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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도 임금체불 잠적, 퀵라이더의 ‘권리장전’은 어디에

by 엄지용 기자

2016년 07월 04일

▲ 본지가 날도자사 적립금 70여만 원을 아직 지급받지 못한 라이더와 나눈 문자(좌측) 및 날도 정OO 대표와 나눈 문자(우측)

 

이륜차 물류스타트업 날도(개발사: 와일드파이어코리아)가 서비스 중단 후 일부 등록기사의 임금을 체불한 채 잠적했다.

 

날도는 지난 3월 31일 등록 기사들에게 공지를 남기고 서비스를 중단했다. 날도는 서비스 중단 당시 등록 기사들에게 바로 급여(적립금 형태)를 지급하지 못했다. 거래처로부터 아직 받지 못한 미수금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 날도가 기사들에게 전송한 서비스 중단 공지

 

날도는 정확한 체불임금 및 라이더 규모를 밝히지 않았다. 당시 70여 명의 피해 라이더를 모아 날도측에 소송을 준비했던 한 기사에 따르면 그와 연락이 닿은 라이더의 피해액만 1800만 원이다. 별도로 피해 라이더 규모를 파악했던 국내 최대 규모 퀵라이더 커뮤니티 퀵라이더연대에 따르면 날도 공유기사(한 퀵사에 전속되지 않고, 여러 퀵사의 주문을 수행하는 라이더)들의 피해규모만 5300만 원이다.

 

이후 날도는 순차적으로 기사들에게 적립금을 지급했다. 지난 4월 날도 정OO 대표는 본지와 통화를 통해 “최초 적립금을 받지 못한 기사의 규모 및 미지급금 규모를 밝히지는 못하지만, 4월중 대부분의 라이더에게 급여지급을 완료할 예정”이라 말했다.

 

그러나 현시점, 아직도 날도로부터 받아야 할 돈을 받지 못한 라이더는 존재한다. 지난달 본지는 ‘퀵라이더연대’ 카페를 통해 아직 날도에게 적립금을 받지 못한 ‘퀵라이더’를 수배했다. 그 결과 현재까지 총 14명의 미지급 퀵라이더로와 연락이 닿았다. 라이더들이 주장하는 각각의 체불금여는 적게는 3만 원부터 많게는 70만 원 이상까지 다양하다. 확인된 퀵라이더들의 체불금여만 600만 원이 넘는다.

 

해당 피해금액은 정확한 수치가 아니다. 날도 서비스 중단 이후 기사들이 적립금을 확인할 수 있는 날도자사 및 공유망 서버가 닫혔기 때문이다. 기사들은 피해 당시 미지급금에 대한 대략적인 기억, 스크린샷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날도가 아이디를 등록하고 있던 코리아퀵물류연합회(인성1 공용센터) 확인 결과 피해기사가 주장한 체불급여와 미지급 적립금 내역은 일치했다.

 

▲ 날도 피해기사들이 기자에게 전송한 미지급 적립금 스크린샷(좌측-땡큐청담, 우측-와일드파이어코리아), 현재는 서버 폐쇄로 인해 적립금 확인이 불가하다.

 

본지는 날도 정 대표측에 “아직 적립금을 못 받은 퀵라이더가 있다는 제보가 있는 데 그것이 사실인가” 확인했다. 정 대표는 “주말인데도 이렇게 하세요?”라는 대답을 마지막으로 본지의 수차례 문자, 전화에 응답하지 않았다.

 

한 날도 피해기사는 “지난 4월 모바일 공지와 이메일 답변을 통해서라도 기사와 소통하던 날도는 이제 전혀 답변할 생각이 없는 듯하다”며 “수차례 이메일 전송에도 불구하고 남은 건 ‘읽지않음’이라는 공허한 확인 메시지뿐”이라 호소했다.

 

반복되는 피해, 퀵라이더의 눈물

 

날도와 같은 퀵사(콜센터, 퀵서비스 중개업체)가 망하는 일은 허다하다. 지난 4월 강남에서 서비스를 운영하던 한 퀵사가 문을 닫았다. 해당 업체에 등록했던 한 퀵라이더는 “30년 동안 퀵을 했지만 퀵라이더들의 충전금을 지급하지 않고 잠적하는 퀵사의 사례는 굉장히 많았다”며 “그 중 퀵라이더들이 제대로 돈을 지급받은 사례는 자신이 아는 한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퀵라이더는 “2년 전에도 퀵사가 망해서 600~700만 원 규모의 적립금 피해를 봤었다”며 “퀵서비스가 생긴지 20년이 넘었는데 퀵사는 거래처에 사기를 당하고, 거래처는 퀵사에 사기를 당하고, 기사는 다시 퀵사에 사기를 당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일 기자와 연락이 닿은 한 날도 피해기사는 “바로 전날(30일) 날도 서비스 중단 이후 등록했던 퀵사 대표가 또 도망쳐서 10만원의 적립금을 잃게 됐다”며 “날도 하나가 문제가 아니라, 퀵사가 도망치면 꼼짝없이 돈을 잃을 수밖에 없는 퀵업계의 구조 자체가 매우 잘못된 것”이라 밝혔다.

