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민정웅 인하대학교 아태물류학부 교수
이케아(IKEA)의 가구는 대부분 완제품으로 판매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이를 집에서 직접 조립하도록(Do-It-Yourself, DIY)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완제품이 아닌 조립가구를 판매함으로써, 사실상 IKEA의 생산라인이 고객의 가정으로까지 확장된 셈입니다. 조립가구의 판매는 생산원가를 절감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IKEA만의 납작한 사각형 플랫팩(Flat Pack) 안에 이를 절묘하게 포장함으로써, 상당한 물류비를 절약할 수 있게 해줍니다. 쓸데없는 빈 공간을 줄여 적재율을 높임으로써, 무의미하게 공기(Air)를 보관하거나 배달하는 비용을 줄이는 것입니다.
IKEA는 저렴한 조립가구라고 해서 일반인들의 예상처럼 디자인이 뒤처지거나 기능성이 떨어지지는 않습니다. 때문에 IKEA 제품은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으며, 그 성공에 힘입어 설립자인 잉그바르 캄프라드(Ingvar Kamprad)도 억만장자의 대열에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IKEA 매장의 전형적인 형태인 전시매장(Showroom)을 갖춘 첫 번째 매장은 1953년 스웨덴의 앨름훌트(Almhult)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곳에서 그는 가구 구매 이전에 고객들이 직접 제품을 확인하고 만져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는데, 사람들은 그 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쇼핑 스타일에 환호하며 매장 앞이 장사진을 이룰 정도의 커다란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이즈음 IKEA의 저렴한 가구제품이 고객들에게 인기를 끌기 시작하자, 이에 위협을 느낀 경쟁업체들은 가구 제조업체를 압박하여, IKEA에 대한 납품을 보이콧하도록 압력을 행사하였습니다. 이러한 경쟁업체의 전략으로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된 IKEA는, 어쩔 수 없이 가구를 손수 디자인한 후 주변 동유럽 국가를 통해 생산을 아웃소싱하는 형태로 제품을 조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1955년부터 폴란드를 생산거점으로 아웃소싱을 시작한 IKEA는 같은 해 매우 중요한 전기를 맞이하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플랫팩(Flat Pack)의 탄생이었습니다.
세상의 새로운 발명품들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플랫팩 또한 우연한 기회를 통해 탄생하게 됩니다. 이러한 우연한 기회를 만들어 낸 사람은 당시 IKEA에서 카탈로그를 제작하던 질리스 룬드그랜(Gillis Lundgren)이었습니다. 1955년 로어벳(LOVET, 잎사귀란 뜻의 스웨덴어)이라는 작은 테이블 제품의 카탈로그용 사진을 촬영하던 그는, 촬영이 끝나자 잉그바르 캄프라드와 함께 제품을 차에 싣고 있었습니다. 운반 중 테이블 다리가 파손될 것을 염려한 질리스 룬드그랜은, 그 자리에서 테이블 다리의 나사를 풀어 분리한 후 이를 테이블과 함께 포장하였습니다. 이를 곁에서 유심히 바라 본 잉그바르 캄프라드는 이에 착안하여, 고객이 직접 가구를 최종적으로 조립할 수 있도록 포장하는 오늘날의 플랫팩을 고안해내게 됩니다.
