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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자의 현장까대기] 신선배달 스타트업의 2色 공급망물류

by 엄지용 기자

2016년 01월 08일

엄기자의 현장까대기(네번째 이야기)
식음료품과 농축수산물 스타트업의 기묘한 동거
 
"유통업체의 직접물류 프로세스가 촘촘하게 세팅되면 분명 택배보다 원가가 저렴해지는 시점이 온다. 배민프레시는 이미 그것을 직접 경험하고 있다"
- 조성우 배민프레시 대표
 
"헬로네이처는 1000개가 넘는 개별품목에 대한 200여개의 관리 매뉴얼을 가지고 있다. 이는 경영진 전체가 물류센터에서 숙식하며 입고, 보관, 포장, 배송 등 헬로네이처 공급망 안에서 발생하는 모든 업무를 직접 경험하고 얻어낸 결과이며 경쟁업체가 쉽게 흉내낼 수 없는 노하우다"
- 박병열 헬로네이처 대표
 
온라인으로 음식료품을 구매하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습니다. 통계청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온라인쇼핑몰 상품군별 거래액´ 통계에 따르면 음식료품, 농축수산물의 거래액은 6조 3천억 원(14.09~15.09)으로 여타 상품군의 거래액을 높은 수치로 상회합니다.
 
 
이에 따라 국내에도 신선식품을 대상으로 한 카테고리킬러 쇼핑몰이 우후죽순 탄생하고 있습니다. 배민프레시, 마켓컬리, 헬로네이처와 같은 업체가 대표적이며 콜린스그린, 블루프린트, 아이민주스와 같이 착즙주스라는 품목에 한정하여 신선식품 카테고리의 카테고리킬러를 표방하는 업체 또한 존재합니다.
 
온라인 신선식품 판매의 급증, 그리고 신선식품 쇼핑몰의 증가. 이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것이 바로 ´신선물류´입니다. 온라인으로 음식을 주문하기 위해서는 ´배송속도´뿐만 아니라 안전하고 신선한 배송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것 또한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존 택배 아웃소싱을 통해서는 업체가 요구하는 신선도를 지키기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많은 신선식품 배달 스타트업이 직접배송망을 구축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오늘 소개할 두 업체 ´배민프레시´와 ´헬로네이처´ 또한 직접배송망을 구축하고 있는 신선식품 배달 스타트업입니다. 배민프레시는 지역맛집 및 식품제조업체의 상품을 큐레이션하여 정기배송하는 것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주로 ´완제품´을 배송하고 있는 것이죠. 때문에 배민프레시의 타겟고객 또한 주부가 아닌 음식을 만들 시간이 부족한 워킹맘입니다.
 
반면 헬로네이처는 산지 농축수산물을 고객에게 직접 배송하는 것, 즉 ´식자재´를 배송하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헬로네이처 고객의 60%는 내 아이에게 좋은 것을 먹이고 싶은 니즈를 가지고 있는 ´영유아 엄마들´이죠. 헬로네이처의 고객 중 배민프레시가 타겟팅하고 있는 워킹맘은 20%입니다.
 
두 업체는 주력상품군과 타겟팅 고객뿐 아니라 공급망 운영 전략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배민프레시 같은 경우 매출의 50~60%가 정기배송에서 탄생합니다. 수요예측이 용이한 서브스크립션 모델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했죠. 서브스크립션 물량은 배민프레시의 또 다른 강점인 새벽배송까지 이어집니다.
 
반면 헬로네이처는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새벽시간을 치고 들어가는 한 발 빠른 배송보다는 믿을 수 있는 산지 생산자를 확보하는데 집중하고 있죠. 그렇게 획득한 조달물류 경쟁력은 입고, 보관, 포장, 배송까지 이어집니다. 즉 배송 이전에 산지 생산자와 개별 생산품목에 특화된 관리기법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입니다.
 
