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앞으로 다가온 ‘광군제’, 한국 업체에게도 판매 대목
LG생활건강, 이마트, 역직구 스타트업 등, 광군제를 앞둔 예열은 이미 시작됐다
글. 김정현 기자
Idea in Brief
중국의 11월 11일은 중국인들 사이에서 연내 최대의 온라인 소비가 일어나는 날이다. 일명 ‘솔로들의 날’로 불리는 광군제 하루 동안 지난해 기준 1229억 3700만 위안(한화 약 22조원)의 온라인 매출이 발생했고, 택배 배송량은 6억 7800만개로 집계됐다. 중국에 상품을 판매하는 한국 업체들에게 있어도 광군제는 최대의 판매대목이다. 티몰글로벌의 광군제 당일 해외 상품 판매량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 일본에 이어 3번째로 많은 매출을 올렸다. 한국기업들은 광군제에 대한 준비를 지난 5~6월부터 이미 시작한 상태다. 정치적으로는 사드 배치 논란이 일고 있는 지금, 국내 셀러들은 광군제 판매를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을까. |
11월 11일. 이 날은 우리나라의 ‘빼빼로데이’이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시작된 빼빼로데이 덕분에 이 날만 되면 전국 편의점, 대형마트할 것 없이 매대에는 빼빼로로 도배된다. 세계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빼빼로데이는 ‘키 크고 날씬해지자’는 의미에서 숫자 1의 모양과 같은 빼빼로를 주고받던 것에서 유래했다. 이러한 트렌드를 빼빼로 제조회사가 마케팅에 활용하면서 하나의 기념일로 굳어졌다고 한다.
한 발 앞으로 다가온 11월 11일. 중국의 11월 11일에는 한국의 빼빼로데이만큼이나 신기한 광경이 펼쳐진다. 한국에 빼빼로데이가 있다면 중국에는 광군제(光棍节)가 존재한다. 쌍11절이라고도 불리는 광군제는 일명 ‘솔로들의 날’이다. 이 날은 솔로를 상징하는 숫자 1이 무려 4개나 있어 싱글들을 위한 날로 불리운다.
중국의 광군제는 지난 2009년 알리바바그룹이 ‘혼자 집에 있는 싱글들이여, 쇼핑으로라도 외로움을 달래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할인 행사다. 그러나 현재는 알리바바뿐만 아니라 많은 중국 쇼핑몰들이 참여해 중국 최대의 쇼핑데이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광군제 당일 거의 대부분의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전 제품을 50~80%까지 할인해 판매한다. 중국에서 연간 최대의 온라인판매 매출이 발생하는 날이기도 하다. 이제 광군제의 규모는 미국 최대 쇼핑데이인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를 훌쩍 뛰어넘었다.
코트라에서 발표한 작년 자료에 따르면 2015년 11월 11일 하루 중국 온라인 총 매출은 1229억 3700만 위안(한화 약 22조 원)으로 2014년과 비교해서 52.7% 증가한 수치였다. 이 날 중국의 하루 택배 배송량은 6억 7800만개로 집계되었다. 특히 지난해 알리바바는 광군제 기간 역대 최고치 매출인 약 990억 위안(한화 약 16조 4890억 원)을 기록했다.
중국에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국내 이커머스 기업 또한 광군제 특수 효과를 봤다. 그중 몇몇 기업의 매출은 광군제 기간 매출이 그 회사의 1년 매출과 맞먹는 경우도 존재한다. 알리바바의 글로벌 입점 마켓플레이스 ‘티몰글로벌’에서 광군제 당일 판매량을 국가별 순위로 매긴 결과 미국, 일본 다음으로 한국이 세 번째로 많은 매출을 올린 국가로 조사됐다.
업체들의 광군제는 이미 시작됐다.
업체들의 광군제는 11월 이전부터 치열하게 진행된다. 카테고리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보통 5~6월부터 광군제 판매 준비를 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업체들은 어떤 방식으로 광군제를 맞이할 준비하고 있을까.
중국 마켓플레이스는 광군제 행사에 참가하길 희망하는 입점판매자에게 참가조건을 만들기도 한다. 알리바바의 경우 광군제 참여를 희망하는 업체는 7월말까지 입점 및 상품등록을 신청해야 한다. 광군제 당일 폭발적인 물량증가를 대비하기 위한 재고확보 기간을 2~3개월로 잡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소비자들이 광군제를 의식해 10월부터는 온라인 매출이 줄어들기도 한다. 광군제를 기다리면서 이 날 몰아서 물건을 구매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쇼핑몰들은 이를 위해 ‘예약판매’ 행사를 만들어 매출을 극대화하고자 한다. 10월 중순 예약판매를 시작하여 미리 재고를 확충하는 방식이다.
10월 중순부터 이렇게 ‘예열기간’을 거치는 데에는 다른 이유도 존재한다. 광군제에 일어날 문제들에 대한 사전 대비를 하기 위함이다. 광군제 시기에 갑자기 몰릴 수량에 대비해 조금씩 판매 상품을 늘려보고 갑자기 주문 수량이 증가할 경우 발생하는 문제들을 미리 잡아내고자 하는 것이다.
광군제날 어떤 상품을 메인상품으로 내새울지에 대한 결정은 기업의 전체 매출을 좌지우지한다. 만약 운이 좋아 유명 마켓플레이스 메인 페이지에 상품을 노출시킬 기회가 오게 되면 더욱 신중하게 상품을 선택해야한다. 조금이라도 상품 판매가 부진한 양상을 보이면 바로 다른 브랜드 상품으로 교체가 되기 때문이다. 여러 브랜드를 입점하는 마켓플레이스는 실시간으로 브랜드 매출액에 따라 순위를 매기며 메인 페이지에 노출될 상품 자리를 결정하는 것이다.