이렇게 우연히 시작된 아이디어는 1956년부터 플랫팩 형태로 포장된 다양한 제품의 출시로 이어지게 되었고, 플랫팩 제품은 고객의 제품 구매 프로세스에도 상당한 변화를 야기하였습니다. 1965년에 문을 연 스웨덴의 스톡홀름(Stockholm) 매장은 넓이만도 33,000m2에 달하는 당시로서는 가장 규모가 큰 가구 매장으로, 전시매장에 창고형 매장의 개념을 합친 형태가 처음으로 도입된 곳입니다. 이곳은 오늘날의 IKEA 매장과 동일한 구매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운영되었는데, 전시장에서 먼저 제품을 구경한 후, 인포메이션 데스크에서 제품 번호가 적힌 티켓을
받아 창고에서 제품을 직접 수령하는 형태로 구성되었습니다. 이곳 가구 전시장에는 판매 직원이 전혀 배치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고객들이 매장 내에서 영업사원들의 집요한 구매 강요를 받지 않고 편안하게 쇼핑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였습니다. 물론 이때에도
IKEA는 고객을 위해 제품을 배송 해주지는 않았으며, 모든 배송은 고객이 알아서 처리해야만 했습니다. 그 대신 배송의 편의를 위해 자동차 상단에 설치할 수 있는 랙(Rack)을 판매하기도 하였으며, 규모가 큰 밴(Van) 차량을 고객들에게 렌트해 주기도 하였습니다. 이후 IKEA는 플랫팩으로 포장된 가구 제품의 성공에 힘입어 글로벌 확장을 이어갔습니다. 1963년에는 노르웨이의 오슬로(Oslo)에 첫 번째 해외 매장을 오픈하게 되었고, 1974년까지 독일을 비롯한 유럽 5개국에 10개의 매장을 개설하는 등, 지금까지 전 세계 50여 개국에 340여 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IKEA가 가지고 있는 경영이념(Mission Statement)은“많은 이들에게 보다 나은 매일의 삶을 창조하는 것(To create a better everyday life for the many people)” 입니다. “보다 나은 매일의 삶(A better everyday life)”이라는 의미를 완성하기 위해 IKEA는 디자인이 아름다우면서도 생활 속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능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많은 이들(Many people)”에게 훌륭한 디자인과 기능성을 갖춘 제품을 보급하기 위해 가격을 최대한 낮추려는 노력 또한 병행하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상호 절충관계(Trade-off)를 가지고 있는 이러한 비용과 품질의 동시적인 추구에 있어, IKEA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흔히 빠지기 쉬운 오류, 즉 품질을 포기하여 비용을 절감하는 그러한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IKEA는 그들의 경영철학에서 이야기하는 많은 이들을 위한 저렴한 가격을 두고“아무 의미 없는 가격이 아닌 낮은 가격(Low price but not at any price)”이라 힘주어 말하고 있습니다. 기능이나 디자인 등 중요한 핵심을 포기하여 손쉽게 얻어진 비용의 절감이 아니라, 부단한 노력으로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가격을 합리적으로 낮추겠다는 의미인 것입니다.
IKEA그룹의 조직은 크게 디자인과 제품 개발을 담당하는 IoS(IKEA of Sweden)를 비롯하여, 생산(INDUSTRY), 구매 및 물류(SUPPLY CHAIN), 그리고 판매 및 유통(RETAIL)으로 구성된 4개의 조직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조직구조로만 본다면, 여느 기업들과 별다른 차이점이랄 것도 없는 아주 평범한 모습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평이한 조직구조 하에서, 무엇이 IKEA로 하여금 이토록 저렴한 비용의 품질 높은 가구를 만들 수 있게 했던 것일까요?