 

지난 2일 기자와 연락이 닿은 또 다른 날도 피해기사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퀵라이더가 몇십만원의 피해액을 받기위해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며 “그 시간에 일을 하면 피해액을 충당하는 것이 가능한지라, 대부분의 기사들이 이런 일이 발생하더라도 속앓이만 할 뿐”이라 설명했다.

 

구제는 불가능한가

 

그렇다면 퀵라이더는 퀵사가 임금을 체불한 채 잠적하면 꼼짝없이 돈을 잃을 수밖에 없을까. 결과부터 말하면 체불금액을 지급받는 것은 가능하다.

 

퀵라이더가 속해있는 ‘특수고용직노동자’는 근로계약이 아닌 위임계약이나 도급계약으로 개인사업자 형태의 근로를 제공한다. 이 같은 경우 근로기준법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근로자성 판단여부’에 따라 고용노동부에 의한 권리구제 및 소액체당금 제도(최대 300만 원)를 통한 구제가 가능하다.

 

서울강남고용노동지청 관계자는 “고용노동부 홈페이지 및 각 지역 노동청을 통해 임금체불신고서를 제출하고, 절차에 따라 고용계약 입증서류를 제출하면 조사를 통해 구제가 가능하다”며 “퀵라이더와 같은 특수고용직의 경우 근로계약서가 없다면 매달 입금되는 ‘월급통장’이 가장 좋은 증빙자료가 될 것”이라 말했다.

 

장재호 공인노무사는 “피해 퀵라이더는 고용노동부 및 체당금 제도를 통한 구제가 가능하다”며 “이를 위해서 근로자성 징표에 대한 증명이 필요한 데, 입증이 곤란한 경우는 민사소송을 통한 구제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현실에 맞지 않는 제도

 

문제는 퀵라이더가 절차를 준수하며 해당 제도를 이용할 만큼 여유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배송건당 임금을 받고있는 퀵라이더는 시간 자체가 돈이다. 몇 만원, 몇 십만 원의 피해액을 지급 받고자 시간을 투자할 경우, 그 시간 동안 일을 못해서 발생하는 손해가 더 크다. 게다가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한다면 받아야 될 돈마저 지급받지 못할 수도 있다.

 

장 노무사에 따르면 ‘간단한’ 소액체당금 신청을 위해서는 ‘1달 이상’(1달이면 매우 빠르게 진행된 건이라고 한다.)의 서류검토 절차가 진행된다. 퀵라이더가 절차를 수행할 시간이 없다면 노무사를 선임하면 된다. 노무사 수임료는 100만 원 이상이다. 여기에 10~15%의 성공수당까지 더해진다. 그야말로 배보다 배꼽이 커진다.

 

더욱이 문제는 퀵라이더들의 ‘근로자성 증명’ 자체가 매우 어렵다는 사실이다. 날도 전체 주문의 70%를 수행했던 공유기사는 근무일,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고, 한 퀵라이더가 여러 퀵사에 등록해서 활동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 흔한 ‘고용 계약서’ 또한 제대로 작성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지난 4월 70여 명의 피해기사를 모아 날도측에 소송을 준비했던 퀵라이더 S씨는 “피해라이더를 대상으로 고용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고용 계약서’를 받고자 했지만, 고용 계약서를 갖고있다고 나타난 퀵라이더는 아무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경우 ‘전속성’을 인정받지 못해 근로자성 증명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 노무사측의 설명이다. 게다가 퀵라이더 개인이 부담할 수 있는 수임료 또한 매우 낮기 때문에, 대부분의 노무법인은 어렵고 돈 안 되는 퀵라이더 사건을 맡기를 원치 않을 것이라 덧붙였다.

 

퀵라이더가 뭉친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피해 퀵라이더가 한데 뭉쳐 노무사를 선임한다면 어떨까. 이론적으로는 이상적이다. 피해액의 규모가 커지므로, 수임료를 충당할 만큼의 수익이 나온다는 것이 노무사측의 설명이다.

 

문제는 퀵라이더들 각각이 ‘개인사업자’라는 데서 또 다시 발생한다. 노무사 선임을 하더라도 대표 피해자는 관련 서류를 준비, 발송하는 등의 절차를 수행해야 한다. 기사 각각의 피해액이 그리 크지 않은 상태에서, 어느 기사 하나가 나서서 그 역할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절차 수행에 따른 대표 피해기사의 손해에 대해서 보상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각각이 개인사업자인 퀵라이더들이 뭉치기는 매우 어렵다. 대표적으로 지난 4월 날도에 소송을 준비했던 퀵라이더 70여 명은 현재 뿔뿔이 와해됐다. 날도가 순차적으로 미지급금을 지급함에 따라 돈을 받은 퀵라이더들은 더 이상 ‘남의 돈’을 위해 뭉칠 이유를 못 느끼게 된 것이다.

 

결국 퀵라이더들은 언제 어디서 또 다시 임금을 받지 못하더라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이제 남은 방법은 두 가지다. 퀵라이더 스스로가 문제를 인식하고 서로 뭉쳐 권리장전을 위한 노동조합을 설립하던가. 그것도 아니면 십자가를 지고 그들을 구하러올 성자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뿐이다.

 

오늘도 퀵라이더는 무법지대를 달리고 있다.



엄지용 기자

흐름과 문화를 고민합니다. [기사제보= press@clomag.co.kr] (큐레이션 블로그 : 물류로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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