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통운 핸들 누가 쥘까
산은, "입찰價 관건…시장논리 무시 못해"
업계, "고용승계 보장, 분리재매각 없어야"
[CLO=김철민기자] 인수·합병(M&A;)업계는 대한통운 인수전이 결국 ‘돈(입찰가)’에 좌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민유성 산업은행금융지주 회장은 이번 인수전에 대해 “아시아나 항공과 대우건설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것인 만큼 높은 인수가가 가장 중요한 고려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반면 물류업계는 대한통운 인수전이 국가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점에 무게감을 실고 있다.
공기업 형태로 시작해 정부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한통운이 ‘물류업계 맏형’의 위치에 있다는 점에서 인수기업의 사명감과 책임감을 강조하고 있다.
◆ 고용승계 100% 보장해야
그렇다면 대한통운 인수전의 변수 중 하나인 '고용승계'는 어떨까?
우선 3년 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한통운 인수에 성공했을 때를 짚어보자. 당시 박삼구 회장은 "IMF 때도 나는 직원들을 구조조정한 적이 없다. 절대로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며 대한통운의 인력을 100% 승계하겠다는 말한 바 있다.
이 같은 금호의 결정은 2008년 STX와 대한통운 인수전 입찰평가에서 동점을 받은 상황에서 결국 승리를 하게 된 결정적 평가요소가 됐다.
박 회장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에도 공식적인 자리에서 대한통운은 우수한 인재들 때문에 인수한 것이며 인위적인 인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말을 거듭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박 회장의 M&A; 방식도 기존과 달랐던 점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과거 조용히 M&A;를 추진해온 다른 그룹과 달리 공개적으로 여러 차례 인수 희망 의사를 표시해왔기 때문이다.
이런 희망 표시는 피인수기업 주가를 높여 인수 부담을 높이기 마련이지만 박 회장은 항상 솔직한 의사를 표현해왔다. 박 회장은 공개석상에서 여러 차례 "대한통운은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가장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이라며 "반드시 인수하고 싶다"고 밝혀왔다.
이 때문일까? 이번 대한통운 인수전에 참여한 롯데와 포스코, CJ 등은 입찰의향서를 제출하기 이전부터 공개적인 러브콜이 이어졌다.
◆ 분리매각 "없다"
M&A; 시장 안팎으로 끊이지 않는 루머 중 하나가 대한통운 분리매각 또는 인수 후 분리재매각이다.
이에 대해 2월 14일 민유성 산업은행 회장과 노무라증권 등 매각주간사들은 "대한통운을 분리매각하지 않겠다"며 업계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민 회장은 모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그 동안 논란이 됐던 분리매각설에 대해 "대한통운 물류-택배 사업부문의 분리매각을 생각하거나, 고려해 볼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수·합병 시장은 여전히 분리재매각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대한통운 매각이 정상적으로 마무리된다 해도 인수기업에 따라 사업별 분리재매각 시나리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M&A;시장 관계자는 "인수기업에 따라 분리재매각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 중일 것"이라며 "매각이 완료된 이후에도 대한통운의 운명은 마지막까지 지켜봐야할 일"이라고 말했다.
◆ 분리재매각도 "안될 일"
반면 물류와 연계된 학계와 연구소, 업계 모두는 향후 대형화된 글로벌 물류업체 육성이 시급한 만큼 대한통운 물류-택배사업 분리매각이 국가적 손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도 수차례 기자들과 만나 대한통운 인수에 큰 관심을 보이며 "우리나라도 DHL같은 글로벌 물류기업이 필요하다. 물류시장이 정말 어마어마한데, 조선, 해운 등은 그런 (글로벌) 기업이 있지만 물류만 없다. 그런 기업이 하나 정도만 있어도 국가적으로 큰 이득"이라고 말해 대형 물류업체의 출현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대한통운 인수전 평가항목 중 '사업별 분리재매각 불가'를 명시하는 등 보호막이 필요할 것이란 게 업계의 설명이다.
정부관련 물류연구원 고위 관계자는 "M&A;의 시장논리를 무시할 순 없는 노릇이지만 국가 GDP의 4%를 차지할 만큼 중요한 물류산업이 제조유통업에 영향력이 크다"며 "대한통운 인수전이 한 기업의 실익추구 이전에 국가 전체산업의 발전 측면에서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