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차주, “우리와 상의 없이 복지기금 추진
”국토부, “카드사와 협약해 별도 추가시킨 것”
화물차 운전자들이 기름을 넣고 적립하는 카드 포인트가 180억 원 넘게 쌓였는데, 국토해양부가 이 자금을 차주들과 상의 없이 복지기금으로 쓰겠다고 나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화물복지카드는 2004년 3월부터 화물사업자들이 발급받아 사용하고 있는 카드로, 기름을 넣을 때 유류보조금이 선 할인되는 카드를 말한다.
당시 국토해양부는 신한카드(옛 LG카드)와 협약을 체결해 카드 구매금의 0.2%를 화물발전기금이라는 명목으로 모아왔다. 지난 5년 동안 포인트로 누적된 적립금은 166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국토해양부는 이 돈으로 화물차 운전자를 위한 복지재단을 설립하고, 자녀 장학금과 문화비 등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개인화물차 운전자들은 자신들이 카드비를 냈는데 포인트는 정부가 받아가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전국개별화물연합회(회장 안철진, 이하 연합회)는 지난 10월 국토해양부를 상대로 화물발전지원기금(이하“기금”)조성경위, 조성액수 및 집행실태 등에 대한 국민감사를 청구했다.
특별법에 의한 산하 사업자단체가 주무부처를 상대로 감사를 청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2004년 3월 정부의 일방적인 주도로 기금조성이 시작된 이래 줄곧 이의 제기를 해온 개별화물업계 입장에선 결국 터질 일이 터졌다는 반응이었다.
업계정서 및 여망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기금활용 방안 즉 앞서 언급한 ‘화물운전자복지재단 설립’을 강구 중인 정부에 대해 강력한 제동을 걸어야 할 필요성이 강력히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연합회 측은 “유가보조금을 지급받고 있는 다른 업종, 예를 들어 버스·택시 등 여객 업종은 기금 조성을 하지 않고 사용자에게 매출액의 0.5%를 돌려주고 있는데 왜 유독 화물업종만 포인트를 빼앗아 가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타 업종과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에서도 차주들의 입장을 거들고 나섰다. 김성곤 민주당 의원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공식 거론했다.
김 의원은 서면질의를 통해 “정부가 예산도 아니고 기금도 아닌 정체불명의 돈을 제대로 된 관리 절차도 없는 상태에서 재정당국이나 국회의 심의·통제도 받지 않고 조성·운영하려는 것은 심히 부당하며, 책임문제가 수반할 수밖에 없다”라면서 “정부가 구상?추진 중인 ‘화물운전자 복지재단 설립’ 계획은 남의 돈으로 생색내고 사업하려는 잘못된 발상으로 철회되거나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토해양부의 입장은 전혀 변화가 없다.
국토부 측은 “화물차 유류구매 카드는 포인트 적립은 물론 주유 할인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하고 있고, 기금은 카드사업자와의 협약을 통해 추가로 발생시킨 것으로 이와 별개의 사안”이라며 “포인트 적립권을 박탈해 기금을 적립한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라고 답했다.
국토해양부는 또 “(동일한 이유로) 기금은 별도의 법적 근거가 필요하지 않으며, 기금 활용에 관해서는 우리 부가 정하는 바에 따르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카드업체들도 포인트는 사용자가 사용한 금액의 일부가 아니라 카드사 입장에서는 일종의 보상으로 제공하는 혜택이라며 처음부터 국토해양부와 계약을 통해 비율을 정해 적립한 것이기 때문에 개별사용자와는 무관한 돈이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