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박정훈의 로봇가라사대] 물류로봇의 신흥강자가 몰려온다(2)

by 박정훈

2016년 05월 07일

글. 박정훈 CJ미래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Idea in Brief

 

로봇팔을 기본으로 제조업 시장을 중심으로 발전해온 기존 로봇시장이 바뀌고 있다. 제조공장에 이미 로봇 상용화가 보편화되었듯이 물류, 유통 산업에서도 로봇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호에서 우리는 ‘물류로봇 누가 만드나’라는 주제로 제조용 로봇업계를 이끌어나가는 4대 기업들을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전통 로봇기업들 또한 물류용 로봇으로 그 분야를 넓히고 있으며, 이미 다양한 종류의 물류로봇을 시장에 출시하며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기존 제조라인에서 사용된 로봇과 물류산업에 적용되는 로봇은 차이가 있다. 자동차 생산라인에서 사용되는 로봇의 경우 정형화된 과업 처리 위주로 개발되었다. 반면에 물류로봇은 다품종 제품에 대한 복합적인 작업 수행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과업 특성에 더해 기존 산업용 로봇들보다 높은 수준의 유연성 및 이동성을 필요로 한다. 때문에 기존 로봇기업들이 제공하는 물류로봇들만으로는 물류산업의 이러한 요구에 완벽하게 대응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이에 물류로봇 시장에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진입하고 있다. 시장에 새롭게 진입한 자들은 대부분 물류로봇에 대해 강한 실제 수요를 가진 기업들과 함께 연구개발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특히 전통적 물류산업에서는 물류장비·설비 전문기업들이 그 역할을 주도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제 물류기업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아마존이나 구글과 같은 기업들이 물류로봇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물류설비회사, IT회사 외에도 물류로봇 분야에 새롭게 참여하는 신생업체가 있다. 이러한 스타트업들은 물류로봇의 미래 성장성을 파악하고 시장에 적합한 새로운 속성을 가진 로봇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특히 창고 내 작업뿐만 아니라 배송단에서 활용 가능한 물류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본편에서는 이와 같은 물류로봇산업 신흥강자들의 물류로봇 개발현황과 활용에 대해 알아보겠다.
 
 
 
물류로봇 스타트업, 新아이디어를 꽃피우다
 
스타트업 분야에서도 로봇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드론이나 일반 서비스로봇에 비해서는 아직 소수이기는 하지만 물류로봇만을 목표로 매진하고 있는 스타트업 또한 존재한다.
 
(1) 패치로보틱스(Fetch Robotics)
 
패치로보틱스는 지난해 물류로봇 스타트업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은 기업이다. 실리콘밸리에 소재한 패치로보틱스는 이전에 선반진열용 로봇(즉, 팔달린 이동형 로봇의 모태)을 개발한 언바운디드 로보틱스(Unbounded Robotics)의 저명한 로봇과학자인 멜로니 와이즈(Melonee Wise)가 창업한 회사로써 시리즈A 단계에서 이미 소프트뱅크의 투자 유치를 받아 창업 초기에만 2백만 달러 이상의 펀딩을 받으며 주목 받았다.
 
 
 
패치로보틱스의 대표로봇인 패치앤프레이트(Fetch & Freight)는 두 대의 로봇이 한 팀으로 작업을 수행한다. 팔이 달린 로봇(패치: Fetch)과 피킹한 물건을 보관하는 로봇(프레이트: Freight)이 함께 이동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는 기존 키바(KIVA)의 형태를 창고용 로봇의 전형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선입관을 깬 것이다. 때문에 패치앤프레이트는 물류로봇 시장에 파격적인 예시가 됐다.
 