같은 직접배송을 하지만 서로 다른 공급망 운영전략을 가진 두 신선식품 배달 스타트업.
두 업체의 공급망물류를 해부해봅니다.
 
배민프레시 : 새벽을 여는 방법
(사진 : 배민프레시)
 
배민프레시의 공급망 전략의 핵심은 ´서브스크립션´과 ´새벽배송´입니다. 이 두가지는 서로 맞물리며 안정적인 공급망 운영에 공헌합니다. 배민프레시는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서울, 경기, 인천 지역의 2천만 고객 커버리지에 대한 물류를 세팅했으며 추후 대전, 부산 등 전국 주요거점으로 직접물류 프로세스를 확대할 전망입니다.
 
정기배송, 수요의 안정성을 구축하라
 
배민프레시에 현재 입점하고 있는 상품은 4000여개이며, 상품공급 파트너는 300여명입니다. 다루는 품목, 파트너가 다양하기 때문에 굉장히 복잡한 물류 프로세스가 요구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나 배민프레시가 유통하는 신선식품은 대부분 유통기한이 2~3일 정도에 불과합니다. 재고를 가지고 가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배민프레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브스크립션´을 활용합니다. 고객의 주문을 기반한 생산, 유통방식을 사용하여 불필요한 재고를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배민프레시의 정기배송은 전체매출의 50~60%에 달합니다. 이것은 확정수요이기 때문에 배민프레시가 식품제작을 의뢰하고 조달, 배송할 수 있는 안정적인 수요예측 도구가 됩니다. 정기배송 수요에 기반하여 생산업체에 주문을 넣고, 당일 집하된 상품이 익일 새벽에 출고되는 구조이지요. 때문에 배민프레시의 창고에는 유통기한이 긴 생수와 같은 제품을 제외하고는 재고가 거의 없습니다. 그저 집하된 신선제품들이 잠시 머무르는 ´크로스도킹 센터´의 역할을 할 뿐입니다.
 
새벽배송, 아침의 문을 열다
 
배민프레시가 창업 초기부터 강조하고 있는 또 다른 강점은 ´새벽배송´입니다. 이는 새벽배송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우유, 요구르트, 신문배달을 다양한 음식료품으로 확장한 개념입니다. 새벽배송 서비스는 ´택배 아웃소싱´을 통해 제공할 수 없는 서비스입니다. 당일집하, 익일배송을 기반으로 하는 택배업체의 업무 사이클은 새벽에 맞춰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배민프레시가 직접물류 프로세스를 구축한 이유입니다. 배민프레시 배송기사들은 평균적으로 오후 12시~1시 정도에 출근하여 집하작업을 시작합니다. 수도권 지역은 제조 및 유통업체에서 직접 픽업하지만 권역을 넘어갈 경우 항공기, KTX, 고속버스 퀵 등을 활용하여 화물을 집하합니다. 집하작업이 끝나면 오후 6시부터 10시사이에 간선상차를 합니다. 간선상차는 집하된 상품들은 배송기사 담당 권역에 맞게 분류하는 작업입니다. 본격적인 배송은 이 이후에 시작됩니다. 각자 권역으로 이동한 배송기사들은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7시까지 순회배송을 합니다. 배송된 화물은 고객의 아침의 문을 열며 현관 앞에 놓이게 됩니다.
사진 : 배민프레시 포장재에 들어있는 보온제(좌측)와 냉매(우측)
 
때문에 배민프레시가 구축한 공급망의 강점은 ´속도´입니다. 누구보다 빠르게 아침의 문을 여는 것이죠. 물론 배민프레시가 속도 하나에만 집중하는 것은 아닙니다. 배민프레시의 포장 또한 눈여겨볼 만합니다. 가령 배민프레시가 갓 구운 빵과, 신선한 요거트를 함께 배송한다고 한다면, 따뜻한 빵이 식지않게 하기위한 ´보온제´와 요거트의 신선함을 유지시키기 위한 ´냉매´를 함께 포장재에 넣습니다. 신선하고 빠른 배송을 위한 배민프레시의 노력이 보이는 순간입니다.
 
