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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년병이 바라보는 현장④ 현대글로비스] 해운물류 현장 속으로

by 엄지용 기자

2016년 09월 28일

초년병이 바라보는 현장④ 현대글로비스
현대글로비스, 해운업무의 현장
조출료, 체선료, 각종 현장약어가 뭐길래
9월 21일 부산. 상반기 취업시즌에 고배를 마시고, 이번 하반기 또 한 번 취업전선에 뛰어든 한 학생과 소주 한잔을 기울였다. 학생이 지금까지 쓴 원서는 10여개. LG생활건강, 범한판토스, CJ대한통운, LS, BGF리테일, GS리테일... 물류, 유통, 제조업종의 구분도 없이 다양하다.
 
올해도 어김없이 하반기 공채시즌의 막이 열렸다. 쉽지 않은 도전이다.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새벽까지 친구의 고민을 듣고 이야기를 나누며 더욱 깊은 생각에 잠겼다.
 
기자는 몇몇 지인들에게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까지 취업준비생이었던 이들이다. 이들이 취업하기까지 겪었던 과정들, 그리고 취업후 각 업계 현장에서 실제 겪고 있는 일들이 지금 이 순간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큰 힘이 되지는 않을까?
 
고맙게도 많은 이들이 기자의 요청에 흔쾌히 응해줬다. 그들 또한 오랜 기간 취업에 도전했고, 수차례의 아픔을 겪기도 했다. 취업준비 과정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공감하기에,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도 많다고 했다.
 

본격적인 공채시즌. 지금 현장에 있는 이들은 취업을 하기까지 무슨 준비를 해왔을까. 그리고 그들은 현장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현장과 취업준비생들 사이의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기 위해 CLO가 나섰다.

 
네 번째 소개할 기업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종합물류, 유통 전문회사로 원자재/제품수송, 물류 컨설팅, 물류 시스템 운영, 해상 운송 등 다양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다. 현대글로비스는 CLO가 73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상하반기 자체조사한 결과 학생들이 가장 취업하고 싶어하는 물류기업이기도 하다.
 
최근 현대글로비스에 취업하여 해운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 사원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글로비스 업무 현장을 들여봤다.
 
※ 아래 인터뷰는 현대글로비스 사원과 나눈 대화를 기반으로 재각색했습니다.
 
 
Q1. 간단한 소개 부탁드린다.
 
A1. 현대글로비스에서 해운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제가 속한 부서는 크게 영업팀과 운항팀으로 분류되며 각 팀 간 협업이 매우 중요합니다. 영업팀이 계약을 받아오면 계약 세부조항과 관련하여 영업 담당자가 거래처와 네고를 합니다. 이에 따라서 운임청구, 법무 리스크 검토 등 계약 전체의 시작과 끝을 담당합니다.
 
운항팀은 영업팀이 따온 계약을 바탕으로 선박 인도, 화물의 선적 시점부터 양하 혹은 선박 반선시까지 선장 및 대리점과 연락을 지속적으로 취하면서 항차(선적부터 양하 혹은 용선이 끝나는 시점까지, 하나의 계약 종료 시점) 전체의 운영을 전담합니다.
 
해운쪽에서는 조출료, 체선료 등 종합적인 운임정산이 큰 이슈가 되기도 하는데요. 특히 조출료, 체선료 정산 업무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상황 판단과 외부 업체와의 합의점을 찾는 것입니다. 우리가 지불하는 돈이 무조건 손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용선료나 기타 투입되는 비용을 고려했을 때 조출료를 빨리 지불하고 작업을 마무리하는 것이 유리한 경우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Q2. 입사후 무엇이 가장 매력적인 업무로 다가왔나?
 
A2. 어떤 지역에서 어떤 화물이 나오는지, 어디서 어디로 이동하는지 전체적인 흐름을 알 수 있다는 점이 해운업의 매력입니다. 잘 몰랐던 국가들에 대해 한 번 더 알게 되기도 하며, 어느 지역에서 어떤 자원이 많이 나오는지 등을 아는 것도 재밌었습니다. 사실 대학교 때부터 해운 산업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흥미를 느끼며 일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 신문에서만 보던 산업의 이야기를 현업에 와서 몸소 느낄 수 있었죠.
 
