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달택배 번호판 사업 시작부터 “삐걱”
택배업계 “정부에서 프리미엄 인정해주는 꼴”
개별화물연 공번호판 부활 전면 반대
정부 번호판 프리미엄 700만원으로 인정
[운송신문=정규호기자] 택배업계의 오랜 숙원과제였던 화물차 증차 문제가 정부와 화물업계, 택배업체 간 번호판 장사의 잇속을 놓고 대립되는 구조로 변질되고 있다.
최근 국토해양부(장관 정종환)와 전국용달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회장 박종수), 한국통합물류협회(회장 석태수)는 용달차량과 택배차량 간 번호판 양수 양도 전환 사업을 체결했다. 또 동시에 공번호판(T/E: Table of Equipment)도 충당해 부족한 택배 차량의 공급을 늘리기로 국토부는 발표했다.
그러나 전국개별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회장 안철진, 이하 개별화물연협회)는 용달-택배 차량 간 번호판 양수양도 사업은 환영하지만 이번 공번호판 부활에 대해서는 “택배업계를 제2의 지입제 시장으로 만들어 훗날 운전자가 겪을 고통이야 알 바 없다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라며 전면 반대하고 나섰다. 이로 인해 이번 양도양수 사업 진행에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먼저 용달협회와 통물협은 사업 희망 신청자를 모집하고 미소금융은 5년 이내 상환조건으로 700만원의 번호판 프리미엄 대출금을 지원한다. 연리 2%의 대출금 이자는 국토부가 국고를 통해 지원할 계획이다.
현재 번호판 가격은 550~1100만원으로 형성돼 있지만 한국교통연구원에서 700만원을 적정가격으로 조사했고, 이를 국토부가 정시가격으로 규정했다. 이로 인해 이번 용달-택배 차량 번호판 양수양도 사업에서 만큼은 700만원이라는 프리미엄으로 번호판이 거래된다. 또 5년 상환시 이자부담액은 36만원(번호판프리미엄 700만원 기준)이며 원금은 영업용 전환에 따라 지급되는 유가보조금(월 10여 만원)으로도 상환 보조가 가능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영업용 화물차량 부족 등 운송물류기업의 문제를 해결하고 영세 자가용 택배기사의 안정적인 영업으로 화물운송시장을 안정시키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용달협회는 “평균적으로 1년에 약 1000건 정도가 양수양도 되고 있다”며 “앞으로 과연 용달차주들이 택배기사들에게 얼마나 매각할 지가 관건이다”고 설명했다.
반면 택배업계에서는 냉소적인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A택배 관계자는 “이번 사업을 정확히 얘기하자면 증차를 해주는 사업이 아니라 프리미엄 붙은 번호판을 구입하라는 정부와의 사업이다”며 “증차 규제가 풀리지 않으니 울며 겨자 먹는다는 생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B택배 관계자는 “500만원에 팔리던 번호판 가격을 정부에서 700만원으로 올려준 꼴이다”고 설명했다.
화물운송 시장은 2004년 4월 허가제로 전환된 이후 지금까지 신규허가를 제한함에 따라 화물차량의 공급과잉은 줄었지만, 물량이 증가하는 택배 분야에서는 차량 확보가 어려워 택배차량의 30%인 1만여 대가 자가용 차량을 이용하는 실정이다. 일부 물류기업은 영업용차량의 높은 프리미엄(1000만원~3000만원)으로 대형(12톤 이상) 차량 확보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등, 화물운송 시장에서 부분적으로 영업 차량부족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게다가 자가용 차량의 영업용 활용은 불법이지만 대부분 서민의 생계와 직결돼 있어 단속에 어려움이 있었다. 때문에 이번 조치로 상당수의 영업용 자가차량이 합법화될 수 있는데다 유가보조금과 세금, 보험 등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국토부는 공번호판을 충당해 부족한 영업용 차량 공급을 늘리기로 했다. 국토부는 2004년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에 따라 지입차주가 운송사와 지입계약 해지 후 신규 사업허가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7000여대(12톤 미만 3000대, 12톤 이상 4000대)의 공번호판을 택배와 운송물류기업에 선별적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일단 국토부 공번호판의 당초 차량 적재량이 12톤 대형 미만(3000여대)인 경우에는 자가용 택배기사 차량으로 충당하고, 12톤 이상은 당초 적재량으로 연간 50%씩 연차적으로 충당한 후 양도·양수 조정 등을 통해 차량이 필요한 우수 물류 기업(인증업체 등)에게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공번호판 대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지난 7일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회장 김옥상)·용답협회·통물협은 MOU를 체결했다. 또 원활한 금융지원을 위해 국토부와 우리미소금융재단은 4월 18일 MOU를 체결한다.
하지만 개별화물연합회는 이번 양도양수 사업으로 택배기업이 부족한 차량을 해소하는 것은 찬성하지만 공번호판을 국가에서 푸는 것은 시장 논리에 어긋난다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개별화물연합회 관계자는 “공번호판으로 자가용 택배 차량을 충당하는 것은 당초 택배업계의 차량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과는 상관없다”고 주장했다. 또 일반화물업계의 공번호판(T/E)증차요구를 국토부가 수용하기 위해 택배업계 차량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교묘히 내세운 논리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증거로 택배업계 차량부족과 아무 상관없는 12톤 이상 차량(4000대) 공번호판(T/E)을 연간 50%씩 충당해주겠다는 내용을 지적했다.
또 그는 “공번호판 12톤미만 3000여대 차량을 자가용 택배기사 차량으로 충당한다는 내용은 택배업계를 제2의 지입제 시장으로 만드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라며 “정부가 그동안 주장하여 온 지입제의 폐단을 개선할 대안으로 제시한 직접운송의무제를 무색케 하는 정부시책의 자기모순으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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