우리들 대부분은 비용을 절감하기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인건비가 싼 곳에서 생산을 한다든지, 대량 구매를 통해 단가를 낮춘다던지, 혹은 포장을 합리화하여 물류비용을 줄이면 됩니다. 이러한‘무엇’들은 사실 비밀이라고 할 것도 없이, 거의 모든 책에서 공통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내용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어떻게’하느냐 입니다. 바로 IKEA가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IKEA만의 차별화된 공급사슬 운영 기법 1 / 생산 아웃소싱 관리
IKEA는 비용 절감을 위해 대부분의 기업들이 알고 있는 기존의 방법들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습니다. 저렴한 생산 아웃소싱과 대량구매, 전략적인 공급자 관리, 그리고 물류프로세스 개선 등이 바로 그러한 것들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도 우리는 다른 기업들과는 차별화된 IKEA만의 독특한 공급사슬운영방식을 엿볼 수 있습니다. IKEA 제품의 생산은 대부분 인건비가 저렴한 세계 각지의 협력업체 공장을 통해 아웃소싱의 형태로 이루어집니다. 제품의 디자인이 스웨덴 본사에 있는‘IoS(IKEA of Sweden)’에서 중앙집중형으로 이루어지는 것과는 사뭇 다른 패턴입니다. 2012년 기준 약 9,500여 종의 IKEA 제품들이 1084개 납품업체에 의해 생산되고 있는데, 이러한 아웃소싱은 제품의 생산 원가를 낮추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IKEA는 1990년대 들어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이 확대되면서 세계 20여 개국에 약 90개가량의 매장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IKEA 전체 매출에서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1975년 약 85%였던 것이 1990년대 들어서는 25% 수준으로 낮아지게 되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IKEA는 시장의 확대에 맞추어 생산지를 중국과 같은 비유럽국가로 확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업 초기에는 대부분의 제품이 동유럽 국가에서 생산되었는데, 1970년대만 하더라도 폴란드의 생산비중은 약 25%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던 것이 생산거점의 글로벌 확장에 따라 이 비율은 2012년 현재 약 18%로 낮아지게 되었고, 대신 중국이 약 22%를 차지하며 가장 많은 IKEA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여전히 유럽지역이 60%, 아시아지역이 30%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IKEA의 핵심 시장이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독일, 프랑스, 이태리 등의 유럽 국가이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됩니다. 전체 생산량 기준으로 보면 스웨덴은 약 5%를 차지하고 있는데, IKEA에게는 4번째로 큰 생산 거점 지역입니다. 이는1991년 설립된 IKEA의 자회사인 스웨드우드(Swedwood)와 스웨드스팬(Swedspan)에서 목재가구, 부품, 경량 패널 등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록 이들 업체들의 생산 물량 자체는 그리 크지 않지만, 디자인과 함께 자회사를 통해 가구제품을 직접 생산하는 방식은 동종업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점입니다.
이들 자회사는 보통 IKEA가 적당한 생산업체를 찾지 못하거나, 혹은 협력업체가 제시하는 입찰 가격이 맞지 않을 경우에 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들 두 자회사의 관리를 포함하여 제품 생산에 필요한 대부분의 기술적인 이슈들은, IKEA그룹 내의 생산관리 조직인‘INDUSTRY’에 의해 관리되고 있습니다. IKEA는 공급자 관리 측면에서 협력업체와의 장기적인 전략적 파트너십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절반이상의 협력업체가 5년 이상의 장기계약을 맺고 있습니다. 또한 장기계약과 더불어 이들 업체의 비용 절감과 생산성 및 품질 개선에 필요한 제조관련 노하우를‘INDUSTRY’조직 산하의 IID(Industry Investment & Development)라는 팀을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결국 공급사슬을 구성하는 협력업체의 관리를 위해 디자인(IoS), 생산(INDUSTRY), 그리고 트레이딩 오피스를 관리하는 구매 물류(SUPPLY CHAIN) 조직이 유기적으로 협업하고 있는 것입니다.
IKEA는 이러한 기술적 지원 뿐 아니라, 필요한 경우 이들 업체들에게 생산에 필요한 장비를 리스(Lease) 형태로 임대해주기도 하며, 자금 운용을 돕기 위해 거래 은행을 통한 신용보증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물류 및 IT 부문에 대한 지원도 제공하고 있는데, 특히 물류와 관련하여 각 트레이딩 오피스에는 협력업체를 위한 운송관리요원(Transport Manager)을 별도로 배치하고 있습니다. 협력업체에서 생산이 완료되어 IKEA 물류센터나 매장으로의 운송 준비가 끝나게 되면, 이들 운송관리요원들은 운송업체의 선정, 운송방법의 결정, 운송시간 및 운송비용의 절감 방안 등에 관한 전문적인 컨설팅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협력업체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대신 품질과 비용측면의 이점을 취하는 윈-윈(Win-Win) 전략인 것입니다.