 
 
패치(Fetch)로봇은 기존 언바운디드 로보틱스 시절 개발되었던 모델인 UBR-1의 성능을 업그레이드한 것으로 자율 주행형 모바일 플랫폼의 상부에 7축 로봇팔을 가지고 있다. 최대 6kg 중량의 물건을 피킹 가능하며, 상단에 부착된 카메라와 3차원 RGB센서를 이용하여 물체의 위치를 식별한다. 운반용 모바일 플랫폼으로만 구성된 ‘프레이트’는 ‘패치’에 근접하여 작업을 수행하며 피킹 완료시 물건을 운반하고 다른 ‘프레이트’를 순환 이용함으로써 작업효율을 높이는데 도움을 준다. ‘프레이트는’는 자체 레이저 스캐너로 지형파악 및 장애물의 회피 등이 가능하기 때문에 독립적인 무인 운반기기로써의 역할이 가능하며, 이미 주요 로봇 유통업체를 통하여 단품 판매도 이루어지고 있다.
 
 
 
‘패치’의 경우 아직은 피킹 속도가 인간의 작업 속도 대비 현저히 느려 실사용에서의 효과를 기대하기에 부족한 점이 있다. 그러나 사람과 달리 24시간 쉬지 않고 일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특정 작업환경에서는 사용 가능성은 엿보인다.
 
 
 
 
 
(2) 스타쉽 테크놀로지스(Starship Technologies)
 
패치로보틱스가 물류센터 안에서 사용되는 로봇이라면 스타쉽(Starship)은 물류센터 외부에서 사용 가능한 로봇이다. 스타쉽은 시내에서 보도 위를 다니면서 배송을 하는 자율 주행형 배송로봇이다. 이 회사는 과거 스카이프(Skype)를 창업한 공동창업자가 설립했으며 지난해 11월에 스타쉽 로봇을 처음 선보였다. 스타쉽은 주거 지역이나 시내에서 30분 이내 배송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도심배송의 한 방안으로 드론을 활용하는 방법이 많이 언급되고 있지만,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아 실제 도입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스타쉽은 저속으로 도로를 주행하는 방식의 로봇을 개발함으로써 드론을 대체할 수 있는 방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스타쉽은 무인운송의 취약점으로 거론되는 보안과 안전문제를 기술로 해결했다. 운송 도중 도난 방지를 위하여 스타쉽 상단에 잠금장치가 되어 있으며 고객은 스마트폰 앱을 이용하여 적재함을 열고 물건을 수령할 수 있다. 또한 최대 200m 거리에 있는 자동차의 움직임도 식별이 가능하다. 때문에 스타쉽은 횡단보도에서도 장애물을 감지하고 상황을 자율적으로 판단하여 움직일 수 있다.
 
 
 
아쉽게도 이 로봇은 개별 판매되지 않는다. 스타쉽은 배송 건 당 수수료를 받는 일종의 서비스 개념이나 혹은 플랫폼 단위로 구매 후 운영 및 유지보수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만 판매될 계획이다. 향후 온열장치를 부착하는 등 로봇의 사양을 업그레이드하여 피자와 같은 음식배달에도 사용될 계획이다.
 
 
 
올 상반기 런던에서 파일럿 운행을 실시할 예정이며 실제 도로상 운행을 위해서는 제도적인 여건 마련이 선행되어야 하는 관계로 상용화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스타쉽의 크기는 가로x세로 약 22인치 크기이며 주행속도는 시속 약 6km이다. 자체 중량은 18kg 정도로 소량제품에 대한 배송에 적합한 사양이다.
 
(3) 그레이오렌지(GreyOrange)
 
그레이오렌지 역시 물류로봇에 초점을 두고 있는 스타트업으로 인도에서 촉망받는 로봇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레이오렌지는 물류센터의 자동화를 위한 로봇 및 시스템을 개발하여 설계부터, 생산 및 시공까지 담당하고 있다. 물류로봇으로 시작했지만 향후 자동화 분야에서 R&D;경쟁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물류기업 및 전자상거래 선도기업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인도에서는 이미 관련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창고 자동화분야 1위 기업이다. 약 40개 이상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시장에도 수천 대 이상의 로봇을 판매했다. 이를 발판으로 급성장을 이룩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또한 인도 로봇기업 최초로 글로벌 펀딩에 성공한 회사로 특히 물류로봇 분야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주 생산품은 버틀러(Butler: 자율주행모바일 플랫폼)와 소터(Sorter: 컨베이어기반 소팅솔루션)다. 키바와 유사한 형태의 상품이 작업자에게 운반되는(Goods-to-man) 방식의 피킹로봇으로 분류되는 버틀러가 대표적인 로봇이라고 할 수 있다.
 
