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기자는 중국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펴보기 위해 중국의 대표적인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웨이보(微博)에 ‘한국’을 검색해봤습니다. 검색 시간을 사드 배치 발표 직후인 ‘7월 9일 오후 1시~3시’와 한 달의 시간이 흐른 ‘8월 20일 오후 1시~3시’로 설정하여 두 가지 결과를 비교해 봤습니다. 검색 결과로 나온 100개의 글 중, 전자에서는 8개, 후자에서는 4개가 사드와 관련된 부정적인 내용의 글이었습니다. 비율로 보자면 각각 8%, 4%입니다. 물론 검색 시간이 제한되고 표본의 숫자가 적고, 무엇보다 웨이보를 이용하는 이들이 모든 중국 소비자를 대변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 결과가 소비자 반응의 절대적인 결과라고 속단하기는 어렵습니다.
▲ 사드배치에 대한 웨이보내 부정적 반응(번역)
하지만 최소한 사드에 관하여 중국인의 부정적인 인식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파악할 수는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이제부터 한국상품을 사지도, 한국프로그램을 보지도, 한국음식을 먹지도 않겠다”나 “중국 정부의 한한령(한국 드라마와 연예인 방송 및 출연 제한)을 지지한다”는 등 한국 상품이나 한류 콘텐츠에 대한 부정적 반응이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부정적인 내용의 글 못지않게 웨이샹(微商: 위챗이나 웨이보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 올린 한국 상품 판매나 대리구매 광고, 한국 관광과 한류 연예인에 대한 우호적인 반응이 실린 글도 그 이상으로 많았다는 사실이 역설적입니다.
기자는 실제로 몇몇 현지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사드에 관해 질문하기도 했습니다. “사드 배치 이후 한국 상품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진 않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 20대 남성 중국인은 “정치적인 이슈로 인해 조금 예민해지는 것은 사실이나, 이전에 비해 특별히 한국 상품을 나쁘게 보진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20대 여성 중국인은 “사드가 (한국물품)소비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같은 여성은 “일본제품을 사용할 수도 있지 않나”는 기자의 질문에 “일본제품보다는 한국제품이 가격 대비 품질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 사드 배치에 관하여 기자와 현지 중국인이 위챗을 통해 나눈 대화내용(번역)
유통·수출입업계, 부정적 반응은 “글쎄...”
업체들의 의견도 소비자와 비슷합니다. 한국의 뷰티 콘텐츠를 유통하고 있는 A업체 한 관계자는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긴 것은 사실이나, 직접적인 매출 타격으로 번지지는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화장품이 저렴한 가격에 비해 품질이 좋기 때문에 중국 소비자들이 실질적으로 상품 구매를 중단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해당 업체는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심화되는 것에 대한 경계는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실제로 해당 업체가 진행하는 생방송에서 몇몇 중국 누리꾼들이 “사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해보라”는 등의 댓글을 달기도 했습니다. 또한 이전까지 해당 업체는 중국의 포털 사이트 소후(Sohu)에서 메인 페이지와 뷰티 항목 페이지에 업체의 영상과 썸네일 노출 등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사드 배치 발표 이후에는 그런 홍보 지원이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이에 업체에서도 상품을 홍보할 때, 한국이라는 말을 빼거나 자제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 의류수출업체 관계자 역시 비슷한 반응을 전했습니다. 그는 사드 배치 이후 판매량 변화에 대해 “아직까지 판매량 변화를 직접적으로 느끼기 어렵지만, 오히려 비즈니스용 비자를 받기가 힘든 상황”이라 전했습니다. 이전에는 비즈니스용 비자를 쉽게 받을 수 있었지만, 현재는 복수 비즈니스 비자를 제한하고 있고, 비즈니스 비자를 받으려면 초청장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해당 업체는 현재 어쩔 수 없이 관광 비자를 받아 출장을 간다고 밝혔습니다.
수입업체의 경우 상황은 약간 다릅니다. 중국으로부터 의류 원단과 완제품을 수입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사드 배치 이후 물량 변동을 체감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으로부터 절연제를 수입하고 있는 한 업체 역시 “사업에 전혀 영향이 없다”는 반응입니다. 위 업체들의 의견이 모든 대중국 수출입업체들을 대변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기자가 만난 업체들은 사드 배치 발표가 직접적인 매출 타격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한 의류업체 관계자는 “사드 배치 결정이 아직까지 매출 감소로 이어지지 않은 것 같다”며 “우리는 중산층 이상의 중국 중년 여성을 주요고객으로 삼고 있는데, 오히려 과거 시진핑 정부에서 반(反)부패 척결을 외쳤을 시기에 제조 물량이 많이 줄었었다”고 밝혔습니다.
댜오위다오의 추억, 걱정이 기우가 되길 바라며
2012년 일본과 댜오위다오(센카쿠 열도) 분쟁 당시, 기자는 베이징에 있었습니다. 당시 기자는 한 기관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마침 그 부근이 각 나라의 대사관이 모여 있는 지역이었고 그 중에는 일본 대사관도 있었습니다. 이 때문이었는지 반일 시위대 통제를 위해 많은 경찰들이 이른 아침부터 근방 거리를 순찰하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길거리에서는 중국 국기 혹은 중국을 지지하는 말이 적힌 스티커를 붙인 일본 브랜드 자동차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세븐일레븐 편의점이나 일식요리점 창문에는 크게 “댜오위다오는 중국의 것”이라는 글자가 붙어있기도 했습니다. 댜오위다오 분쟁 당시 기자는 ‘지금 중국의 혐오의 대상이 한국이 아니라 큰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나중에 중국과 한국이 정치적인 마찰이 생기면 이와 같은 반응이 나타나진 않을까’하고 우려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 사드 배치 결정을 보며 걱정스러운 마음이 먼저 드는 것은 과거 기자가 봤던 장면들이 연상됐기 때문이겠지요.
물론 아직까지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으로 인해 중국 내에서 광범위하고 극단적인 혐한 기류가 조성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국지적인 혐한 감정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굳이 사드 배치를 논하기 이전부터 존재했던 사실입니다. 1년에 몇 번씩 재중한국대사관에서는 중국내 한국 교민들에게 혐한 감정이 심한 것으로 파악되는 지역으로의 여행을 자제해달라는 안내 문자를 보낼 정도였으니까요.
아무래도 한국에서 사드 배치 지역과 시기가 확정되면, 한중 양국의 정치적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의 보복 조치가 노골화되고, 여기에 이미 존재했던 혐한 감정과 합쳐져 민간 차원에서의 한국 상품 불매운동이 대규모로 일어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부디 제 걱정이 기우에 머물기를 바랍니다. 정부는 내년 말까지 사드 배치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그 때에는 현재보다 노골적인 보복 조치가 시행되고, 민간 반응도 현재보다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걱정이 기우로 판정되기 전까지는 사드와 관련한 양국 상황과 현지 소비자 반응을 지속적으로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 이커머스 특집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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