몇 번의 거래를 통해 협력업체에 대한 신뢰가 쌓이게 되면, IKEA는 이들 업체의 생산리드타임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단계적으로 시도합니다. IKEA와 처음으로 거래하는 신규 업체의 경우 주문의 발주는 납기 예정일 4주 이전에 미리 보내지며, 배송가능시간 (Delivery Window)도 4주 이상으로 비교적 넉넉하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협력업체와의 이러한 납기 스케줄을 IKEA에서는 보통 ‘4+4’라 표현하고 있습니다. 거래 초기 비교적 여유 있게 제공했던 이러한 납기 기한은, 이후 점차적으로 협력업체가‘4+4’에 정확히 맞출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그러다가 이 업체의 역량이 전략적 협력업체 수준에까지 다다르게 되었다고 판단되면 이러한 리드타임이 일 단위로 관리될 수 있도록 지원하며, 궁극적으로는 VMI(Vendor Managed Inventory)를 통해 자율적으로 재고를 관리하고 납품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IKEA만의 차별화된 공급사슬 운영 기법 2 / 물류프로세스 개선과 플랫팩(Flat Pack)
비용을 절감하는 또 다른 IKEA만의 노하우는 물류프로세스 개선입니다. 물류 오퍼레이션과 관련된 대부분의 업무는 IKEA그룹의 구매 및 물류 전담 조직인‘SUPPLY CHAIN’에 의해 관리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2012년 현재 전 세계 33개 물류센터와 11개의 고객물류센터(Customer Distribution Center)를 운영하고 있을 뿐 아니라, 운송업체의 아웃소싱도 관리하고 있습니다.
제품의 수배송을 위한 IKEA의 물류네트워크 운영은 전통적인 기본배송 네트워크, 매장으로의 직접배송 네트워크, 환적형(Transit) 배송 네트워크, 고객물류센터로의 직접배송 네트워크, 그리고 고객으로의 직접 배송 네트워크로 구분되는 5가지 형태로 진행됩니다. 기본배송 네트워크는 물류센터를 활용하여 수요 변동에 대비한 완충재고 관리 기능을 해주는 형태로, 전체 물동량의 75.5%가 이 네트워크를 통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아울러 크로스도킹(Cross-docking) 기능을 가진 물류센터를 앞단에 배치하여, 다수의 협력업체로부터 납품되는 제품을 센터 별로 분류하여 배송해 주고 있습니다.
두 번째 형태인 매장으로의 직접배송 방법은 크로스도킹이나 물류센터를 거치지 않고, 납품업체로부터 직접 매장으로 배송되는 형태입니다. 물류센터를 통한 중간 단계의 상하역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비용이 가장 저렴한 형태입니다. 이 네트워크에서는 납품업체가 매장으로 직접배송을 하게 되는데, 운송적재율을 중요시하는 IKEA의 물류운영 방침으로 인해 보통 동일한 제품을 트럭에 가득채운 FTL(Full Truckload)의 형태로 운송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대량으로 납품되는 제품을 통상적인 2주의 재고보충 주기 안에 모두 판매할 수 있는 매장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활발히 이용되지는 않는 편입니다. 2004년 현재 전체 물동량 중 약 18.9%가 이를 통해 운송되고 있지만, 그 비중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입니다.
세 번째는 환적형(Transit) 배송 네트워크인데, 크로스도킹 센터에서 매장이나 고객물류센터로 배송되는 제품들을 목적지별로 분류한 후, 물류센터를 거치지 않고 바로 배송해주는 형태입니다. 이 형태 역시 긴급한 발주 외에는 사용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전체물량의 2.4%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나머지 두개의 물류네트워크는 납품업체가 고객 혹은 고객물류센터로 직접 배송하는 형태인데, 이 역시 운송적재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각각 1.6% 정도의 물량만이 이 네트워크를 타고 움직이고 있습니다.
