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실험> 모바일 배달 2.0을 논하다
‘푸드플라이’, ‘부탁해’, ‘배민라이더스’가 맞붙는다면
글. 엄지용 기자
Idea in Brief
플랫폼 기반의 모바일 배달 1.0 시대를 넘어 플랫폼과 물류가 결합한 모바일 배달 2.0 시대가 도래했다. 기존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음식점의 배달을 대행하는 업체들이 우후죽순 나타나고 있다. 고객 수요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서비스인 푸드플라이, 띵동, 부탁해의 월거래액(5월 기준)은 지난해 동월대비 각각 152%, 95%, 100% 상승했다. 괜스레 호기심이 생겼다. 소비자 관점에서 이들 업체의 서비스를 비교하면 어떨까. 특히나 ‘물류 관점’에서 살펴보면 재밌는 것들이 나오지 않을까. CLO라운지 창고를 거점으로 푸드플라이, 부탁해, 배민라이더스를 직접 주문해봤다. |
그야말로 모바일 배달 전성시대라 할 만하다.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배달앱 ‘배달의민족’의 지난 5월 주문수는 750만 건이며, 대표적인 배달음식인 ‘치킨’의 경우 누적 판매량 5천 500만 건을 넘어섰다. 배달의민족 기준 전국에서 배달음식 주문량이 가장 많은 동네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이며, 그 다음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이 뒤를 이었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과 같이 전단지를 모바일로 옮긴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를 모바일 배달 1.0이라 부르겠다. 모바일 배달 1.0은 ‘플랫폼 비즈니스’다. 기존 음식점의 전단지를 모바일로 옮겨오고, 음식점주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중간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배달거점 및 배달기사와 같은 물류, 운영단은 필요하지 않다. 음식점 사장님이 직접 배달하거나, 배달대행업체를 사용하면 그만이다.
모바일 배달 2.0의 도래
이제는 ‘모바일 배달 1.0’을 넘어 ‘모바일 배달 2.0’ 시대라 할 만하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기존 배달이 되지 않던 음식점의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우후죽순 탄생하고 있다. 지난 2011년 8월 서비스를 론칭한 ‘푸드플라이(개발사: 플라이앤컴퍼니)’, 2012년 3월 서비스를 론칭한 ‘띵동(개발사: 허니비즈)’, 2013년 5월 서비스를 론칭한 ‘부탁해(개발사: 메쉬코리아)’, 지난해 7월 서비스를 론칭한 ‘배민라이더스(개발사: 우아한청년들)’가 대표적이다.
모바일 배달 2.0은 ‘물류 비즈니스’다. 기존 배달이 되지 않았던 음식점이 왜 배달이 되지 않았나를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해당 업체들은 ‘물류’단을 내재화하지 않았다. 왜냐. 굳이 배달을 하지 않더라도 상품이 잘 팔렸기 (혹은 굳이 배달을 생각할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달이 되지 않는 소위 ‘맛집’ 음식들을 먹고 싶은 소비자의 수요는 분명 존재했다. 이런 소비자와 음식점을 연결시키는 비즈니스를 ‘모바일 배달 2.0’이라 할 수 있다.
모바일 배달 1.0이 플랫폼만으로 음식점과 소비자를 연결했다면, 모바일 배달 2.0은 플랫폼과 물류로 음식점과 소비자를 연결한다. 앞서 언급했듯 ‘물류’단을 보유하지 않은 음식점들에게 물류, 즉 배달 서비스를 선물해주는 것이 서비스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모바일 배달 2.0의 주인공들은 물류를 내재화했다. 물류거점을 구축하고, 배달대행업체 제휴, 정직원 채용, 지입기사 확충, 아르바이트 기사 고용 등 어떤 방법을 사용하든 배달기사를 확충했다. 기존에 없었던 물류, 운영비가 추가된 만큼 소비자에게는 별도의 ‘배달요금’을 받는다.
과연 공짜가 당연한 것 같았던 배달음식 주문에 배달비를 지불하는 소비자가 있을까. 있었다. 그것도 생각보다 많았다. 모바일 배달 2.0 서비스의 성장률은 가파르다. 대표적인 서비스인 부탁해, 푸드플라이, 띵동의 월 거래액(2016년 5월 기준)은 각각 전년 동월대비 100%, 152%, 95%로 2배 이상 상승했다. 각사의 제휴 업체는 1만 5000여 개, 1600여 개, 700여 개로 대부분의 업체가 ‘서울’에 한정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고려한다면 결코 적지 않은 수치다.
