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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물류시장, 늘어난 법적분쟁…중소기업들 꼼꼼히 살펴야"

by 김철민 편집장

2011년 06월 13일

 

 

 

 

 

글. 김철민 기자

사진. 김홍지 객원기자

 

 

 

 

요즘 물류는 참 바쁘다. 할 일도 많다. 예를 들자. 리앤펑(Li&Fung)은 다국적 무역회사다. 이 회사는 미국의 고객이 남성용 반바지 30만벌을 주문하면 단추는 중국, 지퍼는 일본, 실은 파키스탄에서 조달한다. 또 파키스탄에서 받은 실은 중국으로 보내 직물로 짜서 염색하고 이 모든 것을 꿰매는 작업은 방글라데시의 공장이 담당한다. 이렇듯 세계적 흐름인 제조·유통업체들의 글로벌 생산체제 전환이 몰고 온 복잡한 공급망(Supply Chain) 구조는 갈수록 더 많은 물류수요를 촉발시키고 있다. 이런 물류는 업(業)의 특성상 운송-보관-재고관리-통관-회수 등 단계별 과정을 거친다. 그 과정마다 법률 분쟁의 불씨는 항상 숨어 있게 마련이다.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물류의 역할과 책임이 커지면서 물류 관련 업체들의 체계적인 법률지원 시스템 마련에 대한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다.

김천수 법률사무소 융평 대표 변호사(48)는 앞으로 기업과 국가 간 물류 선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관련 분야의 법률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내다봤다. 제품의 운송과정에서 제품의 분실이나 파손 등 단순한 사건이 벌어지더라도 여러 국가의 국내법이 얽혀 있어 사전에 세심한 법률 검토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선사나 항공사, 철도 등 대기업들은 법적 자구책을 나름대로 잘 갖춰 놓은 상태다. 그러나 화물운송업체, 수출입포워딩 등 비교적 영세한 중소물류업체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국내 화물운송업계를 살펴보면 95% 이상이 10인 이하의 중소기업으로 구성돼 있고, 포워딩시장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에 김 변호사는 화물운송업체들이 국내외적으로 계약서를 작성하고, 분쟁을 해결하는 모든 단계에서 맞춤형 법률 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화물운송, 포워딩, 보관 등 영세한 업체들에게 법률적 도움을 주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지난해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를 끝으로 법복을 벗은 뒤 그는 변호사 사무실을 개설했다. 판사시절 인하대 GLMP(글로벌 물류비즈니스 최고경영자과정)와 물류MBA과정을 수료했고, 지금은 같은 대학에서 물류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1년간 그에게 '물류 전문 변호사'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그러나 그는 물류 전문 변호사가 아니라 법을 전문으로 하는 물류인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척박한 국내 물류시장에서 중소업체들의 든든한 법률 자문이 되고자 신발 끈을 동여 맨 김 변호사를 만나봤다.

물류 전문 법조인으로 활동한지 1년이 됐다. 소감은?

최근 정부와 대기업을 중심으로 물류와 공급망관리(SCM)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화주기업과 물류기업의 종속관계, 물류를 단순한 비용절감의 대상으로 판단하는 잘못된 인식, 그리고 대부분의 물류기업이 중소기업 위주로 구성되어 비교적 영세하기 때문에 물류산업은 여전히 과거의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수준 높은 물류관련 법률서비스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영세업체들에게 법적보호란 먼 나리 이야기 같다.

국내 물류산업에서 가장 취약한 분야가 화물운송과 포워딩업계다. 화물운송은 95% 이상이 10인 이하의 중소기업으로 구성되어 있고, 포워딩도 비슷한 상황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물류관련 법·제도적 대응환경이 취약하기 때문에 대부분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 법적 보호 장치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는데 사전예방 차원에서 여전히 법제도적 기반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낮은 실정이다.?

중소물류업체 ‘법률 예방 활동’ 중요
“실무진들과 물류관련 법률 포럼 운영하고 싶다.”
물류계약구조상 기업 간 법률적 분쟁이 많을 것 같은데…

하도급 구조로 인한 법률적 분쟁이 많다. 예를 들어, 화주와 물류기업의 운임계약은 보통 1년 단위로 이루어지는데, 한번 결정된 운임은 유가가 급증하더라도 물류기업이 그 손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구조이다. 이러한 불합리성은 다단계 계약구조상에서 그 피해가 중소기업으로 전가되고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 또한 다단계 구조 하에서 화물이 운송과정에서 파손되는 경우 피해보상의 책임소재가 명확하지 않는 등 법률적 분쟁발생 소지가 내포되어 있다.?