IKEA는 운송적재율을 매우 중요시하고 있는데, 공차율을 최소화하여 운송비용 뿐 아니라 탄소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협력업체로부터 물류센터로 제품을 수송하는 차량들의 운송적재율은 2008년 61%에서 2012년에는 65%로까지 향상되었으며, 2013년에는 이를 70%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많은 개선노력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한편 IKEA는 제품의 수요 특성에 따라 입고되는 물류센터를 달리 가져가고 있습니다. 회전율이 빠른 제품은 매장으로 직배송하거나 혹은 매장과 가까운 물류센터로 입고시키는 반면, 회전율이 크지 않은 제품은 운송 및 재고관리비용이 가장 저렴한 물류센터에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매장은 물류센터로부터 일주일에 2~3회 가량씩 제품을 공급받고 있으며, 매장으로 출고된 제품의 재고보충은 2주 간격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IKEA는 가구라고 하는 제품의 특성으로 인해, 물류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대부분 해상운송이나 트럭 혹은 철도를 통해 제품을 운송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물류센터의 입지도 해상운송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항만 인근지역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환경에 대한 관심으로 인해 트럭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해상이나 철도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류관점에서 비용을 절감하는 IKEA만 비법은 뭐니 뭐니 해도 플랫팩으로 대변되는 그들의 포장 역량입니다. 플랫팩 포장은 창고 내 공간 활용을 최적화하고, 보관 및 운송에 사용되는 팔레트의 종류를 최소화하며, 운송 시 컨테이너 적재율을 최대화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는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디자이너가 신제품을 개발할 때에는 이 제품이 플랫팩으로 분해될 수 있도록 디자인하려고 노력하지만, 만일 소파나 주방용품 등과 같이 제품 특성으로 인해 플랫팩으로 포장될 수 없는 경우에는, 이를 층층이 쌓을 수 있도록 디자인하여 공간 손실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IKEA 물류센터의 대부분은 자동화된 입출고 및 분류 기능을 갖춘 자동창고시스템(Automated Storage and Retrieval System, AS/RS)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창고 운영의 효율화를 위해 대부분의 AS/RS는 30m 이상의 높이로 설계된 랙(Rack)을 사용하고 있으며, 시간당 60개 이상의 팔레트를 처리하고B 있습니다. IKEA는 그들이 운용하고 있는 모든 물류센터를, 유사한 창고 설계와 표준화 된 프로세스를 통해 거의 동일한 방식으로 운용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물류센터 운영의 표준화를 통해 운용 인력의 배치에 유연성을 가질 수 있을 뿐 아니라, 어느 한 물류센터의 개선사례를 전체 물류센터로 손쉽게 전파시킬 수 있어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이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물류 운용의 표준화 노력은 IKEA가 사용하는 팔레트의 표준화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데, IKEA는 현재 표준 유로 팔레트(EUR 1800×1200)와 하프 팔레트(EUR6800×1200), 그리고 표준 유로 팔레트보다 크기가 큰 IKEA 전용 팔레트(800×2000)등 3가지 종류의 팔레트만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팔레트 사이즈 또한 본사에 있는 IKEA 디자이너의 디자인에 가장 중요한 제약조건으로 고려된다는 점입니다. IKEA그룹의 IoS산하에 있는 유통서비스팀(Distribution Service)과 제품개발팀(Range and Product Development)이 후방에서 벌어지는 오퍼레이션에 영향을 주는 팔레트 등의 포장 조건들을 디자이너와 공유하여, 제품 디자인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은 IKEA가 그들만의 공급사슬 운영방식을 통해 비용을 절감한다는 표면적인 효용가치를 넘어, SCM을 통해 가구제조회사가 아닌 포장 전문 물류회사로 비즈니스 모델을 정의하고 있는 증거가 되기도 합니다. IKEA도 SCM을 새로운 각도에서 이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디자인 민주주의” / 가구회사 IKEA가 SCM을 재정의하다
잉그바르 캄프라드 이케아 설립자는 비용절감을 위해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전체 조직의 노력이 하나로 결집되는 과정을 일컬어 ‘디자인 민주주의(Democratic Design)’라고 지칭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의견 수렴을 통해 국가의 정책이 결정되는 민주주의처럼, 가구의 디자인에도 제조와 구매, 물류, 영업, 그리고 심지어 제품을 직접 운반하고 조립하여 생산 프로세스를 완성하는 고객의 관점이모두고려되고있기때문입니다“. 전체를 바라보는 것이 옳다”라는 SCM의 새로운 정의 체계 하에서 바라보았을 때, IKEA는 사실상 제가 알고 있는 현존하는 기업 중 유일하게 공급사슬의 맨 처음과 맨 마지막 부분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바라보고 관리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왜냐하면 DIY를 통해 조립을 완성하는 고객까지도 그들의 공급사슬 운영 범위 안에 포함시켰기 때문입니다.
