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HTH 양수도 경험…재무적 파트너로 '삼성' 활용 가능 제기
[CLO=김철민기자] 대한통운 인수 예비입찰에 참여한 CJ그룹이 그 동안 대한통운 인수후보로 물망에 오르던 삼성을 재무적 파트너로 활용할 가능성이 인수·합병(M&A)시장으로부터 제기됐다.
28일 금융시장은 매각주관사인 산업은행과 노무라증권이 이날 오후 6시에 예비입찰을 마친 결과, CJ를 비롯해 포스코와 롯데그룹 3사가 관련 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M&A시장은 CJ의 예비입찰에 참여한 것에 대해 다소 의외라는 분위기다. 그 동안 CJ는 포스코와 롯데에 비해 ▲인수의지 ▲자금동원력 ▲고용승계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열세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대한통운 예비입찰에 참여한 3사 중 가장 약체로 분리됐던 CJ의 급부상에 M&A;시장과 물류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왜 일까?
◆ 공격적 베팅, 실탄확보 어디서…
우선 금융업계는 CJ가 대한통운 M&A; 실탄 마련에 성공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또 그 실탄의 주인으로 삼성이 나섰을 가능성에 대해 점치고 있다.
실제로 CJ그룹 주요 계열사의 보유 현금(2010년 9월 기준) 규모는 9000억원으로 대한통운 예상 인수가(1조5000억원~2조원)를 감안할 때, 많은 돈을 외부에서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업계는 CJ가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가치 7000억원)을 매각해 부족한 인수자금을 동원할 수 있지만 그룹 계열사의 재무적 안정을 위해 현금성 자산을 모두 소진할 수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이유로 대한통운 인수에 공통적인 관심을 보인 CJ와 삼성 간에 전략적 동맹관계가 성사됐을 것이란 논리에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럴 경우, CJ는 삼성생명 보유지분을 팔지 않거나 그룹 계열사의 현금성 자산을 무리하게 동원할 필요가 없는 상태에서 공격적인 베팅이 가능하게 된다.
또 삼성도 대한통운 인수전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서 필요 지분획득에 성공해 향후 그룹물류 강화(삼성SDS와 삼성전자로지텍 연내 합병)에 힘을 보탤 수 있게 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CJ를 비롯해 삼성과 신세계 등 범삼성가 대기업들이 대한통운 인수에 관심을 보인 것은 이들 모두 그룹물류 개선에 대한 중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며 “이들 모두 방법만 달리할 뿐 물류란 공통된 관심사항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 HTH매각 '롤모델', 거꾸로 재현되나
더욱이 삼성과 CJ는 지난 2006년 삼성물산의 택배회사인 HTH를 CJ의 물류계열사인 CJ GLS에 매각하면서 그룹 간 물류사업에 대한 이해와 인연도 각별하다.
당시 삼성물산은 HTH의 지분(78.3%)을 365억원에 CJ GLS에 넘긴 바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몰과 삼성플라자 등 인터네쇼핑 및 유통사업이 예상보다 부진한데다 건설과 상사 등 주력사업도 택배와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아 매각을 결정했다.
물류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과 CJ그룹 차원에서 이뤄진 HTH매각은 내부적으로 양사가 윈윈(win-win)한 사례로 꼽는다”며 “이를 계기로 CJ GLS는 택배사업을 키우는 발판이 됐고, 삼성은 애물단지인 택배를 좋은 가격에 팔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M&A;시장은 CJ가 대한통운 인수에 성공할 경우, 삼성과 택배, 육운, 항만하역, 창고 등 사업별로 나눠 갖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경우, 양사는 인수금 부담을 확 줄이면서 필요한 물류사업을 챙길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CJ그룹 관계자는 "(CJ와 삼성의 동맹관계에 대해)처음 듣는 일이다. 과거 HTH택배 인수는 삼성물산의 택배회사를 가져온 것에 불과하며, 이번 대한통운 인수와 비교할 때와는 규모자체가 비교되질 않는다"며 "현재 인수자금 동원방안에 삼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태도 바뀐 CJ그룹 노림수는
물류업계는 CJ와 삼성이 손잡을 가능성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CJ가 대한통운 인수에 성공한다면 대한통운의 분리재매각이 현실화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M&A;시장은 삼성이 CJ 이외에에도 포스코와 롯데 등에 재무적 파트너 참여를 저울질할 가능성까지 열어 둔 상태다.
이에 대해 택배업체 고위임원 한 관계자는 "위험한 발상이다. 변화된 M&A;시장논리에도 어긋난다. 이게 사실이라면 그 어떤 대기업이든 윤리적 책임에 대한 사회적 지탄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또 “1년전 김홍창 전 CJ GLS사장(현 CJ제일제당 사장)이 공식기자회견에서 CJ GLS로서는 대한통운과 시너지가 없기 때문에 인수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말했는데, 이제 와서 태도가 바뀐 이유도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당시 김 사장은 과거 CJ가 대한통운 M&A;에 참여한 적 있지만, 그 정도 인수자금이라면 해외시장에서 더 좋은 물류회사가 많다고 말한 바 있다.
정부 관련 물류연구원 한 관계자는 “예비입찰에 참여한 포스코와 롯데, CJ 3사 모두 대한통운 분리매각 또는 분리재매각에 대한 시나리오를 즉시 철회해야할 것”이라며 “국내 물류 1위인 대한통운을 인수하는 만큼 막중한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연구원도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한통운 매각에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한다”며 “국가물류산업과 물류업계 발전을 위해 대기업의 배만 부르게 하는 M&A;는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최근 매각 주요이슈로 부각된 대한통운 직원들의 고용승계도 철저히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예비입찰 결과에 따라 향후 유력후보의 윤곽이 속속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본 입찰은 5월13일에 이뤄지며 같은 달 16일 우선협상자를 선정해 6월30일 대한통운의 새 주인이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