(2016년 7월 기준)
갑작스레 호기심이 동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모바일 배달 2.0 서비스는 플랫폼에 ‘물류’를 덧댔다는 측면에서 모바일 배달 1.0 서비스와 차이점이 있다. 즉, 포장, 배달 리드타임, 배달비, 트래킹 서비스 등 물류와 관련된 다양한 부분에 대해 평가가 가능하다. 그래서 직접 주문해봤다. 마침 CLO의 본진 ‘관악구 낙성대’에도 많은 업체가 진출해 있는 상태다. ‘맛집 배달 서비스’ 과연 이용해볼만할까. 관악구 봉천동을 중심으로 ‘푸드플라이’, ‘부탁해’, ‘배민라이더스의 서비스를 직접 주문해봤다. (아쉽게도 띵동 같은 경우 실험 당시 관악구 배달이 되지 않아 배제했다. 2016년 8월 28일 기준, 띵동은 관악구를 포함한 중구, 송파구, 성동구 서비스를 론칭했다.)
* 아래 실험은 관악구 봉천동을 기준으로 ‘오니기리와 이규동’ 한 업체의 한 건 주문을 수행한 것으로 3사의 모든 배달 서비스를 대표하지 못합니다.
① 고민의 시간 : 맛집을 찾아서
배달 안 되는 음식점 배달. 사실 ‘배달 안 되는’은 소비자 입장에서 그렇게 매력 있는 포인트는 아니다. 소비자들이 배달 안되는 음식점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유는 ‘독특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서다. 가령 기존 매장에 찾아가서, 줄을 서서 기다려서 먹어야 했던 ‘맛집’의 음식을 집에서 먹을 수 있을 때 ‘써볼만한 서비스’가 완성되는 것이다. 그것이 아니면 굳이 소비자가 추가적으로 ‘배달팁’을 내고 음식을 주문해 먹을 이유는 없다. 음식을 집에서 먹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면, 배달비 공짜로 시켜먹을 곳은 많다.
때문에 주문 가능한 음식점(제휴업체)의 다양성은 소비자 입장에서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관악구 봉천동을 거점으로 ‘푸드플라이’, ‘부탁해’, ‘배민라이더스’ 어플리케이션(배민라이더스 같은 경우 배달의민족 어플리케이션 안에 있는 ‘외식배달’ 탭을 통해 주문 가능하다.)을 켜서 주문 가능한 제휴업체의 숫자를 확인해 봤다.
푸드플라이, 부탁해, 배민라이더스는 각각 117개, 10개(편의점 배달 1개 포함), 157개의 제휴업체(음식점, 카페 및 베이커리)가 모바일상에 표기(2016년 6월 기준)된다. 이들 서비스는 모두 ‘그 지역에만 존재하는 음식점’뿐만 아니라 ‘프랜차이즈 업체’와도 제휴를 했다. 가령 ‘아웃백 스테이크’, ‘죠스떡볶이’, ‘베스킨라빈스’ 같은 업체가 대표적이다. 개인적으로 기자는 프랜차이즈를 싫어하기 때문에 이는 굉장히 아쉬운 포인트다. 3사에 입점한 업체들이 ‘맛집’일 수는 있어도 ‘희소성’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프렌차이즈의 장점이자 단점은 제품의 평준화다.)
▲ 부탁해 관악구 봉천동 입점업체. 부탁해의 관악구 봉천동 배달가능업체는 타사 대비 90% 이상 적다.
특히 ‘부탁해’의 관악구 봉천동 배달가능 제휴업체 숫자는 푸드플라이, 배민라이더스에 비해 90% 이상 적었다. 사실 이후 실험을 위해 3사가 공통적으로 배달하는 음식점 및 음식 중 가능한 배달 난이도가 높아 보이는 음식을 선정해서 주문을 해보고자 했었다. 그러나 부탁해의 제휴업체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관계로 3개 업체의 중복 제휴업체 숫자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렇다고 3사 모두 다른 음식점, 음식을 주문하면 비교의 형평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공통배달업체로 ‘오니기리와 이규동’이 선정했다. 일식 덮밥과 주먹밥. 우동을 판매하는 프렌차이즈 업체다. 그 외 공통배달업체는 ‘아웃백 스테이크’, ‘베스킨라빈스’ 등이 있었지만 국물메뉴가 없어 배제했다.