IKEA가 추구하는 디자인 민주주의의 최종적인 성과물은 플랫팩 포장입니다. 1955년 질리스 룬드그랜에 의해 플랫팩 개념이 만들어지면서부터 플랫팩으로 포장된 가구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하였고, 10여 년 후인 1965년에는 포장전문가를 별도의 직군으로 채용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당시만하더라도 이들을 고용한 이유는 디자인 민주주의로 표현되는 그들의 SCM 관점이 아니라, 운송 중 빈번히 발생했던 제품의 파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또한 1970년대부터는 물류센터의 자동화 설비 도입으로 표준화된 물류 장비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유로 표준 팔레트가 도입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도 역시 단순히 물류비 관점만을 고려하여 이루어진 것일 뿐, 여전히 포장은 전체의 관점에서 다른 부서나 1기능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1980년대 IKEA의 유럽시장확장이 본격화 되어, 생산의 아웃소싱을 관리하던 트레이딩 오피스(Trading Office)가 협력업체들이 위치한 유럽 각지로 이전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변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당시 IKEA는 포장관리 기능을 이들 트레이딩 오피스 산하로 이관하면서 분산형 조직으로 포장을 관리하였습니다. 그런데 지역별로 분산된 포장조직으로 인해, 제품의 개발과 디자인 단계에서 IKEA가 사용하는 팔레트 규격과는 맞지 않는 제품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이는 당연히 후방 프로세스에서의 비효율성을 가져오게 되었고, 결국엔 이 모든 것이 비용의 증가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제품 개발 및 디자인 단계에서 포장과 관련한 요구사항들이 반영되지 않은 이유를 분산된 조직구조에 있다고 확신한 IKEA는, 모든 포장전문가들을 본사 IoS(IKEA of Sweden)의 제품별 디자인 조직에 다시 배치하게 됩니다.
이후 팔레트를 중심으로 한 물류적인 측면 뿐 아니라 고객들의 최종 조립작업까지 고려하는 포괄적인 관점에서의 포장이 중요한 이슈로 불거지면서, 단순한 개별제품 수준의 포장이 아닌, IKEA 전체 제품에 대한 일관된 포장 전략의 필요성이 대두되었습니다. 이에 IKEA는 1999년부터 IoS 내에서 물류전략을 기 획 하 는 유 통 서 비 스 팀 (Distribution Service) 내부에 패키징 컨셉(Packaging Concept)이라는 포장전문팀을 추가로 구성하면서, 오늘날과 같이 전체 공급사슬을 아우르는 포장 전략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민주적인 디자인’과정은 전체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제품개발과 관련된 모든 이들의참여를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IKEA의 모든 제품 개발 프로세스는 IoS 내에서 제품군별로 구분되어 운영되는 BA(Business Area)팀에 의해 시작됩니다. 보통 BA팀은 개발 총괄 책임자인 제품개발자(Product Developer)와 구매전략가(Purchasing Strategist), 제품기술자(Product Technician), 그리고 각 팀별로 배치된 포장기술자(Packaging Technician)로 구성됩니다. 여기에 BA 외부에서 원자재의 구매를 기획하는 공급계획담당자(Supply Planners)와 마케팅 및 매장기획 담당자 등도 참여합니다.