화주와 물류기업 간 합리적 계약문화를 형성하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의 경우 물류기업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불합리한 환경을 개선하고자 정부에서는 표준운임계약서를 보급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상생관점에서 화주기업과 물류기업이 합리적인 계약문화를 형성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화주기업(대기업)의 불공정 계약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법·제도적 지원방안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다단계 계약구조의 제약이나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한 일정부분 강제하는 방안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류 법률 서비스에 대한 영세업체들의 인식변화가 필요한데…

먼저 중소기업 스스로 자사의 경영활동 전반에 대해 관련 법률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또 법제도의 중요성에 대한 재인식이 필요하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단기간에 개선되기는 힘들겠지만 대학이나 물류협회, 또는 대한상공회의소 등과 같이 관련 기관이나 정부 차원에서 이에 대한 지속적인 홍보 및 교육을 통해 가능하리라 본다. 뿐만 아니라 물류관련 법조인을 통한 물류법률자문활동도 도움이 될 것이다.?

 

 

 

법적 분쟁 자체가 영세업체들에게 불리한 것 아닌가?

법원 재직시설 물류 관련 사건들을 접하다 보면 꼭 병원 응급실에 실려 온 중환자 같았다. 병원에 실려 올 정도면 이미 상태가 급속히 악화된 것이다. 물류 분쟁도 마찬가지다. 법원에 오기 전 단계, 그러니까 감기 몸살 수준에서 치료를 해야 된다. 이러한 법률 예방 활동을 위해 물류업계 실무자중 법제도에 관심 있는 분들과 물류관련 법률포럼을 운영할 계획을 갖고 있다. 계몽활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변호사로서 법적 분쟁이 줄게 되면 손해일텐데…

(웃음) 예전에 CEO 한 분이 자신이 '포워딩'을 했는데 문제가 생겼다며 법률 상담을 오신 적이 있다. 그런데 계약내용을 보니 '포워딩'이 아니라 '운송' 계약을 한 거였다. 일상적으로 포워딩, 포워딩 하니까 자신이 포워딩 업무를 한 걸로 착각을 한 것이다. 그분에게 포워딩 관점이 아니라 운송 관점에서 문제를 풀라고 조언하자 금방 반색을 하고 돌아갔던 기억이 있다. 이렇듯 제가 중점을 둘 법률 서비스도 응급실(법원)으로 가기 전 단계, 그러니까 감기 몸살 수준에서 특효약(컨설팅과 상담을 통해)을 처방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국내 물류기업의 해외진출이 늘고 있다. 국제법의 변화추세는…

4년간 대법 산하의 국제규범 연구위원회에서 운송·담보·전자거래 파트를 맡아 활동한 경험이 있다. 이 위원회는 UN산하의 국제 상거래법 위원회의 움직임을 대비하기 위한 회의로, UN은 국제 상거래의 국제규범을 만들기 위해 세계 각국의 국내법을 통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UN에서도 국제거래상 물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까지 논의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물류라는 것이 워낙 많은 것을 포괄하고 있고, 법률가가 물류를 모르다 보니 회의진행이 안되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을 대비하기 위해선 물류 관련 국내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사실 국내법은 아직 '취약한' 수준이다. 다시 말해, 물류정책기본법과 같은 공법은 있지만 실질적 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사법이 전무한 것이다. 공법의 경우도 문제될 수 있는 사항이 있다. 물류정책기본법의 경우, 정책 설정 시 법률전문가가 얼마나 참여했는지 의문이다. 이러한 것은 물류를 알고 있는 법률인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내법을 제대로 정비한 후, 다가올 국제법 통합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해외진출이 늘면서 국내 물류기업들의 '물류적 주권'도 이슈가 될 것 같다.


중국과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지금까지의 소송은 대부분 영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성장하고 있는 만큼 필연적으로 중국과의 공항·항만관련 소송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법을 이해하는 물류전문가의 체계적인 양성이 요구된다. 현재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이나 물류전문대학원에서 많은 물류관련 전문변호사들이 이미 양성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이러한 노력을 뒷받침하는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정책이 필요하다.

 

 

 

 

 

 

 



김철민 편집장

Beyond me(dia), Beyond logistics
김철민의 SCL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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