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저탄소 녹색성장’ 화두를 제시한 이래 1년 동안 모든 길은 녹색으로 이어졌다.
정부 정책은 말할 것도 없고 기업 경영전략의 최우선적인 가치는 녹색이고, 이젠 녹색 아닌 것이 없는 '묻지마 녹색'의 시대다.
미래의 경제 산업 패러다임이 녹색인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기후변화라는 지구적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고, 자꾸 오를 수 밖에 없는 석유 값으로 인한 에너지위기 극복의 해법이자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 전략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국내 운송*업계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녹색교통 추진전략과 탄소배출 저감형 물류체계 구축에 따라 관련업계의 패러다임도 급격히 전환되고 있다.
우선 국토해양부는 철도교통 활성화를 골자로 한 ‘녹색교통 추진전략’을 지난 5일 발표했는데, 2020년까지 발생할 온실가스 배출량의 33~37%까지 감축한다는 목표다.
또 탄소배출 저감형 물류체계는 전국 물류단지를 권역별 집*배송시스템 형태로 재편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수도권 내륙물류기지를 확대하는 한편 2012년까지 전국 물류단지 39개소를 확충할 방침이다.
뿐만 아니라 ‘녹색물류인증제’를 도입해 물류기업들의 체질 전환을 촉구할 방침이다. 인증제를 통해 인증기업들의 온실가스 저감 우수사례를 발굴*보급하며 하역시스템 동력을 전기로 전환하는 작업 등을 실천해나간다는 목표다.
정부는 ‘물류정책기본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향후 녹색물류기업으로 인증될 경우, 정부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식의 인증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그러나 여기서 고민이 하나 생긴다. 정부의 녹색 바람이 자칫 운송*물류업계에 묻지마식인증제를 통해 남용되지 않을까 싶어서다. 제도 본연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게 있다.
첫째는 무늬만 녹색물류기업을 철저히 가려내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녹색물류기업으로 인증 받으면 혜택이 크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인증을 받기 위해 애를 쓸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짜 녹색기업이 진짜 녹색기업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검증이 철저해야 한다. 검증에 실패하면 녹색물류업인증제는 효과를 발할 수 없다.
둘째는 민간기업의 투자를 이끌어 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녹색인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의 투자다. 투자가 없으면 계획자체가 유명무실해 진다. 정부는 기업이 녹색물류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하고 국민들은 녹색기업 펀드 등에 대한 투자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속히 마련해야 한다.
현재 운송물류 부문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연간 9820만t으로 전체 배출량의 20%에 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운송물류업체들은 녹색물류에 대한 경쟁력 확보가 향후 기업 생사의 존폐와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운송물류업계 인증제의 오남용은 과거 ‘인증종합물류기업’ 제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자칫 녹색물류인증제 맹신(盲信)에 빠져 이런 구조적 문제와 걷돌면서 똑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할 수 있다.
정부와 기업, 묻지마식 녹색물류인증제의 경계를 촉구한다.