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김도현의 스타트업명강] 수직적 통합은 거대한 흐름일까

by 김도현

2016년 04월 25일

수직화 혹은 집중화
느슨한 연결고리를 찾아서
 
글. 김도현 국민대학교 경영학부 교수/창업지원단장
 

Idea in Brief

 

아마존을 대표한 온라인 쇼핑에서의 수직통합은 마치 거대한 흐름처럼 보인다. 이러한 수직통합은 가치사슬끼리의 연결이 최적화되지 않음으로써,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이 달성되지 않은 경우 모색되는 대안이다. 즉 수직통합의 거대한 흐름은, 온라인쇼핑과 물류의 가치사슬 어딘가에 느슨한 연결고리가 있다는 반증이다. 때문에 수직통합이 옳은가, 집중화가 옳은가에 대한 질문 이전에 선행되어야 할 것은 가치사슬 어딘가에 존재하는 ‘느슨한 연결고리의 존재를 인지하는 것’이다.

 
 
지난 달 작은 뉴스 한 줄이 제 눈에 띄었습니다. 아마존의 중국사업부가 해운 포워더로 등록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이 소식이 알려진 사정도 흥미롭습니다. 플렉스포트(Flexport)라는 물류스타트업이 우연히 이 자료를 미국해사기구의 웹사이트에서 찾아냈고, 이 내용을 자신들의 블로그에 올린 것입니다.
 
아마존은 이 뉴스에 대해 아무런 코멘트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아마존이 해운업에 진출하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아마존에서 거래되는 제품의 상당수는 중국의 공장에서 미국의 구매자를 향해 해상 운송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존으로서는 이런 운송과정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변화시키고 싶은 것이 당연할 겁니다. 또 2004년에 알리바바와 경쟁하겠다는 목적으로 인수한 중국 온라인쇼핑업체 조요(joyo)의 사업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서, 이 업체를 물류기업으로 변신시키고자 하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 뉴스는 쇼핑과 물류의 수직통합이라는 큰 흐름을 다시 확인하게 합니다. 아마존의 드론배송 실험 이야기는 그저 재미있는 뉴스로 치부된 면이 있지만, 그 배후에는 거의 모든 물류 가치사슬을 내부화하기 위한 실험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에어로스미스 프로젝트와 같은 소식도 있었습니다. 아마 이 이름에서 록밴드를 떠올리는 분들도 있으실텐데, 에어로스미스는 작년부터 진행 중인 아마존의 항공운송 실험 프로젝트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아마존은 자신의 이름을 감추고(물류부문에서 아마존의 실험은 최대한 비밀스럽게 진행됩니다.) 화물 항공기 여러 대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미국 내 익일배송 서비스를 위한 것이라고 하지요.
 
미국에서 아마존 프라임서비스를 써보면 어떻게 그 큰 미국에서 익일배송, 당일배송, 심지어 두 시간 배송이 이루어질 수 있는지 새삼 놀랄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아마존은 아직 자신들의 배송시스템에 대해 만족하지 않는 듯 합니다. 잠재적인 경쟁자인 알리바바가 중국내에서 24시간 내 배송을 목표로 물류체계를 개편하고 있다는 것이 자주 이유로 거론됩니다만, 저는 이것이 2013년 크리스마스에 벌어진 거대한 배송지연의 악몽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배송지연 사태는 UPS나 FedEx때문에 벌어진 일이었지만, 성난 고객들은 아마존을 향해 불만을 터뜨렸고 아마존은 체면을 꽤 구겼습니다. 물류부문에 대한 아마존의 과감한 진출이 2014년 초를 기점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 이런 추정을 가능하게 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아마존이 꼴리프리베(Colis Prive)를 인수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꼴리프리베는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DHL이나 UPS의 직접 경쟁자라 할 수 있는 프랑스 배송업체입니다. 이 인수가 곧 아마존의 통합물류진출선언이 되는 셈이지요.
 
저는 아마존이 물류부문을 통합하면서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성공사례를 재현하고 싶어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마존은 엄청난 양의 데이터베이스 관리와 결제를 무리없이 진행할 수 있는 웹서비스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해 왔는데, 외부업체와의 협력과정에서 쓰디쓴 실패를 맛보면서 결국 스스로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그 시스템을 2006년부터 외부고객에게 제공하기 시작했지요. 처음에는 좀 회의적인 고객들이 많았지만, 얼마전 넷플릭스가 자신들의 서비스 전체를 AWS로 완전히 이전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이제 명실상부 세계최고의 클라우드 서비스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마존이 물류전체를 내부화하고, 온라인 쇼핑과의 상호적합성을 최대화한다면 다른 온라인쇼핑업체들에게도 매력적인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아마존이 운영하는 물류서비스는 아마존에 물건을 공급하는 판매자들의 원가구조를 손바닥 보듯 보게 됩니다. 각종 화물신고서에 물건의 가격과 보험가입서류가 첨부될테니까요. 데이터마이닝을 통해 판매자와 구매자의 예상 위치, 그리고 적절한 배송방법을 추천해 줄 수도 있을 지도 모릅니다. 아마존이 쇼핑업체로서의 경쟁력 강화뿐 아니라 물류서비스 그 자체까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데 오백원 걸겠습니다.
 
온라인 쇼핑에서의 수직통합은 거대한 흐름처럼 보입니다. 아마존, 알리바바, 그리고 우리나라의 쿠팡도 거대한 자금조달을 통해 수직통합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배달중개업체들이 자체배송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집니다.
 
그러나 모든 수직통합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라는 점은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치러야 할 적지 않은 대가가 있습니다. 외부와 경쟁할 필요가 없게 되면 내부 활력이 떨어지는 현상이 쉽게 발생합니다.(재벌계열사들 가운데 이런 기업들을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 추운 날이 오면, 모든 가치사슬을 가지고 있는 업체는 어떤 활동도 쉽게 버릴 수 없다는 딜레마에 빠지곤 합니다. 가장 가치를 많이 창출하는 활동에만 특화된 경쟁업체가 나타나거나, 기술의 발전이 통합의 가치를 훼손하는 경우 이런 딜레마는 재앙이 될 수도 있습니다. PC산업에서 통합의 대명사였던 IBM이 가장 가치가 높은 부품인 CPU에 집중한 인텔(Intel)에게 휘둘린 고전적인 사례도 있고, 휴대전화단말기 업체들의 지금 상황도 유사합니다.
 
수직통합은 가치사슬끼리의 연결이 최적화되지 않음으로써,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이 달성되지 않은 경우 모색되는 대안입니다. 수직통합의 거대한 흐름은, 온라인쇼핑과 물류의 가치사슬 어딘가에 느슨한 연결고리가 있다는 반증입니다. 이 느슨함을 바로 사업기회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통합이냐 집중화냐라는 질문보다 앞서야하는 질문은, “그래서 이 기회를 깨닫고 해결하고 있는가”라는 것입니다. 만약 이 산업에 있으면서도 느슨한 연결고리를 제대로 짚어내지 못하는 기업이 있다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 해당 기고문은 CLO 통권 69호(2016년 3월호)에 수록된 기사를 일부 발췌했습니다.


김도현

창업과 전략을 공부한 인연으로 스타트업이 바꾸어가는 세상을 관찰합니다. <국민대 창업지원단장, 한국벤처창업학회 명예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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