 
 
(4) 로커스 로보틱스(Locus Robotics)
 
로커스 로보틱스는 북미지역 물류기업인 콰이엇 로지스틱스(Quiet Logistics)사에서 로봇을 연구하던 조직이 분사되어 독립한 회사이다. 로커스 로보틱스의 대표적인 물류로봇 로커스(LOCUS)는 2015년, 이커머스 시장의 확대로 인해 배송 물량이 확산되면서 GPS물류분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출시됐다.
 
 
 
키바가 아마존에 인수되면서 외부 기업에 키바로봇 판매가 불가하게 되자 콰이엇 로지스틱스는 자체적인 로봇개발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로커스 로봇 개발에 착수했다. 이후 개발에 성공 후 로커스 로보틱스를 독립시켰다.
 
 
 
키바가 피킹 아이템이 담긴 경량 랙 자체를 통째로 작업자에게 전달해주는 방식이라면, 로커스는 피킹 랙에서 작업자가 피킹해주는 아이템을 순차적으로 담아서 출하장으로 운반하는 방식이다. 이는 앞서 설명한 완전 자동 피킹 방식인 패치로봇과 키바로봇의 중간 수준이다.
 
 
 
로커스는 로봇이 직접 피킹이 어려운 소형 상품이나 비정형 규격의 물품, 특히 CPG(소비재용품 : Consumer Packaged Goods) 상품 피킹에 적합하다. 무엇보다 아직까지 기술적으로 로봇의 자체적인 판단이 어려운 유사무늬 의류와 같은 제품을 대상의 로봇기반 자동화를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향후 개별 주문으로 복잡하고 부피가 작은 상품을 취급하는 이커머스 물류센터에서 특히 효과가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로커스는 콰이엇 로지스틱스의 대형물류센터 2곳에 10대 로봇을 투입하여 시험 운행 중이다. 로커스는 올해부터 마케팅을 시작할 예정이며 현재 누적기준 6백만 달러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물류로봇, 신흥강자가 몰려온다.
 
기존 자동차 산업 위주로 발전해온 로봇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이제 물류산업에서 로봇이 상용화될 미래는 머지않았다. 앞서 언급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기존 로봇팔 위주로 개발되어온 로봇들은 물류센터 내부와 배송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적합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물류센터 내부 상하역 작업 및 창고관리 분야 물류로봇 기술의 발전이 가장 눈에 띈다.
 
 
 
물류로봇 시장에 신흥강자들이 몰려오고 있다. 스위스로그, 패치로보틱스, 그레이오렌지 등과 같은 기업들은 로봇회사가 아닌 물류설비회사 또는 스타트업으로 출발했지만 로봇 전문지 로봇 비즈니스 리뷰(Robot business review)에서 선정한 글로벌 50대 로봇기업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어찌됐든 로봇시장의 전통강자라 불리우는 4대 기업과 더불어 새롭게 시장에 진입한 신흥강자인 물류설비회사와 스타트업들까지 모두 물류 오퍼레이션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앞으로 이들이 보다 혁신적인 물류로봇을 개발하여 미래 물류산업의 발전 및 공급망 역량 재고를 견인해주길 희망한다.
 
 


박정훈

CJ미래경영연구원 SCM/Robotics 연구분야 수석. 가차없이 다가오는 Rogistics(Robotics+Logistics) 시대를 대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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