② 주문결정 : 가격을 보아하니...
기자는 3사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사누끼우동 하나, 규동 하나를 주문했다. 나름 배달 난이도를 높여보기 위해 모바일 부가서비스 요청창에 ‘우동을 두 그릇으로 나눠서 포장해 달라는 요청 또한 했다. 아래는 그 실험 결과다.
먼저 배달비용을 살펴보자. CLO 낙성대 사무실과 음식을 주문한 ‘오니기리와 이규동 낙성대점’은 도보로 5분 거리(163m)에 있다. 때문에 각사의 배달비용은 음식배달에 대한 ‘최소 비용’임을 알 수 있다. 실제 배달비용은 음식점과 주문지 사이에 거리가 멀면 멀수록 7000원 ~ 1만원까지 증가하기도 한다. 이번 실험에서 부탁해는 배달비 측면에서 다른 업체보다 1000원 저렴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부탁해’의 비용이 다른 업체에 비해 저렴하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부탁해, 푸드플라이, 배민라이더스 3사의 판매가격 또한 동일했다. 이는 오프라인 상품판매 원가와 동일하다.
③ 기다림의 시간 : 기다림을 줄이는 방법(?)
드디어 상품을 주문했다. 3사는 모두 주문 후 2분 안에 ‘접수안내 메시지’를 MMS를 통해 전송했다. 푸드플라이는 ‘오니기리와이규동 낙성대점 주문이 접수되었습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배달조회 페이지 링크가 함께 보냈다. 부탁해는 ‘접수하신 주문에 기사가 배정되었습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부탁해! 어플을 통해 실시간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함께 도착했다. 배민라이더스는 ‘오니기리와이규동/주문완료’라는 메시지와 함께 ‘40분 내 배달 예정’이라는 안내가 함께 도착했다. 이는 배달의민족 주문배달과 같은 방식이다.
▲ 각사 MMS 안내 메시지(푸드플라이, 부탁해, 배민라이더스 순)
푸드플라이와 부탁해는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실시간 트래킹’을 제공한다. 푸드플라이는 이미지를 통해 ‘접수완료’, ‘음식점도착’, ‘음식점출발’, ‘배달완료’ 상태를 직관적으로 표시해준다. 부탁해와 같은 경우 GPS를 통한 실시간 위치추적(30초마다 갱신)이 가능하다. 반면 배민라이더스는 실시간 트래킹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대신 ‘몇 분 안에 상품이 도착한다’는 직관적인 메시지를 전송할 뿐이다. 기자는 배달의민족 고객센터를 통해 별도로 ‘실시간 트래킹’이 가능한 지 확인해봤다.
배달의민족 CS담당자는 “본사 시스템을 통해 라이더의 실시간 관제가 가능하지만, 소비자에게 그 정보를 제공하지는 않는다”며 “최초 전송한 배달 예정 시간을 넘어간 경우가 아니라면, 라이더에게 확인하는 과정이 불필요한 번거로움을 초래할 수 있어 소비자에게 위치 확인을 해주지 않는 것”이라 설명했다.
④ 올 것이 왔다 : 친절함과 포장, 중요한가요?
기다림의 시간을 넘어 음식이 도착했다. 음식이 도착하기까지 부탁해는 20분, 배민라이더스는 35분, 푸드플라이는 38분의 시간이 걸렸다. 배달 리드타임은 부탁해가 타사대비 2배 가까이 빨랐다. 이는 배달대행업체와 제휴를 통해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탁해’와 직접 거점을 구축하여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배민라이더스’, ‘푸드플라이’ 간 운영형태의 차이로 인해 나타난 결과로 보인다.
배달을 맡은 라이더도 유심히 관찰했다. 배달인력을 직접 운영하는 업체 중에는 ‘라이더의 친절함’을 강조하는 업체가 많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 주문 결과, 배달음식을 받는 그 찰나의 시간에 ‘라이더의 친절함’을 느끼기는 시간이 너무 짧다. 배달기사분이 음식을 던지거나, 험한 말을 내뱉는 것이 아니라면 소비자 입장에서 배달기사에 대한 특별한 이미지를 받기 힘들다. 다만 3사의 배달기사는 공통적으로 유니폼과 헬멧을 맞춰 입은 모습이 보였다. 통일된 이미지가 느껴진다. 특히 푸드플라이와 배민라이더스는 오토바이 또한 통일된 디자인으로 맞췄다. ‘부탁해’ 같은 경우 배달기사가 유니폼(메쉬코리아 부릉)을 입고 있지만, 오토바이가 통일되지는 않았다. 이는 마찬가지로 소속 라이더에게 오토바이를 제공해주는 푸드플라이, 배민라이더스와 배달대행업체 제휴를 통해 지입기사를 사용하는 부탁해의 운영형태 차이로 인해 발생한 현상이다.