광군제를 대비하는 업체들이 또한 중요하게 고려해야할 것은 ‘전년대비 성장률’이다. 매년 광군제 매출은 상승한다. 그러나 올해 어느 정도로 성장할 것인가를 예측하는 것은 그렇게 쉽지 않다. 수요예측을 잘못해 재고가 남는 것도 문제지만 없어서 못 파는 것도 기업 입장에서는 큰 손해이기 때문이다.
중국에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스타트업 비투링크 이소형 대표는 “주요 중국 마켓플레이스 채널들로부터 이미 8월 초 광군제 예상 물량을 받은 상태며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분석에 수요를 예측하고 있다”며 “지난해 광군제때 총 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1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광군제를 경험한 한국업체들
티몰글로벌에 입점하여 광군제를 준비중인 LG생활건강은 광군제를 대비하여 지난 8월 물류센터 재고 전수조사를 진행했다. LG생활건강의 중국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스타상품들이 어느 정도 재고로 축적되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가령 LG생활건강의 ‘윤고 샴푸’의 경우 지난해 광군제 기간에만 18만 개의 상품이 판매됐다. 이와 같은 스타상품은 ‘수요예측’이 가장 큰 숙제로 제기된다. 정확히 팔릴만한 물량을 예측하고, 재고로 비축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 되기 때문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광군제를 준비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다. 데이터에 기반한 예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며 “만약 올해 처음 광군제를 준비하는 기업일 경우 과거 판매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이 경우 중국 현지 온라인 쇼핑몰 담당자와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마트의 경우 광군제를 대비해 6개월간의 준비를 한다. 이마트는 현재 티몰글로벌에 ‘이마트관’을 운영중이며 지난해 3월에는 국내마트 최로로 중국 티몰에 진출한 바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광군제 26만개의 상품을 판매했으며, 1600만 위안의 매출을 달성했다. 그러나 이마트는 작년 광군제를 시행착오로 파악하고 있다. 더 많은 상품을 팔 수 있는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 이에 이마트는 올해는 광군제 물량을 대폭 늘려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해 광군제에서는 포함되지 않았던 새로운 카테고리 제품을 추가 판매하기 위해 준비중이다.
동대문 상품을 기반으로 한 패션 중국 역직구를 하고 있는 A회사는 지난 6월부터 광군제를 준비하고 있다. 어떤 상품을 판매할지 제작 회의를 통해 결정하면 8월부터는 상품 제작에 들어가게 된다. 내부적으로도 물량을 확보해 공장에서 생산 주기를 확인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9월 안으로 창고에 상품을 입고시켜 놓고, 10월부터 광군제 예약 판매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
업체들의 광군제 특수효과를 좌지우지하는 공통적인 요소는 팔릴 물량을 예측하고 예측된 물량 만큼의 재고를 미리 확보하는 것이다. 정확한 수요예측을 위해서는 선험판매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며 만약 올해 처음 광군제를 준비하는 기업이라면 물량예측은 가장 큰 숙제로 다가온다.
사드배치 우려속 광군제, 뭣이 중헌디?
정부에서 ‘사드(THAD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발표한 이후 중국에 상품을 수출하고 있는 국내업체들의 상품판매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드에 대한 부정적인 중국 반응이 한국 상품 소비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하는 걱정이다. 광군제를 1달 앞둔 현 시점. 사드 배치 문제는 광군제를 준비하는 기업들 사이에서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다. 아래는 삼성증권에서 지난 8월 발표한 ‘사드쇼크 1개월, 투자전략의 재구성’ 보고서 일부 발췌 내용이다.
“핵심은 중국 소비자의 선택이다. 궁극적으로 한국의 지역, 상품, 문화콘텐츠에 대한 경쟁력이 중요한데 중국 정부의 여론전은 단기적으로 소비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나 소비자의 소비패턴에 구조적인 변화를 초래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광군제를 준비하고 있는 역직구 업체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몇몇 업체를 만나본 결과 이들은 공통적으로 사드배치 문제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아직까지 사드가 직접적으로 영업에 가시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한 화장품 역직구업체 대표는 “특이사항이 없으면 올해도 지난해 광군제보다 역직구 규모가 상승할 것이라 전망한다”며 “사드 배치가 문제가 된 이후 특별히 매출이 줄거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제제가 들어온다거나 하는 문제는 아직까지 없었다”고 언급했다. 몰테일 한 관계자는 “실제로 사드 배치가 되기 전까지는 한국제품 소비에 큰 여파가 없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는 의견을 밝혔다.
아직까지 사드가 직접적으로 영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체적으로 특이사항이 없으면 올해도 작년보다 광군제 역직구 규모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 대상 역직구 물류업체 아이씨비 김동철 부사장은 “지금 당장 사드 배치 문제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중국 정부에서 어떤 여론을 형성하느냐에 따라 국민의 반응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사드 배치를 큰 쟁점으로 몰아갈 경우 한국 상품 불매 행위로 번질 수 있는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중국 역직구 판매자들은 다가올 광군제를 대비하여 사드 배치에 대해 걱정하기 보다 상품 경쟁력, 가격, 서비스 퀄리티와 같은 본질에 신경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