헬로네이처 : 공급망에 신뢰를 부여하라
(사진 : 헬로네이처)
 
배민프레시의 공급망의 강점이 안정적인 정기배송 수요에 근거한 빠른배송이라면, 헬로네이처의 공급망의 강점은 조달단에서 탄생합니다. 상품실명제를 통해 엄선한 전국 800여개의 산지농가와 헬로네이처 경영진 전체가 물류센터에서 숙식하면서 직접 체득한 200여개의 상품관리 메뉴얼이 그것입니다. 헬로네이처는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서울 8개구와 분당구에 직접배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고객주문의 50%는 헬로네이처가 직접배송하는 이 지역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상품실명제, 안전한 밥상을 위하여
 
´이광현님의 자기 전까지 생각나는 맛 백령도 백고구마´, ´박종학님의 호박계의 귀족 버터넛호박´, ´이영욱님의 장미꽃 대신 백만송이 버섯´... 헬로네이처에서 판매되고 있는 상품들의 이름입니다. 단순히 재밌는 이름을 붙이는 것뿐만 아니라 상품에 생산자의 실명을 거론한 점이 재밌습니다.
 
이는 헬로네이처가 조달하는 상품에 ´신뢰´를 부여하기 위함입니다. 가령 이마트에서 제주도에서 생산된 귤을 샀다고 해봅시다. 고객 입장에서 지난주에 산 귤은 맛있었지만, 오늘 산 귤은 맛이 없을 수도 있겠지요. 맛이 차이가 나는데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귤에 ´원산지´가 아닌 ´생산자´의 노하우가 반영되기 때문입니다.
 
헬로네이처는 이런 부분을 고려하여 고객이 이전에 먹었던 상품과 같은 상품을 재구매할 수 있도록 상품에 생산자의 실명을 붙였습니다. 때문에 헬로네이처 플랫폼에는 같은 상품이더라도 여러 생산자의 품목이 동시에 판매되는 모습도 보입니다. 가령 ´A님의 고구마´, ´B님의 고구마´가 함께 판매되는 식입니다.
(사진 : 실명이 거론되어 있는 헬로네이처 판매상품)
 
이렇게 상품에 붙은 이름은 생산자 입장에서는 품질의 자부심을, 소비자 입장에서는 제품의 신뢰성을 형성하는 도구가 됩니다. 실명이 걸린 상품에는 고객의 피드백이 지속적으로 축적되며, 그러한 피드백을 기반으로 상품의 품질이 더욱 좋아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원자재 조달 부분에서 축적한 헬로네이처의 가치는 물류로 이어집니다.
 
비법매뉴얼, 신선을 유지하는 200개의 방법
 
헬로네이처는 800여개의 생산업체와 제휴하여 1000여개의 개별품목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열매채소, 뿌리채소, 과일, 견과 등 종류도 다양합니다. 이렇게 헬로네이처가 판매하는 농축수산물은 다양한 종류만큼이나 각각 다른 관리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상품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죠!
 
가령 사과같은 경우에는 한 번 수확한 후 일정기간 보관한 후 판매해도 되는 신선식품입니다. 반면 상추 같은 경우는 수확한 후 즉시 소비자에게 배송해야 하는 신선식품입니다. 헬로네이처는 상추와 같이 수확 후 바로 보내야 하는 특성을 갖고 있는 상품군을 ´주요 카테고리´로 묶었습니다. 주요 카테고리 품목의 빠른 조달을 위해 물류센터 인근지역을 중심으로 파트너 농가를 섭외했죠. 산지생산 직후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빠르게 직접 수거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만든 것입니다. 반면 사과와 같이 일정 기간 보관해도 되는 ´보관신선식품´은 전국 각지에 분포되어 있는 파트너 농가가 헬로네이처 물류센터로 배송해주는 방식을 통해 조달합니다. 즉 수확후 바로 고객에게 배송이 필요한 상품은 ´직접물류´를, 수확후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도 신선도가 유지되는 상품은 ´아웃소싱´을 활용한 것입니다.
 
