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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악의 택배 구인난...대전에 무슨 일이

by 김철민 편집장

2016년 09월 11일

 

*동 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 없습니다.
 
글. 김철민 기자
 
 
“김영란법 시행 앞둔 올 추석 선물이 지난해보다 20~40% 더 늘었어요”
“대전 등 중부권 터미널 신·증축으로 신규 인원만 천여명이 추가로 필요한데...”
“알바생들이 일하다 힘들어서 도망갑니다. 일당 20만원 불러도 사람이 없어요”
 
어젯밤 카카오톡 창에 지인들과 대화를 나눈 내용 중 일부 입니다. 필자의 주변에는 택배 종사자가 참 많은데요. 해마다 명절에 바쁜걸 잘알기에 안부인사를 물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제 행동은 민폐였습니다.
 
채팅창으로 오가는 문자 넘어로 추석 선물과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있는 택배 현장의 한숨 소리가 깊어 보였습니다. 왜일까요? 급증한 물량도 문제지만, 터미널 현장에 필요한 상하차 작업자의 수가 턱없이 모자랐기 때문입니다.
 
올해 추석은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시행을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막바지 선물(?)을 챙기려는 기업과 개인의 주문량이 급증해 전년동기대비 업체마다 약 20~40% 이상의 물량이 증가한 것으로 업계는 설명했습니다.
 
해마다 명절 등 성수기 물량에 대비해 인력충원, 증차 등 비상운영에 준비하는 택배사들이 무슨 호들갑이냐 되물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올해 상황은 좀 달라 보입니다.
 
“800여대 차량이 하차도 못하고 밖에 대기 중입니다. 몇일째 밤샘인지 모르겠어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모 택배사의 대전 허브 터미널은 부산, 대구, 광주 등 전국 각지에서 보낸 택배가 가장 많이 모이는 곳입니다. 이곳에 모인 화물은 지역마다 다시 분류돼 다시 전국 방방곡곡으로 이동하게 되는데요.
 
문제는 지난 6일부터 현재까지(9일 오후 기준) 약 800여대의 화물차가 발이 묶여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급작스런 물량 증가에 택배 상하차 작업이 지연되고 있는데, 현장에 추가로 투입할 사람을 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상황은 다른 택배업체들도 다를게 없어 보입니다.
 
왜냐하면 추석 등 성수기 특성상 대형 택배사의 허브 터미널 한곳만 무너져도 상하차 및 분류 지연 등 그 영향이 연쇄적으로 동종 업계에 고스란히 전달되게 때문입니다. 이는 해당 택배사가 소화하지 못한 물량을 경쟁 택배사가 과도하게 넘겨받을 경우, 적정 물동량의 운영 한계를 넘어서게 돼 서비스 운영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인데요. 이런 근간에는 업체간 저가수주(과당 경쟁)도 한 몫 거들고 있습니다.
 
▲ 모 택배사 허브 터미널 밖 도로에 수백여대의 차량이 하역 작업을 대기 중이다. (사진 제공: 박OO님)
 
“올해 터미널 신축으로 대전 등 중부지역에 신규로 1000여명의 수요가 신규로 발생했어요. 사람 구하는게 하늘에 별따기 입니다”
 
올해 유난히 인력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택배사들의 속사정은 대전 등 중부지역 터미널 신축(증축)과도 연관성이 있어 보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에만 △로젠택배 남대전 터미널 △현대로지스틱스(LLC) 신탄진 터미널 △CJ대한통운 문평동 허브터미널 증축(읍내동 가동) △KG로지스 청원 터미널 오픈 △한진 대전중부 터미널 오픈 등 국내 모든 택배사들이 중부지역에 터미널을 증축하거나 신축 을 완료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체간 터미널 작업원(알바생 포함) 모시기 경쟁이 치열해졌는데, 각 택배사마다 추가 필요 인원을 취합해본 결과 약 800~1000여명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더욱이 평소 8만원이던 일당은 성수기 시즌을 맞아 두서너배나 껑충 뛰었는데, 이마저도 사람이 없다는 게 중부지역 인력공급업체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알바들이) 일하다 중간에 도망을 가요. 쉬는 시간 없이 밤샘 작업을 하니 젊은 친구들도 어지간한 체력으로는 버틸 수 없어요. 더욱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몇일씩 강행되는 작업이 고단할 수 밖에 없죠."
 
각종 포털에 택배를 검색하면 ´지옥알바´, ´전설의 아르바이트´, 헬택배´ 등 부정적인 연관 검색어나 체험 후기가 올라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터미널에 외국인 근로자 고용 허용이 절실합니다”
 
필자는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에 살고 있습니다. 이 지역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물류센터와 창고가 밀집해 있는 곳인데요. 매일 아침 출근때마다 버스 정류소에 정차하는 대형버스나 승합차를 목격하곤 합니다. 차량 앞 유리창에는 OOO행, △△△행. □□□행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기업들의 물류센터을 알리는 팻말이 부착돼 있습니다. 차량에 탑승하는 분들을 살펴보면 20~30대 청년부터 30~40대 여성분까지 연령층이 다양한데요. 흥미로운 점은 중국, 파키스탄, 러시아 등 다양한 국적을 가진 외국인 근로자들도 포함돼 있다는 점입니다.
 
국내 요식업(음식점)에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다 망할 것이란 웃지 못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국내 창고, 물류센터 등 물류시장도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습니다. 물론 현행법상 물류업종은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 없습니다.
 
“비정상적인 임금 개선 등 경영 철학부터 바껴야 ”
 
몇년전부터 택배시장은 현장 일손이 부족한 것을 이유로 외국인 근로자 고용을 허용해 달라는 요청을 넣고 있습니다. 이에 정부는 ‘아직 검토 중’이라며 이렇다할 답변을 내놓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일자리 창출에 앞서 양질의 내국인 일자리 창출이 먼저라는 원칙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택배업계 한 관계자는 “택배 터미널 등 물류시설에도 외국인 근로가 허용돼야 앞으로 더 늘어나는 인력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정부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국내 택배사들이 자발적으로 터미널 현장 직원들에 대한 고용안정과 복리후생부터 먼저 챙겨야 한다는 게 고용정책 전문가들의 조언을 경청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현장의 비정상적인 저임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한 택배시장의 구인난은 매년 되풀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택배사간 출혈 경쟁을 지양해야 합니다. 또 오너들의 CEO에 대한 성과 중심(숫자로만 보는)의 평가 문화가 사라져야 합니다. 경영자의 철학과 의지 없이는 현장 개선에 대한 구호는 공염불에 불과합니다.
 
해마다 반복되는 택배 현장의 비명과 울분, 반면교사(反面敎師)의 지혜가 실종되고 있습니다.
 
 
 
 
 


김철민 편집장

Beyond me(dia), Beyond logistics
김철민의 SCL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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