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 소송 불똥…계열사 간 뒤바뀐 매출 1조
"제조-물류 공급망적 협업관계 인식할 때"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차명재산을 두고 장남 이맹희(이재현 CJ그룹 회장 부친)씨와 삼남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상속 소송전 불똥으로 삼성과 CJ의 물류 거래가 끊긴지 1년.
이 기간 동안 동남아, 미주 등 삼성전자 해외법인 물량을 토해낸 CJ대한통운과 이를 승계한 삼성SDS의 해외 물류실적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12개 SCL 해외법인 매출 1조 간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삼성SDS의 해외 SCL사업부(물류IT) 매출이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올 상반기에만 삼성SDS의 SCL사업부(해외법인) 매출은 6238억7743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매출액인 6239억1657만원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상반기 순이익은 지난해 순이익의 30배가 넘는 305억1896만원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 보면 베이징법인은 2860억6373만원으로 해외법인 중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베트남과 태국법인도 각각 1794억441만원과 692억9719만원을 기록해 지난해 대비 2배 이상의 성장을 보였다. 순이익도 베이징법인 144억3919만원, 베트남 140억203만원으로 큰 폭으로 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오는 15일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삼성SDS는 말레이시아·태국·베트남·인도네시아·홍콩·베이징·필리핀·네덜란드 8개 SCL법인과 더불어 올해 헝가리·슬로바키아·이집트·러시아 4개 법인을 추가해 총 12개로 늘어난 상태”라며 “올해 매출 1조원 달성은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발 악재, 올해 매출 목표 1조 삭감
반면, 국내 종합물류 1위 CJ대한통운의 3분기 실적은 적자로 돌아섰다. 물류업계는 CJ대한통운의 실적 부진이 삼성전자 중국 등 동남아 해외법인 물량을 고스란히 삼성SDS에게 내어준 게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CJ대한통운은 올 3분기 매출 1조593억원, 영업손실 28억원, 당기순손실 324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1.9% 증가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적자전환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이중 삼성과 물류 거래가 있었던 포워딩 부문은 전년 동기 대비 35.7% 감소한 153억원을 기록했다. CJ대한통운은 삼성발 악재를 극복하기 위해 3분기까지 누적 신규 수주 규모를 2442억원으로 늘리는 등 분발했지만 해외 부문의 고정비 부담이 이어지면서 실적이 저하됐다.
주목할 점은 앞서 올해 삼성SDS의 베이징·태국·베트남 3개 법인의 상반기 매출만 4746억원을 기록했는데, 이곳이 모두 CJ대한통운(구 CJ GLS)이 과거 물류를 수행하던 삼성전자 해외법인에서 발생된 매출이라는 점에서 이번 실적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CJ대한통운은 올해 예상매출액을 5조1000억원에서 4조원으로 1조1000억원만큼 삭감해 매출 목표를 재조정한 상태다. 영업이익 예상치도 2050억원에서 520억원으로 1530억원 줄였다.
물류업계 한 관계자는 “CJ대한통운의 실적 부진은 경기침체로 전체적인 업황(계약물류 위축)이 좋지 않고, 항만하역사업과 CJ GLS와의 택배 통합 시너지 지연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원인은 삼성발 해외 물동량 이탈에 따른 매출 감소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또 “글로벌 기업들이 경기침체 속에서도 성장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원료 및 부품조달, 생산, 판매 등 공급망관리 상에서 이뤄지는 기업과 기업, 지역과 지역 간 물류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3PL 등 물류전문기업들의 역할이 컸다”며 “국내 제조업체들이 물류를 단순 하청업체 수준으로 이해할 것이 아니라 위기 속 상생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로 인식하고, 3PL기업들도 M&A 등 해외 네트워크 확대와 서비스 다각화 등 투자를 확대해 글로벌 역량을 키워야할 때”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