▲ 배달을 마치고 떠나는 배민라이더스 라이더
음식포장은 세 업체 간에 차이가 없었다. 이는 음식포장을 배달업체가 제공하는 것이 아닌 제휴업체에게 맡겼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다. 이번 ‘오니기리와 이규동’ 같은 경우 규동은 ‘종이박스’에, ‘사누끼우동’ 같은 경우 ‘종이박스’ 안에 비닐포장을 추가한 방식으로 포장됐다. 배민라이더스 같은 경우는 세 업체 중 유일하게 배달음식들이 ‘배달의민족’ 봉투에 담겨 배달됐다.
음식을 배달한 배민라이더스 한 라이더는 “음식포장 같은 경우 제휴업체가 미리 준비한 포장재를 사용하여 포장한다”며 “배달의민족 봉투는 배민라이더스 측에서 따로 제공하여 해당 봉투에 담아달라고 요청한 건”이라 설명했다.
▲ 각사 음식포장 사진(좌측부터 부탁해, 배민라이더스, 푸드플라이순), 3사의 포장은 특별한 차이가 없다. 당연히 한 업체에서 같은 음식을 주문했기에 맛도 동일하다.
고객 관점의 물류, 운영 관점의 물류
고객 관점에서 3사가 제공하는 배달 서비스를 바라보자면 배달, 포장 등 물류 서비스 측면에서는 큰 차이점이 느껴지지 않는다. 실험을 진행해본 기자 입장에서 가장 큰 차이점을 느꼈던 부분은 오히려 주문 이전 단계, 즉 ‘제휴업체 수’에서 나타났다. 그런 측면에서 부탁해의 제휴업체 입점은 경쟁사에 비해 상당히 부족하다. 100개가 넘는 제휴업체가 앱상에 나타나는 ‘배민라이더스’, ‘푸드플라이’에 비해 부탁해는 10개도 안 되는 제휴업체 수를 보이기 때문이다. 2016년 6월 기준 부탁해 전체 주문중 ‘관악구’의 주문율은 1%에 불과하다. 제휴업체 수가 이 수치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고객 관점에서 바라본 배달비 역시 3사의 할인쿠폰 발행, 거의 평준화된 배달비용으로 인해 큰 차이점을 느끼지 못했다. 심지어 같은 오토바이 배송인 ‘퀵서비스’와 비교하면 물류비 자체가 너무 낮게 책정되어있지 않나하는 생각 또한 든다. 실제 많은 퀵라이더들은 ‘배달대행업체’로 인해 퀵서비스 업계의 저단가 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결국 제휴업체, 배달비 측면에서 비슷한 수준의 경쟁이 지속된다면, 배달 서비스의 성패는 ‘더욱 많은 고객의 습관을 형성하는 것’에서 갈리게 된다. 여러 서비스의 품질이 비슷하다면, 고객은 익숙해진 서비스 하나만을 지속적으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자, 이제 물류가 나설 때가 됐다. 처음에 물류 측면에서 별반 차이를 못 느꼈다고 하지 않았냐고 되물을 수 있겠다. 그것은 ‘고객’ 관점의 물류다. 운영 관점의 물류는 그것과는 다르다. 라이더 및 거점 네트워크의 활용에 따라 기업의 운영비용은 이전보다 줄어들기도, 늘어날 수도 있다. 더욱이 재밌는 점은 배민라이더스, 부탁해, 푸드플라이의 물류 운영방식은 모두 다르다는 사실이다. 현재 월급제로 라이더를 고용하고 운영하는 배민라이더스, 건당 수당제 라이더와 비정규직(아르바이트) 라이더를 함께 활용하고 있는 푸드플라이, 그리고 배달대행업체와 제휴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탁해의 차이가 대표적이다. 포인트는 여기에 있다. 서비스에서 차별화를 만들기 힘들다면 마지막 해답은 물류에서 나온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