제품 개발의 첫 시작은 먼저 총괄 책임자인 제품개발자에 의해 어떠한 제품을 만들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제품의 종류가 결정되면 이의 구체적인 기능과 사용될 재료, 그리고 목표 원가 등이 담겨진 상세 실행계획이 수립됩니다. 디자이너의 디자인 스케치가 만들어지기 이전에 가격이 먼저 디자인 되는 셈입니다. 가격은 일반적으로 경쟁업체 대비 30~50% 저렴하게 책정되는데, 개략적인 목표원가의 구성은 생산을 전담하는 협력업체에게 지불되는 생산원가 1/3, 자재 구매 및 물류비용 1/3, 그리고 매장에서의 판매비용 1/3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실행계획을 근간으로 하여, IKEA에서 일하는 150여 명의 디자이너가 디자인 스케치를 만들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이들 디자이너는 원자재의 구매원가, 생산원가, 그리고 운송원가 등이 목표한 판매 원가의 범위 안에 들어가 있는지를 항상 확인하여야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제품개발자 및 포장기술자와 함께 직접 공장을 방문하여 그의 스케치가 실현 가능한 것인지를 확인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이 상세 실행계획에 담긴 제약조건 이외에 디자이너가 반드시 추가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사항이 하나 더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이 제품이 플랫팩 형태로 포장되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그들은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이 아닌 물류를 위한 디자인을 실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IKEA가 실행하고 있는 디자인 민주주의라는 것은 결국 그들의 비전인“많은 이들에게 보다 나은 매일의 삶”을 만들어내기 위한 핵심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민주적 절차를 통해 가구의 디자인과 기능, 그리고 가격이라는 3가지 제약조건이 고려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여 디자인 민주주의가만들어낸 최종 결과물은, 결국엔 갈색의 박스에 담긴 플랫팩 가구가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보면, 사실 IKEA는 가구회사이기 이전에 포장을 전문으로 하는 물류회사로서의 성격이 더 강하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일반적인 가구회사라고 하기에는 그들 비즈니스 초점의 대부분이, 가구가 아닌 플랫팩 포장을 통한 생산, 물류, 판매, 그리고 소비자의 가치 창출에 모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IKEA의 비즈니스 모델은 가구를 파는 것이 아닙니다. 새롭게 정의된 SCM의 관점대로 IKEA는 원자재의 구매부터 고객으로 이어지는 전체를 바라보았고, 그 결과 그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플랫팩 포장을 통한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로 정의된 것입니다.
잉그바르 캄프라드는 “잠든 자만이 실수를 하지 않기에, 실수를 범하는 것은 깨어있는 자만의 특권이다(Only while sleeping one makes no mistakes. Making mistakes is the privilege of the active)”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말처럼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가구가 아닌 박스에 미쳐 여기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IKEA는, SCM에 의해 정의된 비즈니스 모델을 실행하고 있기에 우리는 그들 또한 SCM을 새롭게 이해하고 있다고 이야기 할수 있습니다.
필자는 현재 인하대학교 아태물류학부 및 물류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으로 정석물류통상연구원 부원장을 겸직하고 있다. 역-저서로는 ‘미친 SCM이 성공한다(2014, 영진닷컴)’, ‘물류학원론’, ‘공급사슬물류관리’, ‘물류기술과 보안의 이해’등이 있다. IT 및 Operation 컨설턴트로 활동했던 실무적 경험을 바탕으로 공급사슬관리, 물류정보시스템, 물류보안, SCM과 소셜네트워크 등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