이렇게 조달된 상품들은 특징에 따라 보관, 포장됩니다. 예를 들어 사과 같은 경우는 밝은 곳에 보관할 경우 빠르게 노화됩니다. 헬로네이처는 사과 노화를 막기위해 암실을 만들어 사과를 보관합니다. 포장과 같은 경우에도 ´계란이 안 깨지게 보관하는 법´, ´사과와 채소가 부딪치지 않게 하는 법´, ´포장시 어떤 상품이 아래로 가야하고, 어떤 상품은 위로 가게 할 것´과 같은 기본적인 부분까지 전부 고려합니다.
 
헬로네이처는 이렇듯 상품개별특성에 따른 조달, 보관, 포장, 배송과 관련된 매뉴얼 200개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는 초기 헬로네이처 경영진 전체가 물류센터 업무를 직접 수행하며 2년의 시간 동안 체득한 경쟁력입니다. 신선도를 사수하기 위한 매뉴얼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진화하고 있습니다.
 
식음료품과 농축수산물의 기묘한 동거
사진 : 배민프레시 팜투도어(좌측), 헬로네이처 맛집카페(우측)
 
앞서 언급했던 대로 배민프레시와 헬로네이처의 타겟시장은 다릅니다.
 
배민프레시는 음식을 조리할 시간이 부족한 ´맞벌이 가정´을 대상으로 빠르고 간편한 빠른배송을 실현하고 있으며, 헬로네이처는 좋은 식자재를 아이에게 선물해주고 싶은 ´영유아 엄마들´을 대상으로 깨끗하고 신선한 식자재의 조달, 유통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두 신선배달 스타트업은 이제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게 됩니다.
 
배민프레시는 지난해 11월 엘리트 김포로컬푸드와 제휴하여 당일수확한 신선한 농축수산물을 24시간 내 배송하는 ´팜투도어´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기존 헬로네이처가 집중하고 있던 영역에 진입한 것이죠. 헬로네이처 또한 플랫폼 내에 ´맛집카페´, ´디저트탐방´등을 오픈하여 고객들에게 완성음식을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배민프레시가 집중하고 있던 시장입니다.
 
두 업체의 새로운 시장에 대한 도전은 아직까지는 테스트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현재 배민프레시의 전체 판매량 중 팜투도어 서비스의 매출은 7%입니다. 비율로 봤을 때 그리 높은 비율이 아니며, 배민프레시 또한 해당품목이 그들의 메인 카테고리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헬로네이처 또한 완제품 배송사업에 대해 "그저 테스트를 하는 개념"이고 "실제 큰 비전을 갖고 하는 부분은 식자재의 산지직송"이라며 해당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습니다.
 
사실 배민프레시와 헬로네이처는 공급망에서 서로 다른 포인트를 강조하고 있지만, 공급망의 다른 부분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헬로네이처는 직접배송을 통해 고객의 부재시간만큼 냉매를 추가로 넣어준다거나 하는 부가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배민프레시 또한 우수한 음식생산업체를 탐색하고자 노력하고 있지요. 이는 배민프레시의 전신인 덤앤더머스가 전국 각지에 흩어진 맛집을 큐레이션하고자 노력했던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두 업체는 각자가 강조하고 있던 영역에서 기묘한 동거를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시장 진입에 따라 두 업체의 전략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기대되는 부분입니다.
 
신선배달 스타트업이 난립하고 있는 시대.
농축수산물, 음식료품이라는 서로 다른 카테고리 안에서 경계는 점차 사라지고 있는듯 합니다.
 


엄지용 기자

흐름과 문화를 고민합니다. [기사제보= press@clomag.co.kr] (큐레이션 블로그 : 물류로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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