특히 해운업의 경우 중국 홍수로 석탄 수입량이 일시적으로 증가하거나, 미국 홍수로 인해 곡물 운송이 지연되기도 합니다. 천재지변이나 항만 파업과 같은 인재로 인해서도 물동량이 좌우되죠. 특히 얼마 전 브라질 올림픽 때는 브라질 항구에 선적하는 많은 배가 몰리고 자체 휴일도 있어 벙커 급유가 지연되는 경우도 발생했습니다. 이처럼 해운업은 매우 역동적인 산업입니다.
 
해운 업무 특성상 해외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아랍 국가들은 금요일이 휴일이기 때문에 모든 은행 업무가 중단됩니다. 미수금 처리 등 은행 업무는 선적, 향하작업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사전에 일정 수립이 중요하죠.
 
Q3. 초년병으로 업무를 배우는데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A3. 전문적인 해운용어가 익숙하지 않아서 처음에 많이 고생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교과서나 책에서 보는 용어 외에도 여러 전문 용어를 줄여서 약어로 서신이 오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업에서 직접 사용되는 용어를 익히고자 선배들에게 용어 약어집을 받아서 익숙해질 때까지 공부했습니다.
 
각 항만의 지역을 표기할 때도 지역 약어를 사용합니다. 한 번은 업무를 하면서 CJK 용어가 나왔는데, 저는 그게 중국(China), 일본(Japan), 한국(Korea) 삼국을 의미하는 약어로 생각했습니다. 알고 보니 창장커우 장강 하구를 표시하는 약어였죠. 덕분에 선배님께 큰 웃음을 드렸습니다.
 
업무 이해도 향상을 위해 동기들과 스터디도 하고 있습니다. 특정 화물 선적시 운항상 유의사항 등은 스터디가 많이 필요한 분야입니다. 예를 들어 곡물의 경우 배 안의 선창 검사 등 선적작업 전에 검사를 진행합니다. 특히 미국, 일본의 경우 그 검사가 까다로워 검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선적이 지연되고 손해가 발생합니다. 이는 조출료, 체선료 문제와 연결되기도 합니다.
 
Q4. 장기적인 계획은 무엇인가.
 
A4. 아직 고민 중인 부분입니다. 회사에 다니면서 앞으로 제가 쌓을 수 있는 커리어에 여러 방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선배 중에는 법무분야로 경력을 쌓는 분도 계시고 트레이딩쪽으로 가시는 분도 있습니다. 비교적 나아갈 수 있는 커리어가 여러 가지라고 생각됩니다. 저는 해운분야에서 운항전문가 혹은 영업전문가로 성장하고자 합니다. 두 분야 다 매력적인 업무라 우선 운항과 영업, 두 영역을 경험해보고자 합니다. 배우면서 저도 지속해서 고민해야 할 문제이죠.
 
Q5. 취업 준비과정에서 도움이 되었던 경험은 무엇이었나.
 
A5. 취업준비를 하기 전부터 상사와 물류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공부가 체질이 아니라서 학점도 그저 그렇고 자격증도 없었죠. 막연함에 관련 직무 지식을 쌓고자 3학년을 마치고 무역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했고 논문을 써서 나름 큰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물론 사실 글로비스는 별다른 어학, 수상경력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수상 이력 자체가 취업에 도움이 됐기 보다는 그 과정에서 직무 관련 지식을 쌓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논문 작성 과정에서 다양한 실무자들을 직접 만나본 것이 학생 신분에서 실무를 간접적으로 경험해볼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물류분야 취업을 준비하는 분이라면 ‘물류관리사’ 자격증을 준비하는 것도 물류를 알아갈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격증 자체가 취업에 도움을 주기보다는 자격증 공부과정에서 현업에 쓰이는 용어에 대해 익숙해질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자격증을 준비하면서 알게 된 조출료, 체선료 등은 실제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많이 사용하는 용어죠. 이러한 용어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다 보니까 초기 업무를 배워나가는 과정에서 도움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대학시절 하고 싶은 건 다 해봐라’라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대학생 때가 가장 기회가 많은 시기입니다. 이 시기,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자신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찾아가길 바랍니다.
 
 


엄지용 기자

흐름과 문화를 고민합니다. [기사제보= press@clomag.co.kr] (큐레이션 블로그 : 물류로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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